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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09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11.30 08:00
조회
32
추천
1
글자
11쪽

30화 - 얄궂은 운명

DUMMY

“왜 하필이면 이 때에... 왜 하필이면 이런 때에!”


남자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발을 구르는가 하면, 주먹으로 벽을 쿵쿵 친다. 그가 주먹으로 치고 발로 구르는 벽과 바닥은 금이 가고 내려앉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는 끊임없이 소리지른다.


“훔친 놈들에게 저주를 내리리라... 극한의 고통으로 불타 죽는 저주를 내릴 것이다!”


수민은 엎드린 채로 주위를 한 번 살핀다. 주경의 입에서 피를 토하는 것은 이제 좀 잦아드는 듯하지만,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며, 뭔가를 찾아 손을 더듬고 있다. 수민은 재빨리 주경의 옆으로 간다.


“삼촌, 제가 업어 드릴 테니...”


“나는... 나는 틀렸다니까! 너는 네 앞가림이나 잘... 해야...”


“저, 그래도... 저 때문에...”


“너... 너 때문에 여기 온 게 아니라니까!”


주경은 눈앞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수민을 돌아보며 정색하고 말한다.


“자... 잘 들어라. 나는 네 아버지를 죽인 게 누군지, 정황상으로는 파악하고 있었어. 단지... 단지 결정적인 확신이 없었을 뿐이지. 이제는... 이제는 알았으니 됐어...”


“하지만...”


“살길을 찾아라, 수민아! 앞을 밝히고, 길을 여는 거다...”


수민은 다시 가만히 본다. 여전히 남자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다. 다시 본다. 호렌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카림 옆에 쓰러져 있었을 텐데... 그것보다도, 지금이다! 지금 쓰러뜨리지 않으면... 수민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뒷걸음질 친 다음, 발을 앞으로 내밀고 그대로 바닥에 미끄러진다. 지금이다! 지금이 기회다... 저 남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려야 한다!


“멍청한 녀석.”


바로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확 바뀐다. 순간 수민은 묘한 에너지가 자신에게 둘러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갑자기 몸이 붕 뜨는가 싶더니... 두 번이나 수민의 몸이 휙휙 뒤집힌다. 눈이 핑핑 돌아간다... 그것도 잠시, 쿵-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수민의 온몸에 격통이 전해져 온다. 수민의 몸뚱이가 땅바닥에 메다 꽂힌 것이다.


“으... 으윽...”


“내가 설마 그런 것도 모를 줄 알고? 네 녀석은 분명히 내가 한눈을 판 사이에 그 빈틈을 노리려 했겠지. 하지만 소용없다. 다 간파하고 있거든.”


남자는 다시 수민에게 다가온다.


“농축된 베라네 용기들을 훔쳐간 녀석들을 찾기 전에, 우선 네놈부터 죽이고 가야겠군. 후환을 없애야 하니 말이야.”


남자는 쓰러진 수민의 손을 다시 한번 꽉 밟는다. 마치 공장 프레스로 누르는 듯한 격통이, 수민의 손에 전해져 온다. 수민의 눈에 얼핏 보인다. 그 남자가 주먹 쥔 손을 수민의 머리 위로 높이 들고 있는 모습이.


“그럼 이제 정말로 끝이다, 김수민. 주제넘게 덤빈 놈에게 합당한 처분은, 이것이다!”


수민은 눈을 질끈 감는다. 이미 여기저기 몸이 쑤셔오는 데다가, 손은 남자에게 밟혀 움직일 수도 없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피해 왔다고 해도, 이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이 운명인 듯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민은 가만히 눈을 떠 본다. 그런데, 남자는 전혀 미동도 하고 있지 않다. 손은 가만히 든 채로. 얼굴 역시 일그러진 채, 뒤쪽을 노려다 보고 있다.


“네 녀석... 감히 이런 짓을...”


