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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달마묵장(達磨墨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이온레인
작품등록일 :
2017.07.01 18:52
최근연재일 :
2017.07.15 10: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6,557
추천수 :
3,392
글자수 :
117,510

작성
17.07.01 18:59
조회
5,317
추천
79
글자
9쪽

제 2장 절지의 수인(囚人)

DUMMY

제 2장


절지(絶地)의 수인(囚人)



새벽이 가까워졌지만 아직 어둠은 걷히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은 한낮에도 햇빛이 닿지 못하는 깊고 깊은 계곡의 밑바닥이다.

마치 저승으로 내려가는 입구인 듯한 계곡 끝에는 동굴 하나가 입을 벌리고 있다.


끼이! 끼이!

어둠 속에서 간헐적으로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의 막다른 곳에 한명의 사내가 쇠사슬에 묶인 채 벽에 매달려 있다.

부러진 팔 다리는 썩어 문드러져 형체를 잃었고. 눈알이 뽑혀 퀭한 눈이 있던 자리에서는 누런 고름이 흘러나온다.

오랜 세월 끔찍한 고문에 시달려온 사내의 육신은 푸줏간의 고깃덩이만도 못하다.

하지만 목숨은 실로 질긴 것이어서 사내는 여전히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있다.

쌔액! 쌔액!

갈비뼈가 드러나 보이는 사내의 쇠약해진 가슴이 숨을 쉬기 위해 힘겹게 기복을 일으킨다.

끼이! 끼이!

그때마다 사내의 몸을 벽에 매달고 있는 쇠사슬이 조금씩 움직이며 쇳소리를 낸다.


“이런 이런...”


문득 힘없이 떨구고 있던 사내의 고개가 조금 들려지며 입이었던 곳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사내를 고문해온 자는 그에게 들을 말이 있어서 혀는 자르지 않았다.

덕분에 사내는 손가락과 발가락, 심지어 양물까지 잘려나간 몸으로도 말은 할 수 있다.


“존귀하신 마교(魔敎)의 교주(敎主)님께서 오랜만에 친히 발걸음을 해주셨소이다 그려.”


사내는 눈알이 뽑혀서 시커먼 구멍이 된 눈으로 앞을 보며 웃었다.


“...”


사내의 앞쪽 어둠 속에 누군가 서있다.

얼굴에 공포스러운 마귀 형상의 가면을 쓴 인물이다.


“제갈륜(諸葛崙)... 너 요즘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것이냐?”


어둠과 동화되어 서있던 마귀 가면의 인물이 앞으로 나서며 눈을 번뜩였다.


“꿍꿍이라...”


제갈륜이라 불린 사내는 자조어린 웃음을 지었다.


“생각해보시오 귀면지존(鬼面至尊) 나으리! 십수 년 째 죽은 것보다도 못한 몰골로 갇혀있는 내가 무슨 꿍꿍이를 꾸밀 수 있단 말이오?”

“무림칠절(武林七絶)중 한명이며 천고기재라 불리던 신안옥룡(神眼玉龍)께서 찍소리 한번 못 내보고 인생을 마감할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군.”


마귀 형상의 가면을 쓴 인물, 귀면지존이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예를 들어 무공이 아닌 술법(術法)을 쓴다든지...”


귀면지존의 눈이 마귀 가면 속에서 번득였다.


“날 떠보려고 해도 소용없소이다 교주. 그래봐야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제갈륜은 비웃음으로 귀면지존의 말을 끊었다.


“그렇다 치고... 제법 오랜만에 만났으니 가족 소식을 전해주지.”


귀면지존은 화제를 바꿨다.

움찔!

그러자 제갈륜의 얼굴에 경련이 스치면서 웃음기도 사라졌다.


“늙어가는 마누라야 관심 없겠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에 대해서는 독심장부인 너라 해도 완전히 무심할 수만은 없겠지?”


귀면지존은 악의에 찬 웃음을 흘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허튼 수작이시오 교주.”


잠시 동요하는 것같던 제갈륜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아영(娥英)이를 내세워 협박 해봤자 통하지 않소. 혈왕아(血王牙)를 내놓는다 해도 아내와 아영이가 무사할 리 없는데 미쳤다고 교주에게 굴복하겠소?”


