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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오징어

라이더 크로니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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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thepan
작품등록일 :
2022.05.21 12:45
최근연재일 :
2022.08.07 21:51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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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608

작성
22.05.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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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subversion (3)

DUMMY

3.


이른 아침인데도 거리에는 벌써부터 수 많은 하얀색 [POD]들이 소리도 멈춤도 없는 제조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마냥 차곡차곡 쌓여 달리고 있었어.


뒤쪽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 혹시 미행하는 차가 있는 거 아냐 하며 확인해 봤지만, 참으로 재미없는 세상이라, 개인차량이 벌써 사라지고 똑같이 생긴 [POD]들을 타고 다니는 지금 미행차량 확인 같은 게 더 이상 될리가 없지.


그래도 분명히 누군가 따라붙었을 거야, 란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POD]은 벌써 [Central Airport]에 도착했다.


계산을 하려 카드를 꺼내는데, [POD]의 스크린에는 [선불완료!]가 떠 있었어.


내가 이 [POD]에 탄 걸 벌써 알고 있다는 건가?!


공항 안에 들어가자마자 빠른 발걸음으로 눈앞에 보이는 첫 번째 안내도를 찾아 위치를 확인했어.


이 비싼 공항이란 곳을 처음 와보니 재빨리 척척 308번 게이트란 곳을 찾아낼 수가 없잖아.


게이트가 있는 곳은 또 하필 공항 터미널의 맨 우측 끝부분이다.


다행히도 주변을 훑어보니 넓은 공항 내에서 이동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지 개인용 [이동 휠]과 카트들이 제공되고 있었어.


딱 봐도 고급형 [이동 휠] 위에 두 발을 올리고 몸의 중심을 최대한 앞으로 옮기며 출발했어.


어느 정도 가던 중에 이제는 미행자들이 확인이 되겠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수상한 사람이에요! 라고 외치듯 검은 색 수트를 입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나와 같은 [이동 휠]을 타고 따라붙고 있었다.


일직선의 커다란 공항 안 홀에서 무슨 근사한 회피시도를 할 수 있겠어.


어떻게든 만나야할 사람이 있다면 먼저 만나서 여기를 어떻게든 무사히 빠져나갈 수 밖에 없어, 라고 생각하며 길쭉한 홀의 맨 끝을 향해 더 빠르게 몸중심을 앞으로 내밀고 달려가고 있는데, 어라, 이 앞에서 펼쳐지는 300번대 게이트들은 탑승 예약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VIP 구역인가봐.


[예약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습니다]란 홀로그램 경고가 눈앞을 휙휙 지나가고, 경비요원들도 4명이 홀의 너비에 맞추어 1/4 지점에 한 명씩 정갈하고도 근엄하게 서 있다.


뒤에는 그 식상한 검은색 수트의 두 명이 달려오고.


에라, 될대로 되라, 란 심정으로 속도를 늦추지 않고 VIP 구역을 표시하는 빨간색 라인을 통과해 버렸는데, 헐, 이게 그냥 통과가 됐어?


그냥 아무나 들어가면 되는 거였어? 하고 뒤를 확인하니, 아니야, 검은색 수트 둘은 빨간 선을 통과하자마자 이동 휠이 자동으로 멈춰버리며 반동으로 저 앞으로 휘익 날아가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어.


보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처절하게 쪽팔린 광경이었어, 진심으로.


가까이의 경비요원들까지 두 명을 제지하러 다가오고, 두 명은 어딘가의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는 듯 했지만 소용이 없더군.


나는 이제 속도를 늦추고 한숨 돌리며 천천히 목적지 게이트를 향했어.


뒤쪽의 두 양복 신사숙녀에게 한 번 더 엿 먹이려는 의도도 있었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확인하며 아까의 [POD]이나 지금의 구역 통과를 생각하며, 내가 만나게 될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Anti-Magike Polis, 항마경찰, 줄여서 AMP, 암프]


세계 각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활동 중인 사설경찰기업들 중 뚜렷한 소속 지역 없이 전세계를 무대로 가장 직원수가 적은 소수정예 집단이지만 책정 예산은 경쟁자 모두를 제치고 동종기업들 중 세계 1위라고 추정되는 수수께끼 같은 단체다.


뭔가 막강한 스폰서가 붙어있는 것 같은데, 스튜디오를 떠나기 전 검색으로는 뒤를 파볼 실마리 하나 찾을 수 없었어.


다른 경찰들처럼 돈 되는 사건들을 맡는 것도 아닌데 몇 년 전 뜬금없이 영업을 시작한 뒤 변변한 수입도 없으면서 줄어드는 예산도 없이 민감한 사건이 발생하는 곳 마다 신출귀몰하게 현장을 휘젓고 다닌다.


특히나 그 정보활동 능력이란.


아마, 지금 내가 이 공항의 이 홀 안을 달리고 있는 위치까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겠지?


300번대 게이트 구역에 도착하니 커다란 통유리가 홀 안을 메우며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고급진 홀이 펼쳐졌어.


사방의 유리 너머로는 일반 여객기도 아닌 최신형 울트라소닉 여객기들이 비싼 바이오 디젤을 주유받으며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CO2 배출을 막기 위해 일반인들은 모두 전기로만 돌아가는 재미없는 탈것들을 타고 다니는데, 돈 많은 권력자들께서는 이렇게 일반인들이 사용 않고 아낀 CO2 배출량을 저 무시무시한 비행기를 타고 한 번에 몇 년치를 낭비해주시는 사치를 부리고 계신 거지.


조금은 부럽다, 라고 생각하며 드디어 308번 게이트에 도착했어.


그런데, 아무도 없는 거야.


뭐지? 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는데 게이트 앞에 서있던 미모의 여성 안내요원이 다가왔어.


