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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그리고 주행해라!

먹을수록 강해지는 EX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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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雨仙)
작품등록일 :
2024.08.03 17:14
최근연재일 :
2024.08.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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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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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661

작성
24.08.0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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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DUMMY

5화


모래바람이 휩쓰는 붉은 사막.


샐러드로 끼니를 가볍게 때운 김민호가 1단계 게이트인 모래사막에 들어왔다.


김민호는 버려진 광산을 쉽게 클리어했다. 지금 실력이면 2단계 게이트를 노려봐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굳이 1단계에 들어온 이유가 있었다.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는 다 공략한다.’


각 게이트마다 몬스터의 종류가 달랐다. 김민호는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다 포식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어떤 몬스터가 어떤 능력치를 주고, 어떤 스킬을 주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물론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김민호가 몬스터를 먹기 시작하던 시점이 15단계부터라, 아래 게이트의 몬스터가 어떤 식감과 풍미가 어떨지 기대가 됐다.


사아아아악 -


휩쓸린 모래가 시야를 가리고 뜨거운 바람이 온몸을 강타했다.


김민호는 그런 사막 한가운데를 인상 한 번 안 찡그리며 묵묵히 걸어갔다.


‘1단계라 그런가. 환경은 별거없네.’


모래바람이 폭풍처럼 강렬하고, 뭐만 하면 바닥이 푹푹 꺼지는 사막 게이트도 여러 번 공략한 김민호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1단계는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바람 소리에 가려져, 뭔가가 빠른 속도로 김민호를 향해 다가왔다.


“어딜.”


하지만 김민호의 시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헌터들은 언제든지 짐꾼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짐꾼들도 헌터에 의존하지 않고 살 방법을 모색할 줄 알아야 했다.


그리고 짐꾼 중에 생존력이 가장 강한 인간이 바로 김민호였다. 감각을 곤두세우며 주변을 경계하던 그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주먹만 한 벌레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탕 탕 ! 콰아앙 !


총알이 몸에 박히자마자 벌레가 폭탄처럼 터졌다.


소리만 요란하고 폭발의 범위는 좁아서 피해 자체를 안 입은 김민호였다.


벌레치고 커다란 몸집에 칠흑같은 외피로 뒤덮은 벌레는 붐버그였다. 보다시피 위협적인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몸에 닿은 채로 폭발하면 가벼운 화상을 입혔다.


화상이 주는 불쾌한 통증을 생각하면 굳이 폭발에 휩쓸릴 필요는 없었다.


붐버그 뒤엔 검은 전갈이 나타났다. 어제 김민호가 상대한 블랙랫보다 몸집이 컸으며 독침 부분이 마치 회칼처럼 날카로웠다.


보통 전갈을 보면 독을 걱정하지만, 저 정도면 그냥 찔리는 걸 조심해야했다.


독에 중독되기 전에 출혈로 죽일 것 같은 생김새였으니까.


사사삭.


전갈이 분신처럼 둘로 나뉘더니 김민호에게 다가갔다. 붐버그와 달리 속도가 매우 느렸다.


탕탕 !


총알이 전갈의 몸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몸이 약한 붐버그니까 통한 거지, 총은 총기 특성을 가진 헌터가 아니면 안 쓸 정도로 쓰레기 취급을 받는 무기였다.


권총집에 총을 집어넣은 김민호가 철제 메이스를 양손으로 잡았다.


어떤 무기가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모르는 상황. 그래서 하나씩 다 써볼 생각으로 여러 종류의 무기를 구비한 김민호였다.


그중 메이스를 꺼낸 이유는 간단했다. 전갈의 단단한 표피를 부수는 데 이만한 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민호가 다가오는 전갈의 머리를 향해 메이스를 휘둘렀다.


콰지직 !


표피가 산산조각이 나며 머리를 완전히 박살 냈다.


방심한 걸까? 멀쩡히 살아있던 다른 한 마리의 꼬리가 김민호의 심장을 향했다.


관통당하는 순간, 즉사할 수 있는 치명타였다. 하지만 김민호는 그 공격을 막지 않았다.


결국 꼬리가 김민호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놀랍게도 심장은 무사했고, 피부가 관통당한 흔적조차 없었다.


김민호를 공격했던 전갈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전갈은 일루전 스콜피온이라 불리는 몬스터로, 환각을 일으켜 두 마리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었다.


실제로 피해를 못 주는 환각에다, 전갈의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서 눈썰미가 좋다면 가짜를 구분하기가 쉬웠다.


