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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소영주가 마법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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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4.02.21 16:06
최근연재일 :
2024.03.17 21: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74,249
추천수 :
1,629
글자수 :
148,752

작성
24.02.2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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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프롤로그 + 1화

DUMMY

휘이이이잉.


시리도록 차가운 삭풍이 불어오며 비릿한 피비린내를 물씬 풍긴다.

서리가 짙게 내린 들판.

방금 전까지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던 팔다리와 내장이 곳곳에 흩뿌려졌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가느다란 앓는 소리가 차갑게 섬뜩하다.


대회전이 있었던 전장의 한 가운데.

중년인 하나가 아무렇지 않게 방패 위에 걸터앉았다.


“크흠....! 쿨럭, 쿨럭.”


병색이 완연한 기침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지만, 그는 홀로 여유로웠다.


용병대장 크리스.

이 참사를 직접 지휘한 그는 홀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해 한 멧돼지 같은 사내 하나가 부루퉁한 얼굴로 다가왔다.


“대장. 또 그 책이유?”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던 크리스는 참모장 그렉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렉, 뭐야. 전투도 다 끝났는데, 또 괜히 시비질이냐?”

“누가 보면 대장은 마나 유저가 아니라 마법사인 줄 알겠수다.”

“후후. 이봐, 그렉. 이 책이 그냥 책인 줄 아냐?”

“그럼?”

“고대의 마도서다. 그것도 지금의 마법사들은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고대어로 적혀있는.”

“그러니까, 그걸 왜 대장이 읽을 수 있냐고. 또 읽을 필요는 뭐가 있고.”

“여기 쓰여진 마법사 스피노자 경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지.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10년 후에 따먹을 수 있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그건 또 무슨 헛소리요.”

“이 마도서가 나한텐 그런 의미란 말이다, 쯧쯧.”

“하아.... 몸조리나 잘할 것이지 쯧. 당장 병구완해도 이상하지 않는 양반이, 뭔 마법에 꽂혀가지고, 에잉. 누가 보면 마나 유저가 아니라, 마법사라 생각할 거유.”


이제는 완전히 질렸다는 듯.

참모장 그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만했다.


용병대장 크리스.

한 때는 귀족 출신의 샌님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것은 옛일. 그는 누가 뭐래도 이곳 북부를 평정한 붉은피 용병단의 대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용병대장 중에서 흔치 않은 제대로 된 마나 유저였다.


마나 유저.

검(劍)의 극의에 닿은 자.

그것도 중급 이상의 마나 유저는 웬만한 최상급 기사들도 닿기 힘든 경지다.


하지만.

그는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스스로 기사임을 한탄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째서?’


누구는 되고 싶어도 못 되는 경지인데, 어찌 다른 길을 매번 탐할까.

그렉은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나 마나 유저를 꿈꾸는 그렉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가 혀를 차며, 침을 ‘퉷-!’하고 뱉었다.


“쳇. 이해 못할 양반. 어쨌든 쉬쇼.”


그 말과 함께 그렉은 멀어졌다.


이른 새벽.

곧 전투가 다시 시작되기 전이지만, 크리스의 눈은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무식한 용병답지 않은 총기가 두 눈에 깃들었다.

용병대장 크리스는 그저 피식 웃으며 다시 책 속에 파묻혔다.


펄럭.

펄럭


이미 내용 전체를 외울 정도다.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그것은 용병이나 검사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고대의 마도서.

대륙 공영어도 아니고. 룬어도 아니다.

무려 고대어로 적혀진 신비한 서적.

그것은 마법사나, 마학자가 아니면 익히지도 않는 사어(死語)로 기록된 고서였다.

하지만 크리스는 그 내용의 일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제 자리에 앉아서 독서를 즐겼고.

오늘 할 일은 기어코 완료했다.


“후우. 일회독 또 완료.”


일회독 하는데, 예전에는 한 달은 넘게 걸렸지만.

이제는 삼일이면 충분하다.

수백 번의 일회독을 반복할 때마다 크리스는 뭔가 가슴 깊은 곳의 거대한 울림을 느꼈다.


‘신기하단 말이지. 마치, 영력이 깃든 것처럼 내 영혼도 또 같이 충만해지니 말이야.’


우우우우웅.


그리고 이제는 그 소용을 다한 마나 하트(Mana Heart)가 은은한 영력(靈力)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부질없었다.

만약 마나 하트가 온전했으면 몰라도 그의 마나 하트는 이미 산산히 부셔진 지 오래.