귀면지존이 오랜 세월 제갈륜을 이곳에 가둬두고 고문을 해온 목적은 혈왕아라는 보물을 얻기 위해서였다.


(역시 만만치 않군.)


제갈륜의 냉소를 들은 귀면지존의 미간이 가면 속에서 모아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오해는 하지 마라. 본좌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네 딸의 소식을 전해주려는 것뿐이다.”

“그러시다니 눈물 나게 고맙구려. 물론 눈알이 뽑힌 이런 몰골이라 눈물을 흘릴 수도 없지만...”


귀면지존의 회유를 제갈륜은 냉소로 받아넘겼다.


“네 딸 아영이도 어느덧 열일곱 살이 되어간다. 막 피어나려는 꽃봉우리처럼 사랑스럽고 예쁜 나이지.”


귀면지존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딸이 다시 거론되자 제갈륜의 얼굴에서 어쩔 수 없이 웃음기가 사라졌다.


“게다가 한때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중 한명으로 불렸던 어미의 미모를 물려받아 아영이는 그야말로 경국지색의 미녀로 자랐다.”

“어디 밭만 좋다 뿐이오? 그 밭에 뿌려진 씨도 절세미남의 것이니 예쁠 수밖에...”


귀면지존의 수작에 제갈륜은 역시 냉소로 응대했다.


“네가 별호에 옥룡(玉龍)이 들어갈만큼 대단한 미남이었던 것도 사실이지.”


귀면지존은 느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제 두 달 후면 아영이도 열일곱 살이 된다. 여자로서 절정의 시절이 시작되는 것이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요?”


제갈륜은 눈알이 뽑혀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귀면지존을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아영이는 너무 어리고 애처로워서 두고 보기만 했으나... 열일곱 살을 넘기면 어엿한 여자라고 할 수 있으니 어떻게 자랐는지 직접 확인해볼 작정이다.”


귀면지존은 자신의 사타구니 만지면서 야비하게 웃었다.

헌데 제갈륜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흐흐흐! 제발 그러시구려.”

“뭐라?”


제갈륜이 보인 의외의 반응에 귀면지존의 눈이 곤혹으로 물들었다.


“나는 복수할 능력이 없고, 또 당금의 하늘아래에는 당신으로 하여금 죗값을 치루게 해줄 수 있는 인간도 거의 없을 것이오.”


제갈륜은 냉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저 하늘이 인간들을 대신해서 당신에게 벌을 내려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중인데... 당신이 아영이까지 욕보이면 그 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질 터! 당연히 하늘이 벌을 내리는 때도 가까워지지 않겠소?”


제갈륜의 어조가 점점 더 열기를 띠며 고조되어갔다.

반면 귀면지존의 눈빛은 차갑게 갈아 앉았다.


“아영이가 어찌 되든 상관없소. 난 그저 내가 살아있을 때 당신이 죄의 대가를 치루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오. 크크크!”


끼이! 끼이!

제갈륜은 자신의 몸을 묶은 쇠사슬을 흔들며 웃었다.


“닥쳐라!”


콱!

그 직후 귀면지존은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제갈륜의 복부에 박아 넣었다.

치치치!

제갈륜의 복부에서 살이 타는 역한 냄새와 연기가 확 피어올랐다. 그의 뱃속으로 깊이 파고 든 귀면지존의 손가락들은 화로에서 꺼낸 부젓가락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라있었기 때문이다.


“끄으윽!”


모든 고통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제갈륜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신음을 토해내었다.


“맛이 어떠냐? 창자가 익어가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는 기분이...”


치치치!

귀면지존은 벌겋게 달아오른 손가락을 제갈륜의 뱃속에 찔러 넣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잔인하게 웃었다.


“고... 고맙소 교주. 무료해서 지옥같던 참에 이런 여흥을 마련해주어서...”


제갈륜은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도 키득키득 웃었다.


