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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할 세계의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23.04.03 10:13
최근연재일 :
2023.04.28 07: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9,685
추천수 :
406
글자수 :
187,515

작성
23.04.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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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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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2 면접

DUMMY

인간족의 영웅 태양의 기사 슈비츠 라 폰트.

아직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제 친구가 된 그와 바로 말을 놓기로 했다.

그가 내게 21살이라고 말하길래 나도 동갑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제 두 살이지만···. 아니 세 살인가? 아무튼 지금은 비록 연하지만 계지훈 시절까지 치면 오히려 연상이잖아? 그러면 쌤쌤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거짓말을 합리화시켜봤다.

그렇다고 양심이 안 찔리진 않았지만···.


아무튼 감회가 새로웠다.

진정한 친구라고는 조현성 하나밖에 없었던 계지훈 시절이 아니라도, 이 년 간 친구 세 명으로 버텼던 생명의 숲과 비교해도 엄청난 발전이었으니까.


‘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 지인을 두 명이나 얻다니, 혹시 이러다 입학하면 인싸가 되는 거 아닐까?’


인싸라···.


문득 가슴이 설레었다.

사실 여기저기 친구를 만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었기 때문이었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인간들과 달리 나는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쪽이었다.


‘사람들이 뭘 같이 하자고 할 때 나는 아싸라서 그런 거 싫다고 대답하는 거 진짜 부러웠었는데···.’


원래 진짜 아싸들에겐 그런 걸 물어보지도 않는다.

계지훈 시절의 나처럼···.

문득 서러워졌다.


아무튼 슈비츠와 함께 친분을 맺은 갈색머리 소녀 케이는 자기가 열아홉 살이라며 우리를 선배라고 불러도 되냐고 물었다.

이 세상에선 보통 여자가 남자를 부를 때 무슨무슨 ‘공자’나 ‘씨’, ‘군’등으로 부르는 것 같던데 아마 그보단 좀 더 친근하게 부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같이 합격하게 된다면 동기가 될 텐데 선배라는 호칭은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이름을 불러도 돼요. 슈비와도 친구가 됐는데, 함께 만났으니 우리도 친구가 된 거잖아요?”


그러자 그녀는 다시 얼굴이 확 빨개지며 되물었다.


“그, 그럴까요? 그럼··· 저도 케이라고 불러주세요.”


아까 케이에게 귀엽다는 말을 했기 때문인지 그녀는 나를 볼 때 살짝 얼굴을 붉히곤 했다.

그래서 혹시 나한테 반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다.


그때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도 쥰이 저보다 연상이니까 말을 편하게 해주세요. 음, 그러니까 여동생처럼요. 제가 동생이니까 말을 높일게요.”


여동생···.

역시 반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내 주제에 무슨. 그럼 그렇지. 착각하지 않게 조심하자. 괜히 분위기 이상해질라.’


슈비도 케이에게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한 후, 우리는 다시 면접 장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케이가 슬쩍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물었다.


“두 사람 혹시 알고 있어요? 지금 면접장소에 들어가면 그냥 면접만 보는 게 아니란 걸요.”


그녀의 말에 나와 슈비는 시선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혀 몰랐는데?”

“면접 장소에서 면접만 보는 게 아니라고?”


그러자 그녀가 다시 주변을 슬쩍 살피더니만 조용히 얘기해줬다.


“지원자들에게도 비밀 서약을 받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이래요. 제가 듣기론 아마 면접 장소에 한 명씩 들어갈 때부터 무력 시험을 함께 보는 모양이에요. 그것도 기습적으로요. 그러니 방심하지 말고 알고만 있어요.”


기습으로 무력을 시험한다라···.

비밀 서약까지 받는 정보를 그녀는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범상치 않은 집안의 딸인 건 확실했다.


잠시 후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케이가 말한 대로 한 명씩 따로따로 들어가야 하는 가건물로 되어 있었다.

열 개의 꽤 큰 가건물에 각각 한 명씩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는데, 안이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밖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다음 사람 들어가세요!”


줄을 서 있던 우리는 각각 나뉘어 다른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응원해주며 각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빈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엔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그때 문득 안쪽 문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의 문을 닫고 안쪽 문으로 들어오게.”


묵직하게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의 말대로 문을 닫고는 다시 안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때였다.

문 뒤에서 기습적으로 검이 날아왔다.


슈학!


하지만 그 검은 내게 닿지 못했다.

내가 바로 훌쩍 뛰어 다시 뒤쪽 방으로 물러섰기 때문이었다.

