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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그리고 주행해라!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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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雨仙)
작품등록일 :
2024.08.03 17:14
최근연재일 :
2024.08.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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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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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9화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집중되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카락, 날카로운 눈매, 조각같은 이목구비, 마치 그를 위해 제작된 듯 완벽하게 어울리는 네이비 수트.


“하성준이다!”

“진짜 개잘생겼네. 저게 어딜 봐서 30대야?”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하면 안 되겠지?”


그 완벽한 모습에 홀린 듯이 바라보는 사람들이었다.


‘왜 나를 미행하는 거 같지?’


단 한 명, 김민호를 제외하고 말이다.


김민호는 하성준을 바라보며 감탄하기는커녕 오히려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성준같은 유명 인사가 자신의 뒤를 밟을 이유가 없었기에, 길 가다 우연히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선이 계속 겹치자 찝찝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몸을 돌린 김민호가 하성준쪽으로 움직였다.


만약 자신을 뒤따라오는 게 아니라면 그대로 지나칠 터다.


“잠깐 시간 됩니까?”


점점 가까워지자 하성준이 입을 열었다. 미행했다는 게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저 사람은 누구지?”

“유명한 사람 아닐까?”


이번엔 사람들이 김민호를 보며 떠들어댔다. 후드에 모자까지 푹 눌러 쓴 김민호였기에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뭡니까?”


탐탁지않은 목소리로 묻자 하성준이 명함을 넘기며 대답했다.


“저는 헤븐즈 크라운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하성준이라 합니다.”


그 말에 김민호가 흠칫했다. 직책을 언급했다는 건 사적으로 찾아온 게 아닌, 헤븐즈 크라운을 대변해서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헤븐즈 크라운은 국내를 넘어 전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이었다. 최정상급 짐꾼이었던 시절에도 인연이 없던 기업에서 사람을 보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좋지 않네.’


목적은 알 수 없지만, 불순한 의도임은 분명했다. 좋은 일이라면 굳이 경호실장인 하성준이 아닌 다른 부서를 통해 연락했을 테니까.


“회장님께서 김민호님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바쁘시더라도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군요.”


목소리는 온순했지만, 내용은 다소 강압적이었다.


“그럽시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이는 김민호였다.


무려 플레이어 랭킹 16위를 자신에게 보냈다는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나겠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타시지요.”


그 말과 동시에 검은 세단이 도로에 멈추며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김민호가 차에 오르자 곧장 헤븐즈 크라운 본사를 향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건물군이 시야에 들어왔다.


‘으리으리하네’


주변의 건물들을 압도할 정도로 웅장한 규모의 빌딩들, 전부 헤븐즈 크라운이 소유한 건물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성준에게 길안내를 받은 김민호는 회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민호가 의자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중년 남성을 바라봤다.


‘저 사람이 한철무인가. 실제로 보니 카리스마가 장난 아닌데?’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진 속 한철무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웃어주는 평범한 옆집 아저씨같았다.


하지만 그 모습과는 상반되게 강철처럼 차갑고 단단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그는 플레이어가 아니었지만, 관록만 따지면 랭커인 하성준마저 압도했다.


“앉게나.”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목소리가 퍼졌다.


김민호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한철무 역시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말을 이었다.


“보통 나와 독대하면 다들 긴장하던데. 자네는 참 차분하구만. 역시 정점까지 가본 사내라 그런지 제법 강단이 있어.”

“과찬이십니다.”


김민호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굴지의 기업가들은 만나본 적이 없지만, 데미안을 포함해 수많은 세계 랭커를 만나본 그였다.


헌터들에게 단련된 김민호의 멘탈이 쉽게 무너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내가 자네를 왜 불렀는지 알고 있나?”

“모릅니다.”

“그럴 리가. 자네는 분명 알고 있다네.”

“모릅니다.”


한철무의 추궁에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모르는데 안다고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네 밑에 짐꾼 한 명 있지 않은가?”

“밑은 아니고, 동료는 한 명 있습니다.”

“동료라. 짐꾼이면 보통 부하로 쓰지 않나?”

“짐꾼을 멋대로 하대하는 오만한 인간들이 있는 거지. 짐꾼과 헌터는 상하 관계가 아닙니다.”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갑자기 미소를 짓는 한철무였다.


“헌터가 됐으니 당했던 만큼 짐꾼을 하대할 법도 한데.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초심을 잃지 않은 보기드문 친구구만.”

