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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소영주가 마법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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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4.02.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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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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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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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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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DUMMY

북부의 전사는 용맹하기로 유명하다.

회귀 전. 크리스가 용병대에 입단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당시 크리스는 좋게 말해도 뼈만 남은 우울한 소년이었지만, 북부 출신이라는 점도 분명 있었다.


‘아무리 우습게 보여도, 제국수도사람 앞에서 돈 자랑하지 말고, 거친 북부인들 앞에서 싸움 자랑하지 말라는 법이 있지.’


영지에서 쫓겨나기 전까진 몰랐는데, 실제로 그런 말이 은연중에 통하는 집단이 있었다.


용병단.

그것은 전사들과 병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격언이었다.


그리고 지금.

크리스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육체미를 뽐내는 50여 명의 병사들.

그들은 강자를 따르는 성향이 강했고, 한눈에 봐도 마초이즘의 극한이었다.

그런 자들이 가진 주인에 대한 충심.

옅을 수밖에 없다.

아니, 지금 보니 전혀 없었다.


'하긴, 얼마전까지 무능한 나보다 바로크를 따랐던 직속부하였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그나마 다행이란 건, 무능한 크리스를 무시할 뿐, 크리스를 적대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크리스는 기억했다.

비록 얼굴을 모를 정도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최소한 회귀 전 이 영지가 무너질 때 바이엄의 곁에서 자신을 지켰던 자란 것을.

물론 크리스에 대한 충성 때문이기보다 바이엄에 대한 존중 때문이리라.


그리고 지금.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바이엄은 크리스 앞에서 쩔쩔 맸다.


"커흠. 이 녀석들이 눈치는 없고 무식해서 그렇지 속은 안 그렇습니다, 소영주님.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타이른다고 말을 듣는 녀석들인가? 이거 원 참."

"용서를...."


사실 바이엄이 이상한 것이었다.

무를 숭배하는 북부인들의 입장에서 마도 가문에게 이토록 강한 충심을 보이는 기사란 게 특이한 거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태도는 말도 안 되었다.

바이엄에게는 극진한 태도를 보이지만, 겉보기에도 유약한 크리스에게는 무례할 정도의 반응이다.


우스웠다.

주인을 향해 짖어대는 개라니.

중앙대륙의 귀족들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마초이적이고, 상무적인 문화.

그 강자존중의 문화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피식 웃었다.


과거의 마도 가문이라면 굳이 하지 않을, 아니 하지 않았을 방법으로 그들을 길들일 방법이 있었으니까.


"재미있군. 거기 훈련대장. 이름이 뭐지?"

"커흠. 소영주님. 일개 병사도 아니고 기사인 제 이름을 물으시다니. 크흠. 제 이름은 제롬입니다."

"그래, 제롬 경. 내가 오랜 칩거 생활을 했던 터라 지금 병사들의 훈련상태를 잘 모른다네. 어떤가. 내가 직접 자네들의 훈련상태를 점검해도 되겠는가?"

"후후후. 물론입니다. 아마 던전 원정 때문이시죠?"

"그래, 잘 알고 있군. 그리고 이번 원정은 내가 직접 지휘하려고 하네만."

"음!? 바이엄 의장님이 아니라, 소영주님이 직접 지휘하신다구요?"


녀석이 꽤나 건방진 얼굴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마, 불만족스럽겠지.

크리스가 훌륭한 한 명의 마법사인 것은 인정할 수 있어도. 한 명의 전사로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뭐, 북부의 전사 입장에서는 이게 또 당연한 문화라는 게 웃기다.

크리스는 긴 한숨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았다.


'아 선조님이시어. 어찌 이 무식하고 척박한 북부 땅에 둥지를 트셨나이까.'


이런 병사들을 이끌고도 매그너스 백작가가 긴 역사를 이어온 것은 아마 기적이리라.

그런 생각과 함께 크리스는 두 눈을 부릅뜨며 제롬을 노려보았다.


우우우우우웅.


크리스의 마나가 유형의 기운을 형성하며 공간을 압박했다.

마법사의 마나였지만, 그 기세는 마나 유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크흠!?"


