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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소영주가 마법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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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4.02.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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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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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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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11화

DUMMY

애송이 1서클 마법사를 상대하는데, 전장의 향기를 느끼다니.

아니, 그 전에 자신의 검격이 마법사의 검에 막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 그럴리 없다. 마, 마법검!? 설마 마법검을 사용한 건가!”


이게 미쳤나?

크리스가 코웃음쳤다.


“돈도 없는 우리 가문에서 마법검이 있을 리가?”

“이익!”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마력을 머금은 검은 웬만한 성 한 채 값은 했다.

사실 샤프니스 마법이 새겨진 인챈트 소드도 꽤나 값나가는 물건이었다.

매직 소드는 언감생심.

재정이 바닥인 백작가가 마력검이 있었다면 진즉에 처분했겠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바로크다.

그래서 말도 놓고 도주하는 순간에도 이 검을 챙긴 것이고.

하지만 바로크는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


검으로 검을 막는 행위.

절대 간단하지 않다.


상대와 비등할 정도의 근력.

반응속도.

그리고 충격을 분산하는 감각까지.


단순히 방패로 막는 것도 각도에 따라서 충격을 분산하는 점이 다르건만.

날카로운 검은 더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내 검은 작게나마 샤프니스 마법이 인챈트된 검이건만!’


일반적인 검은 단숨에 반으로 갈라버릴 명검이다.


하지만.

그의 검은 완벽하게 막혔다.

검의 이도 상하지 않고, 충격은 완벽히 분산되어 아무런 대미지도 주지 못했다.

바로크의 검격의 궤와 충격량을 완벽할 정도로 분석했다는 뜻.

그것은 강자가 약자를 상대하는 방식이었다.


“말도 안 돼! 이이이익!”


우연이다.

우연이 틀림없다.

바로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전신을 떨며, 재차 연격을 날렸다.

중요한 건, 급습의 일격이었지만 이어지는 연격도 중요하다.

일반적인 마법사는 쉴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에 제 정신을 차릴 수도 없는 법.


하지만.


카앙!

캉!

캉!

카가강!


묵직한 강검과 쉴새없는 연격이 이어졌것만, 이내, 그의 모든 연격은 너무나 깔끔하게 크리스의 검 하나에 막혔다.

말도 안 됐다.


카앙!

캉!

카앙!

카가강!

캉!


끝없이 막히는 검격.

이제는 단련된 바로크의 근력도 덜덜 떨릴 만큼 무리한 연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가 비명처럼 고성을 내질렀다.


“이이익! 내가 이십 년을 연마한 검이다! 몬스터 수백과 수십의 병사들을 가른 검이라고! 북부의 패자라 불린 내 검을 어찌, 마법사 나부랭이가!”


비록 역심을 품었지만, 바로크는 전형적인 북부의 전사였다.

무를 숭배하고 강자를 존중하는 상무정신이 북부의 전통.

그는 그 전통 안에서 피라미드의 상위권에 속하던 자였다.


하지만 그가 모른 사실이 있었다.

크리스.

그의 경험은 이미 바로크를 상회한다는 점이었다.


모든 검격을 완벽히 막아낸 크리스.

그가 바로크를 비웃었다.


“겨우 이십 년? 겨우 몬스터 수백과 병사 수십이라고? 푸웃! 크하하하! 겨우 그 정도 가지고 그런 자부심을 가지는 것인가!”


크리스의 비웃음.

그건 진심이었다.

크리스가 서늘한 눈으로 바로크를 오시했다.

그것은 강자가 약자를 바라보는 눈빛.

맹수가 먹잇감을 바라볼 때의 차가운 감정이었다.


“굳이 마법이 아니라 검만으로도 네 경지는 나보다 한참 아래거늘.”


서늘한 진실이 바로크의 몸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재미난 걸 보여주지.”


그 말과 함께.

크리스는 검에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었다.


우우우우웅.


롱소드의 블레이드가 가느다랗게 떨며 검명(劍鳴)이 울었다.