“초심이고 자시고 할 게 없습니다. 전 사실을 말한 거니까요.”

“그게 대단한 걸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웃고 있던 한철무의 표정이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부른 이유를 정말 모르는 눈치니 알려주겠네. 자네 밑에······ 아니, 자네가 동료라 생각한 한예나는 내 딸이라네. 그것도 세상에 하나뿐인, 예쁘고, 순수하고, 상냥하고, 아주 귀여운 딸이지.”


그 말에 무표정을 유지하던 김민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한예나가 한철무의 딸이었다고?’


생각해보면 단서가 몇 가지 있긴 했다.


헌터들을 이용해 김민호의 위치를 찾아내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구매하기 힘든 로브와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백호를 하루 만에 준비해왔다.


어중간한 재벌들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헤븐즈 크라운의 회장인 한철무정도 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둘이 성까지 같았다. 물론 이 정도 단서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면 김민호는 짐꾼이 아니라 탐정을 했을 거다.


‘대단한 집안의 아가씨였네.’


잠깐 놀라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한예나의 집안이 대단하든, 가난하든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흐음. 역시 내 딸이란 걸 알고 있던 거 아닌가?”


반대로 김민호의 반응이 밋밋해 아쉬워하는 건 한철무쪽이었다.


“아니요. 정말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뭐 사실 알고 있든 모르든 상관은 없네. 내가 할 말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한철무가 책상에다 흰 봉투를 올려두며 말했다.


“당장 내 딸과 헤어지게.”

“예?”


너무 뜬금없는 소리에 제대로 당황한 김민호였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뭘 헤어지란 말인가.


“돈이 더 필요한가? 여기 3억이네.”


김민호가 말이 없자 두 장의 봉투를 더 올렸다.

두껍지 않은 걸 봐선 수표인 듯했다.


“지금 농담따먹기나 하려고 절 찾으신 겁니까?”


김민호의 얼굴에 불쾌감이 역력하자 한철무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런 대사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네. 딸의 남자친구에게 돈을 주며 헤어지라고 말하는 게 모든 부모의 로망 아니겠나. 기분 나빴다면 내 사과하지.”


어떤 부모가 그런 막장 드라마같은 장면을 로망으로 여긴단 말인가.


게다가 그 유치한 장난을 자신에게 쳤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그런 말씀은 따님 남자친구에게나 하시죠. 저와는 단순 동료 관계일 뿐이니까요.”

“그게 말일세. 내 딸이 남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거든. 남자친구는커녕 친구 한 번 사귀어본 적이 없어. 그런데······.”


한철무가 잠깐 말을 흐렸다.


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자네에게 며칠 내내 매달렸다고 들어서 말이지.”


한철무가 김민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마치 그의 속내를 읽으려는 것처럼.


그 모습에 김민호는 방금 전의 장난에 진심이 섞여있음을 눈치챘다.


“저를 떠본 거군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예나와 저는 동료일 뿐입니다.”

“그것 보게! 지금 내 딸에게 반말까지 하지 않는가. 내 딸은 평생 누구한테 매달려본 적도 없고, 남한테 반말을 허용한 적도 없네. 근데 자네한텐 그런 모습을 보이니 아비로서 어찌 의심을 안 하겠는가.”


이젠 대놓고 속내를 뱉었다. 그가 엄청난 딸바보임을 깨달은 김민호였다.


“무의미한 대화를 계속 할 생각이라면 전 가보겠습니다.”


똑같은 이야기가 계속 돌고 돌며 시간을 낭비할 것 같자 강하게 나가는 김민호였다.


“알았네. 알았어. 그만 의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네.”


잠깐 눈을 감더니, 이내 근엄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한철무였다.


“나는 내 딸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네. 그래서 단 한 번도 예나의 인생에 간섭한 적이 없었지. 하지만 딸에겐 꿈이 없었어.”


그의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한예나는 사람과도 잘 어울리지 않고, 하고 싶은 취미 하나 없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도 길을 찾지 못 한 그녀는 헤븐즈 크라운에 입사했다.


그녀는 회장인 한철무의 도움 없이, 2년만에 검수실장 자리에 오르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딸의 활약에도 한철무는 전혀 기뻐하지 못했다. 몸을 혹사해가면서 좋아하지 않는 일에 매달리는 딸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할 땐 기뻤네. 그런데 하필이면 짐꾼이라니.”


