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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달마묵장(達磨墨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이온레인
작품등록일 :
2017.07.01 18:52
최근연재일 :
2017.07.15 10: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6,562
추천수 :
3,392
글자수 :
117,510

작성
17.07.01 19:00
조회
4,472
추천
71
글자
10쪽

제 4장 강호출도

DUMMY

제 4장


강호출도(江湖出道)




“수고하셨습니다.”


강유는 목검을 두 손으로 든 채 타복에게 포권을 했다.


“별 말씀을...”


타복도 목도를 내리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이제 서로 상대방의 옷에 찍힌 먹물 자국의 숫자를 확인해라.”


강조의 말에 강유와 타복은 동시에 대답하며 서로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흰 옷을 입고 무기에 먹물을 묻혔던 것은 승패를 판독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타복의 몸에는 모두 열 세 곳에 먹물 자국이 나있습니다.”


강유가 먼저 강조에게 말했다.

강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타복을 보았다.


“도련님의 몸에는 스물한 개의 자국이 났습니다.”

“아!”


타복의 말에 분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번 대련에서는 타복이 이겼군.”


강조는 이마를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타복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실전에서라면 노복이 졌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강조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타복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왜 패배를 자인하는 걸까?)


분이도 의아해하며 타복을 바라보았다.


“주인님께서도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복이 도련님 몸에 남긴 먹물 자국은 그리 짙지도 길지도 않습니다.”


타복은 강유의 몸을 살펴보며 말했다.


“즉, 실전이었다면 그냥 옷이 베어지거나 약간의 자상이 나는 정도였을 것입니다. 반면 노복의 몸에 난 먹물자국들은 대부분 짙고 길뿐 아니라 치명적인 요혈(要穴) 근처에 나있습니다.”


타복은 말하면서 자기 몸에 난 길쭉한 먹물 자국들을 살펴보았다.


(그래서...!)


아비의 설명을 들은 분이의 얼굴이 흥분으로 발개졌다.

언제부터인가 분이는 아비의 안위보다는 작은 주인의 성취를 기뻐하고 있었다.


“정확한 분석이네.”


강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육참단골(肉斬斷骨), 살을 내주고 뼈를 자른다는 무도의 이치에도 부합하니 오늘 대련은 유가 이겼다.”

“소자,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강조의 칭찬에 강유는 포권하며 고개를 저었다.


“타복이 손에 사정을 봐주지 않았으면...”

“그만해라.”


강조가 손을 들어 강유의 말을 저지했다.


“겸양도 지나치면 상대에 대한 모욕이 되는 법이다.”

“죄송합니다.”


강조의 지적에 강유는 머쓱해서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말씀이 맞아.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가 양보한 건 아니야.)


분이의 눈이 흥분으로 반짝거렸다.


“타복의 실력은 당금의 무림을 통틀어 백대고수(百大高手) 안에 든다. 칠절의 한명으로 꼽히는 아비라 해도 타복을 쉽게 이기지는 못한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주인님.”


강조의 말에 타복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타복과 호각으로 싸웠으니 무림에 나갈 자격이 있다.”

“하오면...”


강유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

혈기왕성한 다른 젊은이들처럼 강유도 인적이 드물고 외진 산중에서의 생활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아비의 심부름도 한 가지 할 겸, 너 혼자 무림에 나갔다 오너라.”


강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강유는 기쁜 내색을 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어머니와 분이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을 본 때문이다.


* *


스윽! 슥!

타복은 대련의 흔적이 남아있는 마당을 비로 쓸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온 신경은 강유의 침실이 있는 왼쪽의 모옥을 향해 있었다.

문이 열려있는 강유의 침실 밖에는 봇짐을 품에 안은 분이가 울상을 짓고 서서 방안을 보고 있다.

방안에서는 냉상영이 먼 길 떠날 차림인 강유의 옷을 매만져 주고 있는 중이다.


“너 혼자 강호에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매사에 조심해야만 한다.”


여전히 냉랭한 표정이지만 냉상영의 말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말고 아버지의 심부름만 하고 바로 돌아오도록 해라.”

“걱정마십시오 어머니.”

“어찌 걱정이 안되겠느냐? 세상은... 특히 무림인들이 설치는 강호가 얼마나 험한 곳인데...”


냉상영은 강유의 상의를 매만져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늘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하고... 하여간 일을 보는 대로 지체없이 돌아와야만 한다.”


당부를 하며 냉상영은 곁눈질로 문 밖을 살폈다.

냉상영의 시야에는 분이만 보이고 타노와 강조의 모습은 들어오지 않는다.


(어머니가 지나치게 불안해하신다.)


강유가 바깥의 눈치를 살피는 냉상영의 모습을 낯설어할 때였다.


“유야!”


곁눈질로 문 밖을 살피던 냉상영이 두 손으로 강유의 저고리를 잡고 몸을 바짝 접근시키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예 어머니...”


심상치 않은 냉상영의 태도에 강유도 긴장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사실 네 아버지는...”

“험!”


냉상영이 극도로 긴장한 채 강유에게 속삭이려는데 문 밖에서 누군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아... 아니다.”


그러자 냉상영은 깜짝 놀라며 강유에게서 떨어졌다.

언제 나타났는지 문 밖에는 강조가 뒷짐을 짚은 채 서있고 봇짐을 안은 분이는 옆으로 비켜서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괜한 노파심이라 여기지 말고...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하거라.”


냉상영은 억지로 웃으며 문밖의 강조를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오늘 따라 어머니가 좀 이상하시구나.)

“심려 끼쳐드리지 않도록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강유는 가슴 속에서 의혹이 솟구쳤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만 나가자.”

