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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달마묵장(達磨墨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이온레인
작품등록일 :
2017.07.01 18:52
최근연재일 :
2017.07.15 10: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6,564
추천수 :
3,392
글자수 :
117,510

작성
17.07.01 18:58
조회
6,980
추천
85
글자
12쪽

서장 + 제 1장 기이한 방문객

DUMMY

서장


천마(天魔)와 달마(達磨)



“나의 패배다 보리달마(普提達磨)여!”


천마(天魔)는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번 승부의 결과에 진심으로 승복하지 못한다는 것과 그 이유는 그대가 잘 알 것이다.”

“아미타불...”


달마는 그저 한숨을 내실 뿐이었다.

어떤 명분과 논리로도 천마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번의 생에서 오늘의 미진함을 해소하도록 하자.”


푹!

천마는 오른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쑤셔 넣었다.

달마가 미처 저지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화악!

자신의 심장을 움켜쥔 천마의 오른손이 용암처럼 달아올랐다.

삼매진화(三昧眞火)를 극한까지 일으킨 그 오른손에 의해 천마의 육신은 바짝 마른 검불처럼 단번에 타올랐다.


“아미타불!”


합장하며 탄식하는 달마 앞에서 천마의 육신은 재로 돌아갔다.

넘실거리는 푸르스름한 불길 속에서 천마의 눈동자가 얼음처럼 서늘한 빛을 뿜어내는 것이 달마의 눈에 언듯 들어왔었다.

화르르르! 푸스스스!

하지만 그 차가운 눈동자도 이내 재가 되어 흩어지는 육신과 함께 달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텅!

천마의 육신이 사라진 자리에 팔뚝 하나가 쇳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주먹을 꽉 움켜쥔 그 팔뚝은 화로에서 꺼낸 쇳덩이처럼 백열되어 있었다.

고금제일마(古今第一魔)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일까?

번쩍! 콰르르릉!

때 마침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었다.

쏴아아!

번개와 천둥의 뒤를 이어 세찬 빗줄기가 숭산(崇山) 소실봉(少室峰)의 정상을 비질하듯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치치치!

벌겋게 달아올랐던 팔뚝은 차가운 가을비의 세례를 받으며 검은 빛으로 식어갔다.


“방편(方便)으로는 결코 업장(業障)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니... 달마여! 네가 또 죄에 죄를 더했구나.”


달마는 탄식하며 검게 변한 천마의 팔뚝을 집어 들었다.

소실봉보다도 더한 무게를 느끼면서...








제 1장


기이한 방문객



처음에는 가위에 눌린 것으로 생각했다.

새벽이 멀지 않은 깊은 밤중, 강유(姜諭)가 비몽사몽간에 눈을 떴을 때 <그것>이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천장 귀퉁이에 한 쌍의 푸른빛이 떠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눈...)


강유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 푸른빛이 사람의 눈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슈욱!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할 때 한 쌍의 푸른빛은 천장 귀퉁이를 떠나 강유에게 내려왔다.

영락없이 사람의 눈을 닮은 그것들 뒤로 두 가닥의 푸른 띠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정... 정말 사람의 눈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한 쌍의 푸른빛을 올려다보며 강유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의심의 여지도 없이 사람의 눈이었다.

일어나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뒤쪽으로 투명한 끈이 이어진 한 쌍의 눈은 강유의 얼굴 위에 이르러 눈동자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유를 살펴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슈욱!

이윽고 탐색을 마친 한 쌍의 눈이 강유의 눈으로 내려왔다.


“으아아악!”


푸른빛을 띤 그것들이 자신의 동공으로 파고드는 걸 느끼며 강유는 비명을 질렀다.


* * *


“...!”


강조(姜祚)의 눈이 번쩍 떠졌다.


<으아아악!>


멀지 않은 곳에서 아들 강유의 비명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유(諭)야!”


벌떡 일어나는 강조 옆에서 아내인 냉상영(冷霜英)도 놀라 일어나려 한다.


“염몽(厭夢;악몽)이라도 꾼 모양이오. 내가 가서 살펴볼 테니 당신은 더 자도록 하시오.”


강조는 아내를 안심시키며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왔다.


* * *


<드디어 나 제갈륜(諸葛崙)과 영혼의 파장이 일치하는 인간을 찾아내었다.>


강유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제갈륜...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강유는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더 이상 깊이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한 쌍의 눈이 동공으로 스며들자 벌겋게 달아오른 부젓가락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것같았기 때문이다.


