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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그리고 주행해라!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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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雨仙)
작품등록일 :
2024.08.03 17:14
최근연재일 :
2024.08.15 12:03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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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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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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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8화

DUMMY

8화


고블린 손질은 금방 끝났다. 중간에 한예나가 도와주려 했지만, 마음만 받은 김민호였다.


의욕만 넘치는 초심자는 식재료만 망칠 뿐이었으니까.


김민호는 뱃살 부분만 자르고 나머지 부위는 전부 버렸다. 다른 부위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재료 준비까지 전부 끝낸 김민호는 조리기구를 꺼내 불을 켰다.


오늘 만들 요리는 고블린 스테이크였다. 고블린은 높은 단계의 게이트에서도 제법 나오는 몬스터였기에 익숙한 몬스터였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올리브 오일을 살짝 바른 뱃살을 예열한 후라이팬 위에 올렸다.


치이이익 -


고기 굽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황홀했다. 눈 감고 들으면 마치 ASMR영상을 듣는 것처럼 편안했다.


김민호는 머릿속으로 초단위로 시간을 세며 고기를 한 두 번만 뒤집어줬다. 마이야르 반응이 올라오자 로즈마리를 위에 올리며 향을 입혔다.


차아아악


그 뒤에 버터를 녹여, 고기 위에 계속 끼얹어줬다.


‘냄새 미쳤다!’


요리하는 김민호를 옆에서 지켜보던 한예나가 킁킁거리며 두 눈을 반짝였다.


분명 뭔가 별로 안 들어간 것 같은데, 고소하면서도 진한 육향이 빠르게 퍼지며 그녀의 식욕을 자극했다. 향만 따지면 그녀가 경험했던 최고급 파인다이닝의 메인 요리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김민호가 스테이크를 도마 위에 올려 칼질하려 할 때였다.


“어어, 안 돼!”


그녀가 뒤에서 김민호를 끌어안으며 칼질을 막았다.


“레스팅! 레스팅 해야죠!”


레스팅은 육즙을 가두는 기법이었다. 다 구워진 소고기 스테이크는 바로 자르지 않고, 호일로 감싸 천천히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때 잘라야 육즙이 피바다처럼 흘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찮아.”


걱정하는 한예나의 손을 떼어낸 김민호가 고블린 스테이크를 섬세하게 자르기 시작했다.


“이건 소고기가 아니거든.”


놀랍게도 칼날이 고기를 가르는 순간에도 육즙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대신, 미디움으로 완벽하게 구워진 고블린 스테이크의 단면에 육즙이 보석처럼 맺혀있었다.


한예나의 두 눈이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휘둥그레졌다.


‘저게 고블린 고기라고?’


지금껏 봐온 그 어떤 스테이크보다 아름다운 자태에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한예나가 스테이크를 향해 반사적으로 튀어 나간 왼손을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당장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김민호의 허락이 안 떨어졌기 때문이다.


“안 먹고 뭐 해?”

“잘 먹겠습니다!”


그 말에 마치 며칠 굶주린 사모예드처럼 눈을 빛내며 스테이크를 집어 드는 한예나였다.


파삭 -


씹는 순간 바삭한 소리와 함께 육즙이 폭발했다. 겉면과 달리 고기가 얼마나 연한지 몇 번 씹지도 못하고 목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있어! 너무 맛있어요!”


나름 체통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성을 잃은 채로 스테이크를 먹어치웠다.


“안 뜨겁니?”


식히지도 않고 갓 구운 거라 상당히 뜨거웠다. 허겁지겁 먹는 그녀가 걱정이 된 김민호였지만, 음식에 집중하느라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한예나였다.


‘귀엽네.’


김민호가 속으로 미소 지었다.


난생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몬스터 요리를 남에게 선사해줬다. 정성들여 조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피어올랐다.


“천천히 먹어.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


부드럽게 말한 김민호가 물티슈로 한예나의 손을 닦아주고 젓가락을 건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의 얼굴이 장미처럼 붉게 물들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추태를······.’


평소 한예나는 가족 앞에서도 엄격한 식사 예절을 지켰다. 평소엔 다정하고 자유로운 아버지였지만, 식사 예절만큼은 엄하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방금 전 이성을 잃고 음식에 빠져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평생 느껴보지 못한 창피함이 밀려왔다.


다행히 김민호는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을 놀리지 않고,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한예나는 쪽팔린 감정을 가라앉히고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김민호는 계속해서 스테이크를 대접했다. 놀랍게도 각각의 맛과 질감이 전부 달랐다.


어떤 건 짭조름하게 간이 되어 혀를 자극했고, 어떤 건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혀가 짠맛에 익숙해질 무렵, 신맛의 소스를 발라 상큼함을 극대화했다.


거기다 고기가 쫀득쫀득하기까지 해서 식감에 재미를 줬다.


평소 한예나는 적당히 배부르면 음식을 그만 먹는 절제력을 지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김민호의 요리에 매료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음식 조절에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위장이 꽉 찰 때까지 먹고 나서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니, 헌터들은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는데요?”

