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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11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11.13 08:00
조회
38
추천
1
글자
11쪽

25화 - 베라네를 가지고

DUMMY

아흐마드 카림... 라보에서 떠나기 전에도 들었던 이름이다. 분명 몇 년 전에 베라네를 복용하고 그 부작용으로 죽은 사람이라고 들었다. 삼촌이 직접 경고까지 해 준, 그 이름들 중 하나다. 그런데 왜 여기에, 그것도 멀쩡히 살아서 온 것인가? 수민의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저... 삼촌.”


“왜 그러냐, 수민아?”


“며칠 전에 삼촌이 저 아흐마드 카림이라는 분은 웡잉라이, 브루넬 무어라는 사람과 함께 베라네의 부작용 때문에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래... 맞아. 그 사람이 맞다.”


주경은 머뭇거리며 말한다.


“확실히 말해 둬야겠구나. 웡과 무어는 내가 말한 대로 죽은 게 맞아. 하지만 이 사람은 신변이 위험했지. 베라네를 거래하던 중 그 거래처의 무시무시한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어.”


“무시무시한 진실이라니요?”


“맞아. 그것 때문에 이 사람은 죽은 것으로 위장한 채 가명을 쓰며 살아야 했지.”


“무시무시한 진실이라면...”


바로 그때, 주경이 주위를 한 번 돌아본다. 어느새 주변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아무래도 여기서 말하는 건 위험하겠군. 이따가 우리 방에서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날 저녁, 레드 카디널 호텔 801호실. 넓은 방 한가운데의 테이블에 음료수와 과자 등이 놓여 있고, 수민 일행과 주경, 카림이 둘러앉아 있다. 카림이 헛기침을 한 번 하자, 모두의 눈과 귀가 일제히 카림에게 쏠린다.


“이제 내 이야기를 해야겠군.”


카림이 무겁게 입을 연다.


“아까 자네가 말한 브루넬 무어와 웡잉라이는 내 동업자들이었어. 마약 밀매도 하고, 베라네 운반 일도 했다는 건 아마 자네 삼촌한테서 들었을 테고. 무어와 웡이 베라네를 복용하게 된 이후 끝이 좋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야.”


“그러면, 도대체 그 진실이라는 건 뭐죠?”


“우리가 베라네 유통에 관여하다 보니, 우리에게 베라네 운반을 의뢰했던 ‘필레스토 론도’라는 의뢰인과 직접 접촉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지. 보통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했는데, 점점 그 자에 대해 궁금증이 들게 된 거야. 그런데 이상했던 건, 론도라는 그 자에게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점점 고립되는 느낌이었지. 세상에 나와 그들밖에 남지 않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어.”


카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그 자를 직접 접촉해 베라네를 넘긴 그 순간, 론도는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워낙에 정신없이 탈출해서 지금도 생각이 안 나. 거기에다가, 그 이후부터 나와 무어, 웡을 죽이려는 암살자들이 근처에 도사리기 시작했지. 그런 상황이니, 무어와 웡은 불안감에 무작정 베라네를 마시고 초능력을 얻게 되었어.”


“베라네를 마셨다고요?”


“그래. 별 볼 일 없는 능력이었지만 무어와 웡은 마음에 들어했어. 처음에야 그럭저럭 잘 써먹었지. 하지만 항상 도사리는 공포, 주위를 맴도는 불안감 때문에 그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리가 없었고, 결국에는 암살자들을 만나 죽고 만 거야. 나 혼자만이 몸을 숨기고 십수 년 넘게 살아남을 수 있었지.”


수민, 호렌, 카르토, 아이샤 모두 한숨만 쉴 뿐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간절하게 기도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신에게 하는 기도야 매일 하던 것이긴 하지만, 그때 이후로는 정말로 온 마음을 담은 기도를 하게 되었어.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었던 날이 며칠이나 되는지 모를 정도야. 아무튼, 그렇게 숨어 지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 지금도,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니...”


카림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수민이 가만히 있는 그의 입을 굳게 닫은 얼굴을 얼핏 보니, 그가 겪었던 고난이 온몸으로 저절로 느껴질 정도다. 수민뿐만 아니라 호렌, 카르토, 아이샤 역시 가만히 앉아 깊은 한숨을 쉴 뿐이다.




“저...”


깊은 적막을 깬 사람은 아이샤.


“그런데 그럼 그동안 어떻게 지내신 거죠?”


아이샤가 어렵게 묻자, 카림은 조용히 웃으며 주경을 가리킨다.


“이 분이나 캠벨 사장 같은 분들이 많이 도와줬지.”


“캠벨 사장님이요? 우주선 정비업체 하시는 그 분?”


“맞아. 가짜 신분을 만들어 주고, 나와 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준 것도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특히 이 분께는 깊이깊이 감사하고 있지.”


카림은 다시 한번 주경을 가리키며 말한다.


“하하하, 왜 그러십니까. 당연히 제가 할 일을 한 건데.”


주경은 카림의 말을 껄껄 웃으며 받아친다. 카림도 주경을 따라 같이 웃는다. 한참 웃고 나서, 카림은 다시 얼굴빛을 고치고 수민, 카르토, 호렌, 아이샤를 돌아보며 말한다.

EP25.jpg

“자, 이제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설명할 텐데, 내가 그동안 쭉 은둔 생활을 해 오면서 알아낸 사실이 있어.”


“그게 뭔데요?”


수민은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 이곳은 호텔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수민은 일행을 돌아보며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댄다. 일행이 고개를 끄덕이고, 카림 역시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잇는다.


