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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달마묵장(達磨墨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이온레인
작품등록일 :
2017.07.01 18:52
최근연재일 :
2017.07.15 10: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6,558
추천수 :
3,392
글자수 :
117,510

작성
17.07.09 12:08
조회
3,435
추천
46
글자
7쪽

제 13장 결혼식 전야의 일막

DUMMY

제 13장


결혼식 전야의 일막




일신재(日新齋)는 제왕성 소성주 모용준의 거처다.

섭장천은 양자로 삼은 종매(從妹)의 손자 모용준이 제왕성 성주에 걸맞는 인재가 되길 원하는 마음에 일신재라는 당호(堂號)를 지어주었다.

섭장천도 경박하고 호색한 모용준의 인성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섭씨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들 중에서만 후계자를 고르다보니 모용준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나날이 새로워진다는 당호가 무색하게 일신재에서는 풍악소리와 여자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질탕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가 아직 남아있을 때부터 시작된 농탕질은 밤이 되면서 그 정도가 걷잡을 수 없이 짙어지고 있었다.

무얼 보았는지 일신재를 드나들며 술과 음식을 나르는 하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혐오로 물들어있었다.


“소성주님 거처에서 나오는 년들마다 가자미눈이 되는군.”


일신재 주변을 지키던 무사들 중 한명이 혀를 찼다.


“그럴 만도 하지. 내일 장가 갈 새신랑이 갈보들을 끼고 질펀하게 노는 걸 봤을 테니 배알이 꼬이지 않을 수가 없을 테니...”


다른 무사가 이죽거리며 말을 받았다.


“후환이 없을지 모르겠구만. 황금성의 진소저도 한 성깔 한다는 소문이던데...”


처음 말을 꺼낸 무사가 혀를 찼다.


“계집 성깔이 대단해봐야 얼마나 대단하겠나. 일단 한 남자의 마누라가 되면 끈 떨어진 갓 꼴이 되는 건데...”

“입조심하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잖아.”


듣고 있던 동료무사가 급히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며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돌아보는 쪽에서 크고 작은 두 명의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앞장 선 여자는 보통보다 조금 더 큰 키지만 뒤따르는 여자는 칠척이 넘는 거구의 소유자다.

진상파와 철관음이었다.


“황금성의 암호랑이께서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군.”

“이거 뭔 일 나겠는걸!”

“내가 안에 들어가 기별함세.”


무사들 중 한 명이 급히 일신재 안에 통보하려고 돌아섰다.

하지만 그자의 발걸음은 진상파가 내뱉은 말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자리에서 꼼짝 마라.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살아있는 걸 후회하게 될 테니...”


무사들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기분이 되어 미동도 하지 못했다.

그리 크지 않고 듣기 좋은 음색이지만 진상파의 말에는 잘 벼린 칼날같은 삼엄함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띵! 띠딩! 호호호! 하하하!

일신재로 다가온 진상파의 귀에 풍악소리와 함께 남녀가 수작을 벌이는 낮 뜨거운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짐승같은 것들...”


진상파는 치를 떨었다.

철관음의 보고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고 찾아왔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하게 되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어떻게 놀아나고 있는지 내 눈으로 봐주겠다.”


진상파는 이를 갈며 일신재의 입구로 다가갔다.


(일 났구만!)

(저 암호랑이가 들이닥친 걸 알리지 못한 우리에게도 불똥이 튀겠어.)


곁눈질로 진상파를 훔쳐보는 무사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 * *


일신재 안에서는 진상파가 생각하는 대로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구석에서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가운데 남녀가 짐승같이 뒤엉키고 있었다.

사내는 다섯 명이고 여자는 그 배가 넘는 열 명 이상이다.

다섯 명의 사내들은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여자들을 끼고 원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물고 빨고 주물러대는 것은 얌전한 축에 속한다.

한쪽 구석에서는 사내 하나와 계집 둘이 다른 인간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본능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밤 새자! 오늘은 갈 때까지 가보는 거다.”


방문 정면의 주안상을 앞에 두고 앉은 모용준은 흥에 겨워 웃었다.

상의를 풀어헤쳐 맨살을 드러낸 모용준 좌우에는 옷을 입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기녀 두 명이 달라붙어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이 밤만 지나면 슬프게도 난 더 이상 총각이 아닌 거다. 불쌍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네놈들이 더 화끈하게 놀아야한다.”


모용준은 술잔을 쳐들면서 친구들에게 말했다.

얼굴은 멀끔하게 생겼지만 행동거지나 말하는 본새는 영락없는 시정의 파락호다.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비로소 인생의 진미를 알게 되는 건데...”


구석에서 기녀를 눕히고 엎드려 있던 자가 모용준을 돌아보며 눈을 흘겼다.


“장가를 가야 인생의 진미를 알게 된다? 그건 또 무슨 개소리냐?”


