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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달마묵장(達磨墨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이온레인
작품등록일 :
2017.07.01 18:52
최근연재일 :
2017.07.15 10: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86,560
추천수 :
3,392
글자수 :
117,510

작성
17.07.01 19:00
조회
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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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
10쪽

제 3장 소요신군

DUMMY

제 3장


소요신군((逍遙神君)



강유의 아버지 강조의 별호는 소요신군(逍遙神君)이다.

보법과 검법으로 명성을 날린 그는 무림칠절의 일인으로 꼽힌다.


당금의 무림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신주이십팔숙(神州二十八宿)이란 인물들이다.

신주이십팔숙은 다시 일제(一帝), 이비(二秘), 삼기(三奇), 사신(四神), 오왕(五王), 육패(六覇), 칠절(七絶)로 구분된다.

소요신군 강조는 그중 칠절에 속한다.

가전의 절기인 소요보법(逍遙步法)과 삼십육식 붕정검법(鵬程劍法)을 구사하는 강조는 평생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덕분에 그는 젊은 나이에 소요신군이라는 비범한 별호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강조는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 돌연 은퇴를 해버렸다.

사랑하는 아내 냉상영이 은원이 끊이지 않는 강호에서의 삶을 혐오한 탓도 있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제왕성(帝王城)>


백여 년 전부터 무림을 지배해온 최대 최강의 세력이다.

강조는 바로 그 제왕성과 갈등을 빚었었다.

갈등의 원인은 무림인들을 대하는 제왕성의 폭압적인 처사였다.

제왕성은 자신들에게 맞서거나 반대하는 세력, 인간들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제왕성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멸문을 당한 문파나 가문의 숫자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리고 불의를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성격인 강조는 몇 번인가 제왕성과 충돌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강조 혼자 무림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세력 제왕성과 맞서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강조는 아내의 애원도 있고 해서 금분세수(金盆洗手)를 하기에 이르렀다.

무림을 떠난 강조는 절강성(浙江省)의 명산인 안탕산(雁蕩山)의 깊은 곳에 소요유거(逍遙幽居)라는 띠집을 짓고 유유자적해왔다.


* * *


해가 제법 높이 솟았다.

소요유거의 마당에서는 강유와 타복이 대련을 하고 있다.

목검(木劒)과 목도(木刀)를 써서 대련하는 두 사람은 모두 하얀 옷을 입고 있다.

소요유거를 이루고 있는 세 채의 건물중 가장 큰 모옥 앞에는 일남일녀가 의자에 앉아서 강유와 타복의 대련을 보고 있다.

강조와 냉상영 부부다.

냉상영에게서 열 걸음 쯤 떨어진 곳에는 타복의 딸 분이가 서있다.

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작은 주인의 대련을 보고 있는 분이는 나무로 만든 양동이를 하나 들고 있다.

대련이라고 하지만 타복이 일방적으로 강유를 공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빗발치듯 날아드는 타복의 목도를 강유는 보법을 펼쳐 피하고 있다.

마치 산책을 하는 듯 한가로워 보이는 그 보법이 강씨 집안의 비전절기인 소요보법이다.

스악! 쩍!

비록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타복의 목도가 움직일 때마다 비단폭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일어난다.

타복은 곱사등이임에도 키가 육척에 이른다. 만일 등이 곧게 펴져있다면 칠척을 훌쩍 넘는 장신일 것이다.

불구답지 않게 타복의 몸은 건장하며 특히 양팔은 굵고 길다.

그 강인하고 긴 팔을 써서 휘둘러지는 타복의 목도는 진짜 칼에 못지않은 위력을 지니고 있다.


(조... 조심하세요 도련님!)


양동이에 달린 굵은 끈을 움켜쥔 분이의 양 손 손등에 핏줄이 생긴다.

