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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소영주가 마법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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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카카
작품등록일 :
2024.02.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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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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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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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같은 시각.

영주관 내 대회의장.

야밤에 벼락같은 소식을 듣고 모여든 가신들은 혼란에 빠졌다.


“바로크가 정말 죽었다니.”

“그것도 소용주님 손에....”

“이 야밤에 무슨 날벼락인가!”


바로크의 존재감은 그들에게 절대적이었다.

이 영지의 검이자 방패였고.

배신했을 때 그 누구도 감당 못할 존재.


그를 추포하는 것은 반쯤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를 놔주었고.

조용히 이 영지를 떠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잡혔다.

그것도 목이 잘린 채.

“아니, 그것도 문제지만 카를로스의 삼남도 함께 추포하셨다더군.”

“들었네. 똥통에 빠져서 뒹굴었다는데. 이거 외교적 문제까지 벌어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네.”

“맞는 말이야. 카를로스 녀석들이 똥통에 튀겨 죽일 놈이더라도 녀석들을 강제할 힘이 우린 아직 없으니.”


그렇게 발을 동동 굴리며, 가신들은 영주관의 내실 안에서 모든 결론이 끝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마음 깊은 속 안에서는 불안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인.

매그너스 가문의 소영주는 이제 달라졌으니까.

이 며칠 사이 겪었던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그들의 주인은 무언가 자신만의 대비책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그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



영주관의 내실.

그 심처에서 크리스는 카를로스의 삼공자 에이런을 앞에 두고 내내 여유로웠다.

불안한 건, 집사장 그레이엄과 추밀원 의장이었다.


안절부절 발을 동동 구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이.


냄새를 풍기며 자리에 앉은 에이런과 크리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의 기색을 엿본 에이런이 이를 갈았다.


“......”


하지만 거기까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온갖 개 같은 꼴을 당했던 에이런은 조용히 크리스를 기다렸다.

미친놈을 자극하는 건, 위험하다는 사실.

그것이 온몸에 각인되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나는 카를로스의 정당한 세 번째 아들이이자, 명예로운 기사! 내 신분에 걸맞은 대우를 원하오.”


에이런.

그는 단순한 기사가 아니었다.

귀족.

무려 북부에서 재력으로는 수위에 드는 귀족이었다.

푸른피라 흐르는 그로서는 당연한 요구.

하지만 크리스는 피식 웃었다.


“또 맞고 싶은가 보네.”

“아, 아니! 제 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내 기사들을 죽인 것을 떠나 이런 모욕이라니!”

“그러면 오히려 입을 닥치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뒤가 없는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네 녀석의 말 그대로라면 기사도 단숨에 죽인 무시무시하고도 미친놈인데 말이야.”

“.....!”


뼈에 각인된 공포가 살아나며 순간, 에이런의 기세가 죽었다.

에이런은 황당했다.

자신은 자랑스런 카를로스 가문의 소공자.

거기다 후계구도에서 가장 유력한 후계자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자신만만했다.

절대 매그너스 가문은 자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눈앞의 소영주는 달랐다.


미친놈.

이 매그너스 가문의 소영주는 미친놈이었다.

아니, 그냥 미친놈이 아니라 실력 있는 미친놈이었다.


그는 기억했다.

처음 접선지역에서 크리스를 마주쳤을 때.

크리스가 순식간에 마법을 연산해서 호위 기사들의 미간을 꿰뚫었다는 사실을.

그야 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 어떤 망설임조차. 두려움조차 없었다.

심지어 제 정신이 박혔다면 후환이 두려워 자신을 이리 대할 리가 없었다.

미친놈이 아니라면 답이 없었다.

그리고 미친개는 건드는 게 아니었다.

뒤가 없으니까.

오히려 손해는 자신이었다.


“......”


상황 파악이 됐는지 에이런이 입을 닥쳤다.

그의 몸에 각인된 공포가 다시금 살아났다.


괴물.

눈앞의 미친놈은 괴물이었다.

그것도 괴물이라 불릴 만한 실력을 지닌 미친놈.

또 다시 똥통에 빠져 허우적거릴 순 없었다.


“최소한 나라면 미친놈이 무서워서라도 가만히 존대를 할 거 같은데 말이지.”

“미, 미안하네. 아니, 미안하도. 아니지. 미안합니다!”


잠잠해진 에이런을 지켜보며 크리스는 말을 붙였다.


