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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22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10.05 08:00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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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6화 - 술타나

DUMMY

행성 탄돌로. 세오네 제국, 카파로 항성계에 속한 행성으로 인구는 3억 명 정도다. 인류가 정착한 지는 700년 정도 됐다. 다른 행성들에 비해 비옥한 땅이 많아 농업 생산량이 크고, 다른 행성에 농산물을 수출하며, 세오네 제국의 농업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는 행성간 무역이 이루어지고, 바다에서는 어업을 하고, 산악지대나 극지대에서는 자원 탐사도 이루어지는 등, 여느 행성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탄돌로의 주도는 술타나라는 도시로, 탄돌로 행성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중심지다. 술타나의 인구는 600만명 정도로, 큰 산과 큰 강을 끼고 발달한 도시다. 산맥이 있는 북쪽을 제외한 서쪽, 남쪽, 북쪽으로는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져 있다. 대기업의 지사와 정부 기관, 소비재 공업, 서비스업, 행성간 무역업 등으로 경제가 지탱되고 있다. 동쪽 지역에는 ‘술타나 우주공항’이 있는데, 수민의 일행이 가게 될 우주선 정비업체는 술타나 우주공항 근처에 있다.




한편, 얼리버드 호는 탄돌로 행성의 궤도에서 정지운항 중이다.


“하... 오늘 하루는 정말 무탈한 것 같네.”


조종석 테이블 한쪽에 앉은 수민이 TV를 보며 말한다.


“어제는 정말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았는데 말이야.”


“야, 지금 아직 정오야.”


호렌이 수민을 보고 볼멘 소리로 말한다.


“이제 저기 내려서 우주선을 수리하려면 적어도 사흘은 걸린다고. 그 사이에 또 무슨 일이 없으리라고는 장담 못 하지.”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더욱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데.”


옆에서 과자를 집어먹고 있던 카르토가 한마디 한다.


“이왕 수리받으러 가는 김에 불길한 생각은 잠시 잊어버리자고. 자꾸 생각하고 있으면 찝찝해지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카르토부터가 그런 머릿속에서 기어나오는 구더기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 파디샤의 정체를 안다는 정체불명의 인물 때문에 벌써부터 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자기를 숨기는 자들이 많은 건지... 생각하면 할수록 쓸데없는 추론이 자꾸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한편, 아이샤는 딴 세상에 있는 사람인 듯, 마치 어린아이처럼 창문 밖만 내다보고 있다.


“이야... 우리가 갈 곳이 술타나라고 했지? 기대되는데.”


아이샤가 창문 밖을 내다보며 말하다가, 문득 조종복의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진다. 얼굴은 순식간에 흙빛이 되어 있다.


“그런데... 내 지갑 혹시 본 사람?”


“여기 있어, 메스키타.”


지갑을 들고 있는 건 뜻밖에도 호렌. 아이샤는 순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만, 호렌의 손에 들려 있는 하트 무늬의 지갑은 분명히 자신의 것이 맞다.


“고... 고마워, 호렌.”


“고맙기는.”


호렌은 고마워하는 아이샤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그 미소는 보람을 담은 미소가 아니다. 그의 한 손에는 카드 하나가 들려 있다. 그는 주위를 한 번 보더니, 그 카드를 주머니에 넣는다.




3시간쯤 후, 술타나 우주공항 근처의 한 우주선 정비공장. 격납고에 들어간 얼리버드 호 앞에 코트를 입은 단발머리의 중년 여성과 수민이 나란히 서 있다.


“수리는 한 사흘에서 나흘 정도면 끝날 거야. 수리가 다 되는 대로 운항이 가능하지.”


“감사합니다, 사장님.”


“화물칸 안을 살펴봤는데, 예상외로 그렇게 심한 손상은 아니야. 운 좋게 엔진을 살짝 비켜나갔거든.”


수민과 이야기하는 중년 여성의 이름은 ‘로즈마리 캠벨’. 우주선 수리업체 ‘볼트 인더스트리’의 대표다.


“아, 그건 그렇고 자네 삼촌은 잘 있나?”


