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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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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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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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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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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불신

DUMMY

105화 <불신>



“어째서···.”


캣니스는 아랫입술을 씹었다.

티미가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 육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더가 사실이라고 동의했고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창고 안에서 티미가 죽어가는 어린아이와 단둘이 있다.

이유를 알아야 했다.


-마족은 죽여야 한다!


언젠가 알렉산드로스의 수행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상황을 두고 봤을 때 티미가 고의로 아이를 가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아이를 잡아먹기 위함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던 건지는 확실치 않다.

돌덩이인 티미를 보는 심정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아니야. 캣니스 천천히 생각해. 편견에 사로잡혀서 보는 눈을 달리하지 마.’


섣부른 결론은 배제했다. 생각을 환기하기 위해 천천히 심호흡했다.

쏟아지는 정보에서 인족과 마족인 관계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지금 중요한 건 왜 이곳에 두 사람이 있냐는 거야. 티미 님이 마족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아.’


천천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곳을 발견한 경위를 다시 돌이켜봤다.


‘모험가 길드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루나와 로비에 있던 중에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반복적인 신호는, 여기 갇혀있으니 살려달라는 구조요청과 닮았다.


‘아이의 상태를 보면 하루 이틀 있던 게 아니야.’


이곳에서 아이는 일주일 이상 갇혀있었다.

창고에 있는 육포와 마른 과일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지붕 틈으로 흘러내린 녹은 눈으로 갈증을 해소한 흔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짚고 넘어갔다.


“루나 님 혹시 이전에도 비슷한 소리를 듣지 않았나요?”

“전혀 없었다냥. 이런 소리가 들렸다면 위에서 자고 있을 때도 똑똑히 들었을 거다냥.”

“그렇군요.”


아이는 오랫동안 갇혀있었지만 한 번도 벽을 두드린 소리가 들린 적 없다.

루나는 귀가 밝고, 수인 아이는 모험가들의 시끄러운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는 상정할 수 있는 두 가지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


한 가지 가설은 벽을 두드릴 수 없는 상태였다.

또 다른 가설은 아이가 일부로 벽을 두드리지 않았다.

아이가 아사 직전인 상태로 보아 첫 번째 가설이 그럴듯했다.

하지만 이 가설로 생각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아무런 외상이 없어.’


아이를 묶어놓았다면 어디든 흔적이 남아야 했다.

하지만 치료했을 때 봤던 아이의 몸은 그러한 흔적이 없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이 아이가 수인이라는 점인데···.’


수인족은 야생의 본능이 강한 인족이다.

납치와 감금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나가기 위한 발악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제압되었을 때도 흔적이 남았어야 해.’


가고일이 환영을 다룰 줄 아니 이쪽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티미는 정신계 스킬이 없다.

이는 처음 만났을 때 스테이터스를 직접 확인한 사실이었다.


‘만에 하나 스킬을 다시 얻었다고 쳐도···’


스킬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밤이 아니라 낮 상태일 때는 환각에서 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

한 마디로 아이가 일부로 벽을 두드리지 않은 이유는 티미의 억압이 있었다기보다 스스로 얌전히 있었다는 가설이 그럴듯했다.


‘그렇다면 아이가 벽을 두드리지 않은 이유는 뭘까?’


두 번째 가설을 떠올리는 이상, 당연히 뒤따르는 의문이었다.

아이가 자유로운 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사 직전까지 벽을 두드리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 했다.


‘당장 그럴듯한 건 티미 님이 그러지 못하도록 설득했으니까.’


여러 생각이 교차했지만. 그중 이 가설이 제일 믿을만했다.

미리 아이에게 창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말을 해 둔 것이다.


‘예를 들어 숨바꼭질이라던가 모종의 말로 아이를 속여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상대는 여덟 살인 수인 아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속여도, 무서운 협박을 해도, 목숨에 위협을 느낀 이상 복종보다는 반발할 것이다.


‘만약 천성이 여려서 복종했다고 쳐도···’


어른들이 근처에 있고 낮이 되면 돌덩이가 되는 티미의 말을 언제까지 들을까.

이건 너무 억지로 맞춘 듯한 이야기였다.

더 그럴듯한 가설을 찾아야 했다.