방 구조 상 기습이 있을 것 같다고 대충 예상하긴 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진검을 휘두른 건 좀 예상 밖이었다.


뭔 테스트가 이렇게 리얼해?


게다가 나를 습격한 존재도 특이했다.

눈앞에 하얀 해골바가지가 괴기스럽게 턱뼈를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바로 뼈만 남은 스켈레톤 검사였다.

뜻밖의 화끈한 인선에 탄성을 터트렸다.


“와우, 이것도 예상 밖이네.”


그러곤 나를 따라 방으로 달려 나오려는 놈에게 문을 확 닫아줬다.


콰아앙!


문짝에 부딪친 놈이 비틀거렸다.

뼈가 부서져 흩어질 듯 달그락 거리는 모습이었다.


‘역시 스켈레톤 같은 놈에겐 날붙이보단 둔기지.’


바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놈이 불안정한 자세로 검을 휘둘렀다.


슈아악!


그런 불안정한 일격이 먹힐 리가 없었다.

가볍게 몸을 숙여 돌진하자 머리 위로 검이 바람을 가르며 지나쳐갔다.


그와 동시에 몸을 부딪치며 손으로 다리를 잡아챘다.

레슬링 식 태클이었다.


퍼억!


내 몸에 부딪친 놈의 몸이 맹렬하게 뒤로 넘어갔다.


콰당!


땅에 처박힌 뼈다귀들은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깨끗한 한판이었다.


짝! 짝! 짝!


방 안에선 과묵하게 생긴 남자 한 명이 의자에 앉아 박수를 치고 있었다.

회색 머리카락과 그 위로 삐죽 솟은 짐승의 귀.

수인족, 그것도 늑대 수인족이었다.


“독특한 대응이었다. 문을 닫아 충격을 주는 지원자는 전에도 몇 번 봤지만 스켈레톤을 유술로 부숴버리는 지원자는 처음인 것 같군. 기아인이 봤다면 좋아했겠어.”


그의 모습은 내게 무척 신기해 보였다.

이 세계에 수인족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회색 머리카락과 귀의 모양을 보건데 늑대수인인 랑인족 중에서도 회색바위 일족인 것 같았다.


그가 다시 물었다.


“보아하니 습격이 있을 걸 예상했던 모양이로군?”

“네, 방의 구조를 보건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케이의 말이 도움이 된 건 사실이지만 그게 아니었더라도 아마 충분히 예상했었을 것 같았다.


[쥰! 쥰! 저 사람이 들고 있는 저 구슬 이상해! 뭔가 수상한 마나가 잔뜩 흐르고 있다고! 아마 저걸로 해골을 일으킨 것 같아! 조심해!]


일단 머릿속에서 이렇게 떠들어대고 있는데 모르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일단 열풍의 정령 샤하라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래, 고마워. 샤하라드. 근데 아무래도 아직 테스트가 끝이 아닌가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랑인족 남자가 다시 말했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 자세와 내 손의 구슬을 살피는 관찰력. 게다가 스켈레톤을 대하는 태도도 익숙해 보이는군. 아무래도 풋내기는 아닌 것 같은데? 뭘 하던 친구인가?”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들을 상대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 스켈레톤도 본 적이 있고요.”


던전을 엘프들은 심연, 인간들은 균열이라고 불렀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랑인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눈치 챈 것 같으니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지. 실력을 보여주게.”


그의 말과 함께 손에 들린 구슬이 요요한 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부서졌던 스켈레톤이 다시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땅에서부터 두 구가 더 솟구쳐 올라왔다.

모두 세 구의 스켈레톤이었다.


[꺄아악! 비겁해! 일대 삼이라니! 쥰! 어서 내 힘을 써! 빨리!]


샤하라드가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일단 정령의 도움 없이 일신의 무력만으로 테스트를 받아 볼 생각이었다.


검을 뽑은 채 세 구의 스켈레톤들이 포위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자 랑인족이 중얼거렸다.


“도전정신도 있군.”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그는 그저 지원자를 받는 행정직원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딱 봐도 수준을 짐작하기 어려운 실력자인 듯 보였다.

그러고 보니 판데온 교수 중 수인족도 있었던 것 같은데···.


스켈레톤들이 나를 완전히 포위하자 드디어 세 방향에서 검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바로 한 놈 쪽으로 튀어나가며 검을 맞부딪쳤다.


챙!


순간 등 뒤의 검들이 내 등에 닿지 못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우웅!


거리를 이용해 일대일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맞부딪친 검을 부드럽게 흘려내며 돌아가 놈의 뒤를 점했다.

