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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그리고 주행해라!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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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雨仙)
작품등록일 :
2024.08.03 17:14
최근연재일 :
2024.08.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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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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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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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4화


게이트에서 나오고 헌터 협회에 간 김민호는 필요한 물건을 몇 개 구매했다.


구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엔 저녁이었다. 게이트에서 폭식하고 온 김민호는 새벽까지 운동을 하다가 잠에 빠졌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쯤.


삐리리릭 -


익숙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민호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핸드폰을 잡았다.


짐꾼은 알람을 켜놓고 쪽잠을 자는 경우가 많아 소리에 민감했다.


‘얘가 이 시간에 웬일이지?’


발신인의 이름은 김민우. 김민호의 동생이었다.


그가 고개를 갸웃댈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엔 학교에서 수업받고 있을 시간이라 전화가 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자.


-형! 혀엉!


소리를 질러대는 동생의 목소리에 고막이 찢어질 뻔 했다.


김민호가 볼륨을 줄이고는 말했다.


“너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니야?”

-형!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하지 않긴. 학생땐 말이야 공부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 나 봐봐. 공부도 못 하고 각성해도 특성이 안 좋아서 그냥 짐꾼이나 하며 헌터들 시다바리나······.”


김민호도 아직 26살밖에 안 됐다. 수년간 짐꾼을 하며 산전수전 다 겪다 보니 어린 나이에 꼰대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아씨,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김민호가 듣기 싫은 소리만 뱉을 걸 알았기에 잽싸게 말을 끊어버리는 김민우였다.


-형 어제 버려진 광산 게이트 공략했어?

“어?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

-그게 주작이 아니라 진짜였구나!

“대체 뭔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내가 게이트 공략한 걸 어떻게 알고 있냐고.”

-형 큐튜브 알지?


모를 리가 없었다.


세계 최대 영상 공유 플랫폼이었고, 예전엔 김민호도 삶이 지치거나 도파민을 채우고 싶을 때마다 큐튜브 영상을 찾아봤으니까.


-지금 당장 큐튜브에 형 이름 검색해봐! 형이 공략한 하이라이트 영상이 지금 인급동 1위를 찍었다고!

“내가?”


인급동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뜻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사람들이 고작 1단계 게이트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잖아. 요즘 1단계면 광대 짓으로 어그로를 끌어도 안 보겠다.’


김민호는 동생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이름값이 있고, 최근 헌터로 전향하며 많은 관심을 받긴 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 인급동 1위를 할 수 있을 만큼 큐튜브는 만만한 플랫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동생이 장난 전화를 거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일단 큐튜브에 들어가 검색만 해봤다.


-이게 하이라이트? (전)최정상급 짐꾼 김민호 하이라이트

(최초 공개) (한나라이트)


순간 김민호가 깜짝 놀랐다.

썸네일에 몬스터 찌개를 떠먹는 자신의 모습이 박혀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걸 업로드한 곳은 하이라이트 채널 중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한나라이트였다.


“알려줘서 고맙고. 형이 나중에 전화할게.”

-형? 형···


동생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린 민호가 다급히 영상을 눌렀다.


3시간 전에 업로드된 영상인데 벌써 조회수가 80만을 넘기고 있었다.


영상이 시작됐다.


한나라이트의 채널을 보여주는 인트로가 5초 지나자 김민호의 모습이 보였다.


일반적인 하이라이트라면 김민호가 자이언트 블랙랫을 상대하는 장면이 나왔어야 했다.


-어으, 역시 국물은 얼큰해야지!

-와 진짜 개맛있네.

-그냥 미슐랭 뺨치는 맛인데 사람들은 왜 이걸 안 먹는 거야?


하지만 영상에선 요리를 완성하고 김민호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찌개와 석쇠구이를 먹는 모습만 보여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보여주는 건 아니었다. 요리하는 시간이 20분 정도 걸렸다면 요리 장면은 1분 30초도 안 나왔고, 식사 또한 일부분만 보여줬다.


영상을 넘기지 않고 끝까지 본 김민호가 실소를 터트렸다.


‘이게 하이라이트라고?’


영상 제목과 똑같은 생각이 드는 김민호였다.


이 정도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이라이트 영상이라 해봐야 매번 몬스터와 치고받고 싸우는 게 끝인데, 전직 짐꾼이 갓 잡은 몬스터로 요리에 먹방까지 하고 있었다.


그냥 광대짓도 아니고 이런 참신한 광대짓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안 보고 지나칠 리가 없었다.


머리가 아찔해진 김민호가 댓글을 눌렀다.