‘아이가 구조를 바라지 않은 이유. 티미 님이 아이를 감금시킨 이유···.’


해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끝없이 되돌렸다.

그들의 의도와 창고에 남은 정보의 연관성을 이으려고 애썼다.


“아···.”


깨달음은 불현듯 찾아왔다.

캣니스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새로 얻은 가설로 다시 생각했다.


‘틀려.’


모든 게 처음 창고로 들어왔을 때 생각했던 가설과 달랐다.

창고 안에서 얻은 정보가 모두 다르게 보였다.

그 정보를 토대로 캣니스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믿기 힘든 잔인한 진실이었다.


“흡!”


입을 틀어막았다.

식은땀이 턱선을 따라서 아래로 떨어졌다.

자신만이 알게 된 진실이 믿고 싶지 않도록 벅차게 다가왔다.

생각만으로 구역질이 느껴지는 몸을 숙였다. 상상만으로 힘들어 숨을 몰아쉬었다.


‘아이는 아사하기 직전까지 이곳에 남기를 원했어. 티미 님은 아이가 괴로워하며 죽는 모습을 보기 위해 문을 막은 게 아니야.’


“캣니스냥?”


‘티미 님이 아이가 죽기를 바라였다면. 녹아내린 눈을 받는 통을 저렇게 차도록 둘 리가 없어.’


“캣니스 표정이 왜 그러는 걸까냥!”


‘그렇다면 아이가 티미와 함께 이곳에 있기를 원한 이유는···’


“캣니스! 대체 무슨 일일까냥?!”


루나의 손이 캣니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캣니스가 그녀를 바라보는 얼굴은 크나큰 공포에 빠진 사람과 같았다.


“도망친 거예요.”

“도망냥···?”

“그들을 덮친 위험에서.”


캣니스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루나의 손을 떨쳐내고 창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캣니스! 지금 어디···”


놀란 루나의 말을 뒤로 하고 달렸다.

어느새 루나도 모험가 길드도 저 뒤에 남겨두었다.

익숙한 건물을 지나 대로로 나왔다.

길을 걷던 사람들과 몇 번 몸을 부딪치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무언가에 쫓기듯 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캣니스?”

“문지기님!”


우연히 자일리와 가더를 마주쳤다.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뜬 동행자에게 달려가 팔을 낚아챘다.


“두 분은 기사단 건물을 주시하세요!”


당황한 브레드와 자일리는 내버려두었다. 가더만 데리고 다시 땅을 박찼다.

얼떨결에 딸려 온 가더였지만 묻지 않고 함께 달렸다.


“문지기님. 죄송해요. 급한 일이어서 가면서 설명할게요!”

“어. 그래.”


캣니스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달리는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오는 가더에게 이번 일의 숨겨진 진실을 밝혔다.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잘못 생각했어요. 사람들 속에 숨은 도플갱어를 찾아내면 해결될 거라 여긴 게 화근이었죠.”


하나하나 이야기를 거슬러 올랐다.

이 모든 일의 시작에는 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은 민간인이었어요. 사람이 평상시에 살아가는 공간에 나타나 두려움을 심었죠.”


브레드와 자일리가 목격한 살인사건.

평범한 살인사건인 줄 알았지만, 모험가들을 소집할 정도로 중대한 사항이 되었다.

이것이 도플갱어의 첫 등장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위화감을 심어주었다.


“두 번째는 기사단이었어요.”


도플갱어는 기사단에도 있었다.

이걸로 그들은 도플갱어가 있다는 확신과 함께 서로를 의심했다.

이카루스가 그들의 불화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오래된 모험가의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고 우리는 신전의 도움을 받았어요.”


모험가 길드의 지침대로 신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한 집단을 중심으로 순조롭게 도플갱어를 처리해 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신전 또한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어요.”


신전 또한 도플갱어의 소굴이었다.

브레드가 겪은 일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제가 도플갱어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느 장소보다 마물로부터 안전해야 할 신전이 이미 놈들에게 오염된 것이다.

이것으로 도플갱어에게 안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로써 우리는 국가기관 무엇도 믿을 수 없게 됐어요. 그렇다면 가까운 사람에게 의지하게 되는 수밖에 없죠.”