제롬 녀석이 반응했다.

당연했다.

녀석은 기사.

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감을 지닌 자.

바로크 밑에서 검을 배웠다면, 인성은 어떨지 몰라도 실력 하나만은 제대로일 터.

그래서 녀석의 얼굴이 갑자기 바뀌고, 긴장감이 흘렀다.


"우선 네 녀석부터 시험하면 되겠나."


그 말에 제롬이 자신의 목검을 움켜잡았다.


"절 시험하신단 말씀은 아니겠죠?"

"맞는데? 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내 친히 가르침을 하사할 생각도 있네만."

"...!?"


순간 제롬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니, 이내 분노했다.

이것은 모욕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그의 절대적인 상급자.

감히 욕설을 내뱉을 순 없었다.

하지만 그도 마찬가지로 가르침을 하사할 순 있을 터.

그것도 시험이라는 명목하에.


곧 그가 분기를 삼키며 빙그래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군요. 이 연병장에서 일반 병사보다 검을 적게 휘두르신 분이 저를 시험하시다니. 좋습니다! 다만 원망하지 마시죠. 북부의 전사의 시험에서 뼈 하나 부러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자네나 조심하게나. 뼈 하나로는 부족할지 모르니."

"....!"


그 말과 함께 크리스의 시험이 시작되었다.



***



카앙!

캉!

카앙!


검격과 검격이 연이어 이어지며, 거대한 충격음이 연무장을 강타했다.


끝나지 않는 승부.

벌써 목검이라고 볼 수 없는 충격음이 연병장에 울려퍼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당연히 크리스의 빠른 패배를 점쳤던 연병장의 모든 이들. 아니 바이엄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은 황당했다.

이 대결.

예상보다 오래걸렸다.

심지어 그들의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누가 승기를 잡은지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


크리스.

그들의 주인 크리스 폰 매그너스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크리스는 지금 목검을 잡은 후부터 한발자국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거대한 고목처럼 제 자리를 잡고 여유로운 얼굴로 제롬의 검격을 그대로 받아내었다.


비록 할 수 있는 게 방어밖에 없어서 떄문이 아닌 것은 모든 이가 알았다.

그럴 필요조차 없다는 크리스의 의도.

강골 중의 강골이라는 기사 제롬의 모든 검격을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모두 받아냈다.

반격의 기회조차 노리지 않았고.

정말 받아내기만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흐음...."


고민과 함께 상념에 잠길 정도의 여유.

그것은 단순히 상대를 모욕하는 의미가 아닌, 그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라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감평이 이어졌다.


"강격이지만은 연격 사이에 이어지는 호흡이 부족하군. 검을 휘두를 때, 힘으로 휘두르는 게 아닌 숨을 이어쉰다는 느낌으로 들숨과 날숨을 연계하도록."

"이익! 언제 검을 잡아봤다고, 잔소립니까!"


그 말과 함께 얼굴이 붉어진 제롬은 더없이 모욕감을 느꼈다.

얼굴을 찌푸린 제롬이 다시금 검격을 넣었다.


카앙!

카앙!

캉!


분노때문인가.

더욱 강한 연격과 이어지는 충격음.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달랐다.

강하지만 부드러움이 더해진 검.

마치 하해와 같이 넓은 대하의 잔잔한 물결처럼 매끄럽게 이어지는 검격이었다.


하지만.

그 연격은 약하지 않았다.

방금 전보다 더욱 큰 충격음.


그 변화의 이유.

그것은 제롬이 자신도 모르게 크리스의 조언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젠장. 정말이잖아!'


깜짝 놀랐다.

혹시나 했던 마음.

병사들뿐만 아니라, 검사로서의 크리스가 얼마나 강한지 검을 부딪히며 가장 먼저 깨달았다.

그래서 그 조언을 반만 믿고 받아들였고 한번 시험해봤다.

그런데 그 변화.

즉각 일어났다.


카앙!


그가 휘두르는 검.

검격과 함께 이어지는 강한 반발력이 이전보다 더욱 짜릿짜릿하게 느껴졌다.