이제는 육체마저 좀 먹을 만큼 병색이 완연할 정도였다.

크리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쉽군.”


크리스는 탄식을 내뱉었다.

이제 곧 길고 길었던 내전의 끝을 바라보는 유치한 감상 따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시한부 인생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쿨럭.


갑작스러운 객혈과 함께 그의 손에 피가 한 움큼 묻었다.


“젠장.”


죽을 때가 가까우니 옛일을 떠올리는 일이 많았다.

그의 과거.

뭐랄까.

후회로 점철된 삶이었다.


“만약 내가 우리 가문을 지킬 수 있었다면, 나도 이런 곳에서 헤매고 있진 않았겠지.”


자조였다.


과거, 용병단의 잡부로 방황하던 시절 잠시나마 돌았던 소문.

그의 신분과 관련된 그 헛소문.

그것은 사실이었다.


귀족 출신.

그것도 한 때 북부를 호령했던 마도 가문의 후계자였다.

그가 이제는 마학자조차 잊은 고대어를 익힌 것은 그 이유 덕분.

하지만 그는 마법사가 아닌 검을 든 마나 유저였다.


마나 유저.

기사들이 선망하는 드높은 경지.

마도 가문과는 대척점에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문이 멸족당하고.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내 스스로 마나 하트를 유폐하고 내 신분을 폐하고 다시는 마도의 길을 걷지 않는 게 생존의 조건이었지.’


스스로의 심장을 부수는 행위.

자살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받아들였다.

복수를 위해서.

다시 검을 들더라도 그는 복수를 위해 칼날을 갈았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


그가 복수를 하기도 전.

가문을 멸문시켰던 녀석들은 모조리 다른 가문에게 멸족했다.

특별할 것도 없다.

지금은 그런 난세였으니까.

다만 방탕하고 무능력했던 그 시절의 자신이 후회가 될 뿐.


‘내가 어차피 마법도 익히지 못하는 몸으로 마도서를 탐닉하는 건, 과거에 무능했던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후회 때문일 수도....’


당장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느니 뭐니, 하는 말은 그저 변명일 뿐이다.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는 사이.


쿵!

쿵!

쿵!


멀리서 전장의 북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헐레벌떡 그를 향해 뛰어오는 이가 보였다.

참모장 그렉이었다.


“대장! 대자-아아아앙! 큰일났다고!”


다시 회전이 시작하려면 정비할 시간이 필요할 텐데.

마나의 기류가 이상하다.

그리고 그때.

크리스는 고개를 들었다.

진홍빛으로 물든 하늘.

피로 물든 것 같은 창공으로 거대한 마방진이 눈에 띄었다.


“대장! 하늘이! 하늘이 붉게 물들었어! 미친, 저녁놀도 아니고 새벽 댓바람부터 이게 무슨 일이래!”

“마법이다. 그것도 합동 마법.....!”


아드득.

이를 갈았다.


합동 마법이라니.

최소한 5서클의 대마법사가 직접 수식을 직조하고.

그것에 따라 4서클 마법사 수십 명 이상이 동시에 마나식을 전개하는 대단위 마법.

이론상으론 단 한 번만의 캐스팅만으로 전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일.

중급 이상의 마법사 수십 명이 한 가지 목적에 의해 모인 역사.

수백 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심지어 지금 눈앞에 펼쳐진 섬세하고도 웅대한 수식은 5서클을 넘었다.

그것은 마법이기보다 가히 하나의 예술의 경지.


그때.


다그닥.

다그닥.


“크리스 경! 이게 어떻게 된 게요!”


풀플레이트로 무장한 돼지 같은 기사 하나가 황급히 달려왔다.


그레고 백작이었다.

무능한 돼지새끼는 벌써부터 승리를 자축했는지, 벌써부터 술에 들큰하게 취했다.

병신 같은 놈.

후방에 있다가 일이 터지니 이제야 나타나다니.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크리스는 녀석에게 고용됐고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합동 마방진입니다.”

“합동 마방진? 아니, 아무리 마법이라도 저렇게 하늘 전체를 뒤덮는 마법이 어딨단 말요!”

“그렇죠. 저 정도 규모의 합동 마법진이라면 최소 4서클 이상 마법사 일백에 6서클 마법사가 직접 인솔해야 가능하겠죠. 보통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심지어 저건 7서클의 흔적마저 보이는군요.”

“잠깐, 백 이상의 마법사!? 그리고 7서클이라고!? 설마....!”