마나 소드는 아니었다.

그것은 마나코어를 품은 자만이 구현할 수 있는 신기였으니까.


하지만 크리스는 오랜 세월 무명의 검객으로 전장을 떠돌았다.

마나 코어가 없어도 그만의 생존방식을 터득했다.


크리스의 검이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우우우우우웅.


의지(意志)의 검.

이 떨림은 검사가 강렬한 의지를 검에 불어넣었을 때 발현되는 이명현상이다.

수많은 실전과 사선을 넘나들며, 전장에서 생존한 자만이 구현할 수 있는 의지의 발현.

그것이 바로 검명(劍鳴)이었다.


전설상으로나 전해지는 경지.

오히려 마나 소드보다 더욱 희귀하다.

마나 소드가 검술과 깨달음의 영역이라면, 의지의 검은 경험과 생존의 영역이었으니까.

마나를 구현하지 못하는 자가 전장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남으면서 얻을 수 있는 힘.

축적된 경험의 영역.

그것이 바로 검명이다.


바로크의 얼굴이 뒤틀리며 입술을 떨었다.


“마, 말도 안 돼. 평생 골방에서 처박혀 숨어지내던 애송이가 어떻게! 수십 년을 검을 휘둘러야 닿을 수 있는 경험을. 그 숙련의 영역을!”


겨우 십대의 나이에, 아니 그것도 마법사가 구현할 신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월을 머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경지였으니까.


바로크의 눈에 핏대가 올랐다.

그것은 질시의 감정이자,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그의 분노였다.


하지만.

이미 현실을 부정하기에 너무 먼 길을 왔다.

크리스의 검은 복수이자 심판이었고.

지금의 바로크는 그 분노를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 일격을 한 번 막아 보아라, 애송아.”


그 말과 함께 크리스의 의지가 사선으로 이어졌다.


샤아아아아악!


검로가 훤히 보이는 간단한 일격.

하지만 바로크는 그 검격의 기세를 읽고 화들짝 놀랐다.

바로크가 황급히 반응하며 검을 가로로 교차했다.

크리스가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검을 검으로 막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크리스의 검이 더 빨랐다.

실력차이가 확연한 모든 승부가 그러하듯.

크리스의 높은 격이 이 승부를 단번에 끝낸 순간이었다.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바로크의 목이 허망하게 핑그르 공중으로 부양했다.


“끝이군.”


시시한 전투였다.

애초에 격이 다른 자의 승부.


이것은 마법사와 검사의 승부가 아닌, 검사와 검사의 승부였다.

그리고 검술의 영역에서, 크리스는 절대 아래가 아니었다.


“애초에 마법사로서 날 대했을 때부터 이미 끝난 승부였다. 전장에서 방심은 곧 죽음이니까.”


이제는 대답할 수 없는 시체를 향해 크리스가 감상평을 내린 후. 다음 상대를 응시했다.

바로크의 무능한 첫째 아들.

바로 과거의 자신과 같이 무능한 그런 녀석이었다.


“으, 으윽. 으으으윽! 마, 말도 안 돼!”


크리스와 눈을 마주친 제이슨은 곧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감히 검을 견줄 수도 없었던 강자였던 자가 바로 제이슨의 아비, 바로크였다.

그런 바로크가 일검에 목만 남았다.

제이슨은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너무 무서웠다.

도대체 소영주는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1서클 마법사가 아닌 검사로서의 소영주의 실력.

그것은 비범을 넘어섰다.


“히익! 사, 살려.. 살려줘!”


오줌을 지리며 발버둥대는 녀석을 보며, 크리스는 씨익 웃었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녀석을 살려 보낸다.

그것만으로도 카를로스 자작에게는 큰 경고의 메시지가 되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때론 살아가는 것이 죽음보다 더욱 큰 고통이 되는 법이니까.’


귀족에서 한 순간 용병대 짐꾼으로 전락했던 크리스다.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크리스가 살기를 피워 올리며 명했다.