“끄윽! 끅!”


입에서는 죽어가는 짐승의 그것같은 신음이 흘러나오고 온몸의 근육은 제멋대로 펄떡거린다.

푸르면서 투명한 끈 같은 것들이 강유의 눈에서 빠져나와 천장 귀퉁이와 이어져 있었다.


* * *


강조는 옷을 대충 걸치며 문 밖으로 나섰다.

새벽이 멀지 않았지만 아직 사위는 칠흑같이 어둡다.

마당을 가운데에 두고 품(品)자형으로 서있는 세 채의 모옥(茅屋) 중 왼쪽 모옥 앞에 누군가 서있는 것이 강조의 시야에 들어왔다.

육척이 넘는 건장한 체격을 지녔지만 등이 곱사등이인 그 인물은 강조의 하인이다.

타복(駝僕)이라는 이름을 지닌 하인도 강유의 비명을 듣고 잠이 깬 듯 했다.


“주인님...”


타복은 허리띠를 매며 다가오는 강조에게 고개를 숙였다.


“늘 하던 잠꼬대인가?”


강조는 아들의 침실 문을 보며 타복에게 물었다.

어느덧 열아홉 살이 되었음에도 아들은 아직 덜 자랐는지 종종 요란하게 성장몽(成長夢)을 꾸곤 한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밤은 조금 다른 듯합니다.”


타복도 강유의 침실 문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래?”


강조는 눈을 조금 치뜨며 강유의 침실 문으로 다가갔다.


* * *


<드디어 우리가 만났구나. 덕분에 천의(天意)가 존재함을 믿을 수 있게 되었고...>


강유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이제 너를 만났으니 나의 오랜 한도 풀릴 수가...>

“유야!”


강유 머릿속의 속삭임은 문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의해 끊어졌다.

강유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출타했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아버지의 목소리다.


<방해꾼이 끼어들었군.>

“무슨 일이냐? 괜잖은 것이냐?”


머릿속의 속삭임과 강조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아... 아버지! 그게...”


강유가 꽉 막혀 있는 목구멍을 억지로 열어젖히며 말하려 할 때였다.


<명심해라. 네가 나와 접촉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된다.>


슈욱!

속삭임과 함께 강유의 동공으로 스며들었던 한 쌍의 푸른 눈이 빠져나갔다.

뻑!

단단하게 막혀있던 병마개가 뽑히는 듯한 소리가 강유의 머릿속을 흔들었다.


“끄윽!”


한 쌍의 푸른 눈이 동공을 통해 빠져나가는 충격에 퍼덕이는 강유의 귀로 속삭임이 이어졌다.


<동북방(東北方) 오십여 리 밖에 깊은 계곡이 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라.>


스으!

그 속삭임을 끝으로 한 쌍의 푸른 눈은 다시 천장 귀퉁이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동북방 오십여 리 밖의 계곡...)

“들어가겠다.”


덜컹!

강유가 푸른 눈동자의 속삭임을 되새길 때 침실 문이 열리면서 강조가 들어섰다.


“아... 아버지!”


강유는 나무토막같이 뻣뻣해진 몸을 억지로 움직여 일어났다.

열린 문을 통해 마당에 타복이 서있는 것이 강유의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방 안으로 들어선 강조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는 아들에게 물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강유는 푸른 눈동자가 한 말을 아버지에게 다 털어놓으면 안될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누구보다 지혜로운 분이라 온전히 속일 수는 없다.)


강유는 재빨리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가위눌림이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저곳에서 사람의 눈 같은 것이 나타났었습니다.”


강유는 천장 귀퉁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람의 눈 같은 것?”


강조의 시선이 아들이 가리키는 쪽으로 돌아갔다.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호한데... 그것들은 어둠 속에서 나타나 한동안 소자를 살펴보다가 사라졌습니다.”

“특기할만한 다른 현상은 없었고?”


강조는 천장 귀퉁이를 유심히 살펴보며 아들에게 물었다.


(눈 모양의 그 빛들이 말까지 건넸다는 얘긴 할 필요 없겠지.)

“예...”


강유는 아버지를 속인다는 사실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공자께서도 괴력난신(怪力亂神)은 말할 바가 못 된다고 하셨다. 아마 염몽을 꾼 영향으로 헛것을 본 듯하니 잊어버리도록 해라.”