마치 크리스의 조언을 그대로 받았기에 더욱 매끄럽고 강한 공격이 가능했다는 것처럼.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크리스가 잠시간 심사숙고를 한 후,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발동작이 잘못됐군."

"또 무슨 소립니까!"

"오른발의 중심점을 엄지발가락에 4할, 검지 발가락에 6할을 놓는 게 좋겠군. 네 녀석의 검은 강검이자 쾌검이다. 중심조차 제대로 못 두는 녀석이 무슨 검을 들고 설치는지, 원."

"이이이익! 감히 초심자가 나 같은 기사에게 조언을 하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체의 중심을 잡는 것은 검술의 기본중의 기본.

파지법과 마찬 가지로 검을 배울 때 가장 먼저 익히는 부분이다.

그런 기초 중의 기초가 애초에 잘못되었다고, 잔소리를 하다니.

만약 크리스가 소영주가 아니라 일반 기사나 귀족이었다면 걸죽한 욕설과 함께 망신을 줬을 터.

하지만 이미 크리스의 실력은 제롬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크리스의 명예를 생각해 그저 이를 갈던 제롬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그 조언을 받아들여 봤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파앗!


미묘한 감각이 발가락 신경부터 머리 정수리 끝까지 번개처럼 쏘아진다.


"!?"


순간 제롬은 깜짝 놀랐다.


'이게 말이 되나!?'


미묘하지만은 검격의 결이 달라졌다.

검이 강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

검의 강함은 훈련의 결과라면, 검의 결은 누적된 검의 성격과도 같은 것.

그런데 단순히 발가락의 중심점과 힘의 비율을 바꾼 것만으로 오랜 세월 쌓아온 검의 결이 달라졌다.


이럴 순 없었다.

처음의 조언 다음으로 극적인 변화.

순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벙찐 표정을 짓던 제롬이 다시 한번 검격을 날렸다.


파아앗!


검의 결이 바뀐 것이 확실했다.

이전의 검격은 공기의 저항을 받으며 공기를 찢어발기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물결을 거스르며 올라가는 것이 아닌, 물결과 함께 흐르는 느낌.

검격이 춤을 추며 유연하고 강하게 헤엄쳤다.


파아아앙!


파공음이 일었고, 검의 매서움이 더해졌다.

그의 역량이 한 단계는 아니지만, 반의 반 정도는 일순간 상승했다.

지금 이 연병장에서 제롬의 검을 지켜보던 이, 심지어 병사들조차도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 제롬은 말이 없었다.

그저 무아지경으로 지금의 성장을 즐길 뿐.

그의 검격이 미친 듯이 이어졌다.


카강!

카가강!

카가가가강!


연속되는 검격.

결국 가장 먼저 탈진 한 것은 머릿속을 비우고 미친 듯이 검격만 날리던 제롬이었다.


등까지 흠뻑 젖을 정도로 지쳤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지치기는커녕 해맑았다.


"허억. 헉. 허억."


그의 거친 숨이 이어졌고, 연병장은 더없이 고요해졌다.

오랫동안 막혀있던 자신의 벽을 잠시나마 넘었던 그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만이 걸려있었다.


한참을 숨을 고르던 그가 고개를 들어 크리스를 마주보았다.

이내, 침묵하던 그가 어느 순간 연병장 한 가운데 무릎을 꿇었다.


"가르침을 사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영주님께선 정녕 제가 상상하지도 못할 경지를 이루신 분이십니다."

"알았으면 됐다. 영 머리가 빈 녀석은 아니군."

"감사합니다."


북부의 전사가 무릎을 꿇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충성 서약.

웃기게도 마법사인 크리스가 이미 자신의 기사였던 자에게 다시 한번 충성의 서약을 받아내었다.


시험이라는 명목하에 크리스는 제롬을 완전히 굴복시켰고.

또한 가르침을 사사해 충성을 얻었다.


이미 크리스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바이엄도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었다.


"크하하하하하!"


곧 그것을 지켜보던 바이엄이 광소를 터트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자신의 근심을 털어버리다니.

역시 소영주는 대단한 사내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크리스의 말에 바이엄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

"...!?"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병사는 당장 뛰어나오도록."


크리스는 아직 지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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