“꺼져라.”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계집처럼 도망치는 녀석을 바라보며, 크리스는 바로크의 수급을 정리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거, 기사 맞아? 그렇다고 지 애비를 두고 진짜로 튀어?”


역시 병신 같은 녀석이다.

아무리 그렇대도 망설임도 없이 아비의 수급도 내버려두고 그대로 도주하다니.

옛날에 저런 녀석도 무섭다고 덜덜 덜었던가.

예전의 자신이 더 머저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순간이었다.


시시한 복수였지만, 그 첫 번째가 하나 끝났다.

하지만 축배를 들 여유따윈 없었다.

잔재된 위험.

카를로스 자작의 넘치는 자금력과 병력은 언제든지 이 빈약한 백작가의 숨통을 쥘 수 있었으니까.

크리스는 동굴을 떠나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똑.

똑.

똑.


종유석으로 지하수가 떨어지는 소리만이 고요히 동공에 감돌았다.

그곳에 앉아 크리스는 명상에 잠겼다.


순간.

크리스가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


터벅.

터벅.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감각.

환골탈태로 더욱 향산된 기감과 감각이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작은 기척을 잡아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 중에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그 반가운 녀석이 화들짝 놀랐다.


“너, 넌 누구냐!”


검을 든 건장한 체격의 사내.

아니, 건장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 못할 정도로 곰 같은 덩치를 자랑했다.

덥수룩한 수염과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동그란 안경.

그 안에 담긴 현묘한 분위기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그와 마주친 순간.

크리스는 녀석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에이런.

바로 빌어먹을 카를로스 가문의 삼공자이자, 나중에 카를로스의 주인이 되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과 마주친 크리스는 씨익 웃었다.


“반갑네. 에이런.”


설마 여기서 이 녀석을 만날 줄이야.

운이 좋았다.

녀석을 사로잡는다면, 카를로스의 함락은 더욱 쉬워지리라.


스르륵.


크리스는 공격태세를 취하며, 몸을 낮게 낮추었다.

이번에는 검이 아니었다.

의지의 검은 히든 카드.

아무도 몰라야 하는 그런 회심의 일격이었다.


크리스는 스스로 세외에 마법사로 알려지길 원했다.

그것이 매그너스 가주의 가장 큰 책임이었고, 또한 마지막 숨겨둔 한 수는 생존에 필수불가결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크리스는 이번에는 마나의 힘을 빌렸다.

당연했다.

지금의 크리스는 마법사였으니까.


우우우우우웅.


크리스는 재빨리 마나를 연산했다.

겨우 1서클.

하지만 녀석들은 방비할 틈 따윈 없었다.

아니, 있어도 소용없었다.

이미 크리스의 마탄은 일개 기사가 막아낼 것이 아니었으니까.


“우선 우리 둘이 진솔한 얘기를 하려면 주위부터 정리해야겠군.”

“뭐!?”


피잉!


마나로 이루어진 마탄이 공기를 가르며 비산했다.


“커억!”

“컥!”


단발마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고.

동공에 남은 것은 오직 에이런과 그를 따르던 시체들뿐이었다.



***



매그너스 백작가의 외성 망루.

지평선 너머, 황금빛의 보리가 춤을 추며 북부답지 않은 광활한 대지가 이어졌다.

이제는 추수기가 가까워져 서늘해진 한기를 느끼며 집사장 그레이엄은 침묵에 잠겼다.


뚜벅.

뚜벅.


“여기 있었군, 그레이엄.”


그런 그의 옆에 어느 새 의장이 다가왔다.

그가 친근한 어투로 그레이엄에게 커피 한 잔을 건냈다.


“애가 타는 모양이로군.”

“냇가에 아이를 내놓은 기분이 이럴까 싶습니다. 병사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기사 둘을 추적하다니. 후우......”


긴 한숨을 내쉰 그레이엄은 의장이 건낸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그래도 용케 소영주님을 말리지 않았군.”

