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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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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401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10.30 08:00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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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23화 - 일보 앞

DUMMY

23화 - 일보 앞


“누구냐! 이런 수작을 부리는 네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손자국이 있다... 이건 한 명밖에 없다!


“이반이랬지... 내가 모를 줄 알고?”


“흐흐흐... 알면 뭐 하나. 어차피 대세는 흐르는 강물과 같은 법이야. 로렌과 브라운은 우리 손에 죽게 되어 있어.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호렌의 뒤에서 들려오는 이반의 목소리는, 그렇게 서늘할 수 없다. 마치 빙하로 덮인 얼음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만 같은, 그런 한기다.


“내가 네놈을 그렇게 놔둘 것 같으냐?”


호렌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그것은 바로 생수통. 바로 뒤쪽을 향해 홱 돌아서며, 들고 있는 물을 확 뿌린다. 물은 바로 바닥에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이상하게 공중에 그대로 묻은 부분이 보인다...


“거기 있었군!”


호렌은 있는 힘껏 그쪽을 향해 돌아차기를 한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뭔가가 쿵 하고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호렌은 그 뭔가가 부딪힌 쪽을 향해 돌아보며 말한다.


“네 슈트는 이제 너를 숨겨 주지 못해. 알겠나?”


호렌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2층으로 냅다 달려간다.




“어디 우리의 입을 열어 보라고.”


카르토가 근육질의 남성을 노려보며 말한다.


“우리를 죽이는 게 더 쉬울 테니.”


“그 입, 닥치는 게 좋을 겁니다!”


근육질의 남성이 카르토가 땅바닥에 짚은 손을 세게 걷어찬다. 순간 암청색의 공간으로 떨어질 뻔한 카르토는 더욱 눈을 부라리며 근육질의 남성을 노려본다.


“이거, 안 되겠군요. 당신들에게는 특별한 수가 필요하겠습니다.”


근육질의 남자는 옆에 선 야마모토에게 눈짓을 준다. 야마모토가 성문을 향해 손짓하며 누군가를 나오게 한다. 잠시 후 성문에서 나오는 그는 다름아닌, 그 금발의 미청년.


그를 보자마자, 수민과 카르토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그리고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눈빛을. 금발의 미청년이 얼굴 가득 온화한 웃음을 띠며, 수민과 카르토를 바로 보고 다가온다.


“김수민 씨, 카르토 라겐 라스 씨였지요.”


“맞는데, 무슨 일이쇼?”


수민이 금발의 미청년을 향해 비꼬듯 되묻는다.


“금방 끝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순간, 수민과 카르토의 긴장했던 눈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마치 어머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이 들려는 어린아이처럼, 속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 꽉 깨물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오, 부질없는 시도입니다.”


금발의 미청년은 바닥에 손을 짚고서 악을 쓰고 있는 카르토의 이마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순간, 카르토의 머릿속이 맑아진다. 마치 숲속에서 명상에 빠져 있는 듯이, 머릿속에서 온갖 근심들이 다 사라져 가고, 그 자리를 편안함이 가득 채운다. 안된다... 이러면 안되는데... 카르토는 알면서도, 저항을 할 수가 없다.


“너 이 자식, 카르토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수민이 일어나서 금발의 미청년을 향해 다가오자, 금발의 미청년은 여유 있는 웃음을 지으며 수민에게 다가온다. 곧이어, 카르토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금발의 미청년은 수민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수민의 머리가 환해진다. 수십 년씩이나 묵은 때를 완벽하게 씻어낸 것 같은 이 기분... 위험하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다! 이 편안한 기분, 이 아늑한 기분!


“자, 이제 말씀하시지요.”


“무... 무엇을...”


수민은 이제 저항을 해 보려 하지만, 도리어 점점 더 자의적으로 말하고 싶어진다. 바로 ‘그것’을...