-이게 하이라이트? (전)최정상급 짐꾼 김민호 하이라이트

└??? 영상 잘못 올리신 거 아닌가요?

└제작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먹방 퀄리티 개미쳤네

└누군 김밥으로 때우고 있는데 누군 아침부터 고기 먹네

└저거 쥐고긴데요?

└쥐고기면 어떰 개맛있어보이는데ㅋㅋㅋ 나도 한 입 주면 안 되나

└이거 주작임 전세계 하이라이트 영상 다 찾아봐도 음식을 먹는 영상은 없음 ㅇㅇ 채널장 조회수 떨어지니까 걍 괴식충이랑 짜고 친 듯

└현직 헌터입니다. 제가 플레이어 시스템에서 찾아봤는데 저 장면 그대로 기록되어있습니다. 주작 아니에요. 못 믿겠으면 주변 각성자들한테 물어보세요.


그 외에도 저 인간은 진짜 몬스터를 먹네, 먹방 큐튜버 해줘라, 주작이어도 좋으니 풀영상 없냐 등등.


80만을 넘긴 조회수답게 댓글 반응도 정말 다양했다.


댓글창을 꺼버린 김민호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심정이 매우 복잡할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하이라이트, 빵 터져버린 유튜브로 인해 수많은 관심을 받게 됐으니까.


그리고 그 관심 사이로 악플이 쏟아질 테니까.


“흐, 흐흐. 흐하하.”


침울해진 그가 흐느끼기 시작하더니 양손을 내렸다.


“이거 진짜 대박이잖아? 하이라이트가 이대로만 계속 나와준다면······ 내 인식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야.”


······놀랍게도 김민호는 전혀 침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치아를 드러내면서까지 이 상황을 기뻐하고 있었다.


김민호는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간 대중들 사이에서 김민호의 평판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짐꾼이란 이유로 그를 하대하고 무시하던 일부 헌터들이 인터뷰로 그를 깎아내린 결과였다.


그 결과 괴식충이란 오명이 붙고 아무 몬스터나 생으로 뜯어먹는 야만인으로 낙인찍혔다.


‘걔네 입장에서 야만인은 맞을지도. 날고기나 벌레를 먹은 적도 많으니까.’


사실 김민호도 생으로 먹고 싶진 않았다. 조리하지 않으면 탈이 날 위험도 크고, 구토할 정도로 맛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헌터들이 요리를 금지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을 뿐이었다.


웃고 있던 김민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우선 오명부터 벗긴다.’


김민호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나라이트 채널은 앞으로도 그의 영상을 업로드할 게 분명했다. 조회수가 됐으니까.


이를 기회로 삼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몬스터를 조리하고 맛있게 먹어 치울 계획이었다.


몬스터도 제대로 조리하면 별미가 될 수 있다는 걸, 자신이 야만인이 아닌 식도락가라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대중의 시선이 바뀌면,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김민호는 세상 사람 모두에게 인정받는 헌터가 될 생각이었다.


명예욕이나 자신을 무시한 헌터들을 향한 복수심 같은 하찮은 동기가 아니었다.


‘내 손으로 플레이어 사회를 뒤엎겠다.’


정상에 오른 김민호는 플레이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목격했다.


약자들은 손쉽게 희생되고, 강자들의 놀잇감이 되었다.


강자들이 재미 삼아 뱉은 말에 대중들은 쉽게 선동되었고, 약자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주로 짐꾼들이 그 대상이었다.


김민호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는 건 없었다. 정상에 올라서 봤자 한낱 짐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특성이 진화하자마자 헌터로 전향했다. 누구보다 강해져 썩어빠진 플레이어 사회를 바로잡을 생각이었다.


이 세계에선 강한 자가 곧 법이었으니까.


* * * *


족히 100평이 넘는 새하얀 방.


안에는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첨단 설비들이 가득했고, 작업대마다 두 명씩 앉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기업인 헤븐즈 크라운의 제3검수실이었다.


유능한 직원들이 수천 개에 달하는 장비와 재료를 꼼꼼히 검수하고 있었다.


며칠 못 잔 사람처럼 다크서클이 짙고 머리가 지저분한 여성이 검수실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가죽 독이 제대로 안 빠졌네요. 당장 돌려보내세요. 물건 보낸 업체와는 거래 중단하시고요.”

“상급품이라더니, 뼈 상태가 형편없네요. 반송하세요.”

“이 목걸이 내구도가 달아있네요? 판매자 한 번 만나보세요. 만약 잠적했다면 조사부에 추적 요청하시고요.”


