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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오징어

라이더 크로니클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대체역사

jinthepan
작품등록일 :
2022.05.21 12:45
최근연재일 :
2022.08.07 21:51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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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08

작성
22.06.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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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subversion (5)

DUMMY

‘그녀’와 나는 곧 쉰들러 공장을 지나 비스와강 북쪽을 향한 다리로 올라섰어.


‘콘투쉬’를 입은 사람들의 행렬은 다리를 건너면서도 끊이지 않고 더 북적이는 것 같았어.


고개를 조금 더 들어 좌측을 바라보면 사방에서 밝은 조명을 받는 듯 ‘바벨성’이 더욱 고급진 모습으로 더 가까이 보이고 있어.


주변의 ‘콘투쉬’를 입은 사람들도 나처럼 저 성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다들 저 곳으로 가는 건가, 싶으면서 우리 행선지도 저 성인가, 하며 잠시 혼자 짐작할 때.


‘그녀’가 질문을 이어갔어.


“[Sir Kim] 이야기를 해보죠. 어디까지 알고 있죠?”


바로 입을 열지 못 하는 나를 보고 ‘그녀’가 친절하게도 범위를 정해주었어.


“이번 케이스와 관련해서 배경부터 전망까지, ‘의견’을 듣고 싶은 거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참을 필요 없이 모두 해도 된다는 ‘큐 사인’으로 생각하고, 나는 작정하고 입을 열었다.


“21세기 초,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2022년 4월, 영국의 연구진들이 최초로 56세 여성의 피부세포를 26세로 돌리는데 성공하면서 ‘불로불사’의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피부세포로 시작해서 화상이나 흉터의 완전한 치료가 가능해진 뒤, 연구는 내부의 장기부터 각 기관들의 세포까지 젊은 상태로 돌리는데 성공하기 시작했어요.


100년이 넘게 세포 나이 23세의 벽은 깨지 못하고 있지만, 세상이 바뀌는 첫 신호탄 같은 일이었어요.


상용화를 놓고 전세계의 의학윤리가들 사이에 심각한 논쟁이 이어졌죠.


‘클로닝’과는 달리 이번엔 단순히 ‘윤리’만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세계2차대공황]이 시작되던 때와 맞물려 전세계의 경제학자와 정부들도 논쟁에서 빠질 수가 없었죠.


새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간에게 허락된 일인가 하는 물음처럼, ‘죽음’을 인간이 피하는 것이 또 바람직한 일인가, 라는 물음에 더해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여겨지는 지구상 인구수를 이제 ‘죽음’이라는 ‘자연감소’없이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 거였죠.


하지만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불로불사 사업’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몇몇 기업들의 손으로 ‘소수의 VIP’들만을 상대로 이미 시작되어 버렸죠.


‘윤리’니 ‘sustainable world economy’니 하는 거창한 문제 이전에 이미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과 수요가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폭발했던 거에요.


처음에는 궁극의 ‘스킨 케어’ 제품들이 앰플 하나에 보통 사람들의 일 년 연봉의 몇 배의 가격으로 판매되었고,


이 제품들의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며 대량생산이 가능해질 때 쯤이면 또 ‘소수의 VIP’들은 신체의 모든 부분을 20대로 돌리기 시작했어요.


보통 사람들은 이제 이들처럼 ‘불로불사’의 꿈을 제1의 목표로 삼으며 더욱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죠.


이 사이에 몇 천 년 동안 유지되었던 ‘인간사회의 시스템’들은 자연스레 붕괴되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로 무너진 것은 ‘결혼제도’였죠.


인류의 수명이 50세도 넘기기 힘든 시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짧은 인생을 살아남기 위해 함께 평생을 노력하며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아주 전통적인 의미의 ‘결혼’이라는 것이,


이제는 기본수명이 100살을 넘어 재력만 허락한다면 ‘불로불사’가 가능해진 세상에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던 거에요.