“글쎄? 맛이 없나 보지.”

“이 스테이크가요? 전 이제 몬스터 음식밖에 못 먹을까 봐 걱정될 정도인데요?”


그녀가 한 말은 단순 띄워주기가 아닌 진심이었다. 쫀쫀한 삼겹살도, 살살 녹는 한우 꽃등심도 오늘 먹은 스테이크에 비하면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우리들 입맛에만 잘 맞는 걸 수도 있지. 나도 식사 좀 할게.”

“어? 아직 한 입도 안 드셨어요?”


한예나가 놀란 듯 입을 가렸다


지금껏 물리지 않도록 맛과 향을 바꿔가며 요리 해주느라 정작 고기 한 점도 못 먹은 김민호였다.


그녀가 로브를 벗고는 옷소매를 거뒀다.


“제가 구워드릴게요. 큐튜브로 고기 잘 굽는 법을 배워놨거든요!”

“실제로 구워는 봤고?”

“음······.”


잠시 고민하더니.


“아뇨?”


늘 그렇듯 해맑게 대답하는 그녀였다.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습득 능력이 빠르거든요.”

“됐네요.”


요리사는 남이 요리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했던가. 그게 틀린 말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고기 한 번 구워본 적 없는 그녀의 음식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진짜 잘할 수 있다니까요!”


의욕 넘치는 그녀에게 고기를 반 자르고, 새 조리 도구와 함께 넘겨줬다.


“그럼 한 번 구워보던가.”


시즈닝까지 끝내놓았기에 굽기만 하면 됐다.


불을 켤 줄도 모르는지, 도구와 고기만 요리조리 둘러보기 바쁜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내버려 두고 요리를 시작했다.


-지구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빠르게 완성된 스테이크를 먹자 포식이 발동됐다. 김민호는 홀로그램을 무시하고 스테이크를 먹는 동시에, 후라이팬 위에 새 고기를 올렸다.


먹으면서 스테이크를 구울 생각이었다.


“음! 고블린도 확실히 맛은 있네.”


김민호의 맛 평가도 한예나와 별다를 게 없었다. 대신 한 가지 욕심이 생기긴 했다.


‘같이 게이트를 공략할 사람도 생겼겠다. 화로나 바비큐 그릴 같은 걸 챙겨와도 되겠는데? 볏짚이나 무쇠솥도 괜찮을 거 같고.’


부피와 준비 시간을 생각해서 기본적인 조리 도구만 가지고 다니던 김민호였다. 함께 짐을 들어주고 준비해줄 사람이 생기자 조리기구까지 고려했다. 특수 후라이팬보다 특수 조리기구쪽이 음식의 풍미를 더욱 잘 살려줬기 때문이다.


8인분 정도 먹었을 즈음, 새로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F)고블린 무기술을 익히셨습니다.


다양한 무기를 수월하게 다룰 수 있는 패시브 스킬을 얻었다.


스킬명에 고블린이 붙어있어 성능은 구릴 듯했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홀로그램을 닫고 남은 고기를 다시 후라이팬에 올리려는 순간이었다.


“민호님. 제 스테이크는 왜 이렇죠?”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한예나가 스테이크를 내밀며 물었다


겉은 석탄처럼 새카맣게 타버렸고, 속은 여전히 붉은빛을 띠며 설익은 상태였다. 또 고기는 어떻게 잘랐는지 어떤 건 얇고 어떤 건 두꺼웠다.


결정타로, 고기에서 빠져나온 육즙이 접시 바닥에 고여 마치 한강을 연상케 했다.


“네 요리 실력이 엉망이니까?”


김민호는 그녀가 스테이크를 망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조리도구들은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저가형과는 수준이 달랐다. 실력 있는 요리사들도 몇 번 실패를 경험해봐야 다룰 수 있었다.


하물며 고기 한 번 구워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어려웠다.


“우우······ 다음엔 정말 맛있는 요리 해드릴게요.”


자존심이 상한 듯, 그녀의 얼굴엔 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필요 없어.”

“진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스타셰프들한테 배워올 테니까!”

“배우면 나보다 맛있게 만들 자신 있어?”


그녀는 잠시 고뇌에 빠진 듯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요.”


자기 객관화가 확실한 한예나였다.


“그러니까 굳이 시간 낭비하지 마. 어차피 내가 요리하면 되니까.”

“좋아요!”


너무나도 단순한 반응에 슬며시 미소 짓는 김민호였다.


“정리하자. 슬슬 나가야지.”


김민호는 용기에 생고기가 꽤 남아있었음에도, 조리 도구들을 세척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맛을 시도하며 먹었지만, 금세 질려버려 전부 먹기에는 무리였다.


한예나가 후라이팬을 정성껏 닦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는 짐꾼으로 받아주시는 건가요?”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에선 시험에 꼭 통과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보였다.


마음 같아선 놀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울까 봐 솔직하게 답해주기로 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하나부터 열까지 짐꾼으로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한예나였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자신이 가르쳐주면 그만이었으니까. 김민호는 그녀를 짐꾼들의 대표자로 만들 생각이었다.


