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1 - 우연한 소식
2년 후, AP 999년 3월.
“크... 으으윽...”
탄돌로 행성, 술타나 근교의 농촌 마을 ‘수사나’에 있는 한 카페의 야외 테라스. 복면을 쓴 살테이로인 남자가 가죽점퍼를 입은 다른 남자에게 나이프를 든 오른 손목을 잡힌 채 고통스럽게 신음하고 있다. 그의 오른팔은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의 손에 점점 비틀리고 있다.
“말해라. 누가 널 보냈는지. 그리고 얼마나 받기로 했는지를.”
“말할 수 없다! 그건 절대로...”
그 순간, 복면을 쓴 남자의 왼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자는 왼손을 움직여 보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 남자는 자신의 왼손이 자신의 목으로 가서 조용히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 것을, 속절없이 바라볼 뿐이다.
“자, 이래도 말하지 않을 테냐?”
“아... 알았다... 말할 테니까... 이것 좀 풀어 줘!”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가죽점퍼를 입은 남자는 다름 아닌 수민. 수민이 뒤쪽에 앉아 있는 카림과 카르토를 돌아보자, 카림과 카르토가 끈을 들고 즉시 달려 나와 복면을 쓴 남자를 결박한다.
“이 정도로 허술한 암살자는 처음이군.”
“그러게요. 우리가 그렇게 쉽게 당할 거라고 생각했나?”
결박을 다 마친 카림과 카르토는 일어선다. 카르토는 일어서자마자 복면을 쓴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보는 자객이네.”
“맞아. 한 6개월 만이었지?”
“긴장을 놓고 있으면 안 되겠어.”
수민과 카르토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카페 앞에 서 있는 트럭에 올라탄다. 카림은 결박된 남자를 화물칸에 태우고, 곧이어 수민과 카르토의 뒤쪽 좌석에 앉는다.
“어디로 갈까요?”
트럭의 인공지능이 묻자, 수민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술타나 우주공항으로 데려다 줘.”
트럭은 수사나 마을을 지나 어느 시골길을 지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캠벨 씨한테 또 이야기해야겠어.”
카림이 창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대체 이게 몇 번째야.”
“수민 군, 자네는 2년이 좀 안 되는 동안 몇 번이겠지만, 나는 20년 가까이 몇십 번을 이렇게 위기를 넘겨 왔네.”
“뭐, 카림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은 없지만요...”
수민은 가만히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시선이 흔들린다. 요즘 따라 왠지 허전한 느낌이 더 많이 든다. 삼촌의 빈 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차라리 그때 호렌의 제안을 뿌리칠 걸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너 무슨 생각 하냐?”
카르토가 수민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말한다.
“아... 아니야.”
수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쉰다.
“왜 그러고 풀이 죽은 거야. 며칠 전에 100억 리라짜리 명품 거래 성사된 거 생각하라니까? 그럼 좀 마음이 놓일 텐데.”
“자네들, 이걸 좀 보게.”
카림은 가방에서 전단지 몇 장을 꺼내든다.
“이게 뭐죠?”
“유적 발굴단 모집을 한다는군.”
수민과 카르토는 카림에게서 전단지를 하나씩 받아든다.
고대 종족 유적 발굴단 모집
경력 무관, 성인 남녀
선금 800만 리라, 보수는 추후 결정
“이거, 딱 봐도 냄새가 나는데요.”
수민은 전단지를 받아든 지 3초 만에 말한다.
“‘그 자식’이에요. 맞죠?”
카르토 역시 수민을 거든다.
“맞아. 자네들, 바로 알아보는군.”
카림은 무겁게 말한다.
“어떻게 잊겠어요. 저는 아직도 그날이 마치 영화 보듯 생생해요.”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마음을 더 굳게 먹어야 할 거야.”
트럭은 시골길을 계속해서 달린다. 해가 구름 속에 가려졌다가, 다시 나와 트럭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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