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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194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10.16 08:0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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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9화 - 비밀의 정원

DUMMY

카르토가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한 그 다음날. 수민 일행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호텔 지하 카페에 모여 아침식사를 했다. 역시 호텔인지라, 제공되는 식사 역시 이전에 먹었던 식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맛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수민 일행은, 오늘은 별일 없이 무사히 지나갈 거라는 괜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간만에 술타나 도심에 있는 쇼핑몰 ‘플로라’에 가서 쇼핑이나 하고 가기로 했다. 그 정도로, 모든 걸 잠시 잊어버리고 싶었다. 카르토가 1212호실에 돌아왔을 때, 결박을 모조리 풀어 버린 채 도망간 이반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오랜만에 대도시의 번화가에서 사람 구경을 많이 하니 괜찮았다. 그 안에 세관 단속반이 섞여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잠깐 들기는 했지만, 수민 일행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구경거리들이 그런 일말의 불안감을 마치 지우개처럼 지워 없애 주었다. 형형색색 다채로운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시작해서, 가게에 진열된 가지각색의 의상과 장신구들, 화장품 가게의 향긋한 냄새, 그리고 군데군데 있는 식당에서 풍겨 나오는 식욕을 돋우는 냄새까지. 모든 게 좋았다. 모든 게 괜찮았다... ‘그 사건’ 전까지는.




오전 11시 30분쯤. 수민 일행은 플로라 3층의 식당가를 배회하고 있다. 오전 10시쯤에 여기 도착해서 1시간 반 넘게 돌아다니다 보니 점점 출출해졌다. 마침 여기저기 돌다가 3층으로 올라가는데, 3층에 다다르기도 전에, 마치 최고급 레스토랑의 한가운데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하고 진한 풍미가 일행의 코와 입을 사로잡았다. 입에 바로 군침이 돌 정도였다. 그 정도로 뭔가를 먹고 싶었다.


“오늘은 저기 보이는 퓨전 레스토랑 어떠냐?”


“아니아니, 거기 말고, 반대쪽은 어때?”


“글쎄. 너희들 결정이 너무 빠른 거 아냐? 조금만 보자고.”


다들 그렇게는 말하고는 있지만, 출출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아까 쇼핑몰을 구경할 때의 즐거움보다도, 지금의 배고픔을 채우겠다는 욕구가 더 먼저다. 배고픔에 허덕인 채로 얼마나 헤맸을까. 드디어 호렌이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킨다.


“저기... 저기 ‘시푸드 팰리스’라고 있지?”


“어디?”


수민과 카르토가 호렌이 가리킨 곳을 바라본다. 눈이 5개 달리고 입에 집게가 달린 생물이 장식된 간판이 보인다. 아마도 탄돌로 행성만의 바다 생물인 듯하다. 순간 수민과 카르토, 아이샤 모두, 저 생물로 만든 요리는 어떤 요리인지 궁금증이 치밀어오른다.


“그... 그래! 저기 가자!”


시푸드 팰리스에 들어가니, 아직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다. 아까 그 5개 눈의 생물의 이름은 ‘펜토큘로’인데, 이 식당의 간판 메뉴 중 하나라고 들었다. 네 명 모두 펜토큘로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가격은 3만 리라. 그 정도면 나쁘지는 않은 가격이다.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바깥 구경에, 게임에, 아니면 인터넷에 빠져들기를 약 5분쯤.


“잠깐...”


호렌이 별안간 테이블을 둘러보더니 말한다.


“메스키타... 메스키타는 어디 갔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수민과 카르토가 당황해서 두리번거린다. 과연, 수민 옆에 앉아 있던 아이샤가 또 안 보인다! 조금 전만 해도 있었는데...


“또 시작이다, 이 녀석, 정말!”


호렌은 또다시, 그저께처럼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인다. 순간 레스토랑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호렌을 쳐다보자, 호렌은 황급히 눈치를 보며 다시 원래의 창백한 얼굴색으로 돌아간다.




