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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18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11.20 22:00
조회
27
추천
1
글자
11쪽

27화 - 한 목적지, 다른 목표

DUMMY

약 30분 후, 가네샤 행성. 얼리버드 호가 착륙한 곳은, 가네샤 행성 북반구 저위도다. 수민이 홀로그램 화면을 보니, 현재 이곳은 한밤중이다. 또한, 주변은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공업지대 같은 곳으로, 근처에는 용암 지대도 있다.


“파디샤라는 자, 프로그래밍을 잘못 해 준 거 아니야?”


카르토가 수민의 옆에서 홀로그램에 표시된 정보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한다.

“설마 이런 데서 접선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야. 오히려 파디샤다운 선택이야.”


수민이 카르토를 돌아보며 말한다.


“비밀이 확실히 보장되기를 원한다면, 나라도 이런 곳에서 접선할 거야. 사막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으니까.”


“자, 이제 내리자.”


주경의 말에 일행은 모두 열려 있는 출입문으로 향한다. 수민이 가장 먼저 내리고, 뒤이어 카르토, 호렌, 아이샤가 내리고, 마지막으로 주경과 카림이 내린다. 주변은 한밤중이라 온통 시커멓다. 일행은 모두 주위를 돌아본다. 과연, 사막 한가운데 조명이 켜진 거대한 저장 탱크가 보이고, 정제 시설로 보이는 공장도 하나 보인다.




“파디샤로부터 메일이 하나 왔어.”


수민이 얼리버드 호에서 내리면서 AI폰을 보며 말한다.


“이제 우리가 착륙한 곳에서 베라네 하역 작업을 하고 있으면, 직접 와서 확인 후 대금을 지불하겠다는군.”


“드디어 그 자를 직접 보겠군.”


호렌은 긴장과 흥분을 섞어 말한다.


“이제 그 귀하신 얼굴을 직접 좀 보자고.”


수민은 화물칸 쪽으로 가 본다. 로봇들이 베라네가 담긴 용기들을 얼리버드 호에서 내리고 있다. 작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다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본다. 하지만 주위에는 수민의 일행 외에는, 어떤 사람도, 아니 심지어 돌아다니는 생물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물건 같은 것조차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수민 일행의 주변은, 오로지 포장이 된 바닥뿐이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이지?”


아이샤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말한다.


“아무리 찾아봐도, 정보가 전혀 안 나오는데...”


“예감이 좋지 않은데. 뭐지, 도대체 여기는?”


수민 역시, 목소리에 불안감이 조금씩 묻어 나오기 시작한다.


“수민아, 삼촌은 분명히 말했다. 며칠 전에도.”


주경은 수민의 어깨를 짚으며 말한다.


“설령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 안전은 네가 지켜야 한다. 이것은 너의 선택이기 때문이야. 알겠니?”


“네... 네.”


수민은 무겁게 대답한다.

EP27.jpg

어느덧 10여분 후. 로봇들이 하역 작업을 모두 끝내고 얼리버드 호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제, 땅 아래에서 스며나온 듯한 음산함이 점점 일행의 온몸을 휘감아 간다. 마치 가시거리가 1m도 안 되는 안개에 갇힌 것만 같다. 착륙장과 정제시설에는 희미하게나마 조명이 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기척도 없다. 파디샤로부터는. 하물며 메시지 같은 것도 전혀 오지 않았다.


“하역작업을 다 마쳤는데도, 그 자는 오지 않는군.”


카르토가 불안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말한다.


“분명,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그러게. 도대체 언제 온다는 거지?”


호렌과 아이샤 역시 초조함을 얼굴에 내비친다.


“전에 필레스토 론도와 직접 대면했을 때도, 딱 이런 분위기였어. 한밤중, 무엇인지 모를 거대한 시설, 그리고 좀처럼 나타나지 않은 그 태도까지.”


카림은 주변 사람들이 흔들리는 모습에도, 태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왜 내가 ‘세상에 나와 내 동료들밖에 없는 느낌’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나?”


“네... 알 것 같아요.”


수민은 애써 힘을 주어 대답한다.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파디샤가 누군지 알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니까요.”


“그런가? 나는 대충 감이 오는 것 같은데.”


카림은 눈을 번득이며 말한다.


“그래도, 나는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고 싶군. 그 파디샤라는 자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말이야.”


“맞아요. 온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정도로 고립된 느낌은...”


호렌이 뭔가 말을 꺼내려는 바로 그때.




“당신들만 있는 건 아니지요.”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 그러나 수민의 일행은 아닌 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주경과 카림은 직감한다. 이건 분명히, 그 자일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만한 목소리라고 하면, 틀림없이...


“당신이 누군지 다 안다. 빨리 모습을 드러내라.”


주경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말한다.


“호, 그러면 드러내 주지요.”


이번에는 처음 들린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다.


“하지만, 저는 당신들이 기다리는 그 사람은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수민은 깨닫는다. 수민은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라보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 확실하다. 그 목소리는... 이제 수민의 바로 뒤에서 들린다!


“다... 당신은!”


“오랜만입니다, 김수민 씨.”


수민 바로 앞에 선 그는 바로, 미터마이어. 그 뒤로 후배 직원 2명이 따르고 있다.


“라보에서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부터 꼭 다시 만나고 싶었지요.”


미터마이어는 차분하게 수민, 카르토, 호렌을 돌아보며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요.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미터마이어가 태연히 말하자, 수민은 오히려 목소리가 높아진다.


