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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할 세계의 아카데미에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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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반디
작품등록일 :
2023.04.03 10:13
최근연재일 :
2023.04.28 07: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9,664
추천수 :
406
글자수 :
187,515

작성
23.04.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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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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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2쪽

15 탈출-2

DUMMY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에 나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간신히 거대한 새의 주의를 돌렸는데···.


‘소리를 내면 안 돼!’


놀라 뒤를 돌아보니 내 바로 뒤에서 달리고 있던 파드가 무슨 이유에선지 완전히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는 중이었다.


‘파드?!’


급히 달리던 걸 멈추고는 반대로 몸을 날려 그가 땅으로 쓰러지기 전에 붙잡을 수 있었다.


턱!


그리고 황급히 고개를 돌려 새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맹렬한 불길 속에서도 아무 피해를 입지 않은 듯한 새가 옆 눈으로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놈에게 들켜버린 것이었다.

속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안 돼!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새가 분노한 듯 울부짖으며 몸을 날렸다.


“삐이이이이익!”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놈의 속도라면 우리를 덮치는 건 순식간일 터였다.


‘도망쳐야···!’


하지만 놀랍게도 새는 날아오지 못하고 다시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콰아아아앙!


노에스가 놈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기회였다.


“이때야! 뛰어요!”


우리는 다시 필사적으로 심연의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을 잃은 파드를 어깨에 짊어진 채 달리며 새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새가 자신의 발을 붙잡은 노에스를 향해 입을 벌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 화염이다!’


그리고 솔론을 향해 소리쳤다.


“맞으면 안 돼요! 저걸 피하게 해야···!”


그 순간 새의 입에서 화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화르르르르륵!


“으아아아악!”


내 예상대로였다.

불의 폭포수에 휩쓸린 노에스가 그대로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동시에 솔론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던 것이었다.

놈의 화염이 에너지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솔론!”


쓰러지는 그를 받아낸 건 나미트리아였다.

하지만 나는 그쪽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노에스에게 붙잡혔던 다리가 풀린 이상 새가 다시 이쪽으로 날아오려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순간 두뇌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놈이 이곳을 덮치기까지는 1초도 안 걸릴 터, 반면 우리가 심연의 문에 도착하기 위해선 최소한 10초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심지어 그것도 계속 달리고 있을 때 얘기지, 우리는 지금 솔론이 쓰러지며 제자리에 멈춰버린 상태가 아니던가.


‘계속 달리는 건 무의미해. 놈을 막아야 하는데···. 하지만 어떻게?’


그때였다.

세라인이 절벽을 가리키며 외쳤다.


“문이 닫히려고 해!”


정말이었다.

깜짝 놀라 바라본 심연의 문은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작아져 가고 있었다.

저 상태면 1분도 지나지 않아 닫히게 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거대한 새가 우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삐이이이익!”

“안 돼!”


최악의 상황이었다.

모두가 어쩌지도 못한 채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은 절벽 위를 향해 멈춰 있었다.


‘저거다!’


크게 소리치며 등에서 단창을 뽑았다.


“타키!”


아까 타키에게 미리 얘기해놨었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내 단창에 샐라를 좀 흡수시켜 달라고.

물론 그때 놈은 차가운 눈빛으로 내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했었지만 말이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 자식아!’


나는 타키를 기다리지 않고 힘껏 단창을 던졌다.


“하아압!”


슈하악!


그리고 그 순간 볼 수 있었다.

내 손에서 쏘아진 단창의 끝이 미약한 붉은 기운을 띄는 광경을.

타키 쪽을 돌아보니 놈이 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칫!”


잠깐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그러고 있을 시간 따윈 없었다.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샤하라드!’

[맡겨둬!]


쉬이이익!

푸우욱!


샤하라드에 의해 가속된 내 단창이 빛살처럼 쏘아져서는 새의 둥지에 박혔다.