한편 그 시간. 아이샤는 머리를 흔든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한다. 자신이 별안간 이상한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5초 전만 해도 분명 시푸드 팰리스에 있었을 텐데... 주위를 돌아본다. 장미, 국화, 백합을 비롯한 수백 가지의 꽃들이 심어진, 마치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정원이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어서 오라, 나의 정원에.”


웬 남자의 미성이 들린다. 마치 동화에서 나오는 왕자 같다. 잠시 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이샤 앞에 나타난다. 검은 머리를 오른쪽으로 빗어 넘긴,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청년이다. 이럴 수가... 이런 미청년이 실제로 앞에 나타날 수가! 믿을 수가 없다.


“당신은 분명, 아이샤 메스키타.”


“아... 어떻게 제 이름을...”


그런데 이상하다. 경계심보다는, 평온함이 먼저 든다. 아이샤는 위험하다는 직감이 든다. 그러나 남자가 주는 따뜻한 인상이, 그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을 모조리 덮어 버릴 정도다... 위험하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돈다!

EP19.png

한편, 정원 한구석에서는 정장을 입은 금발의 미청년 한 명이 벤치에 앉아서 AI폰을 보고 있다.


“이상하군. 이 여자, 왜 이렇게 정보가 불확실한 게 많지? 이름, 나이, 사는 곳밖에 없고 말이야. 뭔가 너무 수수께끼투성이야. 도대체 정체가 뭐지, 이 여자는?”


금발의 미청년은 혼자 중얼거린다.


“알 수 있는 건 이름과 나이뿐이고... 그 외에 모든 것은 알 수 없군. 이 정도로까지 꽁꽁 숨기다니...”


금발의 미청년은 정원 한가운데 있는 검은 머리의 미청년과 아이샤를 본 다음,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일어선다.


“하지만, 내 질문 앞에서는, 무의식에 숨겨 왔던 것들을 이야기하게 돼. 무의식 속에 숨겨 놓은 진실을 이야기할수록, 점점 저항할 수가 없게 되고, 마침내 꽁꽁 숨긴 진실까지 이야기하게 된다. 마침, 이 공간은 그런 심문에 특화된 공간이지. 자! 그러면 심문을 시작하러 가 보실까.”


금발의 미청년이 아이샤에게 다가가는데, 검은 머리의 미청년과 눈이 마주친다.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은 두 사람의 눈은 마치 자신들이 이미 승리를 거머쥔 듯, 확신에 가득 차 있다. 검은 머리의 미청년은 다시 아이샤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입을 연다.


“아이샤 메스키타님이 맞으시죠.”


“네.”


느껴진다. 이 목소리는 분명 진실이다. 진실의 파동이다... 그는 그렇게 확신한다. 그의 눈에, 얼핏 아이샤의 눈이 조금 풀린 게 보인다. 그는 미소를 짓는다. 성공이다! 금발의 미청년은 다시 묻는다.


“나이는 27세. 출신은 아테나 행성의 스피어 시티. 2남 2녀 중 첫째. 맞지요?”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질문일 뿐이다. 그러나 이 금발의 미청년은 읽을 수 있다. 무의식 속에 내포된 ‘답’을. 그리고 유도할 수 있다. 그가 원하는 ‘답’을.


“네... 네! 그런데, 어떻게 아셨죠?”


“마음속으로 다 알게 되는 법이랍니다.”


아이샤는 많이 놀란 눈을 하면서도, 동시에 조금씩 긴장되었던 얼굴이 풀려 가고 있다. 금발의 미청년은 확신한다. 이것은 작전이 주효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진실’이라는 의미의 고른 파동까지! 승리는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저, 그런데 실례지만...”


아이샤가 묻는다. 금발의 미청년과 검은 머리의 미청년은 얼굴에 화색까지 돌 정도로 듬뿍 웃음을 짓는다.


“혹시 두 분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세바스찬이라고 합니다.”


먼저 검은 머리의 미청년이 입을 연다.


“앞으로 아이샤 님과 함께 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


아이샤는 말이 없다. 가만히 보고 있던 금발의 미청년이 세바스찬을 툭툭 치며 옆으로 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아이샤에게 공손히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무례하게도 인사에 앞서 이름을 여쭈었기에 사과드립니다.”


“......”


아이샤는 또 말이 없다.