“아마, 네 놈이 여기서도 이렇게 당당한 건 아마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지. 이번 바로크 사태에도 그냥 조용히 묵인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고. 아냐?”

“그, 그렇소. 만약 카를로스 가문이 북부 유통망을 배제한다면, 매그너스 가문은 큰 환란을 겪을 거요, 아니 겁니다.”

“그렇겠지. 네 녀석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가만 말야.”

“.....”


이제야 뒤늦게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녀석이 다시금 입을 닥쳤다.


“안심해라. 그럴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네 녀석을 그 자리에서 죽였을 테니까. 애초에 살인멸구보다 더 나은 게 있나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은 뭡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카를로스 자작가와 바로크 녀석이 내통했다는 증거를 댈 거 같습니까?”


말투는 공손했지만, 말하는 내용은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크리스는 씨익 웃었다.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증좌.

사실 필요 없다.

이미 있으니까.


“증좌? 이것들을 말하는 건가?”


그 말과 함께 크리스는 준비했던 서류를 꺼내 책상 앞에 쏟아냈다.


우르르르르.


수많은 서신과 함께 알 수 없는 암호로 이루어진 문서와 서류철들.

그것을 지켜보던 에이런의 얼굴이 새하얘지며 사색이 되었다.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 그걸 어찌!”


앞으로의 계획이 기록된 기밀문서.

그리고 카를로스 가문의 서신까지.


녀석이 놀라 자빠진 것을 보며, 크리스는 능청스런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원래대로라면 바로크가 수신하자마자 불태웠어야 하는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될 서신들이지.’


하지만 비밀 서신이라는 게 그렇다.

보안을 철저히 하더라도, 결국 믿을 수 없는 건, 사람.

그럼에도 믿어야 되는 것 또한 사람이다.

결국 만사가 사람이 문제다.


‘바로크 녀석도 나중에 카를로스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이걸 숨겨놨겠지. 카를로스 가문이 자신을 버리면 이걸 증좌로 물고 늘어지려고.’


그렇기에 바로크가 도주 중에 전마는 버렸어도 이것만은 챙겼고.

자신만의 장소에 꽁꽁 숨겨 놓았다.

그렇기에 절대 그 누구에게도 들킬 수 없는 것들.


하지만 크리스는 알 수밖에 없었다.

회귀 전의 정보.

그때의 기억 덕분이었다.


‘매그너스 가문이 몰락한 후에 바로크 녀석이 이걸로 카를로스 자작을 협박했던 일은 북부 일대에서 꽤 유명한 일이었지.’


실제로 바로크는 이것을 빌미로 카를로스를 협박하여 준남작이 아닌, 남작위를 얻어냈고 귀족이 되었다.


물론, 카를로스 자작이 아니었다.

고르곤 자작.

카를로스 자작가와 경쟁하던 또 다른 북부의 자작.

당시 토사구팽당한 바로크는 고르곤 자작에게 이것의 존재와 위치를 팔아넘겼고.

그는 이것을 증거로 카를로스의 부덕함을 만천하에 공개하여 카를로스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그렇기에 지금의 크리스는 이 서신과 문서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치까지.


‘당시에 남작위를 차지한 바로크 녀석이 이것을 숨겨둔 위치를 떠들고 다녔었지.’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를 에이런은 황당할 다름이었다.


“바로크 이 병신자식. 설마 이걸 모아둔 것도 모자라, 들키다니! 이 멍청한 녀석! 목이 잘려도 싸구나!”


상세한 사정을 모를 에이런은 왈칵 성을 내었다.

이것의 존재는 카를로스 자작가의 약점이었다.


하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는지 에이런이 씨익 웃었다.

다행인 점 하나.


“그 문서.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내용까지 알 순 없을 텐데요! 모두 암호문으로 되어 있을 테니 말입니다. 크하하하핫!”


희죽 웃는 에이런이 얄밉지만 사실이었다.

암호문은 해독문이 없으면 그저 글자를 흉내 낸 그림이나 다름없으니까.

그 정확한 내용을 알아내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아니, 해독문이 없으면 영영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크리스는 문서 중 하나를 그대로 들고 소리 내어 읽었다.


“이틀 뒤, 매그너스 백작가의 던전의 존재와 위치를 발표하도록. 삼남 에이런이 보조할 것이고 포섭된 가신들을 활용하도록.”

“지원금은 카를로스 상단의 바르가 남작령 지사 보르봉 상단주를 접선해서 찾아가도록.”

“병사들 사이에 괜히 충성심이 강한 녀석이 보인다면 몬스터 원정 때 암살하도록.”