“베라네의 위치 말입니다. 그것만 말씀하시면 다 됩니다.”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수민의 머릿속은 명확하다. 하지만 입은 말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입이 열리려고 한다... 입을 틀어막아 보려 한다. 하지만... 하지만...


“마음속에 담아둔 그것, 그것을 제게 말씀드리면 됩니다. 자, 어서...”


금발의 미청년의 감미로운 목소리...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다!


“마... 말하겠다... 베라네... 베라네...”


수민의 입술이 떨리며 열린다.


“그... 베라네의 위치는...”




“자, 마카란 여자. 이제 너도 내 처분을 받을 준비가 되었군.”


어느새 아이샤의 앞에 선 에제타노는, 마치 죽을 사람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처럼, 발밑에 있는 아이샤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한다.


“처... 처분이라니...”


“신체적 피해는 없을 거다. 하지만 아무도, 물론 너도 내 능력이 뭔지 알 수 없을 테지!”


“너... 무슨 짓이라도 했다가는!”


아이샤는 눈을 부릅뜨며 에제타노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에제타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하나 들어 아이샤의 눈에 갖다 댄다.


“자! 보라고. 내 능력은 이미 발...”


그 순간!


퍽-


에제타노가 갑자기 옆으로 넘어진다. 별안간 벌어진 상황에 아이샤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지고 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아이샤를 일으켜세운다.


“누... 누구야! 손대면...”


“메스키타, 너인 줄 알았어.”


“호... 호렌!”


아이샤는 호렌을 보고 반가움과 놀라움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네가 어째서...”


“나도 너를 구해 주고 싶은 마음은 별로거든. 그런데...”


“호렌, 이 자식...”


호렌의 뒤에서, 에제타노가 호렌을 붙잡는다.


“하필이면 이럴 때에!”


“하... 반갑군. 딱 이런 타이밍에 말이지.”


호렌은 아랑곳하지 않고, 드디어 사냥감을 찾아낸 사냥꾼처럼 말한다.


“그리고 네놈을 보고 있자니 지워진 기억이 다시 돌아오는군.”


“그... 그 기억은 지워졌을 텐데!”


“조금 전에 네놈이 스스로 실토했지. 아무도 네놈의 능력을 알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해서 실마리가 풀렸지. 기억도 마치 퍼즐 맞춰지듯 돌아온 거야.”


“흐흐흐... 넌 항상 내게 벽 같단 말이지.”


“내가 무슨?”


“어린 시절에는 늘 너와 비교당하고, 지금에 와서는 꼭 결정적인 순간마다 네놈이 훼방을 놨으니 말이지.”


“훼방이라니?”


“내가 조직을 만들거나 큰 거래를 하려거나 하면 누군가의 밀고가 들어왔지. 내가 알아보니, 그건 바로 네놈이었어. 그리고 지금도!”


에제타노는 호렌을 향해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네놈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해 주고 싶은 거란 말이다! 내가 받은 굴욕, 내가 받은 수치, 내가 받은 고난! 너도 겪어 보란 말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샤는 순간 자기 눈과 귀를 의심한다. 혹시 호렌과 에제타노가 바뀐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렌은 침착을 잃지 않은 얼굴이지만 에제타노는 얼굴에서 악마를 떠올릴 정도로 격앙되어 있다.


“그래서 너는 나한테 질 수밖에 없어. 나에게 증오를 불태우는 한 그럴 거야. 지금도 마찬가지야.”


호렌은 에제타노의 눈을 마주보고 또박또박 말한다. 하지만, 에제타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소리내어 웃는다.


“흐흐흐... 너는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미 늦었어. 내 계획은 다 끝내 놨으니까. 이제 네게는 절망, 좌절만이 남아 있어. 베라네도, 친구도, 돈도 모두 잃는 거다.”