인간이었다면 바로 등을 베어버릴 수 있는 위치.


‘하지만 뼈다귀한테야!’


놈의 등을 뻥 차서 다른 놈 쪽으로 밀어버렸다.

어차피 검으로 그어봐야 죽지도 않을 놈,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퍼억!


내가 밀어낸 놈은 다른 놈과 부딪쳐 잠시 균형을 잃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한 놈만 남은 상황.

바로 놈에게로 돌진했다.


‘가잣!’


그러자 놈이 바로 검을 내리쳤다.


슈학!


바로 머리 위로 떨어져오는 검, 간단히 검을 휘둘러 옆으로 빗겨 흘렸다.


챙!


그러곤 바로 점프하며 몸을 회오리처럼 휘돌렸다.

전력을 다한 뒤후리기.

회전력을 그대로 실어 놈의 머리를 후려찼다.


퍼어억!

콰앙!


놈의 머리가 축구공처럼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결정타였다.


처음부터 나는 발차기를 할 틈을 노리고 있었다.

스켈레톤은 베는 것이 아니라 부숴야 했고, 엘프인 내가 가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타격이 바로 발차기였으니까.


그러자 그걸 본 랑인족이 작게 감탄했다.


“호오.”


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머리를 날렸어도 몸만 남은 스켈레톤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고, 남은 두 구의 스켈레톤은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망설이지 않고 머리를 잃은 채 허우적거리는 놈의 등을 밀어 찼다.


퍼억!


그러자 밀린 놈이 달려오던 선두의 놈과 충돌했다.


콰앙!


순간 놈들이 얽혔다.

두 놈이 부딪히며 그 뒤로 오던 세 번째 놈까지 한 줄로 겹친 상황, 내 눈이 번뜩였다.


파박!


온 힘을 다해 튀어나갔다.

그러곤 머리가 없는 놈의 등에다 이단 옆차기를 작렬해줬다.


퍼어어억!


순간 짜릿한 느낌이 온몸을 스쳐갔다.

내가 느끼기에도 충분히 강력한 한방이었다.

발차기를 맞은 놈들이 한 덩어리로 뭉쳐 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콰앙! 와르르르!


벽에 부딪친 놈들은 충격에 와르르 부서져 버렸다.

씨익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는 중얼거렸다.


“스트라익!”


세 구의 스켈레톤들은 모두가 바닥에 흩어져 버렸다.

끝이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돌려 랑인족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가 나를 보며 빙긋이 웃고 있었다.


“멋진 발차기로군. 각력이 특히 좋아. 자네, 혹시 하프엘프인가?”


순간 살짝 놀라고 말았다.

정령도 사용하지 않았건만 싸우는 모습만 잠깐 보고도 내 종족을 맞춘 것이었다.

확실히 평범한 행정 직원은 아니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비밀로 할 생각이긴 했습니다만.”


그러자 그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소문내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게. 근접박투에 능한 하프엘프라···. 엘프족의 각력이 발차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은 전에도 해본 적이 있었지. 하지만 직접 보게 되니 무척 신기한 기분이로군. 근접전을 좋아하는 엘프라니 재밌어. 자, 아무튼 이제 마지막 테스트를 해볼까?”


그의 말에 다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아직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다섯 구의 스켈레톤이라도 올라오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해볼 만하다고 도전정신을 불태웠다.

하지만 다음 순간, 땅에서 검은 갑주를 걸친 스켈레톤 한 구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크게 치뜬 채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나이트는 일반 스켈레톤과 격을 달리하는 몬스터였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른바 준 보스급 몬스터.

근데 그런 몬스터를 지금 입학시험이라고 내놓은 것이었다.

도전 정신이 갑자기 확 사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아, 이건 좀···.’


내가 질린 얼굴로 놈을 보고 있자 랑인족이 빙긋이 웃으며 말해줬다.


“너무 막막해하진 말게. 인간이라 치고 목이나 심장 부위를 검으로 벨 수 있다면 이긴 걸로 인정해주겠네. 물론 진짜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추가점수도 받을 수 있을 테고.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합격이겠지만 설사 패한다고 해도 바로 불합격은 아닐세. 저걸 상대할 때의 모습을 이 수정 구슬에 저장해놨다가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들을 비교해 합격시킬 거거든.”

“아아!”


그렇다면야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이른바 상대 평가인 모양이었다.

문득 의문이 떠올라 물어봤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진짜로 무력화시킨 지원자도 있었나요?”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내 방에 들어온 친구만 해도 두 명이 있었다네. 바로 조금 전에 들어왔던 덩치 큰 친구가 아주 박살을 내놓고 가더군.”