씁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민호는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짐꾼은 돈벌이는 되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였다.


목숨을 잃을 확률이 높은 만큼, 헌터보다 더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대우도 형편없었다.


한철무의 근심 어린 표정에서 김민호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의 부모님 역시 짐꾼이 되는 걸 한사코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딸이 위험천만한 짐꾼일을 그만뒀으면 좋겠네. 자네가 도와줄 수는 없겠나? 내 보답은 섭섭지 않게 하지.”


헤븐즈 크라운의 회장정도면 그 대가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싫습니다.”


그러나 김민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보상에 눈이 먼 남자가 아니었다.


“자기 의지로 짐꾼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저는 예나와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한예나는 앞으로 해줄 일이 많았다. 자신과 함께 미래를 바꿔나갈 중요한 인물이었다.


“대신 한 가지는 확실히 약속하죠. 예나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제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지킬 테니까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감정이 오락가락하던 한철무가 이번엔 쉬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내 딸이 짐꾼 생활에 만족하고 있나?”

“글쎄요. 제 눈엔 행복해 보이긴 했습니다.”


한철무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행복하다라······ 그래. 행복하면 됐지. 자네를 한 번 믿어보겠네. 내 딸 예나를 잘 부탁하네.”


오늘 만난 김민호는 한철무의 인식을 뒤엎었다. 그는 책임감이 넘치고 짐꾼을 괄시할 사람이 아니었다.


성격만 보면 믿음직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는 너무 약했다.


이제 고작 2단계 게이트를 공략한 초보 헌터에 불과했으니까.


한철무는 딸이 그와 함께 게이트 안에서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김민호의 굳은 결심을 듣자 불안감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악수 한 번 하지.”


한철무가 허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김민호가 그 손을 받자, 한철무가 가볍게 흔들었다.


하지만 5초가 지나고, 10초가 지나도 한철무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피어오르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정말 믿음직스러운 사람이야. 앞으로도 우리 예나의 ‘동료’로 남아주면 좋겠네.”


그의 말에 숨겨진 의미는 명확했다. ‘내 딸에게 흑심을 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의 눈빛과 손아귀의 힘이 무언의 경고를 전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시죠.”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악수를 풀었다.


한결 표정이 부드러워진 한철무가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웠을 텐데, 시간 내줘서 정말 고마웠네. 오늘 일은 내 꼭 보답하지.”

“괜찮습니다. 회장님을 만나 뵌 것만으로도 제겐 큰 영광이니까요.”

“젊은 친구가 말솜씨도 좋구만. 그러면 조심히 돌아가게.”


김민호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회장실을 빠져나가자, 한철무가 한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웬일이야?

“우리 딸,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응. 괜찮아. 마침 쉬고 있었거든.

“그래? 사실 방금 김민호란 친구랑 이야기를 조금 나눠봤거든.”

-뭐? 민호 오빠? 아빠가 민호 오빠를 어떻게 만났는데? 설마 무슨 짓 한 거 아니지?


순간, 한철무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두 눈을 부릅떴다.


“방금 뭐라 말했니?”

-무슨 짓 한 거 아니냐고?

“아니. 그것보다 전에.”

-어떻게 만났는데?

“아니, 그전에.”

-민호오빠?


그 말에 한철무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반말을 쓰는 사이란 건 알았지만, 설마 그런 애정 가득한 호칭을 사용할 줄이야.


“하실장! 밖에 있나! 당장 김민호 그 개자식 잡아 오게!”


악귀가 되어버린 한철무였다.


* * * *


다음날 김민호가 사는 아파트로 헤븐즈 크라운 직원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회장님이 보낸 선물이라며 상당히 큰 상자를 전달했다. 상자를 전부 열어본 김민호가 화들짝 놀랐다.


‘이걸 나한테 다 준다고?’


상자 안에는 최고급 조리기구 브랜드의 제품들로 가득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그 브랜드 안에서도 하이엔드 라인의 제품들이었다.


‘우리 회장님 통이 장난 아니게 크시네.’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받아들이는 김민호였다.


마침 조리기구를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 기구들이 어떤 몬스터 식재료가 어울릴지 고민하고 있던 사이.


“회장님께서 이것도 함께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직원들의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무언가를 건넸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들이나 쓸 법한, 눈부시게 빛나는 블랙카드였다.



작가의말

며칠 뒤 작품 제목이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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