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날아라! 그리고 주행해라!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우선(雨仙)
작품등록일 :
2024.08.03 17:14
최근연재일 :
2024.08.15 12:0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446
추천수 :
40
글자수 :
68,661

작성
24.08.03 22:17
조회
433
추천
5
글자
13쪽

1화

DUMMY

1화


인류는 마침내 80단계 게이트를 최초로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그중 짐꾼 반장으로 참여했던 플레이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계 최정상급 짐꾼 김민호.


생중계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단상 위에서 당당히 카메라를 마주한 그가 입을 열었다.


“저 김민호는 이 시간부로 짐꾼을 은퇴합니다.”


충격적인 발언에 기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헌터로 전향합니다.”


이어지는 선언에 전세계가 까무러쳤다.


* * * *


파멸의 백룡이 헌터들의 끈질긴 공세 끝에 힘을 잃고 말았다.


하늘을 뒤덮던 거대한 몸체가 천천히 기울기 시작했다. 찬란하던 은빛 비늘이 광채를 잃어갔고, 한때 위엄 넘치던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백룡의 몸이 대지를 향해 급격히 낙하했다.


쿠우웅 !


엄청난 충격에 대지가 흔들렸고, 먼지구름이 하늘로 치솟았다.


먼지가 가라앉고 파멸을 상징하던 존재의 최후가 확인되자.


"해, 해치웠나?"

"우리가 이겼다!"

"드디어 클리어했어! 드디어!"


헌터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수개월간의 끈질긴 도전 끝에 숙원의 80층을 마침내 정복한 것이었다.


그 사이 김민호가 단검을 들고 슬그머니 백룡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백룡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혓바닥을 톱질하듯 자르기 시작했다.


“어어, 쟤 또 자살하려 한다!”

“뭐해! 빨리 저 미친놈 막아!”

“어휴. 그럼 그렇지. 저 괴식충이 왜 이렇게 얌전하나 했네.”


몇몇 헌터들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재빨리 달려들었다.


“츄르릅!”


그 모습에 김민호가 황급히 혓바닥을 입 안에 넣어버렸다.


‘와, 와우.’


생혓바닥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비릿한 혈향이 코끝을 맴돌고 질감은 마치 썩은 고무줄 같았다.


“몬스터 좀 그만 먹어!”

“뱉어! 뱉으라고!”


소스라치게 놀란 헌터가 김민호에게 헤드락을 걸었지만.


이미 김민호는 혓바닥을 그대로 삼키고 난 뒤였다.


“이런 미친놈이! 결국 사달을 내는구나!”


헌터들은 몬스터를 안 먹는다.


비위생적인 건 기본이고, 조리법도 없고 몸에 해로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대의 음식을 가져올 수가 있어 굳이 몬스터를 먹을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김민호는 몬스터를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웠다.


“얼른 약부터 먹여!”

“여기 힐러 한 명 대기해줘!”


그러한 습성 때문에 김민호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기가앤티스의 배를 뜯다가 기절하고, 데스 코브라를 뜯어먹다가 내장이 망가진 적도 있었다.


언제는 심연 파수꾼의 손을 먹었다가 한 달 내내 악몽만 꾼 적도 있다. 그래서 헌터들은 그가 몬스터를 못 먹게 제지했다.


만약 먹으면? 지금처럼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와 친하다 보니 걱정돼서? 그런 게 아니다.


김민호는 노련한 짐꾼 열 명 이상의 역할을 혼자 해내는 인간이었다.


심지어 짐꾼 반장이었기에 짐꾼들을 지휘하는 역할 또한 중요했다.


그런 그가 기절해버리면 공략대 입장에선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김민호를 안 쓰면 되지 않냐고? 그를 빼기엔 너무 유능한 짐꾼이었다.


강제로 약을 먹이고 온갖 치료 마법까지 받은 김민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만! 그만! 안 먹을 테니 힐 그만 주세요!"


김민호는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에 몬스터를 먹지 않기로 공대장과 약속했었다.


그 결과 몬스터를 먹지 않고 일에 충실해야 했다.


하지만


‘보스를 어떻게 참냐고!’


80단계 게이트의 보스는 먹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약속을 어기고 혓바닥을 먹은 것이었다.


결과는 꽝이었지만.


무수한 치료 스킬때문에 속이 메스꺼워진 김민호가 주변을 흘겨봤다.


움직임이 빠른 몇몇 헌터가 눈을 부릅뜨며 자신만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은 빈틈을 노려 어찌어찌 먹었지만, 먹으려는 시늉만 해도 곧바로 제지당할 게 분명했다.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 김민호가 입을 열었다.


“짐꾼 여러분 모여주세요. 많이 힘들겠지만, 마지막 작업이니 함께 힘내봅시다.”


