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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14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09.21 08:00
조회
46
추천
2
글자
12쪽

12화 - 베라네를 얻는 자(4)

DUMMY

밀수선 이카로스 호. 밀수단 ‘블랙 워크스’ 소유의 밀수선 두 대 중 한 대다. 이카로스 호와 다이달로스 호의 소유자인 블랙 워크스는 희소자원 밀수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주로 정부 기관이나 거대기업을 사칭해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방해되는 세력이 있다면, 밀러나 킹 같은 초능력자들을 동원하거나, 금품을 제공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협을 제거해 왔다.


얼마 전, 그들은 ‘아미르 카다르’라는 수수께끼에 싸인 자원 거래상과 베라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준비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잘 풀리는 것 같았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들’은 인원도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밀러를 쓰러뜨렸고, 킹 역시 고전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 일행 중 한 명인 이레시아인을 잡아 온 것이다. 이제 판은 또,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카로스 호의 조종석.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몇 명이, 잠들어 있는 호렌을 둘러싸고서 잡담을 주고받고 있다. 바로 그때, 검은 옷을 입고 콧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가 조종석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 사람들은 잡담을 멈추고 그를 향해 일제히 인사한다. 그가 바로 블랙 워크스의 리더 ‘에른스트 하텐도르프’. 밀무역만 20년 이상 해 온, 이 바닥에서는 나름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거만하게 뒷짐을 지고서는, 호렌을 찬찬히 보며 말한다.


“전화는 해 봤나?”


“예. 그런데... 거기 우두머리로 보이는 ‘김수민’이라는 자의 반응이 좀 시큰둥하더군요.”


“그래? 어떻게 시큰둥하다는 거지?”


“그냥 건성건성 대답하더군요. 자기 동료들 생명이 달린 건데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거, 참 이상한 놈들이군. 자기들 친구가 죽느냐 사냐 하는 문제인데 말이야.”


하텐도르프는 바로 조종석 한쪽에 있는 소파에 가서 털썩 앉는다. 그의 한쪽 다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쪽 다리의 위에 올라가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한쪽 손 위에 비스듬하게 놓인다.


“왜 다들 전화를 안 해 보는 거지?”


“아... 안 그래도 하려고 했는데...”


“진작에 했어야지.”


하텐도르프는 전화를 다시 걸려는 부하를 제지하며 말한다.


“걸지 마. 내가 직접 걸 테니.”




수민은 카르토와의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머리를 굴려 본다. 아까 페리에 행성을 출발한 건 3시 정도, 여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반쯤. 지금 시간은 오후 7시 반... 그렇다면 오후 10시 전에는 여기를 떠나야 한다. 수민의 직감에 의하면, 미터마이어가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수민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아까의 그 직원에게 가서 묻는다.


“혹시, 베라네 운반 차량은 여기 착륙장에 한 언제쯤 들어오죠?”


“아, 지금 한참 채굴된 가스를 싣는 중이에요. 그런데 그게 좀 시간이 좀 걸려서, 10시는 되어야 들어올 텐데...”


“지금 저희가 매우 급합니다. 9시까지는 선적을 완료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 그건 조금, 곤란합니다. 시추기 문제도 있고, 또 직원들 근무 환경 문제도 있고 해서...”


직원은 이리저리 말을 둘러댄다. 직원의 얼굴은 난처한, 아니 은근한 거절을 내포한 얼굴을 하고 있다. 수민은 잠시 다른 곳을 보더니, 얼굴 표정을 고치고는, 다시 직원을 보고 또박또박 입을 연다.