백작이 넋을 잃은 표정을 지으며 얼이 빠졌다.

그래.

6서클도 놀라운데, 7서클이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것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유는 단 하나.


“대륙에서 7서클 마법사는 단 한 명밖에 없소!”

“예. 마탑의 마스터뿐이죠.”

“....!”


제3세력.

마탑.

대륙의 혼란이 막 끝나가는 시점.

양 극단의 세력의 추가 막 기울어지려는 이 때. 새로운 제3세력이 개입한 것이다.

그것의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마, 마탑이 참전하다니! 어째서! 어째서 수백 년의 중립을 풀고, 어째서! 왜! 도대체 누구 편이냐 이 말이야!”


새로운 혼란의 시작.


하지만 지금 크리스에게 중요한 건 난세니 뭐니 그딴 게 아니었다.


‘젠장! 타겟팅 설정이 완료됐어!’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건만.

크리스가 쌓아올린 마학 지식은 웬만한 5서클 마법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저 무시무시한 마법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바로 이곳.

붉은피 용병단이 위치한 전장이다.


그리고 지금.

마탑이 누구의 줄에 섰는지 알 수 있었다.


“백작님. 서둘러 막사로 돌아가시어 병사들을 통솔하시죠. 용병들은 제가 맡고 질서 있는 후퇴를...”


막, 조언을 하려던 참.

벌벌 떨던 백작이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마탑이 연합국에 붙었다! 마탑의 마법사들이 백작가를 노리고 있다! 전장을 벗어나라! 당장 저 범위 안에서 벗어나라, 이 말이다!”


그 모습에 크리스는 꺼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으아아아아악!”

“도, 도망쳐!”

“젠장! 모두 달려! 달리라고!”


아비규환.

거기에 더해 하얗게 질린 백작이 그 혼란은 가속화했다.


“으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투레질하는 말을 이끌고 황급히 전장을 벗어나는 백작.

그리고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는 백작의 병사들.


젠장할.

이미 승부는 끝났다.


패배.

그것도 압도적인 패배가 눈앞에 있었다.

사태를 파악한 참모장 그렉이 서둘러 크리스의 앞에 당도했다.


“큰일이요, 대장. 이대로 앞뒤 없이 후퇴하면 모조리 몰살이야!”

“후열을 정비하며 일사분란하게 후퇴해도 피해가 막중할 텐데.”

“대장, 어떻게 할까!”


황급히 크리스가 뒤를 돌아보며 명령했다.


“우리 지금부터 우리 용병단의 생존만 우선시 한다! 기습을 대비하며 대열을 맞춰서 전장을 벗어난다, 어서!”


크리스의 외침에 참모장을 비롯한 백인대장들이 기민하게 반응했다.


파앗!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용병대가 후방으로 이동했다.

아니, 거의 날아가는 수준이었다.


두두두두두두!


천 명의 용병대가 일시에 전장을 이탈하자, 지축이 울렸다.

과감한 후퇴.

때로는 신속한 결정이 생존율을 높이는 법.

용병대장인 크리스는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미 연습이라도 한 듯, 일사분란한 후퇴였다.


하지만.

크리스는 그들과 동참하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눈앞에 완성되는 마방진의 수식과 흐름을 읽는다.

그리고 감탄한다.


“대단해. 놀라워. 어떻게 저렇게 섬세한 수식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마학에 대한 욕망.

그리고 간절함이 크리스의 마음에 피어올랐다.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용병단이 달아날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후우. 젠장.”


다시금 검을 움켜쥐었다.

시간벌이가 필요했다.


뚜벅.

뚜벅.


크리스는 용병대가 달아나는 반대 방향으로 나섰다.

점차 전방으로 뛰어갔다.

용병단을 인솔하던 그렉이 순간 뒤돌았다.

그가 악을 쓰며 버럭 외쳤다.


“대장! 미쳤어!? 얼른 안 오고 뭐하냐고, 시발!”

“너무 늦었다. 범위가 너무 넓어! 파훼하는 게 차라리 낫다!”

“미친! 저거 마탑에서 짠 수식이잖아! 우리 같은 무지랭이가 파훼하긴 뭘 파훼해!”


당연한 말이다.

마탑의 대륙 마학의 상징이자 유일한 마법 독점 집단.

소수이던 마도 가문들이 모두 멸족하고, 이제 세상에 남은 건 오로지 마탑뿐이다.

그런 마탑의 수장이 직접 시전하는 마법.

크리스는 일개 용병대장일 뿐이다.