“예...”


냉상영이 앞장서서 방을 나서자 강유도 탁자에 올려놓은 검을 집어들고 뒤를 따랐다.


“봇짐에 빠진 건 없지?”


밖으로 나온 냉상영은 남편 강조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분이에게 물었다.


“예 마님. 말씀하신 건 전부 챙겼어요.”

“그럼 되었다. 뒷마무리는 분이 네가 하거라.”


냉상영은 쌀쌀맞은 표정으로 말하며 분이와 강조 앞을 지나간다.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소요유거 가운데의 큰 모옥 쪽으로 걸어갔다.


(마님이 정말 심란하신 모양이네.)


분이가 돌아보는 사이에 냉상영은 가운데 모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긴 사랑하는 외아들이 난생 처음 혼자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으니 마님 속이 걱정으로 까맣게 타들어가겠지.)


가운데 모옥의 문이 닫히는 것을 본 분이는 소리없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준비 되었습니다 아버지.”


방에서 나온 강유가 허리띠에 고정한 검을 만지며 강조에게 말했다.


“그럼 가자. 관도(官途) 근처까지는 아비가 함께 가주마.”


강조는 분이가 건네주는 봇짐을 받는 아들에게 말하며 돌아섰다.


“조심하세요 도련님.”


분이는 안고 있던 봇짐을 강유에게 건네주며 울상 지었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 강호래요. 한시도 긴장을 늦추시면 안돼요.”

“걱정마라. 내가 누구냐?”


강유는 봇짐을 등에 비스듬히 걸치면서 웃었다.


“무공뿐 아니라 지혜로도 칠절중 으뜸이신 소요신군님의 아들 아니더냐? 눈치와 임기응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래도...”


강유가 어깨를 다독이며 안심을 시켰지만 분이는 여전히 울상을 풀지 못했다.


“숭산(崇山)까지 다녀올 동안 어머니를 부탁하마. 외로워하지 않으시도록 자주 말 상대도 해드리고...”

“집 걱정은 말고 도련님 몸이나 잘 챙기세요.”


강유의 당부에 분이는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이 너만 믿는다.”


강유는 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돌아섰다.

그 사이에 마당을 가로질러 간 강조는 사립문쪽에 타복과 함께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오십시오 도련님.”


타복은 다가오는 강유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 없는 동안 고생 좀 해줘요 타복.”


강유는 타복에게 포권을 한 후 걸음을 옮기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

곧 두 부자의 모습은 소요유거가 자리한 계곡 밖으로 사라졌다.


“정말... 정말 별일 없겠죠 아버지?”


사립문쪽으로 나온 분이가 울상을 지으며 타복에게 물었다.


“도련님은 복이 많은 분이다. 설령 어려움을 만난다 해도 전화위복이 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타복은 분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독였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따라가고 싶어. 도련님이 눈에서 보여야 안심이 될 테니...)


분이는 강유가 강조를 따라 사라진 계곡 입구를 보며 눈가의 물기를 훔쳤다.


(드디어 시작이로군.)


반면 울먹이는 분이와 달리 타복의 눈빛은 스산해지고 있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세상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타복의 입가로 음산한 미소까지 서렸다.

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 * *


(좀 더... 좀 더 대범했어만 했다. 그 사람의 눈치 볼 것 없이...)


어둑한 방안을 서성이며 냉상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든 그 아이에게 진실을 말해줬어야 했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그 아이가 알도록...)


뒤늦은 후회가 냉상영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강유는 그녀의 곁을 떠나버린 후였다.


(제발... 부디 무사히 돌아오너라. 네게 해줄 이야기가 너무도 많으니...)


이제 냉상영이 할 수 있는 일은 강유를 위해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저 하늘의 가호가 그 아이와 함께 하기를 빌 뿐이다.)


눈을 감고 두 손을 꼭 모으는 냉상영의 눈가로 물기가 서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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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25장 달마독명안(達磨讀命眼), 운명을 읽는 힘! +4 17.07.15 3,130 45 11쪽
24 제 24장 영물(靈物)을 길들이는 법 +2 17.07.14 3,046 48 10쪽
23 제 23장 영물(靈物)을 잡는 법 +2 17.07.14 3,086 48 13쪽
22 제 22장 나타난 천마의 절기(絶技) +3 17.07.13 3,200 42 11쪽
21 제 21장 충격의 결말 +2 17.07.13 3,127 53 10쪽
20 제 20장 첫번째 실전(實戰) +4 17.07.12 3,125 45 13쪽
19 제 19장 쫓기는 미녀 +4 17.07.12 3,122 47 9쪽
18 제 18장 앙큼한 추적자 +2 17.07.11 3,105 42 11쪽
17 제 17장 만나다! +3 17.07.11 3,169 45 8쪽
16 제 16장 달아난 신부(新婦) +5 17.07.10 3,357 42 12쪽
15 제 15장 추악한 비밀 +4 17.07.10 3,235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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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 10장 달마묵장의 전설 +2 17.07.05 3,801 62 12쪽
9 제 9장 대들보 위의 책 +3 17.07.04 3,748 59 12쪽
8 제 8장 오십 리를 간 후 돌아오라. +3 17.07.03 3,822 61 12쪽
7 제 7장 기인들의 제안 +3 17.07.03 3,893 59 11쪽
6 제 6장 흑백신귀 +3 17.07.02 4,055 5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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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4장 강호출도 +2 17.07.01 4,473 71 10쪽
3 제 3장 소요신군 +2 17.07.01 4,906 7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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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장 + 제 1장 기이한 방문객 +4 17.07.01 6,980 8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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