“당신 말이야! 어떻게 여기를 알고 온 거지? 어떻게?”


“저희가 오는 방법이야 다 있습니다.”


미터마이어는 수민의 어깨에 손을 짚으며 말한다. 순간 수민의 온몸에 며칠 전의 그 기분 나쁜 느낌이 다시 드는 것만 같다.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때의, 그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꽤나 큰 거래를 하고 계시더군요. 정황은 전부터 포착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갔을 때는,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지요. 물론 당신들의 능력으로 그때그때 숨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당신 말이야.”


이번에는 주경이 미터마이어를 보며 말한다.


“어떻게 우리가 밀수업을 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거지? 얼리버드 호는 분명, 연구선으로 등록되어 있을 텐데.”


미터마이어는 주경과 수민을 한번씩 돌아보고는, 주경을 다시 돌아보고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당신이 김주경 씨로군요. 얼리버드 호의 주인, 맞지요?”


“맞습니다만.”


“바로 대답해 주시는군요. 발뺌하거나 할 줄 알았는데.”


“발뺌하거나 할 게 있겠습니까? 내 앞으로 등록된 우주선인데.”


“그러면 왜 연구선에서 밀수품이 나오는지 설명해 보시죠.”


미터마이어가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때, 수민, 주경을 비롯한 모두가 알아차린다. 얼리버드 호 바로 뒤쪽, 베라네 용기를 하역한 곳에는, 낮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조명이 환히 비추고 있다. 그것도 무대 조명 같은 조명이 들어와 있다!


“자, 물증도 충분히 확보되었고, 밀수 및 밀거래 현장도 완벽히 포착되었습니다.”


미터마이어는 며칠 동안 먹잇감을 쫓고 쫓아 마침내 먹이를 움켜쥔 맹수처럼, 수민과 주경을 비롯한 일행을 돌아보며 말한다.


“여러분은 현 시간부로 밀수 현행범으로 적발되었습니다.”


“......”


수민은 혈전에서 진 패장처럼 침통함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고 있다. 옆의 호렌 또한 마찬가지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마치 그동안 살아온 모든 것을 적은 노트에, 검은 잉크로 먹칠을 해 버린 것만 같다. 생각 같아서는 여기서 도망치고 싶다. 스르륵 사라져 버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지금 수민 앞에 선 미터마이어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는, 수민도 잘 알고 있으니까.


“모두, 여섯 명이었죠.”


미터마이어 뒤에 서 있던 발레리가 미터마이어 옆에 서며 말한다.


“먼저... 김수민 씨, 그리고 김주경 씨였죠.”


한명 한명 돌아보며 확인하던 발레리는, 주경 앞을 지나간 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어, 선배님, 잠깐만요.”


“왜 그래, 발레리? 뭐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그게... 여기 왜 여섯 명이 아니고, 다섯 명이죠?”


다섯 명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수민은 순간 귀를 의심한다. 그건 그렇고, 사라졌다면 누가 사라졌다는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 여섯 명이었어.”


“보세요. 다섯 명밖에 없다고요.”


“그래? 대체 누가 없어진 거야?”


미터마이어의 당혹감 섞인 목소리를 듣자 수민 역시 머리가 점점 복잡해진다. 이런 데서 없어진다는 건, 카르토 아니면 아이샤의 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할 텐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란 말인가?


“선배님. 그 여자가 안 보이는데요.”


여자? 여자라고 하면 아이샤밖에 없지 않은가?


“뭐야, 아이샤가 없어진 거야?”


카르토가 조금은 놀라움을 표하며 말한다.


“왜 또 없어진 거야. 설마 여기까지 왔는데, 이 시점에서 발을 빼겠다고?”


“놔둬. 그렇게 또 어디 나가 있다가 시간 지나면 돌아오곤 하잖아. 크게 신경 쓸 건 없어.”


호렌은 태연히 말한다.


“왜 그렇게 말하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자네 동료였잖나.”


“맞아. 어디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주경과 카림의 말에도, 호렌은 표정의 변화가 없다.


“보라고요. 저 여자는, 좀 지나면, 자기 딴에는 깜짝 파티라도 하는 것처럼 다시 나타날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호렌 역시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점점 어두운 터널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들어가는 것만 같다. 거기에다가, 들고 있는 등불조차도 점점 꺼져 가는 듯한 이 불길한 느낌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 저건 뭐지?”


그때, 카르토가 착륙장 한쪽 구석에 있는, 조명 바깥에 있는 거무스름한 뭔가를 가리키며 말한다.


“분명, 이 착륙장에는 우리와 세관 단속반, 얼리버드 호, 세관선, 베라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거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십시오!”


미터마이어는 발걸음을 옮기려는 카르토를 향해 소리를 내지른다.


“당신들은 영 안 믿어지는군요.”


미터마이어가 수민과 카르토를 번갈아 노려보며 말한다.


“발레리, 조셉, 가서 살펴봐. 이 자들이 말하는 그 무언가가 뭔지. 혹시 이 자들의 거래 수법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눈속임일 수도 있고, 혹시 이 자들의 의뢰인이 변장한 걸 수도 있으니까.”


“네, 주임님.”


발레리와 조셉은 카르토가 가리킨 쪽으로 가 본다. 그러나 그곳에 다다른 순간, 발레리와 조셉은 무엇을 봤는지, 소스라치게 놀라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주... 주임님...”


“왜 그래?”


“오셔야... 오셔야 될 것 같아요.”


미터마이어는 발레리와 조셉이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저... 저건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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