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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20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09.18 08:00
조회
43
추천
1
글자
11쪽

11화 - 베라네를 얻는 자(3)

DUMMY

수민은 에다드 델 오로 컴퍼니의 사무실 휴게실에 가만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본다. 얼핏 보니, 얼리버드 호와 다이달로스 호, 이카로스 호는 참 흡사하게 생겼다. 크기도 그렇고, 옆에서 본 형태도 그렇고. 어차피 다 비슷한 밀수선이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AI시계를 본다. 오후 7시가 조금 넘었다. 그런데 아까 착륙할 때만 해도 분명히 밝았는데, 금세 밖은 해가 어둑어둑 져 가는 저녁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하늘에 조금 짙게 껴 있던 안개도 거의 다 걷혔다. 하늘은 어두워져 가고 있어도, 여전히 분홍색을 약간씩 머금고 있다. 수민이 체베르에 내려서 처음 맛봤던 공기의 맛. 그 향수 같은 공기 맛이 저절로 떠오른다. 하늘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맛이 저절로 입안에 돈다.

EP11.png

문득 수민은 이곳의 시간이 궁금하다. 직원을 보고 묻는다.


“혹시 여기는 지금 몇 시죠?”


“여기요? 지금은... 오전 11시 12분이네요.”


“네? 오전이요? 지금 해가 져 가는데요.”


“분명히 맞죠. 여기는 자전 주기가 6시간이 좀 안 되니까요. 하루에 자전을 네 번 한다고 할 수 있겠죠.”


“아... 그렇군요.”


수민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러 행성을 다녀 봤지만, 이런 곳에 올 때마다 새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민이 다시 밖을 내다보려던 때.


♬♪♩♬♪♩♬♪♩


수민의 AI폰이 울린다. 수민은 바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김수민 씨 되시죠?”


“네, 맞는데요?”


“잘 들으시오. 지금 당신의 친구가 우리에게 잡혀 있지. 우리는 이 이레시아인 친구를 죽여 버릴 수도 있고, 무사히 돌아가게 해 줄 수도 있어.”


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분명히 그들이다.


“원하는 게 뭐지?”


“한 번만 말해 주지. 두 번은 안 말해 줄 거야. 지금 당신네가 맺은 계약은 우리와 비슷한 조건에 대금은 거의 2배 가까이 되더군. 지금 그 계약을 우리에게 넘겨주면, 당신네가 이 행성에서 무사히 나가는 것을 보장해 주지.”


“그런가?”


수민은 전화에 대고 태연히 말한다.


“분위기 파악이 아직 안 되지?”


전화 너머의 남자는 방금 전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돌변한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이레시아인 녀석을 죽여 버린다! 그러기 전에 너희가 맺은 계약을 순순히 우리에게 넘겨라! 안 그러면 이 녀석도 죽이고, 너희들이 타고 온 우주선도 폭파하고, 네놈은 유황지대 한가운데 던져 버릴 거다! 그러기 전에 알아서 우리한테 넘겨라! 알겠나!”


“아, 알겠다. 생각 좀 해 보고.”


수민은 건성건성 대답한다.




카르토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마치 드넓은 평원과도 같고, 동시에 동굴 깊숙한 곳과도 같은 암청색의 공간을 내달리고 있다.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공간이겠지만, 카르토는 뭔가 방향을 찾기라도 한 듯, 열심히 달리고 있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만 포기해라!”