모용준도 눈을 흘기며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먼저 장가 간 형님의 말씀이니 잘 새겨들어 임마. 마누라가 있어야 제대로 된 오입질을 할 수 있는 거다.”


사내가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 개소리의 근거를 말해보라니까.”


탁!

모용준은 짐짓 거칠게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눈을 부라렸다.


“준이 넌 풍류한량을 자처하는 놈이 일도(一盜), 이비(二卑), 삼기(三妓), 사첩(四妾), 오처(五妻)라는 말도 못 들어봤냐?”

“옳거니!”


모용준은 그제야 친구의 말 뜻을 깨닫고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자고로 계집은 훔쳐 먹는 게 가장 맛나고 하녀와 창녀, 첩이 그 다음 순서인 거다.”

“물론 가장 재미없는 건 마누라하고 하는 거야. 마누라와는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의무이기 때문이니까.”

“맞아. 맞아. 대를 이을 새끼를 만들어야하는 게 아니라면 마누라하고는 살도 맞대기 싫지.”


다른 놈들도 낄낄 대며 친구의 말에 동조했다.


“하지만 마누라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이거야. 눈 부라리며 감시하는 마누라가 있어야 몰래 훔쳐 먹거나 사먹는 게 맛나거든....”


여자를 올라탄 놈이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뭐냐? 제대로 된 오입질은 마누라 눈을 속이면서 하는 것이다?”


모용준은 피식 웃었다.


“마누라 몰래 다른 여자 건드리는 게 얼마나 흥미진하고 살 떨리는 경험인지 준이 너도 곧 알게 될 게다.”


모용준 옆에서 기녀를 희롱하던 다른 놈이 웃으며 말했다.


“네놈들 말을 들으니 낙담 대신 기대가 되는구나. 나도 내일 부터는 제대로 된 바람을 피워볼 수가 있게 될 테니 말이다.”


모용준은 술잔을 쳐들면서 음험하게 웃었다.


“진정한 오입의 세계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모용준!”

“장래의 제왕성 성주가 오입장이라니 볼만하겠구먼.”


못된 친구놈들이 왁자지껄 웃을 때였다.

쾅!

일신재의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헉!”

“뭐냐?”

“꺄악!”

“엄마야!”


갑작스러운 사태에 사내놈들과 기녀들은 기겁하며 문쪽을 돌아보았다.

그런 그들의 눈에 활짝 열린 문 밖에 진상파가 서있는 게 보였다.

의외로 표정은 차분한데 다만 눈빛만이 한없이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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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25장 달마독명안(達磨讀命眼), 운명을 읽는 힘! +4 17.07.15 3,130 45 11쪽
24 제 24장 영물(靈物)을 길들이는 법 +2 17.07.14 3,045 48 10쪽
23 제 23장 영물(靈物)을 잡는 법 +2 17.07.14 3,086 48 13쪽
22 제 22장 나타난 천마의 절기(絶技) +3 17.07.13 3,200 42 11쪽
21 제 21장 충격의 결말 +2 17.07.13 3,127 53 10쪽
20 제 20장 첫번째 실전(實戰) +4 17.07.12 3,125 45 13쪽
19 제 19장 쫓기는 미녀 +4 17.07.12 3,122 47 9쪽
18 제 18장 앙큼한 추적자 +2 17.07.11 3,105 42 11쪽
17 제 17장 만나다! +3 17.07.11 3,169 45 8쪽
16 제 16장 달아난 신부(新婦) +5 17.07.10 3,357 42 12쪽
15 제 15장 추악한 비밀 +4 17.07.10 3,235 39 11쪽
14 제 14장 파국의 전조 +4 17.07.09 3,351 46 12쪽
» 제 13장 결혼식 전야의 일막 +3 17.07.09 3,436 46 7쪽
12 제 12장 이상한 반지 +2 17.07.08 3,713 54 12쪽
11 제 11장 달마의 가죽신(達磨鞋)이 합쳐지면... +3 17.07.08 3,734 66 7쪽
10 제 10장 달마묵장의 전설 +2 17.07.05 3,801 62 12쪽
9 제 9장 대들보 위의 책 +3 17.07.04 3,748 59 12쪽
8 제 8장 오십 리를 간 후 돌아오라. +3 17.07.03 3,822 61 12쪽
7 제 7장 기인들의 제안 +3 17.07.03 3,892 59 11쪽
6 제 6장 흑백신귀 +3 17.07.02 4,055 54 9쪽
5 제 5장 필살일초 +2 17.07.02 4,341 63 9쪽
4 제 4장 강호출도 +2 17.07.01 4,472 71 10쪽
3 제 3장 소요신군 +2 17.07.01 4,905 77 10쪽
2 제 2장 절지의 수인(囚人) +3 17.07.01 5,318 79 9쪽
1 서장 + 제 1장 기이한 방문객 +4 17.07.01 6,980 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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