초보 짐꾼들은 마정석을 채취하고 전리품을 들고 다니는 역할이 고작이었지만, 노련한 짐꾼들은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함정을 설치 및 해제하거나, 고대어를 해독, 물자 지원 및 수리, 지도 제작 등등 헌터들에게 도움 되는 보조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제일 잘하는 건 전리품을 챙기는 것이었다.


“명호님과 진호님은 파멸의 지렁이와 파멸의 흑마, 파멸의······.”

“어휴. 저놈 또 시작이네.”

“시간 아깝게 몬스터 이름을 다 말해야 하나?”

“냅둬요. 하루이틀 저러는 것도 아니고.”


짐꾼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몬스터를 한곳에 모으는 것이었다.


그냥 잡몹을 모아달라고 말하면 그만인데, 김민호는 몬스터를 존중하듯 이름 하나하나를 다 말했다.


처음에는 훈수를 두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김민호의 방식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몬스터와 관련된 일만큼은 고집을 꺾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멸의 독수리를 한곳으로 모아주시고요. 부반장님과 한길님은 몬스터를 손질해주세요. 파멸의 백룡은 저 혼자 손질하겠습니다.”


그 명령을 끝으로 짐꾼들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헌터들만큼이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몬스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보통 짐꾼들은 손질 방식이 상당히 과격했다. 마정석만 캐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의 짐꾼들은 상당히 섬세했다. 손상 없이 가죽을 벗기고, 뼈가 부러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런 최상위 게이트의 몬스터 재료는 무기 및 아이템 제작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몬스터를 제외하면 살점이나 내장 같은 건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소멸했다.


“반장님. 미감정 장비가 나왔는데, 감정해볼까요?”


명호의 물음에 김민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백룡을 아기 보살피듯 아주 섬세하게 손질하다보니 그의 전신이 땀으로 적셔져 있었다.


“아니요. 한곳에 모아두세요. 감정할지 말지는 공대장이 정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몬스터의 몸에서 마정석을 채취하면 아주 낮은 확률로 장비와 아이템이 떨어졌다.


마정석과 재료도 돈이 됐지만, 가치가 가장 높은 건 장비였다.


그중에서도 미감정 장비는 더욱 값어치가 높았다. 운만 좋다면 인생을 바꿔줄 사기적인 장비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쓰레기 장비가 나올 때도 있었기에 미감정인 채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더 물어볼 거 있으면 우선은 부반장님께 말하시고, 답이 안 나오면 그때 말 걸어주세요. 지금부턴 집중해야 하거든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은 김민호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


심혈을 기울이며 백룡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헌터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워낙 느릿느릿하다 보니 하나둘씩 신경을 껐다.


5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몬스터 손질이 끝났다.


평균적으로 2시간 걸리는 걸 생각하면 오래 걸린 편이지만, 몇몇 헌터들이 불만을 품었지만.


재촉하진 않았다. 백룡의 크기를 생각하면 오래 걸릴 만도 했기 때문이다.


은발 머리의 미중년이 헌터들을 모았다.


공략대의 공대장이자 세계 1위 헌터인 데미안이었다.


“그대들은 세상에서 가장 용맹하고 뛰어난 헌터들이네. 이 극악의 게이트를 최초로 공략한 게 그 증거 아니겠는가. 머지않아 90단계 게이트가 나타난다면 다시 한번 그대들과 함께하고 싶네.”

“언제든지 불러주십쇼!”

“필요로 하면 무조건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데미안! 데미안!”


구원자라 불리는 데미안은 헌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를 존경하지 않아도 함께하고 싶어 하는 헌터들 또한 많았다. 그와 게이트를 들어가면 위상이 절로 올라갔으니까.


그렇기에 전세계 헌터가 그에게 열광했다. 거물급 헌터 일부를 제외하고 말이다.


허허 웃던 데미안이 손을 올리자, 환호성에 시끄럽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다들 고맙네. 밖으로 나가면 성대한 파티를 준비해놓을 테니 저녁에 참여해줬으면 좋겠군. 자, 이만 돌아가자고. 전 세계가 우리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네!”

“데미안! 데미안!”


헌터들이 다시 환호하기 시작하며 데미안을 필두로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이주일 만에 공략대가 현대로 돌아왔을 때였다.


짐꾼 중 한 명인 명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였다.


“어? 부반장님?”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나?”

“저희······ 반장님이 안 보이는데요?”


아직 김민호가 게이트에서 안 나온 상태였다.


* * * *


헌터들이 다 빠져나간 게이트 안.


지상에 쌓여있던 고깃덩어리가 흔들리더니 사람 얼굴이 튀어나왔다.


“갔나?”


김민호였다. 마치 첩보 작전을 수행하는 스파이처럼 숨어있던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보이지 않자 낑낑거리며 기어 나왔다.


“후우, 진짜 깔려 죽는 줄 알았네.”


십 분만 더 지났어도 덩어리의 무게를 못 버텨 그대로 압사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신체 능력은 헌터들과 달리 강인하지 않았으니까.