종횡으로 긋고 찌르고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급소를 노리며 들이닥치는 타복의 목도는 무공을 모르는 분이가 보기에도 위협적이다.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처럼 보이는 소요보법으로 피하고 있지만 강유의 얼굴도 어느덧 땀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몇 번인가는 타복의 목도가 강유의 몸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뻔했다.


(아버지도 좀 적당히 하시지.)


그걸 보며 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실전인 듯 사정을 봐주지 않고 강유를 공격하는 타복이 못내 미운 분이였다.


“부인이 보기에 유의 보법이 어떤 것같소?”


강조는 타복과 대련하는 강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옆에 앉아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일초무학(一招無學)인 제게 무슨 의견이 있겠어요?”


냉상영은 냉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 어울리게 냉상영은 정이 그리 많은 성격이 아니다.

하나뿐인 아들인 강유에게조차 엄한 것을 넘어 매몰차게 대할 때가 많은 냉상영이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냉상영은 종의 딸인 분이는 살갑게 대해왔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강유가 아니라 분이를 냉상영의 자식으로 여길 정도다.


“그래도 움직임은 제법 자연스러워 보이는군요. 억지로 꾸며서 보법을 펼치는 것같지는 않고...”


남편의 질문에 너무 성의 없게 대답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냉상영이 마지못해 평을 했다.


“잘 보셨소. 우리 강씨가문의 절기인 소요보법은 소요(逍遙;여유롭게 거님)라는 이름 그대로 자연스러움이 생명이오.”


강조는 타복의 격렬한 공격을 여유있게 피하는 아들을 보며 말했다.


“무림의 오대보법(五大步法)중 하나이기도 한 소요보법을 제대로 구사할 수만 있다면 어떤 공격이라도 피할 수가 있소. 즉, 소요보법이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유를 무림에 내보내도 걱정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오.”

“...”


남편의 말에도 냉상영은 미간을 조금 모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그때 강조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슥! 스슥!

그 즉시 강유와 타복은 거리를 벌리며 멈춰 섰다.


“소요보법은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붕정검법으로 타복의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를 상대해봐라.”

“예!”


아버지의 말에 강유는 목검을 든 채 포권하며 고개를 숙였다.


“먹물을 준비해라.”


강조가 아내 옆쪽에 서있는 분이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예 주인님.”


분이는 즉시 대답하며 강유와 타복에게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두 손으로는 나무로 만든 양동이를 든 채...


“여기 있어요.”


분이가 강유와 타복에게 내미는 양동이에는 먹물이 절반 정도 들어있다.


“수고한다.”


첨벙!

강유는 목검 끝을 양동이에 든 먹물에 담그며 분이를 향해 싱긋 웃었다.


“별... 별 말씀을요.”


강유의 미소를 접한 분이의 얼굴이 와락 달아올랐다.

그걸 보는 어른들의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강조는 보기 좋다는 듯 웃었지만 냉상영의 미간은 찡그려졌다.

슥!

타복도 미간을 조금 모으며 목도 끝을 양동이에 든 먹물에 담그었다.

이내 다시 꺼낸 타복의 목도는 끝 쪽이 한 뼘 정도로 검게 물들었다.

강유도 목검을 분이가 들고 있는 양동이에서 뽑았는데 역시 앞쪽의 한 뼘 정도가 검게 변해있었다.


“분이 넌 방해되지 않게 멀리 물러나 있어라.”


후두둑!

타복은 목도를 털어서 너무 많이 묻은 먹물을 바닥에 뿌리며 말했다.

분이가 대답하며 물러서는 사이에 강유도 목검을 흔들어 먹물을 털어내었다.

준비를 마친 강유와 타복은 일장 정도의 간격을 두고 다시 대치했다.

강유는 옆으로 비스듬히 선 채 양팔을 거의 수평으로 벌려 새가 날개를 편 듯한 자세를 취했다.

반면 타복은 목도를 상단으로 겨누며 강유와 마주 섰다.