에제타노는 호렌에게 말하면서도, 루비콘의 창가 쪽을 흘긋흘긋 보고 있다. 특수 렌즈를 낀 그의 눈에는 보인다. 창가에 앉아 있는 로렌과 브라운을 향해, 투명 슈트를 입은 이반이 슬금슬금 다가가는 그 모습이! 이겼다! 이제 남은 건 베라네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뿐! 그의 얼굴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EP23.jpg

“말하겠다... 베라네... 베라네의 위치는...”


수민의 입은 점점 열리고 있다. 금발의 미청년은 웃으면서, 카르토는 경악스러운 눈으로 수민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아이샤... 아이샤한테 물어봐라.”


“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아이샤한테 물어보면 안다니까.”


금발의 미청년은 야마모토와 근육질의 남자를 난처한 표정을 하며 번갈아 보더니, 근육질의 남자를 보고 말한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시몬? 내 능력이 통하지 않게 된 건가?”


“그럴 리는 없다, 젱킨스. 네 능력은 항상 누군가의 무의식 속에 숨겨온 것을 들춰냈다. 지금 들춰낸 그 정보는 틀림없는 정보란 말이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시몬도 많이 당황한 표정이다. 전화를 걸고 있는 야마모토 역시 마찬가지다. 한참 전화를 받던 야마모토가 시몬과 젱킨스에게 말한다.


“보스가 전화를 안 받으신다.”


“뭐야, 이반 녀석하고 딜라이트 빌딩에 가신다고 했던 거 아니었나?”


“그러게. 연락 준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군.”


“여기서 더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어. 일단 내 능력을 해제할 테니, 빨리 그 아이샤라는 여자나 찾자고!”




다음 순간, 수민과 카르토는 호텔 지하 카페의 한구석에 돌아와 있다.


“어? 뭐야... 저 녀석들, 능력을 해제한 건가? 돌아왔잖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수민과 카르토가 주위를 돌아보니, 변한 게 없다. 아까 아침의 그 카페의 모습 그대로다.


“그건 그렇고, 녀석들, 딜라이트 빌딩을 말하던데.”


수민이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그의 이마에서는 온통 식은 땀이 흐르고 있다.


“그럼 빨리 가 봐야 해! 로렌 씨와 브라운 씨가 위험해! 아이샤도!”


수민과 카르토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황급히 카페를 나선다. 그리고 전력으로 달린다. 호텔 로비를 향해.




“흐흐흐흐... 이겼다! 내 승리란 말이다, 호렌! 너의 절망에 가득찬 얼굴을 보겠구나!”


에제타노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미 승리를 거머쥔 듯 말한다. 하지만 호렌은 별 반응이 없다. 아니 오히려 에제타노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뭐냐, 그 얼굴은? 허세는 아니겠지?”


“과연, 네 예상대로일까?”


호렌이 에제타노를 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흐흐흐, 헛소리도 가지가지 하는군. 허세라는 걸 모를 줄 알고? 그 가면을 벗겨 줄...”


그때다. 에제타노의 렌즈 낀 눈에 뭔가 들어온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이반이...


“이반! 거기서 뭐 하는 거야! 어서 로렌과 브라운 녀석들을 죽이지 않고!”


“저... 보스, 죄송하지만 이 녀석들, 아니... 여기 있는 건, 환각입니다!”


“뭐... 뭐야?”


에제타노는 호렌을 돌아본다. 호렌은 조용히 웃기만 하고 있다.


“네놈... 나는 너의 절망으로 사로잡힌 얼굴을 보고 싶단 말이다!”


에제타노는 악을 쓰며 호렌을 노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이반에게 말한다.


“그 녀석들, 그 녀석들을 빨리 찾아!”


이반은 다시 찾기 시작한다. 한 사람은 파마머리, 또 한 사람은 벗어진 이마... 그리고 둘 다 선글라스! 찾았다... 구석이다! 이반은 그 길로 로렌과 브라운을 향해 달려든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단숨에 로렌과 브라운 앞에까지 접근한다. 됐다! 에제타노와 이반은 모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제타노는 깨닫는다. 분명 쓰러져 있어야 할, 아이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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