카르토의 뒤로는, 개미 정도 크기로 작아진 복면의 남자, 킹이 매섭게 뒤쫓아오고 있다. 카르토가 방금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카르토는 약 20m 정도까지 킹을 따돌리고 달릴 수 있었다. 이 공간에 처음 들어온 킹은 이 공간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기에 착지하는 데 실수했고, 그 사이에 얼른 간격을 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은 본래 크기로 돌아와서는, 무섭게 뒤쫓아왔다. 얼마나 무섭게 뒤쫓아오던지, 카르토는 이제껏 이런 공포를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카르토가 100년 넘게 살아오면서 상대해 본 단속반이나 경쟁 업자, 폭력 조직은 모두 그의 상식선 안에 있었다. 동족이라면 도망가는 건 좀 어렵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납득이 갔을 것이고, ‘마카란’이었다면 체격이나 체력 모든 면에서 살테이로인이 더 우월하므로 쫓고 쫓기는 게 이상했을 것이다. 그 외 다른 종족들도 이와 같은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쫓아오는 복면의 남자는... 카르토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그것도 이곳은 그 자신만의 공간이고, 따라서 카르토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복면의 남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공간임에도, 복면의 남자는 그보다도 더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카르토는 문득 뒤를 돌아본다. 이제 둘 사이는 약 3m까지 줄어든 상태다. 잡히기 바로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카르토는 달려야 한다. 쉼없이 달려야 하는 것이다.


“놓칠까 보냐!”


카르토의 등 바로 뒤에서 킹의 한껏 끓어오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카르토는 더욱 힘껏 달려 보려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숨이 차기 시작한다. 달리는 속도가 아까부터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는다!”


별안간, 카르토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뛰다가 말고 그 자리에서 높이 점프하여 몸을 앞으로 날린다. 그것도, 팔은 양옆으로 쭉 벌리고, 다리는 한껏 벌리고 흔드는, 심히 과장된 자세로.


“부질없는 짓이다! 네놈이 다음에 무슨 행동을 취할지는, 이미 모두 계산이 되어 있단 말이다! 네놈이 지금 하는 짓은, 그저 모든 수단을 잃어버린 자가 마지막에 ‘될 대로 되라’며 하는 ‘발악’밖에는 되지 않는다!”


킹은 카르토를 뒤따라 몸을 날린 다음, 그 상태에서 몸을 벌만한 크기로 작게 만들고, 카르토를 따라서 날아간다. 킹이 카르토를 잡기까지는 3초도 걸리지 않는다. 마침내, 킹은 카르토를 다시 잡는 데 성공한다. 그것도, 카르토가 채 바닥에 착지하기도 전에.


“잡았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것으로 네놈과 네놈의 친구들도 이제 끝장이다! 자, 이제 그만 항복하실까.”


“......”


킹은 아까처럼 의기양양하게 카르토의 머리 위에 앉아서 마치 명령을 내리듯 말하지만, 카르토는 아무 말이 없다.


“왜 말이 없나? 설마, 항복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겠지.”


“천만에.”


“뭐... 뭐라고? 방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니지. 아직 뒤집을 판이 하나 더 있다고.”


“이봐. 다 끝났어! 헛소리 말고 빨리 항복이나 하라고!”


“그럴까? 직접 보기 전에는 모를 텐데?”


카르토는 바닥에 짚은 손을 살짝 움직인다.


“네놈!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어라!”


킹은 허리춤에 찬 단검을 뽑아 든다.


“이 단검은 나와 함께 작아졌지만, 죽일 수 있는 힘은 그대로지. 뾰족한 끝도 그대로다. 아니, 더 날카로워졌다.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네 손을 잘라 버릴 것이고, 이상한 말을 하려 하면 네 목을 잘라 버릴 것이다!”


“안 그래도 된다. 이미 준비는 다 끝났으니.”


“끝까지 허세만 부리는군. 그럼 잘 가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의 죽음을 천천히 음미해라.”


킹은 천천히 단검을 든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킹이 막 단검을 끝까지 들어 올렸을 때...




“응?”


킹의 얼굴에 뭔가 축축한 느낌이 든다. 킹은 이 공간이 원래 그런 곳이겠거니 하고 넘기려 한다. 아까 카르토를 쫓을 때도, 이 공간은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땀이 좀 많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냥 축축한 정도가 아니다. 어디에선가 물방울이 계속 튀고 있다. 그의 얼굴, 그의 손, 이곳저곳에! 킹은 급히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물이 계속 매섭게 스며나오고 있다. 카르토의 양손에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척 보면 알 텐데. 너와 내가 어디에 온 건지.”


