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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21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12.09 08:00
조회
25
추천
1
글자
11쪽

31화 - 사투

DUMMY

수민은 몸을 일으켜서 앞을 본다. 20m쯤 앞에, 그 남자가 서 있다. 키와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눈빛! 확실히 그 남자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그 폭발에서 빠져나와 여기에 서 있는 것인가?


“이 자식,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흐흐흐, 다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지.”


남자는 낄낄대며 말한다.


“공간을 접어서 빠져나오면 가능하단 말이다. 내게는 아주 간단하지! 덕분에 너희 삼촌이라는 녀석만 개죽음을 한 셈이로군. 흐흐흐...”


“파디샤, 이 자식...”


수민의 깊은 곳에서 불이 타오르는 듯하다. 그 불이 온몸을 덮어 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저 자를 쓰러뜨릴 수 있나... 그것부터가 걱정이다.


“일단, 네놈들이 여기까지 무사히 올라온 걸 축하해 주지. 원래대로라면 그 갱도가 너희들의 무덤이 되었을 곳이니까. 하지만 곧 너희들의 몸으로 알게 될 거다. 그 누구라도, 이곳의 비밀을 안 자는 살려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남자는 한껏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순식간에, 남자는 수민의 바로 앞까지 와 있다! 거기에 이미 또다시 주먹을 날릴 자세를 취했다.. 수민이 또다시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또 누군가가 수민을 밀쳐낸다.


“카... 카림 씨?”


수민을 밀쳐낸 카림은 곧바로 일어서서 수민의 손을 끌며 말한다.


“일단은 저 자로부터 멀리 피하는 게 좋아!”


카림은 일단 최대한 멀리 달린다. 하지만 주변은 넓은 착륙장이다... 피할 만한 것이 저장소와 정제공장 건물 말고는 달리 없다. 그 와중에도 뭔가가 ‘휭’ 하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자꾸 날아온다. 수민과 카림은 정신없이 앞에 보이는 저장소 건물을 향해 내달린다. 공격은 점점 잦아든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장소 바로 앞에서, 수민과 카림은 누군가와 부딪친다. 또다시, 공포가 엄습해 온다. 그 깊은 곳에서의 공포가.


“왜 그러세요. 접니다. 카르토요.”


한밤중이라 잘 안 보이지만, 카르토의 목소리가 맞다... 수민과 카림은 한시름 놓는다.


“우주선은 어디 있는지 알아?”


수민은 대뜸 카르토에게 우주선에 대해 묻는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 이 주변에는... 신호는 잡히는데 말이야.”


“신호가 잡힌다고? 그런데... 안 보여?”


“그러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는 거지?”


“자네, 분명히 우주선의 신호가 잡힌다고 했나?”


카림은 카르토를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말한다.


“확실한 건가?”


“네... 신호는 확실히 잡히기는 하는데, 어디 있는지 통 보이지가 않는군요. 그 정도라면 분명, 여기서 보여야 할 텐데...”


순간, 큰 에너지 파동이 수민, 카르토, 카림을 덮쳐온다. 마치 해안가에 서 있다가 쓰나미를 만난 것 같은 충격이 전해진다. 에너지 파동에 맞자, 셋은 자리에서 몇 m를 구른다.


“흐흐흐... 거기로 도망갔을 줄 알고 있었지.”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도, 수민의 바로 앞에서.


“한데 머리가 좀 돌아가기는 하는가 보군. 이런 데로 다 오고 말이지.”


남자는 손을 들어 보이며 말한다.


“이런 데서는 ‘폭발 파동’ 같은 능력을 쓸 수는 없으니까. 만약 그랬다가는, 내가 가장 아끼고 아끼는 이 시설들에 문제가 생겨 버리거든. 그러니, 너희들을 ‘정밀 타격’할 것이다!”


폭발 파동? 그리고 정밀 타격?


“일단 저 자와 거리를 벌려!”


카림의 말에 따라 수민과 카르토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뛰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수민은 어느 정도 달리고 나서, 한번 숨을 돌린다. 이상하다. 숨이 찰 정도로 달렸는데도, 허파와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살아야겠다는 일념만이 머릿속을 사로잡을 뿐...


갑자기, 눈앞에 있다. 또다시, 그 남자가!


“뭐... 뭐야? 말도 안 돼! 어느 새에...”


한순간이다. 분명히 멀리 도망쳤고, 아까 뒤를 돌아봤을 때는 가만히 있었던 것 같은데...


“잊었나 보군. 나는 공간을 접어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는 걸!”


이럴 수가... 남자는 벌써 주먹을 몸 뒤쪽으로 하고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니... 주먹이 이미 날아오고 있다! 순간 수민은 주위를 더듬거린다. 옆에 쇠막대기 같은 게 잡힌다. 잡아 본다. 들린다! 그걸 들어 막는다. 온다... 수민에게!


‘팅’하는 소리가 들린다. 수민의 가슴 쪽에서.


다행이다... 막기는 막았는데... 몸이 관통되는 것만 막았지, 가슴에 전해지는 충격은 그대로다! 그대로 수민은 수 m를 나가떨어진다.


“크... 윽...”


그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나, 일어서지지 않는다. 통증이 가슴으로부터 온몸에 전해져 온다. 하지만, 여전히 파이프는 손에 쥐고 있다. 쇠막대기를 만져 본다. 구부러져 있다. 특히 남자가 주먹을 내지른 그 자리는... 마치 벌레가 그 자리를 파먹기라도 한 듯, 움푹 패어 있다!