그러나 사랑하던 남편이 사실은 도플갱어였다.

믿었던 친구가 사실은 그 몸을 빼앗은 괴물이었다.

사제가 도플갱어라고 지목한 대상이 무고한 친척이었다.

이미 그들의 삶에 깊이 침투해있었다.


“이웃, 친구, 가족마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혼란을 우려해 비밀로 했던 사항도 모두가 알게 됐다.

결국 사람들은 점점 스스로 지키게 되어갔다.

협동성이라는 인류의 장점이 완전히 무너졌다.

기사단은 사람들을 지킬 방법을 모르고, 모험가 길드는 신원이 불분명하기에 신용할 수가 없다.

그나마 믿을 만했던 신전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정화작업에 들어갔다.


“의심만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였지만, 그 의심이 스스로 찌를 칼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이 되었어요.”


신성력을 제외하면 도플갱어는 죽이기 전까지 정체를 확인하기 힘들다.

언제 그들이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지 알 수 없으니. 진상을 아는 사람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그런데 여기서 도플갱어 문제보다 더 큰 진실이 숨어져 있었어요. 우리는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도 이 진실에 대해 몰랐죠. 심지어 베테랑 모험가마저 말이죠.”


도플갱어에 대해 박식한 모험가도 숨겨진 진실을 몰랐다.

아니. 오히려 베테랑 모험가일수록 더 알기 힘든 구조였다.


“도플갱어는 사람의 기억을 기반으로 상황에 주어진 말을 뱉을 뿐이에요. 그래서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언젠가 모순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그들은 기억 속에 짜인 말을 뱉을 뿐. 인족만큼 지성이 없다.

이야기 속의 모순을 얼마나 잘 알아채느냐가 도플갱어를 상대하는 방법 중 한 가지였으니 당연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방심했어요.”


겉모습과 말만 흉내 내는 마물이 정말로 그들 사이에 섞일 거라 여기지 않았다.


“저도 클레인 님이 보낸 편지가 아니었다면 끝까지 모르고 있었겠죠.”


이카루스가 가져온 편지가 아니었다면 안일하게 있었을 것이다.

클레인이 이카루스에게 보냈던 그 편지 말이다.


[도플갱어는 거짓. 호문쿨루스.]


“그 말은 저와 이카루스 님이 받아들인 말과 달랐어요. 애초에 도플갱어를 이용한 양동작전을 조심하라는 문구가 아니었어요.”


편지 본래의 의미를 눈치챈 건 조금 전 모험가 길드에서였다.

새내기 파티가 흡혈귀를 날개 달린 구울이라고 말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흡혈귀의 본질에 관한 대화 속에서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건 도플갱어가 아니라 호문쿨루스였어요. 클레인 님은 그걸 알려주려고 했던 거고요.”


어떻게 보면 양동작전이기는 하다.

하지만 편지가 경고하고자 했던 내용은 결국 호문쿨루스의 존재였다.


“클레인 님이 떠난 건 몇 주 전이에요. 통신석도 망가졌다고 했으니 이곳 정보를 알기는 불가능했어요.”


정보상도 그녀도 유능하니 이곳 상황을 알고 있으리라 여긴 게 문제였다.

훼손된 편지의 내용을 너무 안일하게 받아들인 것도 문제였다.

본래 편지의 내용이 전하고자 했던 바는 더 간단한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


“호문쿨루스는 아마도 도플갱어의 변이체.”


캣니스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이카루스가 착각할만도 했다.

정보상에게 클레인을 보낸 이유는 도플갱어가 나타난 원인을 알기 위해서이다.

일찍이 도플갱어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그들이 큰일을 하지 못하리라는 편견이 있던 이카루스.

그런 편견 탓에 본질을 보지 못했다.


“어느 서적에서도 나오지 않은 이름을 정보상에게 얻어냈다는 점이 이상하긴 해요.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아니니 넘어가 보면 여태까지 모은 단서는 하나의 답으로 연결되죠.”


이는 베테랑 모험가조차 예상치 못한 하나의 변수였다.

왕국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이변이었다.


“네임드.”


네임드.

그것은 돌연변이다.

벌레떼처럼 나날이 수가 늘어나는 마물 개체에서도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특이한 개체였다.