“여흥?”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교주도 한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혼자 오래 갇혀있어 보시오. 그럼... 무료함이 세상 그 어떤 고통보다도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


제갈륜의 그 말에 귀면지존의 미간이 가면 속에서 찡그려졌다.


“교주가 자극을 해주니 내 몸뚱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는구려.” “고맙고 고맙소이다.”


제갈륜은 내장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껄껄 웃었다.


“개소리는 적당히 해라.”


팟!

귀면지존은 제갈륜의 복부에서 거칠게 손가락을 뽑아내었다.


“오늘은 그냥 돌아간다만... 다음번에는 좀 더 흥미진진한 여흥을 준비해서 찾아오겠다.”


배에 난 구멍으로 피를 줄줄 흘리는 제갈륜을 노려보며 귀면지존은 이를 갈았다.


“사랑하는 딸년이 바로 앞에서 강간당하고 찢겨죽는 데도 지금처럼 태연한 척, 대범한 척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


귀면지존은 음산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그자의 모습은 곧 먹물을 뿌려놓은 듯한 어둠속으로 잠겨들었다.


“허억! 또 한 번... 또 한 번 고비를 넘겼구나.”


귀면지존의 기척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제갈륜은 참고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어서... 더 늦기 전에 날 찾아와다오 아이야.”


내장이 익어버린 듯한 고통에 떨면서 제갈륜은 반 시진 전쯤에 보았던 소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갈륜은 오랫동안 자신의 사념(思念)을 수용해줄 대상을 찾아왔었다.

하지만 깊은 산중이라 인적이 드문데다가 간혹 그의 사념을 감지했던 인간들은 놀라 까무라치는 바람에 생각을 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오늘 밤 제갈륜은 어떤 소년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가 있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다만 한(恨)을 남기고 죽는 것이 두려울 뿐...”


끼이! 끼이!

원한에 사무친 제갈륜이 몸을 떠는 대로 쇠사슬들이 부딪히며 대신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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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25장 달마독명안(達磨讀命眼), 운명을 읽는 힘! +4 17.07.15 3,130 45 11쪽
24 제 24장 영물(靈物)을 길들이는 법 +2 17.07.14 3,045 48 10쪽
23 제 23장 영물(靈物)을 잡는 법 +2 17.07.14 3,086 48 13쪽
22 제 22장 나타난 천마의 절기(絶技) +3 17.07.13 3,200 42 11쪽
21 제 21장 충격의 결말 +2 17.07.13 3,127 53 10쪽
20 제 20장 첫번째 실전(實戰) +4 17.07.12 3,125 45 13쪽
19 제 19장 쫓기는 미녀 +4 17.07.12 3,122 47 9쪽
18 제 18장 앙큼한 추적자 +2 17.07.11 3,105 42 11쪽
17 제 17장 만나다! +3 17.07.11 3,169 45 8쪽
16 제 16장 달아난 신부(新婦) +5 17.07.10 3,357 42 12쪽
15 제 15장 추악한 비밀 +4 17.07.10 3,235 39 11쪽
14 제 14장 파국의 전조 +4 17.07.09 3,351 46 12쪽
13 제 13장 결혼식 전야의 일막 +3 17.07.09 3,435 46 7쪽
12 제 12장 이상한 반지 +2 17.07.08 3,713 54 12쪽
11 제 11장 달마의 가죽신(達磨鞋)이 합쳐지면... +3 17.07.08 3,734 66 7쪽
10 제 10장 달마묵장의 전설 +2 17.07.05 3,801 62 12쪽
9 제 9장 대들보 위의 책 +3 17.07.04 3,748 59 12쪽
8 제 8장 오십 리를 간 후 돌아오라. +3 17.07.03 3,822 61 12쪽
7 제 7장 기인들의 제안 +3 17.07.03 3,892 59 11쪽
6 제 6장 흑백신귀 +3 17.07.02 4,055 54 9쪽
5 제 5장 필살일초 +2 17.07.02 4,341 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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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 3장 소요신군 +2 17.07.01 4,905 77 10쪽
» 제 2장 절지의 수인(囚人) +3 17.07.01 5,317 79 9쪽
1 서장 + 제 1장 기이한 방문객 +4 17.07.01 6,980 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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