“소영주님 눈빛을 보셨습니까?”

“암. 봤지. 봤구말고.”

“그런 눈빛이라니. 제가 방해꾼이 될 순 없지요.”

“하긴. 그건 사내의 눈빛이었지. 끌끌끌. 그 나이 때는 하루하루가 다르다더니, 어느새 소년티를 말끔히 벗으셨어.”


언제나 소영주가 못마땅했던 의장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제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를 바라보며 그레이엄은 물었다.


“그러면 의장께서는 왜 말리지 않으셨습니까. 저와 마찬 가지로 마음을 정하신 걸로 아는데. 걱정되지 않습니까?”


그레이엄의 물음에 의장은 피식 웃었다.


“그렇지. 상식적으로 당연히 걱정되지. 이제 날개를 필 독수리가 채 성장하기도 전에 꺾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말고.”

“그러면 어째서?”

“상관없는 말일 수 있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왕년엔 나도 검을 좀 들지 않았는가.”

“허허. 그걸 말이라고.”


집사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저 검을 좀 들었을 뿐이라고?

말도 안 된다.


추밀원 의장 바이엄.

그는 단순한 뒷방 늙은이가 아니다.

그는 북부의 제일가는 기사 중 하나였으니까.


추밀원.

그 기관은 단순히 가신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문하는 가신들의 총 집합체가 전부가 아니다.

이곳은 대륙의 북부

문관보다 무관이 입김이 더욱 강한 지역이다.


북부는 험난하고 가혹하다.

그것도 기사나 병사에게는 더더욱 그렇고.

국경은 언제나 몬스터가 들끓었고, 경우에 따라선 생사를 도외시한 전투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과거 의장이 현역 기사이던 시절.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전투가 있었고.

그는 그 끝나지 않는 전투의 끝까지 생존했다.


당대 매그너스 백작이 그를 추밀원의 의장으로 추대할 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북부의 수십 년을 생존한 노련한 기사였으니까.

심지어 지금은 죽을 날을 기다리는 노인이지만, 그는 마나 유저.

현역 때 은빛의 마나 소드를 흩뿌렸던 강자였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바로크 기사단장도 쉬이 흑심을 품지 못한 이유.

그건 바로 그의 존재 그 자체였으니까.

물론 현재는 회복할 수 없는 부상으로 마나 코어가 부셔진 상태지만, 여전히 그는 마나가 없어도 강자다.


그래서 그레이엄 집사장은 의외였다.

다른 이면 몰라도, 마나 유저 기사인 의장은 소영주를 말릴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흠.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소영주님께서 대단한 재능이 있다고 하셔도 아직은 초급 수준의 마법사입니다. 하지만 바로크는 기사. 비록 마나 유저가 아니더라도 북부의 국경에서 수년 간 버텨낸 강자이지요. 솔직히 소영주님이 부치는 게 사실이지요.”

“그래. 분명 그렇지. 초급 마법사와 숙련된 기사와의 실전이라. 마법사의 필패지. 보통은 분명 그래야 할 텐데 말이지......”


의장의 눈이 깊어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나도 나름 수십 번이나 생사를 도회시하고 수많은 전투를 거쳤기에 본능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네. 소영주님. 강하시네. 자네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물론 마법사로서는 그렇지만은...”

“아니, 그 말이 아니네.”


의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사. 기사로서도 웬만한 녀석들은 맨손으로도 때려눕힐 정도의 강자시라네.”


순간, 그레이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예....!? 그, 무슨 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의장도 알지 않습니까. 수 년 동안 방에서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던 게 바로 소영주님이십니다. 그런데 웬만한 기사보다 강하다니, 그게 무슨!”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그래서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이지.”


하루아침에 검을 들고 웬만한 기사보다 강해졌다는 얘기.

다른 이면 몰라도 평생 검을 들고 사선을 넘나들었던 의장은 알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라는 것을.


아무리 천재라도 최소한의 훈련은 필요한 법이며, 본능적으로 풍기는 기도와 살기는 재능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험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바로크를 압박할 때의 살기.