그것이 호문쿨루스의 정체일 터였다.

도플갱어의 약점 중 하나라고 일컫는 지성.

도플갱어의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한 개체가 분명했다.


“또한 지성만 높은 건 아니겠죠.”


지성을 극복한 일 만큼이나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브레드와 라나가 다투었던 그때의 현장.

분명 그곳에서 가짜 사제는 신성력을 사용했다.

원래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마물의 태생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러나 일은 벌어졌다.

현 사태의 심각성을 새삼 알 수 있게 된다.

사람들 틈에 숨어 있기만 해도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니는 도플갱어들,

그런 도플갱어가 지성과 힘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본인을 복제하는 건지 혹은 그의 휘하에 있는 도플갱어가 강해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더 심각한 일이에요.”


네임드가 단순히 무력만 강해지는 일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도플갱어의 경우는 말이 다를 것이다.

그것의 정체를 특정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건장한 남성 두 명이 싸우는 위험한 상황인 경우, 제삼자가 육안만으로 누가 진짜인지 판별하는 게 불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에요. 더 늦기 전에 놈을 잡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놈의 계략에 휘말렸다, 하지만 캣니스는 드디어 놈을 잡을 방법을 찾아냈다.

그런 것치고 표정이 긴박하기는 하지만,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놈을 잡다니? 위치를 알고 있어?”

“네. 추측이긴 하지만요. 놈이 정말로 인족을 갖고 놀 지성을 갖추고 있고 이 정도로 판을 벌였다면 절대로 정체를 들키지 않을 곳에 숨어 있을 거예요.”

“그곳이 어딘데?”

“그곳은 바로 기사단 건물이에요.”


기사단 건물.

현시점에서 모든 정보의 집합지이자 왕국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장소.

하지만 관계자가 이 소리를 들을 경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곳은 이미 조사했잖아?”

“네. 고위 기사직부터 시작해서 말단 기사의 종자까지 전부 조사했죠.”


기사단을 한 번 청소했다.

탁상에 앉는 고위직을 전부 조사했으니 도플갱어가 나올 리 없다.


“하지만 말이에요 문지기님. 그 마물이 정말로 똑똑하다면 기사들 사이에 숨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사실은 당연히 캣니스도 알았다.

그들 중에 도플갱어는 없다.

그래도 그 장소를 지목할 정도의 확신이 있었다.


“만약에 제가 정말로 똑똑한 마물이었다면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숨어 있을 거예요.”


캣니스는 마물의 처지에서 생각했고, 이렇게 결론 내렸다.

여러 번의 조사에도 들키지 않고, 얌전히 있기만 해도 기사단의 동태를 얼핏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런 곳이 있어?”

“네. 기사단 건물 내부에 있으며, 앞으로 왕국에 무슨 일이 생겨도 의심받지 않을 인물. 앞으로 용의선상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는 인물은 한 명뿐이에요.”


주머니에 있는 통신석이 울렸다.

캣니스는 통신석을 꺼내어 귀에 갖다 댔다.

조금 전에 만났던 동료의 연락이었다.


“캣니스. 네가 말한 대로 도착했어. 이제 어디로 가면 돼?”


기사단에 도착했다는 자일리의 전언.

캣니스는 유력한 용의자가 있는 곳을 알려줬다.


“기사단 내부에 있는 취조실로 가세요.”


일찍이 도플갱어를 죽이고 기사단 내부에 갇힌 민간인.


“취조실 안에 있는 최초의 발견자가 호문쿨루스일 거예요.”



*****



기사단 건물의 앞.

브레드는 통신석을 집어넣는 자일리를 지켜봤다.


“캣니스가 뭐라고 말하던가? 여기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던가?”


그는 일찍이 캣니스가 말한 대로 기사단 건물 앞에 도착하였다.

다만 갑작스레 내린 명령의 의미를 몰라서. 방금 자일리가 통신석으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취조실로 가래.”

“표정이 썩 좋지 않군.”


캣니스와 통화했던 자일리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있었다.

당장은 설명하기에 앞서 따라오라고 고갯짓했다.


“일단 가면서 이야기하자. 사제도 따라와.”

“네, 네!”