“제 친척 중에 자원 무역 쪽의 큰손이 한 분 계십니다. 지금 이렇게 거절하시면 훗날 귀사에서 사업을 진행하실 때 크게 곤란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면 꽤 유용한 카드다. 과장이야 좀 섞었지만, 수민으로서는 아주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다. 과연, 수민의 허풍 섞인 그 말을 듣자마자, 직원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공손하게 바뀐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민은 나름 공손한 표정으로 직원에게 인사를 한 다음, 돌아서서는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까 전에 점심 식사를 할 때의 삼촌의 얼굴이 자꾸만 생생히 떠오른다. 지금 이 거래에 삼촌의 이름을 써먹었다는 걸 알면 삼촌은 분명히 길길이 뛰었을 것이다. 특히나 이런 거래에 자신의 이름이 팔린다는 건 더더욱. 어쩌면 수민을 다시 안 본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민은 그런 삼촌을 향한 죄책감 때문에 가슴 한쪽에 돌덩이가 누르는 것 같으면서도, 그 삼촌의 이름을 팔아먹고 있다. 이 모순된 상황을 생각하자 수민의 함박웃음은 이내 헛웃음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민은 가슴 속에 있는 돌덩이를 들어낸다. 그리고 다시 아까의 휴게실로 가서, 소파에 몸을 묻는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니까.


수민이 막 소파에 앉은 바로 그때.


♬♪♩♬♪♩♬♪♩


수민에게 또다시 전화가 걸려 온다. 이번에도,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다.


“여보세요?”


“미스터 김! 잘 들어라. 나는 블랙 워크스의 리더, 하텐도르프다.”


“아, 당신이 거기 이카로스하고 다이달로스의 우두머리였군.”


수민은 하텐도르프의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는 말투에도, 감정의 기복 없이, 아까처럼 건성건성 말한다.


“맞다. 다른 건 다 집어치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하텐도르프의 조금은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군. 내 부하들이 내 뜻을 잘 못 전한 것 같아서, 내가 직접, 확실히 전해 줘야겠다. 지금 우리가 너의 이레시아인 친구를 한 명 잡고 있다.”


“그래서?”


“네 친구를 데려갈 방법은 있다. 지금 우리에게 당신네가 맺은 계약을 전부 넘겨 주면, 네 친구는 무사히 풀려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 친구는 물론, 너희들의 목숨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라.”


“그런가? 한 번 보여 주면 좋겠는데.”


수민은 여전히 심드렁한 목소리다.


“너 이 자식! 정말로 보여 줘야 믿겠느냐!”


하텐도르프는 AI폰을 부하에게 주고 촬영하게 한 다음, 한 손으로 총을 들고 잠들어 있는 호렌의 머리에 겨누며 말한다.

EP12.png

“자, 봐라! 네놈도 이제 똑똑히 보고 알겠지. 네 친구라는 녀석은 이렇게 우리에게 둘러싸여 쓰러져 있다. 이 녀석의 목숨은 우리에게 달린 것이다!”


“자, 잠깐...”


총이 겨눠진 호렌을 본 수민의 목소리가 누그러진다.


“알겠다. 지금 바로 계약서와 관련 자료를 전부 가져오겠다.”


수민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는 않고, AI폰 화면만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면 속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 중 한 명의 그림자가, 살짝 움직이는 것 같다.


“왜 이렇게 굼뜬 건가? 빨리 가져오지 않고?”


“잠깐, 굳이 가져올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헛소리하지 마라. 가져온다고 했으면 확실히 가져오란 말이다!”


“아니, 너희들한테 계약서를 줄 필요조차 없다는 말이지.”


“안 주겠다는 거지! 지금 당장 죽여 버리겠다! 네 친구 녀석을 말이야!”


하텐도르프는 다시 한번 호렌을 보여 주며 호렌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거봐. 역시 내가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했잖아. 오히려 그 친구가 너희들에게서 계약서를 빼앗아 올지도 모르겠군.”


“왜 허세를 자꾸 부리는 거지? 가만히 땅바닥에 누워서 졸고 있는 녀석이 우리한테서 뭔가를 빼앗아 갈 리는 없지 않은가? 허세는 그만 부리고, 어서 계약서를 가져오기나 해!”