“물론이죠. 평소에도 사장님 걱정을 많이 하시던데요.”


“에이, 이 친구가. 벌써부터 그렇게 빈말을 많이 하면 어떡하나.”


수민은 잠시 말이 없다. 또다시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이번에는 어제와는 달리 진짜다. 그것도 면식이 있는 사람을 상대로 삼촌을 팔아먹었으니.


“하하하... 그것도 그러네요. 참, 그리고 화물칸에 실린 베라네 같은 경우는 보안을 좀 잘 해 주세요. 필요하다면 웃돈도 좀 얹어서 드리죠.”


“아니, 웃돈 같은 건 필요 없어. 자네 아버지께 신세도 많이 졌는데 그걸 어떻게 잊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EP16.png

수민이 말이 생각이 안 나는 듯 머뭇거리자, 캠벨은 수민 뒤에 있는 카르토, 호렌, 아이샤를 한 번 훑어본다.


“자네들, 혹시 잘 곳은 있나?”


수민이 얼핏 보니, 분명 수민의 시계는 오후 2시인데, 하늘은 완전히 어두컴컴하다.


“지금 혹시 몇 시죠?”


“아, 저녁 9시가 다 됐어. 그럼 숙소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어?”


“사실은... 시내에 호텔 몇 군데를 생각해 보고 있는데...“


“내가 잘 아는 곳이 하나 있어. 내가 그 호텔 사장하고 개인적으로 잘 알거든. 도심 한복판에 있으니까 이것저것 즐기다 가라고.”


“저...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잘 쉬고 가야지.”


캠벨은 격납고 바로 옆에 있는 파란색의 4인승 차 한 대를 호출한다. 곧바로 차가 저절로 오더니, 수민 일행 앞에 선다.


“이 차를 빌려줄 테니까, 타고 가면 돼. 자동으로 그 호텔까지 가도록 세팅해 놨어. 호텔에는 내가 연락할 거야.”


“가... 감사합니다!”


“고마울 것 없어. 서로 돕고 돕는 거니까.”


“저... 그러면... 수리 끝나고 다시 올 때는...”


“아, 그때면 또 이 차가 호텔까지 올 거야.”


수민은 캠벨에게 인사를 건넨 다음, 일행과 함께 파란 차에 탄다. 공항 구역을 빠져나오던 중, 차가 신호에 걸려 멈춘다. 수민이 보니, 바로 오른쪽에 검은 차 한 대가 보인다. 아마도 아까 연락했던 VP재단의 차일 것이다. 얼핏 자동차 뒷좌석이 보인다. 뒷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다. 산발한 머리다... 그건 확실히 보인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수민을 쏘아본다. 그와 눈이 마주친다. 확실하다! 그는 다름 아닌 데이비스다. 수민은 그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웃어 보인다. 데이비스는 분하다는 듯 수민을 빤히 쳐다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호가 바뀌자 VP재단의 차는 수민이 탄 차와 다른 방향으로, 어디론가 가 버린다. 수민은 VP재단의 차가 간 방향을 한동안 응시한다. 데이비스를 VP재단에 넘기면 끝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뭔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남아 있다. 수민 자신이 나중에 저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고개를 젓는다. 저럴 일은 없겠지... 아니 없어야 한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수민은 다시 앞을 보고, 차에 몸을 맡긴다.




오후 9시 40분. 수민 일행은 술타나 도심에 있는 대규모 호텔에 도착한다. 전체적인 외관은 마치 깎아지른 붉은 절벽처럼 보이고, 가운데에 거대한 첨탑이 세워진 이 호텔의 이름은 ‘레드 카디널 호텔’. 강변의 산자락에 세워졌기에 술타나에서는 경치가 좋은 호텔로 꼽힌다.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종업원 한 명이 수민에게 다가온다.


“김수민 님이시지요?”


“네, 맞습니다만...”


“이쪽으로 오시지요.”