앞으로 나아가자 일루전 스콜피온이 여기저기 나타나 김민호를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사이 붐버그가 다가와 전투를 방해했다.


그러나 붐버그는 방아쇠를 당기는 족족 폭발했고, 오히려 김민호를 도와주는 꼴이 됐다.


그 결과 한 시간만에 수십 마리의 스콜피온을 전멸시키고 말았다.


느려터진 움직임에, 믿을 건 환각뿐인데 그것마저 간파되니 천적을 제대로 만난 스콜피온이었다.


“여유롭네. 전갈 요리 좀 해먹으면 2단계 게이트도 식은 죽 먹기겠는데?”


김민호와 이번 몬스터의 상성이 좋기도 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다.


어제보다 몸이 한결 날렵해진 느낌이었고, 가빠진 호흡도 잠간의 휴식으로 금세 가라앉았다.


그는 이 변화를 몬스터 요리덕분이라 믿었다. 그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물론 플라시보 효과일 가능성도 있었다. 몬스터 요리를 먹기 시작한 지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까.


김민호가 콧노래를 부르며 시체를 살펴보고 있을 때, 지면에 있던 모래가 원을 그리듯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모래가 꿀렁거리면서 뭔가가 빠른 속도로 김민호에게 접근했다.


파아아악 !


모래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쩍 벌린 아가리가 튀어나왔다. 왼쪽 다리를 집어삼키려 했지만, 김민호의 반응이 더 빨랐다.


아가리가 발에 닿기도 전에 뒤로 몸을 날려 피한 것이다.


“쌔에엑.”


모래 속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존재가 김민호를 노려봤다.


7미터를 훌쩍 넘는 몸체는 황금빛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비늘로 뒤덮여 있었고, 오팔을 연상케하는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붉은 사막 게이트의 최상위 포식자, 사일런트 스네이크였다.


놈은 모래 속을 소리 없이 유영하다 불시에 솟아올라 먹잇감을 순식간에 삼켜버리는 몬스터였다.


그 때문에 초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몬스터로 꼽혔고, 붉은 사막이 1단계 게이트 중 가장 위험한 곳으로 취급받았다.


사아악 -


김민호를 응시하던 스네이크가 모래 속으로 몸을 숨겼다. 놈은 절대 정면 승부를 선택하지 않는다.


교활한 뱀의 본성 그대로, 모래 속에 몸을 숨긴 채 기습을 해온다. 공격이 실패하면 다시 모래 속으로 잠수해 다음 기회를 기다렸다.


초심자들이 스네이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민호가 감각을 넓힌 채로 바닥을 주시했다. 스네이크가 자신을 공격해오길 기다렸다. 모래 속으로 숨은 보스는 잡을 방도가 없었으니까.


그때 지면이 꿀렁거리기 시작했고,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번개처럼 빠르면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거기다 모래바람이 시야를 방해하느라 스네이크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다른 초심자라면 속수무책으로 잡아먹혔을 거다.


바닥을 주시하고 있던 김민호가.


‘지금!’


뒤로 살짝 물러났다.


파아악 !


그와 동시에 스네이크가 튀어나왔다. 김민호의 다리가 비늘과 맞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거리였다.


콰지직 !


공중에 떠오른 스네이크의 몸에다 도끼로 나무 패듯 메이스를 박아넣었다.


“케에엑!”


신음을 내뱉는 스네이크를 무시하고, 후려치고 또 후려쳤다.


“대가리! 대가리! 대가리!”


바닥에 떨어지자, 마치 죽도를 내리치는 검도인처럼 집요하게 머리만 후려쳤다.


초록빛 체액이 대형 분수처럼 튀어나오고, 스네이크는 터져버린 내장을 토해냈다. 몇 번의 격렬한 경련 끝에 거대한 몸체는 움직임을 멈췄다.


“후, 이걸 어떻게 손질하냐.”


김민호가 엉망이 된 사체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메이스의 위력 덕분에 쉽게 죽일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곤죽이 되어버린 스네이크였다.


“뭐 어때. 어차피 튀겨먹을 건데. 신발도 튀겨먹으면 맛있다잖아.”


김민호가 가방에서 하얀 두루마리를 꺼내고는 찢어버렸다. 하얀 빛이 번뜩이더니 눈 앞에 하얀 천막이 생겨났다.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일회용 천막으로, 가격만 해도 백만원이 넘어갔다.


두루마리에 보관된 건 기본에, 특수 재질에 몇몇 스킬까지 부여된 천막이라 비쌀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요리할 순 없잖아.’