조금 전에 들어온 덩치 큰 친구라면···.

아까 케이를 밀치고 갔던 그 거인 같은 놈을 말하는 것 같았다.

역시 범상치 않은 건 덩치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제 왔었던 검은 머리 소녀도 무력화시키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검술을 지녔었지. 검술 실력만으로 스켈레톤 나이트를 그렇게 압도하는 지원자는 처음 봤다네.”

“검은 머리 소녀요?”

“그래, 자네도 합격하게 된다면 주의 깊게 봐두게나. 이름이 카린이라고 하더군.”

“···네? 누구라고요?”

“카린, 왜 아는 사람인가?”

“···아뇨.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해서···.”


검은 머리의 여자 카린?

혹시 카린 네메시스를 말하는 건가?


내가 그녀를 알고 있다는 건 당연히 그녀가 네임드 캐릭터란 얘기였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단지 그녀가 네임드 캐릭터란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카린 네메시스는···.

그녀는 전향자들 쪽 네임드였다.

북풍의 기사 카린 네메시스.

마계의 힘을 얻고는 이 세계를 적대하기로 한 빌런, 전향자들 소속의 소드마스터.

그녀가 적으로 끼어있는 에피소드들은 난이도가 극악해서 웬만하면 깰 수 없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근데 그녀가 판데온에 입학을 지원한다고?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혹시 스파이인건가?


하지만 한가하게 그런 생각을 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내 앞의 스켈레톤 나이트가 검을 뽑고는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슈학! 챙!


“윽!”


확실히 스켈레톤 나이트의 속도와 검술은 만만치 않았다.

검의 세기도 강력했고 적절한 상황마다 후려치는 방패술도 놀라웠다.


챙! 챙! 챙!


“크윽!”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진짜 노련한 기사와 같은 놈의 맹공에 속절없이 밀리기만 했다.

발차기를 쓰려고 해도 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

혼자 검을 수련했던 내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중이었다.


‘젠장, 안 되겠군.’


결국 아직 일신의 무력만으로 스켈레톤 나이트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그때 랑인족 남자가 내게 말했다.


“박투술에 비해 검술은 아직 모자란 편이군. 끝내고 싶을 땐 항복이라고 말하면 되네.”


그래, 그의 말이 맞았다.

전생에서부터 특기였던 박투술에 비해 검술은 아직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검사로서의 내가 이놈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정령사로서의 나는 아직이거든!

마음속으로 내 파트너의 이름을 불렀다.


‘노움!’


그러자 내게 검을 내리치기 위해 발을 디디던 놈의 발밑이 갑자기 푹 꺼졌다.

동시에 반대쪽 발밑은 쑥 솟아오른 상태였다.


덜컥!


졸지에 메치기를 당하듯 튕겨 나버린 놈은 그만 옆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그나마 땅에 팔을 받쳐 넘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반응이었다.


‘그래, 아주 훌륭해.’


나는 흔쾌히 놈을 칭찬해줄 수 있었다.

손에 든 칼을 놈의 목에 살짝 댄 채로였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땅으로 팔을 받치는 놈의 목에 검을 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검을 댄 채로 랑인족 남자에게 물었다.


“목에 검을 댄 것만으로도 이겼다고 인정해주신다고 했었죠?”


그러자 황당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랑인족 남자가 이내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정령술을 못써서 박투술을 익힌 것이 아니었군. 맞네. 자네가 이겼네.”


그 후 지원 신청과 테스트에 대한 비밀 서약을 하고 밖으로 나가는 내게 그가 문득 말해줬다.


“진작 정령술을 보여줬다면 바로 합격이었을 걸세. 판데온에선 정령사가 귀한 편이거든.”


어차피 난 정령사가 아닌 전사로서 지원한 것이긴 하지만···.

그 얘기를 들으니 살짝 억울하긴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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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심연-3 23.04.12 515 11 17쪽
10 10 심연-2 23.04.10 521 16 15쪽
9 9 심연-1 23.04.09 538 14 12쪽
8 8 폐쇄자들-2 23.04.07 554 14 16쪽
7 7 폐쇄자들-1 +1 23.04.05 603 12 15쪽
6 6 Endless days 23.04.03 639 15 12쪽
5 5 세라인 +1 23.04.03 680 13 14쪽
4 4 하프엘프 쥰-2 +2 23.04.03 731 13 17쪽
3 3 하프엘프 쥰 23.04.03 820 13 14쪽
2 2 웨이브 23.04.03 954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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