새의 거대한 그림자가 바로 우리 머리 위까지 드리웠던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화르르륵!


둥지에 박힌 단창은 강력한 폭발과 함께 맹렬한 불길을 일으켰다.

타키의 샐라가 일으킨 상황이었다.


둥지의 폭발과 더불어 우리 머리 위를 덮은 놈의 거대한 그림자를 바라보며 빌었다.


‘제발, 제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젠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놈이 우리보다 자기 둥지를 소중히 여기기를.


“삐이이이이이!”


아마 내 기도가 통했던 모양이었다.

바로 우리에게 내리꽂히려던 거대한 새는 공중에서 한번 날갯짓을 했다.


화아악!


자신의 둥지로 올라가기 위한 날갯짓이었다.

성공한 것이었다.


‘됐어!’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덮치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광풍이 우리를 덮쳤다.


후아아아아아아앙!


“와악!”

“아아악!”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고작 새의 날갯짓 한번이 만들어 낸 효과였다.


지난번 우리는 새의 날갯짓 때문에 다시 풀숲으로 날려갔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끝장이었다.


간신히 공중에서 균형을 잡아 바닥에 착지하고는 바로 주변을 확인했다.

어디로 날려 온 건지 확인해야 했다.


“!”


놀랍게도 눈앞에 바로 심연의 입구가 보이고 있었다.

이번 날갯짓은 우리를 도와줬던 것이었다.


“됐다!”


환호성을 지르고는 바로 동료들을 찾았다.

그러자 다른 동료들도 멀지 않은 곳에 흩어져 있었다.


단 두 명만 빼고는.


“나미트리아! 솔론!”


솔론을 부축하고 있던 나미트리아가 저 멀리로 날려가 있었다.

아마 새가 머리 위로 온 순간 뒤로 몸을 피해보려 했던 게 오히려 이런 결과로 나타났던 모양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이이!”


어느새 둥지의 불을 진화한 새가 우리를 향해 분노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 기세였다.


문득 뒤를 돌아봤다.

2m 정도였던 심연의 입구가 1m 정도로 줄어있었다.

이젠 걸어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의 크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 나가야만 해.’


하지만···.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솔론, 나미트리아···.’


다시 풀숲 쪽에 있는 그들을 향해 안타깝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삐이이이이이익!”

“!”


거대한 새가 둥지에서 몸을 날렸다.

우리를 향해 떨어져 내리려는 것이었다.


콰아아아앙!


“삐이이이익!”


하지만 이번에도 놈은 한번에 뛰어내릴 수 없었다.

절벽에서 솟아난 노에스의 상체가 놈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노에스가? 그럼!’


홱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솔론이 나미트리아에게 부축 받은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솔론!”


내 부름에 솔론이 소리쳤다.


“모두 데리고 어서 나가게, 쥰! 나는 시간을 벌고 마지막으로 나가겠네!”

“하지만···!”

“빨리! 시간이 없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에게 외쳤다.


“빨리 나가자! 우리가 나가야 솔론도 나올 수 있어! 세라인! 아리에! 어서! 비야, 당신도 나가요!”


내 말에 망설이고 있던 모두는 급히 작아진 심연의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지막으로 타키까지 나가자 나도 파드를 업은 채 몸을 날렸다.


파박!


몸을 날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문득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

도망칠 생각조차 없는 듯 절벽 위를 바라보며 손을 뻗치고 있는 솔론과 나미트리아를.


그때 솔론이 잠깐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빙긋이 웃으며 입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


화아아악!


내 시야에 한순간 푸른 하늘이 가득 들어왔다.

보라색 오로라가 아닌 흰 구름이 떠 있는 푸른색의 하늘, 심연의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러자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하프엘프들이 환호하듯 소리쳤다.


“쥰이다! 쥰도 나왔어!”

“잘 됐어!”


내가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당황해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커다란 덩치 한 명이 내게 달려들었다.