그가 노려다보는 사람은, 벽 한구석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미터마이어다. 미터마이어는, 수민을 똑바로 보고 있다... 그 순간 생각난다. 며칠 전에 겪었던 미터마이어의 그 능력. 그때는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은 순간이었지만, 지금은... 분명 똑같은 능력인데...


“어서 거기서 피해요, 김수민 씨!”


미터마이어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수민을 향해 소리 지른다.


“어서 일어나란 말이에요!”


수민은 일어선다. 남자는 금세 주먹을 다시 내리고, 수민과 미터마이어를 번갈아 노려보고 있다. 미터마이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남자가, 천천히 미터마이어를 돌아본다.


“겨우 이따위 능력으로 나를 멈춰 세울 수 있을 줄 알았나?”


“아... 아...”


“우선 너부터 입을 다물어 줘야겠군!”


남자는 미터마이어를 한번 노려본다. 수민의 눈에 또다시 남자의 손의 묘한 움직임이 보인다... 그때, 수민은 온 정신을 한 점에 집중한다...


“으... 이 자식...”


충격음 대신, 남자의 앓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오른손이 그의 목을 조르려고 하고 있고, 그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목에서 떼 내려고 애쓰고 있다. 수민은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봐, 미터마이어!”


수민은 남자 뒤편에 있는 미터마이어에게 다가가 말한다.


“당신은 본래 일에나 충실할 것이지 왜 우리 같은 사람들을 돕고 그러는 거야?”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이고, 또 저는 이게 옳다고 생각해서 하는 건데, 별다른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EP30.jpg

미터마이어는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물론 이 상황에서 벗어나면, 당신 같은 자들을 또 잡으러 다닐 겁니다.”


“당신 말이야...당신은 정말 뭔가 달라.”


수민은 미터마이어를 똑바로 보고 말한다.


“당신 후배들이 왜 당신을 믿고 따르는지 알겠어.”


“서로 믿으니까요.”


수민은 미터마이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남자를 본다. 그런데... 남자는 자신의 목에 쥐어진 오른손을 다시 풀고 있다. 그것도 매우 간단히! 저렇게 간단히 풀릴 리가 없을 텐데...


“다들 어서 도망가!”


수민은 뒤에 쓰러져 있는 일행을 급히 돌아보며 소리 지른다.


“저 녀석이 또다시 날뛰기 전에!”


“넌 어떡하고?”


카르토가 다급하게 묻는다.


“너희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때까지 시간을 벌 거야.”


“가뜩이나 호렌하고 아이샤도 어디 갔는지도 모르는데, 너까지 이러면 어떡하자는 거야?”

“빨리 다른 사람들 데리고 가기나 해!”


수민은 뒤를 돌아본다. 남자는 오른손을 목에서 풀어내려 부단히 애쓰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풀지는 못하고 있다.


“수민 군, 자네까지 자네 아버지나 삼촌처럼 되면 어쩌려고 그러나?”


카림이 걱정스럽게 말한다.


“차라리 내가 했으면 했지, 자네를 놔두고 갈 수는 없어.”


“제 걱정은 마시고, 다들 얼른 가세요.”


카르토와 카림은 말없이 걱정스럽게 수민과 쓰러져 있는 주경을 번갈아 본다.


“삼촌도 무사히 모시고 갈 테니까요.”


“알았어...”


카르토가 마지못해 말한다.


“내가 이걸 열어 둘 테니, 최대한 빨리 넘어와야 해. 알았지?”


“그래.”


수민의 눈에, 남자가 오른손을 목에서 완전히 푼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뒤를 돌아본다. 미터마이어는 사람들을 따라 암청색 공간으로 들어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미터마이어, 당신도 가! 어서!”


“천만에요, 당신을 놔두고 어떻게 갑니까? 차라리 저 혼자 남거나 둘 다 남을지언정 당신 혼자 남겨 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수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아직 가지 않고 서 있는 미터마이어, 그리고 손을 완전히 목에서 푼 다음 다가오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 본다...




“다들, 그럴 필요 없네.”