하텐도르프가 악에 받쳐 고래고래 소리를 지름에도 불구하고, 수민은 오히려 그가 얼굴 가득 비웃음 섞인 웃음을 짓는 모습을 하텐도르프에게 보여 준다.


“네 녀석, 실성한 것인가, 아니면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건가?”


“그 어느 쪽도 아니지.”


“훗, 뭐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오는 공포를 느껴 보라고.”


“헛소리 작작 하란...”


그 순간, 하텐도르프는 등 뒤에서 마치 지옥의 문이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또는 마치 사막과 설원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게... 무... 무슨...”


“그간 너무 방심했었지, 아마?”


하텐도르프의 등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목소리. 이건... 확실하다. 침략자다. 블랙 워크스에는, 여자 직원은 없으니까. 하텐도르프는 뭔가 이상한 감촉, 금속성의 불길한 감촉을 목에 느낀다. 그것은 권총... 총구다!


“어... 언제 여기로 들어온 거냐!”


“말해 줄까?”


하텐도르프의 뒤에 있는 여자의 목소리, 바로, 아이샤의 목소리다.


“사실 너희들이 말하는 그 이레시아인과 같이 들어왔지. 그림자가 좀 이상했지? 좀 더 잘 살펴보지 그랬어.”


뒤에서 자신을 잡고 권총을 겨눈 아이샤의 비웃는 듯한 목소리에, 하텐도르프는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위용은 다 사라져 버리고, 공포만 남은 채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가말란! 당장 네 능력을 써서 이 녀석을 재워! 이레시아인처럼 재워 버리란 말이야!”


하텐도르프는 옆에 있는 살테이로인 직원, ‘가말란 오젠 라스’를 향해, 고개는 돌리지 못하고 눈동자만 돌리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저, 그게... 한 번에 한 명밖에 못 재웁니다.”


“상관없어! 이 여자부터 재워!”


“이봐.”


뒤에서 아이샤가 권총으로 하텐도르프의 턱을 툭툭 치며, 옆에 있는 가말란에게 말한다.


“나를 재우려고 했다가는 봐. 잠들려는 그 순간, 그 3초 안에 방아쇠를 당겨서, 이 녀석의 턱을 날려 버릴 테니.”


가말란은 하텐도르프의 명령에도 어쩔 줄 몰라, 마치 부모를 잃은 아이처럼 우왕좌왕한다. 보다 못한 하텐도르프는 다른 부하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이 녀석 정말... 뭐 하고 있어? 다이달로스 호에 연락해! 거기 인원들 싹 다 데려와!”


“아... 알겠습니다.”


“한심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하텐도르프가 넋두리에 가까운 한숨을 내뱉는 사이, 부하 중 한 명이 재빨리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다이달로스 호, 거기는 어떤가?”


“아, 다이달로스 호는 잘 있지.”


그의 귀에, 동료들의 익숙한 목소리 대신,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린다.


“단, 너희 친구들은 빼고 말이야.”


“너... 너는 도대체 누구냐!”


“왜? 알고 싶나? 그러면 이카로스 호에 홀로그램 화면을 보라고.”


“무... 무슨...”


그를 포함한 블랙 워크스의 모든 인원들이 이카로스 호 중앙의 홀로그램 화면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화면을 본 순간,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벌어진 입은 다물지 못한다. 화면 정면에 있는 살테이로인. 바로 카르토다. 그의 발 바로 아래에 결박되어 쓰러져 있는 사람은...


“위... 윌리 킹 아니야?”


킹의 실패. 그것은 더한 바 없는 큰 충격이다. 블랙 워크스에 있어, 킹은 맡은 일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홀로그램 화면 속에는, 킹 말고도, 카르토의 뒤에는 몇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결박되어 무릎을 꿇려 있다. 그렇다. 이 상황은...


“어서 이 상황을 인정하시지. 체크메이트라고.”


하텐도르프의 귀에 대고, 마치 영혼을 지옥에 끌고 가는 데 성공한 악마의 승리 선언처럼, 아이샤는 가만히 속삭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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