원래라면 사용하지 않겠지만, 사막 특성상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요리 자체가 불가능하고 모래가 덕지덕지 묻은 음식을 먹을 순 없지 않은가.


천막 앞에다 조리할 몬스터를 모아둔 김민호가 스콜피온을 가지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갈을 세척하는 것이었다. 소금물을 이용해 불순물을 꼼꼼하게 제거했다.


그 뒤엔 손질용 칼을 꺼내 외피를 절단하고 독침을 제거했다. 그나마 상태 멀쩡한 걸 가져온 거지만, 이것 또한 내장이 터져있어 속살이 엉망이었다.


내장을 세척하고는 먹을 수 있는 부분만 잘라내 용기에 담았다. 먹을 부위가 적긴 했지만, 별로 신경 안 쓰는 김민호였다.


어차피 밖에 널린 게 일루전 스콜피온 사체였으니까.


스콜피온 고기가 어느 정도 쌓이자, 사일런트 스네이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뱀고기는 이 정도면 될 거 같고.’


세척이 조금 힘들 뿐, 스네이크는 오히려 스콜피온보다 손질이 쉬웠다.


껍질을 제거하고 몸통과 꼬리만 먹기 좋게 자르면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붐버그.’


붐버그는 천막 밖이 아닌 가방에서 꺼냈다. 최대한 많이 잡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자폭하는 특성 때문에 세 마리가 끝이었다.


서걱, 서거걱 -


붐버그를 자르자 상큼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눈감고 들으면 사과를 깎는 듯한 시원한 소리였다.


머리는 향과 맛 둘 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불쾌해서 전부 버렸고, 몸통과 폭탄주머니만 남겼다.


폭탄주머니의 외피는 제법 질겼기에 물에 담가 불렸다.


그가 눈을 빛내며 혓바닥을 훑었다.


“자. 요리를 시작해볼까.”


몸을 쓰며 몬스터와 싸우는 것도 즐겁고, 손질하는 것도 전혀 질리지 않고 재밌었지만.


그가 가장 고대하는 시간은 지금부터였다.


* * * *


큐튜브에 김민호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물밀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붉은 사막 게이트가 공략된 지 불과 두 시간밖에 안 지난 시점이었다.


하이라이트 채널은 한나라이트만 운영하는 게 아니었다. 김민호의 영상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사실을 깨달은 경쟁 채널들이 앞다투어 영상을 업로드 하고 있었다.


하이라이트를 영상화하는 특성이 없는 일부 큐튜버들은 아예 타 채널의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해 자기 채널에 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나라이트만큼은 업로드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고수했다. 편집에 공을 들여 영상 퀄리티로 승부를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나라이트 채널의 하이라이트가 영상이 공개되었다. 그녀의 채널을 목놓아 기다리던 시청자들이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 속 주인공인 김민호는 이번에도 전투가 아닌, 이색 요리를 즐기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전갈튀김과 뱀튀김을 꽂은 꼬치가 쥐어져 있었다.


뱀튀김은 마치 고급 장어 요리를 연상케 했고, 전갈튀김은 통째로 튀긴 게 아닌 속살을 완자 형태로 다져 오히려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파사삭 -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튀김을 한입 베어 물자, 바삭한 소리와 함께 육즙이 흘러나왔다. 김민호의 표정이 황홀감으로 물들었다.


그가 맛있게 먹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침샘을 자극했다. 김민호는 어제와 달리 묵언하며 튀김을 먹어 치웠다.


시청자들은 점점 그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튀김을 전부 다 먹자, 드디어 김민호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먹을 음식은 특별합니다. 붐버그튀김이거든요.


붐버그튀김 역시 전갈튀김처럼 벌레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바삭하고 황금빛이 도는 튀김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를 본 일부 시청자들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어그로를 끌기 위해 단순 고기튀김을 벌레라 속이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민호가 튀김을 입에 넣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


귀를 찌르는 폭발음과 함께 입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입과 콧구멍으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왔지만, 놀랍게도 김민호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음, 입 안이 얼얼하고 뇌가 흔들리는 느낌이, 중독될지도?


김민호는 마치 평범한 간식을 먹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남은 두 조각을 한 입에 넣었다.


콰가가강 !


이전보다 훨씬 강렬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김민호의 입에서 더 많은 연기가 새어 나왔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다.


그 믿기 힘든 광경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다.


진짜 미친 새낀가?


시청자들의 뇌리에 ‘또라이 헌터 김민호’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강렬하게 각인됐다.


헌터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이틀만에 수년간 쌓아온 최정상급 짐꾼으로서의 명성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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