그리고 풍겨오는 기도.


마법사가 풍기는 기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최소한 십 년 이상은 전장에서 굴러먹으며 검의 극의를 깨우친 검사의 기풍.

진창과 내장 사이를 해치며 끝까지 생존해낸 질긴 생명과 경험이 배어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정제된 기사의 기도가 아니라, 오히려 실전에 실전을 거듭한 용병에 가까웠다.


‘수십 년을 굴러먹으며 생존에 특화된 용병이라..... 그것도 방안에서 두문불출한 십대의 소년이 말이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분명하다.


“뭐, 최근에 내 상식이 깨어져서 말이지. 그런 일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만.”

“상식이라.....”

“그래. 집사장. 그러면 자네한테 다시 묻고 싶지. 골방에 틀어박혀 있던 소년이 어느 새 홀로 마나를 각성하고, 가주의 시험을 통과하고 1서클을 홀로 쌓아올리는 건 상식인가?”

“....아니지요. 마탑의 마법사들도 허풍이라고 비웃을 일이지요.”

“그래. 뭐, 그러니 자네에게 말하는 것일세. 갑자기 웬만한 기사보다 경험도 많고 기풍도 뛰어날 수도 있지 뭐.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으니까, 말이야. 껄껄껄.”


의장도 이제는 그저 너털웃음을 지으며 석양을 바라보았다.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이 지금의 심정.


“그나저나, 지금부터 큰일이군요.”

“동의하네. 카를로스 그 녀석들. 이제 자신들의 계획이 틀어졌으니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야.”

“수년 간 음모를 꾸몄으니, 또 무슨 수를 써도 이상하지 않겠죠. 최소한 황제 폐하의 백작위 서임식을 방해하려고 또 무슨 개수작을 부릴지.....”


매그너스 백작가의 위상이 달라졌지만, 그것이 곧 현재 영지의 실질적인 무력을 향상시킨 건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다.

성장할 시간.

자금을 모을 시간.

인재를 충당할 시간.


문제는 단 하나.

그 시간까지 카를로스 녀석들의 방해공작을 버텨내는 체력. 그리고 심지다.


“후우. 고민이 많군. 우선 카를로스 녀석들이 막은 물류대란부터 우선 정리가 돼야 할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럴 때 어디 하늘에서 갑자기 동아줄이라도 내려왔으면 좋겠군요.”

“그래. 예를 들어, 카를로스 자작이 움직이지 못하게 인질이라도 잡혀줬으면. 적어도 자작의 아들 정도 되는 인질이 말이야!”

“하하하! 이거, 참. 의장님도 이제 보니 순진하시군요. 아니, 세상에 어떤 미친 카를로스 가문의 자제가 제 발로 인질이 될 일이 있겠습니까.”

“그렇지? 껄껄껄. 내 농이 심했네, 그려. 껄껄껄껄.”


말도 안 되는 농을 지껄이며 커피로 목을 적실 때.

석양이 지는 지평선 너머로 의장의 날카로운 눈에 무언가 잡혔다.


“음!?”

“무슨 일이십니까!”

“소영주님이 돌아오신 것 같군. 역시 추적은 포기하셨나 보구만.”


그레이엄의 얼굴이 밝아졌다.

괜히 무리를 하지 않고 바로크를 놓아준 것이리라.

하긴.

무리해서 바로크와 제이슨을 상대하는 것.

아쉽더라도 굳이 생명을 걸 만한 일은 아니다.


“다행입니다, 어서 마중을 나가봅시다.”

“그런데 이상하군.”

“예!?”

“혼자가 아니시군. 일행이 있다!”

“바로크입니까?”

“아냐. 바로크는 아니야. 처음 보는 젊은 작자인데. 우선 내려가 보세나!”


그 말과 함께 의장과 집사장은 서둘러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은 몰랐다.

그들의 농.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혼란의 시기.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었다.

적어도 그들의 주인 크리스에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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