수민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수민의 뒤쪽에서 들린다. 힘은 빠진 듯하지만 여전히 기력을 잃지 않은 그 목소리가. 돌아보니, 주경이 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 수민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하다.


“사... 삼촌, 그건...”


“아이샤가 이걸 흘리고 간 것 같더구나.”


수민의 놀라움이 가득 섞인 얼굴을 보고도, 주경은 태연히 말한다. 주경의 손에 들린 건, 바로 수류탄 다발이다. 거기에, 수류탄 다발 사이에 있는 네모난 건 폭발의 범위와 위력을 확산시켜 주는 ‘증폭탄’이다...


“삼촌, 이게 도대체...”


“나는 어차피 곧 죽으니까 상관없다. 하지만 너는 앞으로도 살 날도 많고, 아직 이런저런 일을 펼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저 녀석을 저승길에 끌고 갈 수 있으니까, 이건 이것대로 좋은 거지...!”


주경은 수민을 보며 엷게 미소짓는다.


“안돼요, 안돼요, 삼촌!”


수민은 그 순간 묘한 기척을 느낀다. 남자의 손이, 또다시...


“수민 씨, 위험해요!”


또다시, 미터마이어가 소리 지른다. 뒤를 돌아본다.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또다시 굳어 있다... 마치 그 자리에서 얼어 버린 것처럼.


“오래 못 갈 거예요.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해요.”


“삼촌, 빨리요.”


수민의 말에 주경은 웃기만 할 뿐.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의 눈빛이 조금씩 흐려져 간다.


“지금 벗어나야...”


“만약 여기를 무사히 벗어나거든, 사촌들에게 전해라. 아빠가 사랑한다고 말이야.”


“그건 안돼요!”


수민이 울먹이며 말한다.


“빨리요, 삼촌, 같이 가야 하는데...”


“변한 게 없구나, 너는. 삼촌 말은 하나도 안 듣고 말이야.”


주경은 수민을 보고 다시 한번 웃어 보인다. ‘팅’ 하는 금속성의 소리가 들린다. 또다시, 묘하고 불길한 예감이 든다. 돌아보니, 어느새 남자가 수민의 바로 뒤에 서서, 다시 손을 들고 수민을 노리고 있다!


“흐흐흐, 너도 네 삼촌과 같은 꼴로 만들어 줄 테니...”


남자는 수민을 확실히 처리하기 위해 한 발을 더 내딛으려 하나, 안 된다... 뭔가가 그를 꽉 붙들고 있다. 아래쪽에서.


“놓아라... 이 자식... 놓지 않으면...”


“안 되지.”


남자의 다리를 붙들고 있는 건, 주경이다.


“여기가 너와 나의 무덤이 될 테니까.”


동시에 ‘철컥’하는 소리가 주경의 왼손에서 들린다. 멀뚱멀뚱 서 있는 수민을, 암청색 공간 안에 들어와 있던 미터마이어가 뒤에서 잡아끈다. 수민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다. 주경이 자신을 향해 웃는 모습이.




지상의 착륙장. 남자의 말대로, 얼리버드 호와 세관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수민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울음이 나오려고만 한다. 여기 가네샤 행성에 와서, 많은 것을 잃었다. 삼촌, 동료들, 얼리버드 호까지. 앞이 막막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과연 탈출구란 건 있기나 한 걸까...


“왜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수민은 뒤를 돌아본다. 카르토와 카림이다.


“우주선 신호가 들어와. 이 근처야.”


“어... 진짜야?”


“맞아. 얼리버드 호나 세관선은 아닌데, 방금 신호가...”


얼리버드 호나 세관선은 아니라고? 그럼 뭘까? 바로 그때, 카르토는 뭔가 위험한 것을 직감한다.


“피해!”


수민은 재빨리 엎드린다. 순간, 뭔가가 수민의 머리 위를 휭- 하고 지나간다! 수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뭐였지? 방금 그건...


“흐흐흐... 용케도 피했군.”


그다! 또다시 그 남자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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