"Mr. Goh?"


"Uh . . . Yes, that's me."


"시간에 맞춰 딱 맞게 도착해주셨네요. 이쪽으로 오시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뭐? 출발? 하며 눈앞의 안내요원의 20도 각도로 살짝 튼 앙증맞은 삼각모자를 바라보니 그 유명한 [Melon Muskat] 그룹이 지구에 남기고 간 [EarthY]사의 마크가 보인다.


설마 지금 날 보고 이걸 타라는 거야?


출입구에 연결된 게 무엇인지 살짝 자리를 옮겨 창 밖을 확인하자, 영상 피드에서나 구경하던 [직항 로켓]이 서 있는 거야.


그것도 '여객 로켓'도 아니라 VIP들 중의 VVIP만 탈 수 있다는 10인용 '프라이비트 로켓'이었어.


"제가 타는 게 맞나요?"


안내요원은 활짝 지은 미소에 전혀 변함없이 내 멍청한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을 계속해줬어.


"네, Mr. 고병준. 맞습니다. [AMP]에서 예약하셨어요. 자, 이쪽입니다."


안내를 받아 로켓에 연결된 탑승 튜브에 들어오니 또 사방이 투명하게 처리된 원형의 출입구에 걸어가는 발판만이 떠서 벌써부터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죠?"


"[폴스카]의 [쿠라쿠프], 입니다."


뭐?


안내요원과 함께 로켓 안에 들어오니 최고급 호텔의 로비 같은 인테리어에 푹신한 소파 같은 좌석이 로켓의 앞을 향해 일렬이 아니라 자유분방하게 퍼져있었어.


마지막으로 생긋 웃는 안내요원의 손 흔드는 작별인사를 받으며 엉결겹에 허리를 꾸벅하며 인사하니, 이번에는 또 다른 미인 승무원이 안내를 이어받는다.


"원하시는 곳에 앉으시면 됩니다. 오늘 승객은 Mr. 고 뿐이세요."


매우 어색하게 창가 옆에 딱 붙은 좌석을 골라 앉으니 승무원이 직접 좌석벨트를 매주었어.


"저희 로켓은 처음이신가 보죠?"


하나하나 촌스러운게 표가 확실히 났나보다, 하고 조금은 주눅들어 예, 라고 답했지.


"첫 비행이 35분만에 끝나서 아쉬우시겠어요. 그래도, Have a nice and comfortable flight, sir."


태어나서 처음 타는 비행기도 신기할텐데, 그것도 [직항 로켓]이라니 그때 내 마음이 어땠겠어.


객실 앞의 스크린에는 이번의 비행정보가 뜨고 있다.


[Sejong, Korea ---> Krakow, Polska]


활주로를 보통 비행기처럼 달려 하늘에 오른 로켓은 주거지를 떠나 바다 위 하늘로 올라온 뒤 각도를 잡고 메인 로켓에 불을 뿜었어.


굉장한 진동이 느껴져야 할 것 같았지만, 실내 안은 또 자이로 센서로 최신의 방진처리가 되어 있는지 간간히 약간 씩의 미동만 느껴질 뿐이었지.


로켓은 순식간에 파란색 하늘을 제치고 날아올라 사방이 컴컴해지는 대기권까지 10여분 만에 올라왔어.


그 때 처음보는 검은색의 우주와 눈앞에 반짝이는 보석을 흩뿌리듯 펼쳐진 별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좌석벨트가 허용하는 안에서 최대한 몸을 세워서 창가의 아래부분에 펼쳐진 '푸른 지구'는 아직도 세상이 아름답구나 하는 걸 확인해서 다행이었어.


이렇게 경치를 구경할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어.


정점의 고도에 이른 로켓은 이제 목적지 방향 일직선 항로를 따라 자유낙하 같은 활강을 시작한다.


다시 파란색 하늘이 돌아오고 짙은 구름을 뚫고 객실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로켓의 선두에 설치된 카메라에 잡히는 유럽 대륙이 펼쳐졌지.


그리고 바로 저기, 한 점, 폴란드 지역의 크라쿠프에 도착했다.


4.


크라쿠프 공항에 도착한 뒤도 [AMP] 덕분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


공항에 서 있는 흰색과 빨간색이 섞인 조금은 다른 디자인의 [POD]에 타니 행선지는 자동으로 크라쿠프에서 가장 비싸다는 '크라쿠프 로얄 호텔'이 입력되더군.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내가 묵을 객실도 준비가 되어 있었어.


이렇게 유일하게 가진 짐인 오래된 내 가죽 메신저백을 객실 안의 침대 위에 던져 놓으니, 이제 시간은 고작 오전 09시 45분.


이제 날 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하고 막막하니 침대 위에 앉아있는데 객실의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린다.




Rider Chron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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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2 럭키포춘
    작성일
    22.07.08 21:31
    No. 1

    맥도날드를 낭비로 여기던 미래와 대뵈 되네요.
    그리고 미래다운 로켓여객!
    잘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ji******..
    작성일
    22.07.09 12:58
    No. 2

    이기 다 멜론 머스캣 님 덕분입니당 ^0^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07.13 23:34
    No. 3

    로켓 타는 느낌 어떨까 상상을 해 봅니다. ㅎㅎ 만약 비행기와 로켓을 합친 것을 만든다면 세계여행도 아주 쉽게 다녀 올 텐데 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 ㅊ.ㅊ)>꾸욱.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ji******..
    작성일
    22.07.17 15:04
    No. 4

    이제 작업 시작할려고 다시 처음부터 읽는데,
    답글 안 단 댓글이 있었네융~~~~!

    이거 지금 멜론 머스캣 님께서 만들고 계셔융.

    조만간 탈 수 있을 거에융

    돈만 있으면융 ㅠㅠ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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