“내가 십몇 년 정도 은둔 생활을 하면서 보니까, 업자들에게 베라네를 운반해 달라고 의뢰하는 곳이 단순히 계산만 해 봐도 100여 군데가 넘더군. 그것도 이름도 못 들어 본 곳들이 90%가 넘었어. 분명 베라네는 정부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고, 그런 것을 뚫고 베라네 유통에 관여할 수 있는 곳은 자본력이 크거나 연줄을 동원할 수 있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렵거든. 그래서, 그 100여 군데의 의뢰처들을 내가 가진 인맥과 정보망을 총동원해서 알아봤는데,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전부 하나의 의뢰인이 여러 중개인을 고용해서 마치 여러 곳에서 의뢰를 하는 것처럼 한 거야.”


“그러면, 그 문제의 의뢰인이 아까 말했던 그 필레스토 론도라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건 확신을 못 하겠는데....”


카르토의 말에 카림의 목소리가 약간 줄어든다.


“그래서 내가 자네들에게 물어볼 게 있는데, 방금 자네들이 상대한 저 녀석들은 뭐지?”


“아, 제 학교 동창이었던 에제타노 라센이라는 자가 이끄는 조직입니다.”


이번에는 호렌이 대답한다.


“카르토가 에제타노의 부하들을 심문했는데, ‘라테코 셀레스타’라는 의뢰인에게서 베라네 운반을 의뢰받았다는군요.”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군.”


카림의 대답은 바로 나온다.


“일단은 의심해 볼 만해. 혹시 자네들은 어디서 의뢰를 받았나?”


“파디샤라는 사람이었어요.”


이번에도 말하는 건 호렌이다.


“베라네 운반에 대해 계약할 적에도, 그 사람이 직접 나서지 않고 대리인이 와서 계약을 체결했어요. 모든 것이 철저히 베일에 싸인 사람이었는데, 경쟁이 아주 치열했어요. 제가 아버지 쪽 인맥을 동원해서 겨우 계약을 따냈을 정도죠.”


“음... 몇 번 들어 본 적은 있는데, 이 자도 의심스럽군. 이제 내일 그자를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지?”


카림의 말에 호렌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호렌의 얼굴 표정은 이제 상당히 무거워져 있다. 두 눈에는 불안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입에서는 한숨이 연신 나오고 있다.


“불안한가 보군.”


“아, 아닌데...”


주경이 던진 말에 호렌은 얼버무린다. 동시에 자괴감이 든다. 며칠 전에 주경 앞에서 보여 줬던 그 패기로운 모습은 어디 가고, 이렇게 불안에 떠는 모습만 보여 줘야 한단 말인가?


“베라네 밀무역에 관여하는 것이 왜 위험한 건지 이제 알 것 같나?”


“......”


호렌은 말이 없다. 그의 얼굴은 마치 십 년은 고민한 것 같은 얼굴이다. 뭐라 말을 해 보려 해도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디 수민이 말을 좀 들어 보자. 그때도 한참 결정을 못 내리고 고민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 생각은 이미 섰어요, 삼촌.”


함께 둘러앉은 모두가 수민을 돌아본다.


“비록 반쯤 떠밀려 하게 된 것이라도, 한 번 뭔가 하기로 했으면, 끝을 봐야 돼요. 거래가 성공한다면 수십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카림 씨가 말하는 자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죠. 다른 분들 생각은 어쩔는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전 그래요. 끝을 안 보면, 뭔가 뒤가 구린 것 같아서요.”


수민은 특히 주경을 많이 의식한 듯, 자꾸만 주경을 향해 곁눈질하며 말한다.


“다들 안 가겠다고 하신다면 저 혼자만 가도 좋아요. 이게 제 결심이고,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카르토와 아이샤는 고개를 끄덕인다. 호렌도 카르토와 아이샤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잘 알겠네.”


카림이 입을 연다.


“넷 다 가겠다는 말이로군. 나와 주경 씨도 따라가기로 했네. 내일 아침에 체크아웃하고, 캠벨 씨의 차가 오면 바로 얼리버드 호로 가도록 하지.”


“잠깐...”


수민은 뭔가 머리를 탁 맞은 기분이다.


“삼촌... 저희와 같이 가신다고요?”


주경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는 제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저를 막아섰잖아요.”


“네가 걱정되어서 가는 게 아니야. 삼촌도 삼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아... 알겠어요.”


수민은 한숨을 쉬며 알겠다고만 할 뿐이다.




그날 늦은 밤. 수민은 침대에 걸터앉아 AI패드를 켜 본다. 인터넷을 켜고 메일을 켜 보니, 메일이 하나 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파디샤로부터의 메일.


김수민 씨 안녕하십니까.

베라네 운반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간 방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베라네를 운반해 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베라네 전달을 위해 접선할 곳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첨부된 파일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럼 무사하기를 빌겠습니다.


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열어 본다. 행성 좌표나 지도가 아닌 항법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뭐야, 내가 설마 잘못 연 건가?”


“아닐걸.”


옆에서 보고 있던 아이샤가 한 마디한다.


“그게 무슨 소리야?”


“파디샤라는 사람은 아마 우주선 자동 조종 프로그램을 보내 준 것일 거야. 어디를 좌표로 잡고 할 것 없이, 프로그램대로만 오면 된다는 거겠지.”


“정말, 끝까지 신비주의네, 이 사람은.”


수민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아이샤를 돌아보며 말한다.


“베라네는 잘 있지?”


“그래. 있고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한 일행은 캠벨이 보내온 차를 타고 술타나 우주공항 근처에 있는 캠벨의 볼트 인더스트리 공장으로 향한다. 붉은 외관의 레드 카디널 호텔이 점점 멀어질수록, 수민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한데 섞인 한숨을 자주 내뱉는다. 과연 얼리버드 호는 무사히 수리되었을는지, 그리고 그 파디샤라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지...


어느덧, 수민의 눈에 술타나 우주공항 안내판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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