자일리를 선두로 일전에 갔던 취조실로 향했다.

그들과 함께 도시를 다녔던 사제가 뒤를 따라갔다.


“무슨 일입니까 브레드 씨?”


취조실 앞을 지키는 병사가 낯선 방문자를 경계하였다.

이에 브레드는 일전에 정해둔 암호를 속삭였다.

프로텐시아 사제까지 나서서 정체를 증명하자, 기사는 경계심을 줄였다.


“브레드 씨 본인이군요. 무슨 일로 여길 찾아오셨습니까?”

“잠깐이면 되네. 안에 있는 그와 면담했으면 하네.”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왕국의 안위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겠네.”


기사는 그 말에 반신반의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허리에 달린 열쇠 뭉치를 들고 자물쇠를 풀었다.


“들어가시죠. 면담에는 본 기사가 함께하겠습니다.”

“좋을 대로 하게.”


검을 착용한 기사와 함께 취조실로 들어갔다.

브레드는 양초 냄새가 가득한 탁자 앞에서 의자를 뒤로 뺐다.

자연스럽게 착석하며 다른 두 사람이 주위를 애워쌌다.


“오랜만이군. 나를 기억하나?”


자일리와 사제가 남자의 뒤를 잡았다.

그때까지도 남자는 겁을 먹은 듯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그대에게 한 가지 묻고 싶어서 왔네. 그대는 정말로 의로운 사람인가? 아니면 그런 척할 뿐인 미물인가?”


여전히 대답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다.

브레드는 그의 동태를 살피다가 사제에게 신호 줬다.

사제는 비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축 남자의 처진 어깨로 조심히 손 뻗었다.

파지직-


“꺄악!”


사제의 손이 닿자마자 일어나는 스파크.

놀란 사제가 뒤로 물러섰다.

사제의 반응을 확인한 브레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답은 확실한 듯하군.”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남자는 몸을 떨던 행동을 멈췄다.

천천히 머리를 감싸던 손을 내렸다.

탁자에 박았던 고개를 들었다.

사람 같지 않은 공허한 눈빛이 그곳에 있었다.


“즐거웠나? 우리의 꼴을 보는 게?”


히죽. 얇은 눈매가 반원을 내려갔다.

추욱. 줄곧 내려있던 입꼬리는 올라갔다.

내려가고, 올라가고. 얼굴에 있는 구멍이 소용돌이치듯 왜곡됐다.

놈은 사람의 얼굴근육으로는 지을 수 없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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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99화 휴식 23.09.20 15 0 13쪽
121 외전 서큐버스 여왕 23.09.16 16 0 29쪽
120 98화 서큐버스 여왕 23.09.12 15 0 13쪽
119 97화 서큐버스여왕 23.09.09 18 0 15쪽
118 96화 서큐버스 여왕 23.09.05 19 0 18쪽
117 95화 서큐버스 여왕 23.09.01 17 0 13쪽
116 94화 서큐버스 여왕 23.08.29 17 0 16쪽
115 93화 서큐버스 여왕 23.08.23 17 0 22쪽
114 92화 서큐버스 여왕 23.08.21 22 0 13쪽
113 91화 서큐버스 여왕 23.08.18 20 0 14쪽
112 90화 서큐버스 여왕 23.08.16 24 0 19쪽
111 외전 인연의 시작 終 23.08.14 19 0 24쪽
110 외전 인연의 시작9 23.08.11 22 0 18쪽
109 외전 인연의 시작8 23.08.09 18 0 17쪽
108 외전 인연의 시작7 23.08.07 23 0 21쪽
107 외전 인연의 시작6 23.08.03 23 1 13쪽
106 외전 인연의 시작5 23.08.02 26 1 12쪽
105 외전 인연의 시작4 23.08.01 20 1 13쪽
104 외전 인연의 시작3 23.07.31 19 1 15쪽
103 외전 인연의 시작2 23.07.29 19 0 17쪽
102 외전 인연의 시작1 23.07.28 20 0 15쪽
101 89화 동향과의 재회 23.07.27 27 0 17쪽
100 88화 동향과의 재회 23.07.25 23 0 13쪽
99 87화 동향과의 재회 23.07.24 26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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