“제 이름은, 해리라고 합니다. 저와 함께하시면 아이샤 님의 활짝 펼친 앞날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만... 혹시... 두 분은... 어디서...”


“하나만 물어 봐도 될까요?”


아이샤가 뭔가 물어보려 하자, 해리는 아이샤의 말을 가로막는다.


“네... 물어 보시죠...”


“좋습니다. 1년 전까지는, 무역회사에 근무하고 계셨죠? 그리고 거기서는 분명, 희귀자원 운송에 관한 업무를 맡고 계셨죠.”


“네.”


좋다... 이번에도 고른 파동이다! 동시에 아이샤의 눈이 점점 더 풀려 가고 있다... 해리는 다시 한번 승리를 확신한다. 뭔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진행이 너무 빨리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제대로 먹혀든 것 아닌가! 그리고 이제 점점 더 확연하게 보인다... 아이샤의 답이! 해리는 확신한다. 이제 바로 답을 얻을 시간이다!


“일행이 베라네를 운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리는 최대한 공손한 어투로, 아이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아이샤는 행복해하는 얼굴이다. 좋다! 이것이다! 그토록 원해 오던 순간이다!


“아이샤 님에게 베라네 운반을 의뢰한 의뢰인이 누군지, 그리고 베라네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게...”


아이샤는 대답을 망설인다. 해리는 더욱 공손하게 말한다.


“왜 답을 망설이는 거죠? 답을 주시면 부와 명예, 미래를 약속...”


“말할 것 같았냐!”


갑자기 아이샤가 소리를 내지르며 해리의 가슴을 발로 차 넘어뜨린다. 별안간 땅바닥에 넘어진 해리는 일순간 벌어진 이 상황이 아직도 안 믿기는 듯, 아이샤와 세바스찬을 번갈아 본다. 세바스찬 역시 넋이 나간 눈으로 바라만 볼 뿐이다.


“그래, 확실히 네 능력은 무의식을 파고 들어가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어. 그런데 말이야, 내 무의식 속에 있던 게 전부 거짓이라는 건 눈치를 못 챈 모양이지?”


아이샤는 해리에 이어 세바스찬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그리고 당신. 훌륭한 곳을 만들어 줘서 고마워. 덕분에 잠시나마 소녀 감성으로 돌아갔지 뭐야.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면 당신 능력도 아무 쓸모가 없나 보군. 이제 원래대로 돌려놓으시지.”


“천만에! 우리가 그럴 줄 알고?”


세바스찬이 주먹을 쥐며 공격 태세를 취하고, 해리 역시 뒤따라 일어난다.


“여자 1명이 남자 2명의 공격을 당해낼지 보자! 받아라!”


세바스찬과 해리가 주먹을 쥐고 달려듦에도, 아이샤는 태연히 말한다.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세바스찬과 해리가 아이샤에게 닿기 전, 뭔가가 바닥 아래쪽에서 발을 잡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빨려 들어간다! 바닥으로! 아니 아이샤의 그림자로! 세바스찬과 해리가 빨려 들어가자마자, 정원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한 주변 풍경은, 이윽고 시푸드 팰리스 옆의 화장실로 변한다.




“후... 돌아왔네. 어디, 시간은...”


아이샤가 시계를 보니, 11시 52분. 이상한 정원으로 빨려들어가기 전으로부터 1분밖에 되지 않았다. 도구실에 두 사람을 묶어 놓고, 그 길로 바로 테이블로 돌아온다.


“어? 웬일이야. 왔잖아.”


아이샤를 보더니, 호렌이 심드렁한 얼굴을 하며 말한다.


“난 또 도망가서 아주 안 오나 했네.”


“아니, 나는 지금...”


아이샤가 뭐라고 말해 보려고 하는데, 수민이 말을 끊는다.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어떡해. 아무리 메뉴가 뭔지 궁금해도 그러면 안 되지.”


“아니, 그게 아니고...”


“뭐 하고 있어? 빨리 앉아! 식사 곧 온다고!”


카르토 역시 수민을 거든다. 아이샤는 한숨을 쉬며 허탈한 얼굴로 테이블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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