파훼하는 것은 농담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피식 웃었다.

어째서 곧 죽을 순간이 되어서야 깨달음이란 건 불연 듯 찾아오는 것일까.

수없이 통달한 고대의 마도서로 쌓아올린 지식.

그리고 영성(靈性).


고대의 마도서에 기록된 것은 비단 과거의 역사와 철학만이 아니었다.

마도학.

그것은 실전된 고대의 마학이론과 그 연산법에 관한 기록이었다.


“쿨럭.”


다시금 피를 토한 크리스가 씨익 웃었다.

어차피 시한부 인생.

이런 죽음도 나쁘지 않으리라.

곧 고개를 돌려 그렉을 향해 외쳤다.


“젠장. 내가 못 돌아가면 다음 용병대장은 너다, 그렉!”

“개소리 마! 뒤질래, 대장!?”

“어차피, 오래갈 목숨이 아니다. 이렇게 죽는 것도 꽤 괜찮은 인생이지.”


들숨과 날숨.

심호흡을 마쳤다.


주르륵.


크리스의 입가에 핏물이 흐른다.

이미 죽은 심장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행위.

몸의 과부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괜찮다.

얼마 남지 않은 삶. 목숨을 걸고 마도서의 진리를 직접 구현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게 괜찮았다.


크리스는 엉망이 된 마나 코어를 단전에서부터 끌어냈다.


우우우우웅.


얼마 되지 않는 마나가 기세를 확장한다.

평소라면 여기서 끝이겠지만.

크리스는 멈추지 않았다.


파직.

파지직.


그 방출된 마나가 외부로 구현하기도 전에 내부에서 치환했다.


바로 이미 오래전에 기능을 다한 심장.

그 안에 형성된 마나 하트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순간.


두근.

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단 한번도 개방하지 못했던 마나 하트가 조금씩 고동했다.

이윽고.


휘리리릭.


심장의 마나가 나선으로 휘감으며 하나의 형태를 형성했다.


서클이다.

그 순간.

크리스는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당연했다.

서클은 위대한 것.

마법사의 힘의 근원이다.

재능 있는 자는 십여 년 이상.

천재라 불리는 이는 최소 몇 년간은 폐관수련을 거쳐야 하나의 서클을 개방한다.

그런데 찰나의 순간.

크리스는 단숨에 1개의 서클을 완성했다.

아니,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지금까지 죽어있던 심장의 고동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대하를 막고 있던 둑이 일시에 터지듯, 오래전 잊혀졌던 깨달음이 연속해서 범람했다.


화아아아아악!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다섯 개.

크리스의 심장에 연달아 5개의 서클이 만들어졌다.


무서클의 마법사가 순식간에 5서클의 대마법사로 성장했다.


아니.

어쩌면 시간만 있으면 6개의 서클도 가능할지도?

크리스의 입이 싸악 찢어졌다.

웃을 때가 아니었다.


파직.

파지지지지직.


합동 마방진.

무려 마탑주가 직접 직조한 전체 마법이 완성되었다.

그 규모는 일개 사단을 흔적도 없이 쓸어버릴 만한 것.


우우우우우우웅.


그것이 하늘 아래서 쏟아지는 찰나.


“으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

“죽고 싶지 않아!”


모두가 죽음의 두려움에 젖어 울부짖었다.

하지만.

크리스만은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고 눈앞의 마방진을 더욱 머리에 담았다.


그리고.

마탑주의 마법을 조정했다.

마법 전체를 파훼한 게 아니었다.


5서클.

마탑 내에서도 몇 안 되는 자들이 이룩한 경지지만, 상대는 7서클의 대마도사.

무려 마탑주가 연산해낸 마방진이다.


하지만 크리스의 깨달음은 마탑주의 그것보다 얕지 않다.

그렇기에 목표를 잡았다.


목표는 단 하나.

좌표점.

세심하게 설정된 그 좌표점을 살짝 틀었다.


그것만으로도 머나먼 지평선.

마법사들의 동요를 느낄 수 있었다.


“.....!”


심지어 발달된 안력으로 먼 발치의 마탑의 마스터의 얼굴을 확인했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그의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당연했다.

그는 7서클의 마스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자, 홀로 제국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

그런 그의 마법을 파훼할 수 있는 자는 단 하나.

바로 같은 수준의 마법사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평생 자신의 마법이 온전히 해석되고 분해되고 또한 조정되는 광경을 보지 못했을 터.


그리고.