한 명의 사람에게 내 값비싼 ‘젊음’을 바치는 것보다 이제는 모두가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만나며 짧든 길든 다양한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러자 자연스럽게 ‘인구문제’도 해결이 되어버렸어요.


100년을 살지 못할 때는 어떻게든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었던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이,


이제 스스로 몇 백년을 살 수 있게 되자 너무나 큰 ‘짐’이, 아니, 아주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 거였죠.


거기다 [세계2차대공황]의 전 지구적인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제도가 무너지면서 전세계의 부동산 가격은 통제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스위트 홈’이 없어지고,


높아진 물가로 ‘양육가격’이 더욱 큰 부담이 되어버리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세대 생산은 극도로 줄어버렸어요.


놀랍게도 21세기 중반의 인구수가 그대로 유지되기 시작한 거죠.


그리고 아프리카와 제3세계에서 분쟁과 내전이 지속되면서 ‘잉여인구’는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했어요.”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잉여인구'라는 내 언급에서 '그녀'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지는 것 같았어.


‘그녀’와 함께 걸어가는 길 주변에서도 곳곳에는 이제 ‘남녀’만이 아니라 ‘남남’과 ‘여여’의 진한 ‘애정행각’들이 드문드문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어.


그리고 방금 전 내 설명처럼, 축제를 즐기는 어린 아이들을 찾는 것이 이 '애정행각'들을 찾는 것보다도 더 힘들었지.


잠시라도 주변에 눈길을 주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내 설명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


조금의 ‘지루함’도 보여주지 않은 덕분에 나는 내가 아는 세상 이야기를 이어갔다.


“2024년, 또 영국에서 새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의 ‘DNA 시퀀싱’이 처음으로 의무화되고 전세계가 이 제도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미 부담이 되어버린 ‘양육가격’을 더욱 부풀리게 되었죠.


한 아이가 살아가면서 겪게 될 온갖 질병과 건강상 위협이 태어날 때 이미 수치화가 되어버리니,


지금 내 ‘불로불사’의 삶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에 미래의 아이를 위한 투자는 생각도 못하게 되어버린 거죠.


유일한 길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를 ‘유전학적’으로 완벽하게 다시 ‘시퀀싱’하는 거였는데,


덕분에 이제 아이를 낳는 것은 ‘완벽한 후계자’를 바라는 ‘노블’들만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나 가능한 ‘순혈정책’이 되어버렸어요.”


이제 ‘그녀’와 나는 목적지를 향한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어.


더욱 가까워진 ‘바벨성’의 모습을 보니 우리 목적지도 이제는 확실해졌지.


배경지식은 이제 만족했는지 ‘그녀’는 바로 눈앞의 문제로 화제를 돌려준다.


'그녀'가 묻는다.


“그래서 . . . 이번 사건은?”


나는 장황해지는 답변을 조금 더 밀도있게 만들어야겠다 노력했어.


내가 답한다.


“바로 오늘의 삶을 얼마나 더 재밌고 충실하게 살까 연구하던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결국 . . .”


‘그녀’가 조금 더 템포를 빨리하려는 건지 내 말의 중간을 끊어버린다.


“‘섹스’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나는 또 괜히 쑥스러워졌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


'그녀'가 말한다.


“인류역사 속에 가장 긴 전통과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건 항상 ‘섹스 인더스트리’에요.


뻔한 대표적인 예로 굳이 VHS와 베타 테입 얘길 또 할 필요는 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이번 사건의 ‘핵심’을 이제는 피할 수 없어.


내가 이어서 답변한다.


“그 ‘섹스 산업’이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완전히 합법화 됐어.


그 첫시작은 꿈의 ‘섹스 파트너’를 만들어준다는 ‘안드로이드’였죠.


또 21세기 초에 등장하기 시작한 ‘실리콘 돌’이 이제는 점점 더 완벽한 인간의 피부와 모습과 기능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원하는 모든 걸 해주게 된거죠.”


이제는 ‘그녀’도 길어진 ‘사건의 정리’에 뛰어든다.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 . .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아니 ‘노블’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그 값비싼 ‘섹스용 안드로이드’로도 만족하지 못하게 됐지.