김민호는 뻐근한 몸을 주무르며 거칠어진 호흡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고깃덩어리 사이로 흘러나온 끈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자신이 숨겨둔 가방이었다.


“으으으윽!”


고깃덩어리에 파묻혀있던 상태라 힘이 많이 빠진 상태.


김민호는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내 끈을 잡아당겼고.


삼십 초간의 줄다리기 끝에 가방을 겨우 꺼냈다.


가방을 열자 김민호의 두 눈에서 이채가 띠었다.


“이걸 드디어 먹어보는 구나.”


김민호가 가방에서 구형(形態)의 뭔가를 조심스레 꺼냈다.


마치 정교하게 다듬어진 보석처럼 생긴 그것은 인간을 압도하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표면은 유리처럼 매끄럽고 내부는 칠흑의 어둠과 순백의 빛이 끊임없이 춤을 췄다.


살아 숨 쉬는 백룡의 심장이었다.


‘제발! 제발 신화 재료여라.’


심장을 바라보며 김민호는 신께 기도했다.


그는 정말 많은 몬스터의 다양한 부위를 먹어왔다.


그러면서 괴식충이니, 먹보 짐꾼이니 온갖 별명이 지어졌다.


지금이야 몬스터를 먹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처음부터 호기심 넘치고 몬스터 식재료에 거부감이 없던 인간은 아니었다.


심장을 먹기 전에 김민호가 특성창을 열었다.


-

고유 특성 : (S) 탐구자

::비전투 스킬의 경험치가 쌓이면 등급이 진화한다. (최대 S등급)

스킬북으로 스킬을 배우는 게 불가능하다.


희귀 재료 1000/1000


특별 재료 300/300


치명 재료 50/50


고대 재료 5/5


신화 재료 0/1

-


김민호의 특성은 각성한 헌터 중에서도 극소수만 가진 진화형 특성이었다.


특성에 퀘스트가 있고, 조건을 완료하면 진화했다.


퀘스트 난이도에 따라 특성의 성능이 천차만별이었지만, 대부분의 진화 특성은 사기성이 짙었다.


다만 김민호의 퀘스트는 설명이 심할 정도로 부실했다. 부실을 넘어서 아예 내용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 탓에 처음 1년동안은 특별 재료는커녕 희귀 재료 1개조차 얻지 못했다. 별의별짓을 다 해본 김민호가 최후의 수단으로 몬스터 고기를 뜯어먹었다.


그러자 퀘스트 진행도가 올랐다.


그때 깨달았다. 퀘스트의 조건은 몬스터를 먹는 것이란 걸.


그날 이후, 김민호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년 전에 모든 재료를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이게 신화가 아니면, 공략대가 90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몇 년은 걸릴 거고, 그때도 나를 데려간다는 보장이 없다.’


신화 재료만큼은 얻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김민호는 인류의 재앙으로 불리던 80게이트의 보스, 백룡의 심장에 모든 것을 걸었다.


용의 심장 정도면 신화 취급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으니까.


‘만약 이 심장마저 신화 재료가 아니라면······.’


차라리 특성 진화를 포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후우.”


김민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뇌를 떨쳐냈다. 특성창을 닫고 심장을 바라보았다.


형언할 수 없는 긴장감이 그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아담한 심장을 조심스레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제발 신화여라!’


다시 한번 하늘에 기도하며 이빨로 심장을 깨물었다.


그러자 시간이 멈춘 듯 김민호의 표정이 굳었다.


살면서 정말 많은 음식을 먹어봤지만, 이런 질감은 처음이었다.


마치 구름을 씹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파아아악 !


입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마그마가 올라오듯 몸 전체가 뜨거워지고 뇌는 설산에 있는 것처럼 차가워졌다.


입 밖으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김민호의 전신이 가려졌다.


이 세상 누구보다 많은 종류의 식재료를 먹어본 그가 난생처음 겪는 이상 현상에 당황하고 있을 찰나.


-신화 재료 ‘백룡의 심장’을 섭취하였습니다.


-탐구자 특성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EX)포식 탐구자로 진화합니다.


“드디어······ 드디어 진화했다!”


수년간의 괴식··· 아니, 고생 끝에 특성이 진화했다.


그것도 전례 없는 EX등급으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 연재 중지 공지입니다 24.08.16 22 0 -
11 11화 24.08.15 83 3 15쪽
10 10화 24.08.13 125 1 16쪽
9 9화 24.08.12 128 1 14쪽
8 8화 24.08.10 145 4 14쪽
7 7화 24.08.09 167 3 14쪽
6 6화 24.08.08 199 2 12쪽
5 5화 24.08.07 227 4 13쪽
4 4화 24.08.07 270 6 13쪽
3 3화 24.08.05 308 6 14쪽
2 2화 24.08.04 361 5 13쪽
» 1화 24.08.03 434 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