지금 크리스가 하는 짓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으리라.


우우우우우웅.


코드를 해독했다.

좌표점 코드.

그 값을 미세하게 변경했다.

순간, 크리스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린 마법사들이 전장에 나타났다.


“막아!”

“미친놈!”

“죽여라.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헤이스트 마법과 블링크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마법사들.

그 수준은 무려 5서클이다.

웬만한 왕실 마법사보다 강력한 자들이 다수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거면 충분했다.


“캐스팅 완료.”


좌표점 조절이 끝났다.

그것은 용병대가 있던 전장의 중심부가 아니었다.


후방.

바로 마법사들과 연합국들이 대기하고 있는 언덕이었다.

그곳으로 설정을 변경한 크리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인생 최초의 마법.

평생 마법사를 꿈꿨던 마나 유저의 최초의 캐스팅이다.


“좌표점 변경. 목표물은 마탑의 마법사들.”


그 말과 함께.


콰아아아아아앙!


웅장한 굉음과 백색의 빛의 무리가 지면으로 쏟아졌다.

그 재앙과 같은 풍경을 눈에 담으로 크리스가 지면으로 풀썩 쓰러졌다.

그리곤 떨리는 입술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아름답군.”


그것이 바로 그의 유언이었다.


그렇게 크리스는 첫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



***



영원한 침묵.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오랜 세월 유영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작스럽게 시야가 밝아졌다.

잃었던 시각을 시작으로 후각, 촉감 순으로 오감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깨우는 소리를 들었다.


"일어나세요, 도련님!"


그를 깨우는 목소리.

밝은 빛의 무리가 그의 눈에 던져졌고, 크리스는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분명 죽음을 맞이했건만, 신기하게 그의 몸은 멀쩡했다.

아니, 조금 달라졌다.


침대에 일어난 크리스는 곧 자신의 손과 발을 유심히 보았다.

온몸을 직접 양손으로 만졌다.

이윽고 깨달았다.


미묘하게 달라졌지만,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다.

마치 20년 전의 과거처럼.


'어려졌다!? 말도 안 되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한.'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도련님, 오늘도 늦잠이세요?"


익숙한 얼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메이드를 마주하고, 크리스는 오랜 과거를 상기했다.


"메이린?"

"네, 혹시 어젯밤에 무슨 악몽이라도 꾸셨나요? 왜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람. 제 얼굴 보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고개를 갸웃대는 메이린을 보며 크리스는 헛웃음을 켰다.


메이린.

모를 수가 없다.

그녀는 20년 전에 그를 지키다 죽은 이 가문의 메이드였으니까.

그래서 의문이었다.

이미 죽은 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에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악!


크리스가 자신의 가슴팍을 풀어해쳤다.


"어머!"


메이린이 황급히 양손가락으로 자신의 시야를 가린다.

하지만 지금 크리스에게 중요한 건 이제 그녀가 아니었다.

크리스는 그대로 풀어해친 자신의 가슴을 보았다.


"말도 안 돼! 그대로잖아!"


크리스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언제나 그를 쫓아다녔던 지독한 가슴의 흉통. 그리고 상흔.

마나 하트가 부셔지고, 남은 끔직한 흔적은 언제나 후회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있어야 할 상흔은 없었고, 없어야 할 마나 하트는 그대로였다.

마치 20년 전의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말끔했다.


두근.

두근.


예전에 잃었던 그의 마나 하트가 세차게 고동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순간.

크리스는 알 수 있었다.


'과거로 돌아온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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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2 24.03.07 2,812 62 12쪽
15 15화 +5 24.03.06 2,999 63 14쪽
14 14화 +1 24.03.05 3,162 63 16쪽
13 13화 +3 24.03.04 3,234 62 12쪽
12 12화 +1 24.03.03 3,354 74 11쪽
11 11화 +10 24.03.02 3,605 77 18쪽
10 10화 +4 24.03.02 3,675 76 14쪽
9 9화 +7 24.03.01 3,758 84 15쪽
8 8화 +10 24.02.29 3,750 81 19쪽
7 7화 +4 24.02.28 3,803 81 13쪽
6 6화 +9 24.02.27 3,880 83 16쪽
5 5화 +4 24.02.26 3,934 78 12쪽
4 4화 +4 24.02.25 4,085 87 16쪽
3 3화 +6 24.02.24 4,090 97 12쪽
2 2화 +3 24.02.23 4,358 99 15쪽
» 프롤로그 + 1화 +5 24.02.22 5,146 10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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