외모와 달리 꼼꼼하고 앙칼진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예나였다. 재료나 장비의 설명과 등급을 볼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그녀는 입사 2년만에 검수실장 자리에 오른 엘리트였다.


비상한 두뇌만큼이나 완벽주의자에 일중독 성향을 보여 지도층의 신임을 받았지만, 반대로 부하직원들은 그녀를 두려워했다.


“모두 손 놓으세요. 20분간 휴식하겠습니다.”


한예나는 자신이 가진 강박적인 업무 스타일이 가진 단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휴식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켜주었다.


업무 강도는 여전히 높아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지만, 이러한 절충안 덕분에 불만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사원들이 하나둘 작업을 멈추기 시작하더니 검수실을 빠져나갔다. 언제나 그렇듯 휴식 시간때 검수실에 남는 부하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직원들이 하나둘 작업을 멈추고 검수실을 빠져나갔다. 항상 그렇듯 휴식 시간에 검수실에 남는 사람은 없었다.


“으으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날카롭던 목소리가 귀엽게 변했다. 안경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켠 것이었다.


“대체 운송팀은 뭘 하는 거야. 품질에 문제 있다는 걸 딱 보면 모르나?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하자 있는 물건만 들여오고··· 아니, 아니지. 이건 계약관리팀 문제야. 거래처를 어떻게······.”


의자에 앉은 한예나가 작은 목소리로 꿍시렁꿍시렁거리기 시작했다.


직원들 앞에선 독종, 차도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그녀였지만, 놀랍게도 23살밖에 안 된 사회초년생에 불과했다.


불만을 토로하던 그녀가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고는 확인했다.


“우우··· 얼굴 못생긴 거 봐. 지금이라도 화장품을 좀 써봐야 하나?”


그녀에게도 다크서클 하나 없던 깨끗한 피부에 머릿결이 비단처럼 부드럽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헤븐즈 크라운에 입사해 능력을 인정받고 빠르게 승진하면서 그녀의 얼굴은 점점 지쳐갔다.


책임감에 사로잡혀 자기 관리가 뒷전이 된 탓이었다.


원한다면 언제든 퇴사하고 자신을 가꿀 수 있었지만, 한예나는 일을 놓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직장에 평생을 바칠 생각이었다.


얼굴을 보며 한숨 쉰 그녀가 카메라를 끄고 큐튜브를 켰다. 휴식 시간에 큐튜브를 보는 것, 이것이 그녀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오, 뭐야. 새영상 올라왔잖아?’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한나라이트의 최신 영상이었다.


그녀는 헌터들을 동경했다. 사활을 걸고 싸우는 모습, 화려한 움직임으로 몬스터를 제압하는 장면들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전투 특성을 보유한 사람이 헌터가 될 수는 없는 법.


슬프지만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게 끝이었다.


대리만족도 급이 있었기에 큐튜브에서 재미있고 검증된 영상만 찾아보지만.


‘근데 썸네일이 왜 이래? 뭐, 보면 알겠지.’


찌개를 떠먹는 남자, 하이라이트 영상에 안 어울리는 썸네일이었지만 일단 눌러보기로 한 그녀였다.


한나라이트는 검증된 채널이었으니까.


하지만.


탕탕탕탕······.


싸우는 장면은 없고 채소를 썰고.


-어으, 역시 국물은 얼큰해야지!


남자가 조리한 음식을 먹는 장면만 나오고 있었다. 전투를 기대하고 온 그녀가 실망할 법도 했지만.


‘······.’


어느새 한예나는 영상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영상이 끝나면 처음으로 되돌려 다시 보기를 반복했다. 세 번째 시청할 때쯤, 일에 지쳐 죽어가던 그녀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큐튜브를 끈 한예나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 번 울리자마자 상대방이 받았다.


“아빠!”

-······업무 시간엔 뭐라 부르라고 했지?

“에이, 전화인데 뭐 어때. 지금 주변에 아무도 없어.”

-쓰읍.


눈치주는 소리에 한예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회장님이요."


그녀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래. 우리 하나뿐인 딸 웬일로 전화했어요?


정작 아빠쪽에서는 다정한 말투였다.


“나 퇴사하려고!”

-퇴사? 하고 싶은 일이라도 찾은 거니?


갑작스러운 선언에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다.


딸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뭐든 지지해주고 싶은 그였다.


“짐꾼!”

-······.


몇 분간 말이 없는 한예나의 아빠였다.


작가의말

연재 시간대는 아직 미정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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