“쥬운!”


그러곤 나를 와락 껴안아 버렸다.


“억!”


내 친구 오리스였다.

오크와 엘프의 혼혈인 이 장사 하프엘프 친구는 간신히 돌아온 나를 기필코 죽이겠다는 듯 내 몸을 힘껏 조르기 시작했다.


“켁! 켁! 오리스! 나 죽는다!”

“아! 미, 미안!”


간신히 풀려난 나는 이 힘 센 겁쟁이의 엉덩이를 차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얼굴을 보고는 결국 그럴 수 없었다.

녀석의 두 눈에서 지금도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히는 걱정이 됐던 모양이었다.


잠시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엉덩이를 차주는 대신 희미하게 웃으며 말해 주었다.


“무사히 돌아왔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오리스.”


그러자 녀석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허허헝! 정말 다행이야!”


하여간 덩치만 커가지고는 마음이 이렇게 여려서야···.

하지만 사실은 내 마음도 살짝 울컥한 상태였다.

내가 죽었을 때 이렇게 슬퍼해 줄 사람이 한 명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위안이 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쥰!”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아리에가 울며 내게 달려들었다.


“아리···!”


그녀를 보다가 순간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가 돌진하듯 달려들어 내 품에 폭 안겨 버렸기 때문이었다.


와락!


“잘됐어! 정말 다행이야!”

“어? 어. 그, 그래.”


정신이 혼미했다.


세상에.

여자가 내 품에 안기다니.

그것도 이렇게 예쁜 여자가.

두 번의 삶을 통틀어 처음 겪는 일이었다.


잠시 눈을 껌뻑거리다 내 품에 안겨 우는 아리에를 천천히 토닥거려주었다.

기계처럼 딱딱한 동작, 나도 모르게 움직인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사실 나도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잘 몰랐다.

내 몸에 닿는 그녀의 감촉이 너무 부드러웠고, 따뜻했고, 아무튼 감동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건 혹시 꿈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한 정신으로 주변을 둘러봤을 때였다.

문득 세라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서늘하게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응?’


그때였다.

우리 지역의 관리자 우드엘프 하만이 내게 급히 물었다.


“쥰! 솔론님은?! 솔론님은 왜 안 나오시는 건가?!”


그의 물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심연을 나오기 전 그가 입모양으로 전했던 그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심연으로 뛰어든 마지막 순간, 그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고마웠네, 쥰.’


그 말의 뜻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고맙다고 말 한 건지.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노에스와 함께 나와야 하는 그는 노에스가 새를 붙잡고 있는 이상 절대 거기서 나올 수 없을 거라는 걸.

결코 노에스를 혼자 두고 나가지는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그러니 그가 한 말도, 내가 한 말도 거짓말이었다.

새를 붙잡아두고 바로 나오겠다는 그의 말도, 우리가 먼저 나가야 그도 나올 수 있다는 내 말도···.


엘프족이 거짓말을 하다니.

어쩌면 타키 놈 말대로 나는 배덕자 다크엘프에 가까운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다급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하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솔론은···.”


그 순간이었다.


“아앗!”

“파드, 안 돼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내가 데려와서는 옆의 풀밭에 내려놨던 파드가 갑자기 심연 안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이었다.


슈우욱!


마치 그 혼자만 블랙홀의 중력에 걸린 것처럼.

정신을 잃고 누워있던 파드는 그렇게 심연 안으로 끌려들어가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심연의 입구는 완전히 닫혀버렸다.


“······.”


그 갑작스런 사태에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모두 돌처럼 굳어져 심연이 있었던, 이제는 그냥 숲이 되어버린 공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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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탈출-1 23.04.16 463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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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샤하라드 23.04.14 484 12 12쪽
11 11 심연-3 23.04.12 515 11 17쪽
10 10 심연-2 23.04.10 521 16 15쪽
9 9 심연-1 23.04.09 538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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