방안을 한 바퀴 둘러본 강조는 문쪽으로 돌아섰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 더 자도록 해라.”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여전히 뻣뻣한 다리를 움직여 침대에서 내려선 강유는 방을 나서는 아버지에게 허리를 숙였다.


“괜잖다.”


탁!

강조는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아주었다.


(아버지가 눈치채실까봐 조마조마했다.)


다시 혼자가 된 강유는 가슴 쓸어내렸다.


(하지만 잘 한건지 모르겠다. 그 괴상한 눈이 동북방 오십여 리 밖의 계곡으로 찾아오라고 했다는 걸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털썩!

강유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왠지 말씀드리면 안될 것같은 느낌이 든 때문인데... 나중에라도 자백하면 용서해주시겠지.)


눈을 감은 강유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 * *


“도련님은 괜잖으신지요?”


아들의 침실 문을 닫아주는 강조의 안색을 살피며 타복이 물었다.


“다 큰 놈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가위에 눌린 모양이네.”

“몸은 제법 자랐지만 아직 어른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입니다. 험한 꿈을 꿨으면 놀랐을 수도 있지 않겠는지요?”


타복은 작은 주인을 위해 역성을 들었다.


“그렇긴 하네만... 저 녀석이 염몽을 꾼 원인이 주변에 삿된 것이 있어서일 수도 있네. 잠이 깬 김에 한 바퀴 둘러보고 올 테니 자네는 들어가서 쉬도록 하게.”


타복의 말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강조는 계곡 입구쪽으로 걸어갔다.


“다녀오십시오.”

“날이 새기 전에 돌아오겠네.”


휘익!

강조는 타복의 배웅을 받으며 몸을 날렸다.

경신술로도 이름을 떨쳤던 강조는 바람처럼 계곡 밖으로 날아갔다.

타복이 주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고 있을 때였다.


“무슨 일이에요 아버지?”


덜컹!

세 채의 모옥 중 오른쪽 모옥의 문이 열리며 졸음이 묻어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한밤중인데 왜 밖에 나와 계세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밖으로 나온 것은 열여섯, 일곱 살쯤 된 소녀였다.

잠옷 위에 겉옷 대신 담요를 두른 유순한 인상의 이 소녀는 타복의 딸이다.

이름이 분이인 타복의 딸은 갓 났을 때 엄마를 잃어서 주인마님인 냉상영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그 때문에 비록 주종지간이지만 강유와 분이는 친남매나 다름없는 사이다.


“분이 너야말로 왜 이 밤중에 깨어났느냐?”


타복은 딸이 나온 모옥으로 다가갔다.


“제가 잠귀 밝은 거 아시잖아요. 밖에서 두런두런 거리는데 잘 수가 있어야죠.”


분이는 쫑알거리며 담요의 앞자락을 끌어 모았다.


“도련님이 가위에 눌리셨던 모양이다. 다시 잠자리에 드신 것같으니 그만 들어가자.”


강조는 딸이 나온 방으로 들어갔다.


“도련님도 참, 나이가 몇인데 가위에 눌리신담.”


분이도 강유의 침실 쪽을 향해 눈을 흘기며 돌아섰다.


“남 말하지 마라. 가끔 자지러지는 잠꼬대를 해서 아비를 놀라게 하는 주제에...”

“그야 저는 아직 한창 자라는 나이니까 그렇죠 뭐.”


타복의 타박에 분이는 샐쭉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어렸을 때처럼 내가 같이 자 주면 도련님이 가위에 눌릴 때마다 돌봐드릴 수 있는데 말이야.)


방문을 닫으며 곁눈질로 강유의 침실 쪽 보는 분이의 두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유와 분이는 종종 같은 침대에서 잤었다.

하지만 강유의 목젖이 도드라지면서 어른들은 둘이 함께 자는 것을 금지시켰었다.

어쩔 수 없이 내외를 하게 되었지만 분이의 꿈은 언제까지라도 강유와 함께 사는 것이다.


(물론 천한 종년 주제에 언감생심이지만...)


문을 닫는 분이의 입에서 아비 몰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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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 21장 충격의 결말 +2 17.07.13 3,127 5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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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 2장 절지의 수인(囚人) +3 17.07.01 5,318 7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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