“아싸! 오빠 정말 고마워요!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김민호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존칭을 붙이던 그녀가 갑자기 이상한 호칭으로 부른 것이었다.


“뭐, 뭐라고? 오빠?”


오빠란 호칭에 내성이 없는 김민호였다.


살면서 자신보다 어린 여자들은 별로 안 만나봤고, 그녀들은 늘 존칭을 붙이거나 하대하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네! 시험에 통과했으니 이제 동료인 거잖아요! 통과하면 뭐라 부를까 했는데, 선배님 이런 건 좀 딱딱한 거 같아서 편하게 부르기로 했어요!”


얼굴이 돌처럼 굳어버린 김민호가 아무 말도 안 하자.


“혹시 안 될까요?”


한예나가 물었다. 마치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표정이 시무룩했다.


“안 될 건 없지. 나도 너한테 반말 쓰잖아.”

“그쵸? 앞으로 잘 부탁해요 오빠!”


순식간에 다시 밝아지는 표정.


이쯤 되면 남자 여럿 홀려본 불여우가 연기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녀의 순수한 성격이었다.


* * * *


머지않아 큐튜브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하나 업로드됐다.


-이번엔 고블린 먹방이다! (김민호 하이라이트)

(최초 공개) (안진구의 잡동사니TV)


김민호가 한예나와 함께 고블린 스테이크를 먹는 영상이었다. 편집 하나 안 된 하이라이트였지만, 영상은 순식간에 1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이번엔 고블린 먹방이다! (김민호 하이라이트)

└와 진짜 넋 놓고 보게 되네. 저거 어디 안 파나?

└저게 어딜 봐서 고블린 고기? 그냥 보석고기라 해도 믿겠다

└여자분 외모가 진짜 예쁩니다. 어디 귀족집 따님이신가? 식사하는 모습에선 기품까지 느껴집니다. (따봉 이모티콘x3)

└ㅋㅋㅋㅋ 윗댓 영상 제대로 보긴 함? 스테이크를 손으로 집어 먹는데 기품은 얼어죽을 ㅋㅋ 근데 예쁜 건 ㅇㅈ

└여자분 아버님이시랍니다. 말씀 조심해주세요.

└나도 저 파티에 끼고 싶다 ㅠㅠ 돈 줄테니 데려가 주면 안 되나

└한나라이트에 비해 영상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네 적어도 편집은 하자 채널주야

└현직 헌터입니다. 다들 속지 마세요. 제가 고블린 고기 먹어봤는데 썩은 생선 맛나서 바로 구토했습니다.

└인증이 없으면 뭐다?

└저거 게이트 공략된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먹어봤다 이지랄 ㅋㅋㅋㅋ

└오늘 먹은 거 아닙니다 어제 먹어봤습니다. 헌터증 인증해줄테니 제 이메일······.


댓글은 아예 전쟁터였다. 내리면 내릴수록 온갖 욕설과 조롱이 난무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중년 남성이 책상을 툭툭 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주변 공기가 무거워질 정도였다.


“한실장.”

“네 회장님.”


네이비 수트를 입고 은빛 이어피스를 착용한 남성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그는 한때 한국 플레이어 랭킹 10위까지 들었던 강자로, 지금은 헤븐즈 크라운의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하성준이었다.


비록 현재 순위는 16위였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자네도 이 영상 봤나?”

“예.”

“당장 김민호 이 친구를 내 앞으로 데려오게.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회장님.”


명령이 떨어지자 하성준이 의문도 안 품은 채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핸드폰을 다시 들고는 댓글을 확인했다.


-여자분 외모가 진짜 예쁩니다. 어디 귀족집 따님이신가? 식사하는 모습에선 기품까지 느껴집니다. (따봉 이모티콘x3)


자신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적은 가장 완벽한 댓글이었다. 그런데 그 댓글에 반박글이 달리자 기분이 살짝 언짢았다.


-ㅋㅋㅋㅋ 윗댓 영상 제대로 보긴 함? 스테이크를 손으로 집어 먹는데 기품은 얼어죽을 ㅋㅋ 근데 예쁜 건 ㅇㅈ


‘예쁜 건 알아가지고. 운 좋은 줄 알아라.’


남성은 하성준을 통해 이 댓글을 단 사람을 추적하라고 명령하려다가, 뒷부분을 보고 용서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그다음 댓글이었다.


-여자분 아버님이시랍니다. 말씀 조심해주세요.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남성이 깜짝 놀란 노견처럼 눈을 크게 떴다.


그는 한예나의 부친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 헤븐즈 크라운의 회장인 한철무였다.


머릿속으로 온갖 잡다한 생각이 스쳐 지나가다가, 한 가지 결론을 내린 그가 회장실 전화기에 손을 댔다.


“당장 사이버보안팀장 연결해주게.”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저 누군가가 장난삼아 적은 댓글에, 자신의 핸드폰이 해킹당했다고 착각한 한철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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