물... 물이라면... 이 체베르라는 행성은 물이 극히 귀한 곳이다. 설령 오아시스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물이 한 번에 나올 일은 없다. 그렇다면... 이곳은 설마...


“네놈...!”


“그렇다! 나는 일부러 달린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몸을 날린 것이다! 바로 이곳으로 오기 위해!”


마침내 카르토가 자신의 공간을 완전히 찢어 버린다. 그러자, 일순간 쏟아져 들어온 물이 카르토와 킹을 덮친다. 특히, 작아진 상태의 킹은 사정없이 쏟아지는 물에 이리저리 휩쓸린다. 쏟아져 들어오는 물 속에서, 킹은 이곳이 어딘지를 완전히 알아챈다. 이곳은, 물탱크다!


“......”


말을 해 보려고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뭔가를 해 보려 몸부림칠수록, 마치 물 속을 이리저리 다니는 죽은 물고기처럼, 그는 더욱더 물속에서 사정없이 휩쓸린다. 숨이 막혀 오는 가운데, 그는 물탱크 아래에 작은 구멍 같은 게 있는 것을 발견한다. 저곳은... 파이프 구멍! 분명히 파이프로 통하는 곳이다. 저기라면 나갈 수 있다! 그는 빠르게 바닥으로 잠수를 시도한다. 하지만 갈 수가 없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물의 흐름이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빨라진다. 밑바닥으로 내려갈수록, 움직임이 더욱더 어려워진다.


결국, 킹은 파이프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원래의 크기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문제다. 그가 원래 크기로 돌아오고 보니, 물탱크 안에 공간이 없다! 물탱크 안은 그의 늘어난 부피만큼 차오르게 되고, 그 물은 그의 코 위까지 차오른다. 결국, 그는 또다시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이다.


“......”


킹은 숨을 참고 있는 카르토를 보며, 애원의 눈빛을 보낸다. 그의 눈은, 제발 여기서 자신을 꺼내 달라는, 진심이 가득 담긴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카르토는 고개를 젓는다. 그것은 분명한 거절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이제 그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다. 킹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하지만, 카르토, 자신이 상대한 카르토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는 얼른 복면을 벗는다. 그의 얼굴이 카르토에게 온전히 드러난다. 두어 군데 흉터가 있는, 금발 머리에 길쭉한 얼굴이다. 잠시 후, 그는 카르토의 손에 잡혀 또다시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




몇 분 후, 얼리버드 호 조종석. 카르토는 테이블 앞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홀로그램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다. 그의 얼굴이며 옷, 여기저기는 아직 물기가 빠지지 않았다. 한쪽에는 그와 같이 흠뻑 젖은 채로 정신을 잃은 킹이 온몸이 결박된 채로 쓰러져 있다.


♬♪♩♬♪♩♬♪♩


카르토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카르토는 바로 전화를 받는다.


“수민인가?”


“아, 카르토. 거기는 좀 어때?”


“한 놈이 얼리버드 호에 쳐들어왔는데, 후... 조금 전에 겨우 끝났어. 이 녀석 능력 때문에 고생 좀 했다고.”


“무슨 능력이었는데?”


“작아지는 능력. 그런데, 너 목소리가 좀 심상치 않다?”


“호렌이 끌려갔어. 아이샤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아... 그것 참 큰일이군.”


“아니, 왜 그렇게 전혀 놀라는 말투가 아니야? 내가 말한 건 심각한 문제라고.”


“여기는 더 심각한 문제가 있거든.”


“뭔데, 그게?”


“우주선 하나가 여기로 오고 있어. 출발지는 페리에 행성이야.”


“뭐... 뭐야? 그건... 그 사람이잖아? 그러면, 첫 주문 물량은 어떡하지?”


“일단은 거기 사무실에다가 이야기 좀 해 봐.”


“알았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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