문제는 . . . ‘정복감’을 채워주지 못한달까.


이미 ‘소유’하고 있는 ‘섹스로이드’들에게 어떤 수치스러운 일을 시켜도 그 녀석들은 원래 할 일을 하는 것 뿐이거든.


결국 ‘노블’들께서는 또 실증난 장난감은 평민들에게 넘겨주고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나섰지.


바로 그때 . . .”


이야기의 중간을 끊고 나를 다시 바라보는 ‘그녀’의 고개에 맞춰 내가 뒤를 이었어.


“[Sir Kim]이 나타난거죠.


끝내주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진짜로 ‘소유’ 가능한 ‘인간’을 만들어낸 겁니다.”


여태까지는 모두 다 아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늘어놓는 내 ‘과시욕’을 ‘그녀’가 쿨하게 참아준 게 분명해.


’그녀’의 눈빛이 이제 제대로 생기를 띄는 것 같다.


나의 답변이 이어진다.


“‘클로닝’은 이런 상황 속에서 은근히 이미 사장된 ‘사업 아이템’이 되어버렸죠.


굳이 누군가를 카피해 보았자 그 삶을 책임져 줄 사람도, 또 쓸모도 없는 거에요.


세상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인구수’만으로도 충분히 지탱가능하니까.


거기다 [다보스 세계의회]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첫 번째 ‘세계법’, 바로 [First World Act]에서 이미 존재하는 전 인류의 [DNA 뱅크]의 기록을 가지고는 절대 ‘클로닝’을 하지 못하게 원초적인 금기사항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보스 의회]의 단 한 명뿐인 한국의 상원의원이라는 사람이, 이걸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버린 거에요.


세계 [DNA 뱅크]에 등록이 되지 않은 ‘DNA 풀’을 찾아낸 거지.”


‘그녀’의 눈빛이 방금 전 번득였다.


'그녀'가 묻는다.


“어디서?”


정말 쓴 웃음을 지으며, 어렵게 내가 답했어.


“한국의 바로 위, 바로 [VOID]에서.


예전에 ‘노스 코리아’라고 불리던 바로 그 '저주받은 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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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72 럭키포춘
    작성일
    22.07.09 16:07
    No. 1

    예전 SF서 보던 클론 기술! 여기선 성산업에 주목하는군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ji******..
    작성일
    22.07.10 19:46
    No. 2

    아쿠, 지방일 끝내고 이제야 집에 왔습니다.

    왠지 이번 주말 집필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 . .

    성산업에 주목하려고 했다기 보다 . . .

    저으기 하드 보일드로 가보자 . . .

    했더니 . . . 역시 하드한 쪽으로 슬금슬금 나가다가 . . . ㅠㅠ

    그렇다고 너무 자극적인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고,

    현실에 기반한 연장입니다앗~~! ^0^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7.14 18:38
    No. 3

    인간의 욕망과 욕구는 끝이 없는 거군요. 돈없어도 살기 힘들고.. 에효.. ㅎㅎ 했습니다. ㅊ.ㅊ)> 넘 흥미롭고 또 실제와 미래가 반영된 거 같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건필하십시오!'파이팅!'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ji******..
    작성일
    22.07.14 22:44
    No. 4

    아쿠....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이 시리즈를 왜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 ㅋㅋ

    무언가 즐거운걸 만드는 건데 . . .

    ㅋㅋ 조금 있으면 엄청나게 컨벤션을 비틀면서 조용히 사는 세상을 막 난장판 치게 될 겁니다.

    그런데... 그래봤자 여기 조그만 공간의 글일 뿐이니 . . .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 . 라고 하신다면 저도 할 말이 없지만 . . .

    그래요,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걸 까용?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7.14 22:50
    No. 5

    기.승.전.결. 이 있으시면서..^^)>!! 저는 지금 노래가무를 즐기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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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ubversion (3) +4 22.05.28 14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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