크리스가 암호문을 해독하여 줄줄이 읽기 시작했다.


정확한 내용.

정확한 지령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카를로스 자작가의 약점이자 빌미가 될 내용들뿐이다.


크리스는 암호문을 별다른 해독문 없이 술술 읽었다.

물론 그 정확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던 에이런은 파랗게 질렸다.


“남대륙의 바르시아 지역의 표음문자를 쓰다니. 솔직히 암호문 치고는 어설프군.”

“그걸 어떻게!?”

“신기한 건, 이건 또 남부 대륙의 샤르바스 지방의 고대언어를 암호문으로 썼단 말이지? 거 참, 신기해. 아무리 독점상행을 한다고 해도 이쪽 언어랑 문자는 북부 사람이 배우기 힘든데 말이지.”

“헉!”


남대륙.

상단이 아니면 닿지 않는 미지의 지역.

원시림이 울창하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대부분인 광활한 대륙이다.

심지어 몇몇 상단만이 교역하는 또 다른 세상.


그곳의 언어와 문자는 몇몇 상단밖에 알지 못하고 통역관조차 몇되지 않는다.


그래서 황당했다.

바르시아 지역.

그리고 샤르바스 지방이라니.

그곳은 수십의 민족이 각기 다른 언어를 쓰는 곳이었고, 카를로스 가문도 최근에야 통역관을 배치할 수 있었다.


심지어 문자조차 하나로 통일되지 않았기에 웬만한 학자들도 그곳의 언어를 연구하지 못했다.

만약 암호문으로 특이문자를 쓸 생각을 안 했다면, 카를로스 상단 또한 알 생각조차 하지 않을 언어건만.


그런데, 이 눈앞의 소영주.

그곳의 문자를 알고 있었다.

그것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상세하게.


“나, 남대륙의 언어에도 정통하다고!? 말도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이래봬도 나 학구파 마법산데.”

“미친! 학구파 마법사가 이렇게 포로를 함부로 대한단 말이요. 차라리 카를로스 자작가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말이 더 설득렸이 있소이다!”


그곳의 언어를 알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분명 있어 보이려는 핑계겠지.

아무리 마법사라도 모든 학문에 통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남대륙으로 주기적으로 상행을 떠나는 카를로스의 가문의 통역사가 아니라면 영영 모를 일.


“배신자라?”

“그렇소! 내 가문으로 돌아가면 그 배신자를 이 잡듯이 잡아 처벌할 것이오!”


크리스는 빙그레 웃었다.

놀랄 일은 이게 전부가 아니니까.

크리스는 이것을 단순히 당대 카를로스 자작을 견제할 용도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크리스가 빙그레 웃었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으니까.


“고맙군, 에이런! 정말 고마워! 이 모든 걸 알려줘서!”

“뭐, 뭐가 말입니까!”

“이것의 위치를 알려준 게 네 녀석이지 않느냐. 아니, 이 문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암호 해독문까지 직접 알려주다니! 카를로스 자작가를 척지고서라도 진실만을 추구하는 정녕 참된 기사가 아닌가! 우리 가문에 협조해주어 정말 고맙네!”

“에엑!? 내가 언제....!?”


순간.

에이런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함정.

이것은 함정이었다.


“설마 내가 배신자란 말이오!?”

“어허! 배신자라니, 영웅이라니까! 물론 우리 영지에 한해서지만.”

“무슨 소리. 내가 이 밀실에서 말한 건 단 한 마디도 없건만!”

“오, 아니었나? 우리의 영웅 에이런 삼공자!? 자네가 카를로스 가문을 배신하고 우리에게 이 모든 걸 알려주지 않았나!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 어려운 남대륙의 언어를 우리가 알 수 있겠어!”

“엑!?”

“그것뿐만이 아니라, 자네가 이 밀실에서 카를로스 자작가의 모든 약점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나!”

“헉!?”


그 말에 에이런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크리스가 상대를 겁박하는 방법.

그리고 종처럼, 때론 수하처럼 상대를 부리는 방법.

그건 귀족의 방식이 아니었다.


용병.

그것도 진창을 구르던 날것 그대로의 용병의 방식이었다.


“카를로스 자작님의 진노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네에게 찬사를! 다음대 자작위를 포기한 후계자에게 찬사를! 으하하하하핫!”


크리스의 사기극이 시작되었다.

배신할 마음이 없는 자를 진짜 배신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사기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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