일행은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로비로 들어간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수민, 카르토, 아이샤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렇게 웅장할 수가! 벽은 대리석 기둥들로 장식되어 있고, 한가운데에는 조각상이 놓인 분수가 물을 뿜고 있다. 거기에다 천장을 장식한, 마치 미켈란젤로의 벽화와도 같은 장엄한 벽화까지! 그런데, 수민이 보니 호렌은 이런 장관에도 별 반응이 없는 무덤덤한 표정이다.


“왜 그래? 이런 걸 보고 즐겨야지.”


“글쎄다... 나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꽤 익숙하게 보던 거라서. 신전 같은 데 가면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식이 다 이렇거든. 이거, 우리 신전 보고 따라 한 거야.”


“아... 그래? 나는 너희 신전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어느새, 카운터에 다다르니, 직원이 벌써 호텔 키를 들고 대기하고 있다.


“우선 저희 레드 카디널 호텔을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머무는 동안 저희 호텔은 최고의 서비스를 약속드립니다. 다만, 한 가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만...”


직원은 호텔 키들을 일행 앞에 보여 준다. 1인실 2개, 2인실 1개다.


“보시면 알겠지만, 현재 저희 호텔은 모든 방에 손님들이 묵고 있고, 이 3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 방은 각각 12층, 22층, 28층으로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네 분께서 어떻게 묵으실 건지 결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넷 사이에 잠시 눈빛이 오간다. 잠시 후, 수민이 아이샤를 가리키며 말한다.


“우선 너는 1인실을 쓰고...”


“안 돼.”


수민의 말을 호렌이 가로막는다.


“혼자 놔뒀다가는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그러면?”


“어제 말했지? 책임도 네가 진다고.”


“아... 알겠어.”


수민은 마지못해 대답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미소짓는다. 명분도 있고, 또 이렇게 남녀 단둘이 있을 기회가 또 언제 있을 거란 말인가!


“안 돼.”


아이샤가 수민의 옆에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다른 사람하고는 잘 못 자겠단 말이야.”


“너... 다른 사람과 자는 건 안 된다고?”


카르토의 말에 아이샤는 매우 강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목숨을 빚진 사람인데도?”


“아... 아니야! 그건 아니지.”


아이샤는 손을 강하게 내젓는다.


“자... 잠깐만...”


“좋아, 그럼 결정됐군.”


수민이 뭐라고 해 보기도 전에 호렌이 재빨리 수민의 말을 막고는, 2인실 키를 수민에게 준다.


“잘 감시해. 알았어?”


“아니... 잠깐만...”


“그럼, 내일 아침에 로비에서 보자고!”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수민과 아이샤를 뒤로 하고, 카르토와 호렌은 각기 1인실 키를 하나씩 들고는 각자 짐을 챙겨 먼저 가 버린다. 카르토와 호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수민과 아이샤는 그제야 안도에 가까운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이게 좀 낫지, 안 그래?”


아이샤는 수민의 말에도 딴 곳만 바라보면서도, 건성건성이라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레드 카디널 호텔 1312호실. 가운을 입은 푸른 머리의 이레시아인 남성이 침대 맞은편에 놓인 홀로그램 모니터를 보고 있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4개의 화면에는 각각 누군가의 얼굴이 보이는데, 그들도 각각 이 호텔의 어딘가에 있는 듯하다.


“잘 들어라.”


이레시아인 남성이 말한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까, 보스?”


“그렇다. 우리가 심어 놓은 정보원으로부터의 소식이다. 우리가 묵고 있는 레드 카디널 호텔에, 베라네를 운반하는 조직이 묵게 되었다. 듣기로는 누군가로부터의 의뢰를 받았고, 또 연줄이 있는 누군가의 소개로 이 호텔에 묵게 되었다는군.”


“그거 듣던 중 희소식이군요.”


“당연하지. 우리도 의뢰를 받았으니까. 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고, 내일 그들을 심문해 베라네를 얻어내자. 독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상이다.”


이레시아인 남성은 모니터를 끄고 베란다로 나간다. 강 너머로 보이는 술타나의 야경은 마천루와 고가도로, 전철, 가로등, 지나가는 차 등이 어우러져 화려하다. 그는 곧바로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눕는다. 곧이어 방의 불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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