“엇...”


수민이 고개를 들자, 다시 수민의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보인다. 아까 전에 그랬듯,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있다!


“흐흐흐, 용케도 막아냈군그래.”


“이 자식...”


수민은 일어서려 한다. 삼촌만 생각하면 참을 수 없다. 일어나야 한다...


“불쌍한 김주경 녀석이 생각나나 보군. 하지만 그리움도 잠시다. 잠시 후면 네 삼촌과 같이 저승에서 행복하게 지낼 테니!”

EP31.jpg

본능적으로, 수민은 쇠막대기를 머리 위로 든다.


팅-


다시, 쇠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다음 순간, 수민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본다. 남자의 손날에, 쇠막대기가 점점 휘어진다. 마치 나무젓가락이 점점 휘어지듯이. 이를 악물고, 쇠막대기를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팔의 근육이 으스러질 정도의, 힘을 짜내서.


“으... 으윽...”


“제법이군. 이걸 정면에서 받아낼 줄이야.”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린다... 수민은 이를 악문다.


“하지만, 이미 옆에서도 공격이 준비되어 있지!”


옆이라고? 이럴 수가... 그러고 보니, 남자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왼쪽 옆에 빈틈이 생겨 버렸다... 아뿔싸! 황급히 파이프를 쥔 왼손을 풀어 본다. 하지만...


“아... 안돼...”


“끝이다! 잘 가라!”


수민은 눈을 질끈 감는다.




잠시 후, 수민은 눈을 뜬다. 그런데, 조금 전에 있던 저장고가, 바로 눈앞에 전부 다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주위를 돌아보니, 이곳은 착륙장 바깥의 사막 지대다... 어떻게 된 일인가?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1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미터마이어의 목소리다... 다행이다. 수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카르토 씨의 공간에 숨어 있던 중에 저 파디샤라는 자와 수민 씨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살짝 열어 봤는데, 수민 씨가 쓰러져 있더군요. 얼른 끌고 이리로 왔죠.”


“큰일날 뻔했어. 1초라도 늦었으면 벌써...”


카르토는 말하던 중 수민과 눈이 마주치고, 말을 흐리다가 더 말을 못 한다.


“괜찮아. 내 걱정은 마. 내 개인적인 일이니까.”


수민도 가슴 속이 끓어오르고 얼굴이 떨리려는 것을 겨우 참으며 말한다.


“그런데... 여기는... 여기는 어디야?”


카르토는 말 대신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댄다. 수민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주위가 조용한 것을 확인하자, 카림이 소리를 죽여 말한다.


“잘 들어. 이제부터...”


카림이 막 말을 시작하려는 바로 그때.


갑자기,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흐흐흐, 다들 여기 있었군그래.”


“네놈, 어째서...”


“내가 안 말해 줬나? 나는 공간을 접을 수 있다고 했을 텐데.”


“이... 이 자식...”


수민은 앞이 깜깜해진다. 이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니... 대체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저 자에게 한 방이라도 먹일 수 있단 말인가?


“저, 카림 씨,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나는 십수 년 전 저 자와 만나 본 적이 있어서 잘 알아. 나는 좀 세월이 지나면 저 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생길 줄 알았어.”


카림은 약간의 울먹임이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말이야... 저 자는 더욱 강해졌어. 주경 씨도 저 자한테 죽었고... 지금의 우리로써는 어떻게 상대할 방법도 생각이 안 나.”


“그럼, 저 자를 저렇게 놔두자는 말입니까?”


미터마이어가 카림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만약 저대로 놔둔다면, 저 자는 마침내 재앙이 되고 말 겁니다!”


“흐흐흐... 네놈이 하나 잘 지적했군.”


남자는 미터마이어를 똑바로 보고 말한다. 순간 미터마이어는 불로 자신의 피부를 태워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살의, 이 초월적인 기운!


“너희 중에 어떤 놈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농축된 베라네 용기들을 갖고 도망가도 나는 상관없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또 모으면 되거든. 전에는 수백 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수십 년도 안 걸릴 거다. 나의 베라네 정제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거든. 바로 너희 눈에 보이는 저곳 말이지. 흐흐흐...”


남자는 뒤에 있는 저장고와 정제 공장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마치 자신이 이미 슈퍼 베라네를 얻고 신이 된 것처럼, 그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있다. 하지만 그 눈은, 동시에 수민 일행을 향한 살기를 가득 품고 있다. 수민은 말을 잇지 못한다. 저렇게 모순된 얼굴을 하고 있다니... 남자의 얼굴은 그래서 더 섬뜩해 보인다.


“자! 슬슬 너희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다.”


남자는, 다시 폭발적인 에너지를 온몸에서 분출하기 시작한다. 수민은 순간 뜨겁다고 생각한다. 마치 주변이 끓어오르는 것만 같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그러면, 이제...”


그때, 미터마이어가 전화를 받아든다.


“여보세요... 어? 뭐야? 반대쪽이라고?”


미터마이어는 사색이 된 얼굴로 전화를 받고 있다.


“발레리! 조셉! 거기 잘 지키고 있어. 내가 지금 그리로 갈 테니!”


“훗, 그렇게 됐군.”


남자는 비웃는 얼굴로 미터마이어를 보며 말한다. 미터마이어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이다.


“먼저 그쪽부터 처리하고 와 주지.”


남자는 순식간에 팟 하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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