“그럼 한 수 지도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타복.”


양팔을 펼친 강유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운 몸짓으로 타복에게 다가섰다.


“조심하십시오 도련님. 노복(奴僕)도 전력을 기울일 테니...”


타복도 상단으로 겨눈 목도를 강유에게 겨눈 채 흔들며 마주 다가섰다.

쩍적! 쩍!

다음 순간 타복은 호랑이가 앞발로 사냥감을 내려치듯 격렬하게 목도를 내리그었다.

방향과 각도를 각기 달리하며 순간적으로 십여 차례 그어지는 타복의 칼질은 상대가 피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타복의 독문절기인 오호단문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강유는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스악!

오히려 그는 앞으로 전진하면서 목검을 찌르고 걷어 올렸다.

경쾌한 보법과 함께 펼쳐지는 강유의 검법은 마치 독수리가 날고 뛰는 것같이 보인다.

캉! 카캉!

강유의 목검과 타복의 목도가 격렬하게 뒤엉켰다.

주로 타복의 목도가 공격하고 강유의 목검은 부드럽게 휘돌면서 타복의 공격을 막거나 휘감아서 방향을 틀게 만들었다.

부악! 쩍! 캉! 카캉!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나 물러섬도 없이 점점 더 빠르고 격렬하게 공방을 펼쳤다.


(너... 너무 빨라서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보이질 않아.)


분이는 눈이 팽팽 돌아가는 기분이 되었다.

무공을 모르는 분이로서는 강유와 타복의 공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도련님도 아버지도 다치지 말아야하는데...)


분이는 그저 양동이에 달린 줄을 두 손으로 꼭 움켜쥔 채 가슴만 조일 뿐이었다.


“하여간 볼수록 놀라운 녀석이오. 나도 붕정검법을 자유자재로 펼치기까지는 십년이 넘게 걸렸는데...”


강조는 타복과 공방을 벌이는 강유를 보며 감탄하는 표정이 되었다.

반면 냉상영은 여전히 미간을 조금 모은 채 무언가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그 사이에 강유와 타복의 대결은 정점으로 치달리고 있었다.

스악! 번쩍!

타복의 목도는 격렬하면서도 숱한 변화를 일으키며 강유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강유는 목검과 몸을 유연하게 움직여서 타복의 공격을 흘려보내거나 오히려 역습을 가했다.


“임기응변도 자연스럽고... 이제는 나로서도 더 가르칠 게 없는 것같소.”


강유가 능숙하게 타복을 상대하는 걸 보며 강조의 머리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번쩍! 서걱!

그때 강유와 타복의 무기가 뒤엉키며 서로의 몸을 베었다.

목검과 목도에 묻은 먹물들이 두 사람이 걸친 흰 옷에 흔적을 남겼다.

일격을 주고받은 강유와 타노는 다시 몸을 돌리며 서로에게 돌진하려고 했다.


“그쳐라!”


그때 강조가 오른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스팟! 휘릭!

즉시 강유와 타복은 거리를 벌리며 멈춰섰다.


“오호단문도 칠십이식이 일순(一巡)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강조가 쳐들었던 손을 내리며 말했다.

타복은 순식간에 오호단문도의 모든 초식을 한 차례 구사했던 것이다.

헌데 멈춰서는 강유와 타복이 걸친 흰 옷 여기저기에는 먹물이 묻어있었다.

강유의 옷에는 주로 점이 찍혀있는 반면 타복의 옷에는 먹물 자국들이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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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 21장 충격의 결말 +2 17.07.13 3,127 53 10쪽
20 제 20장 첫번째 실전(實戰) +4 17.07.12 3,125 45 13쪽
19 제 19장 쫓기는 미녀 +4 17.07.12 3,122 47 9쪽
18 제 18장 앙큼한 추적자 +2 17.07.11 3,105 42 11쪽
17 제 17장 만나다! +3 17.07.11 3,169 4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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