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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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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10시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2.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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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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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DUMMY

이제 밤 10시 11시면 잠이 들고 새벽 5시 전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한다.

에너지를 많이 써서인지 침대에 눕기만하면 그대로 골아떨어져 버린다.

예전엔 이렇게 피곤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대신 새벽 5시에는 알람이 없어도 일어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자동으로 몸에 베인 것이다.


태창은 일찍 일어나 그날 할 공부를 미리 예습한다.

별것도 없다. 그저 한번 쭉 훑어서 읽어보는 것 만으로 학교에서 공부할때 집중력이 배가 된다. 아예 모르는 걸 공부하는게 아니라 그래도 한번 훑어본걸 공부하는 거라 더 쉽게 이해된다. 놀라운 일이다.


예습을 마친 태창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예전엔 몰랐던 새벽을 여는 분들. 배달하는 분들, 청소하는 분들, 그리고 출근하는 분들.

이세상을 저런 분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태창의 마음이 더욱 겸손해진다.


“후욱! 훅! 후욱!”


공기는 차갑지만 조금 뛰다보니 시원하게 느껴진다.

상태창이 생긴후 가장 큰 변화가 공부하고 운동하는 것이라니.

학부모님들 아시면 너도 나도 상태창 하나 들여 놓겠다고 할 것이다.

물론 돈 주고 살수 있다면 말이다.


광택시장을 지나 유흥가 쪽으로 향하며 건널목을 건너려 할 때였다.


[그아아아앙.]


커다란 엔진음과 함께 자동차 한대가 태창을 향해 달려들었다.


“뭐야!”


태창이 앞으로 구르며 자동차를 피했다.

만약 태창이 아닌 다른 누군가였다면 자동차에 치었을 것이다.


“운전 똑바로···”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동차는 멀리 사라져버렸다.

자동차의 본넷이 심하게 찌그러지고 유리창에 금이 가 있었다.

그리고 그 차를 운전하고 있는 낯익은 실루엣은 어디선가 본것처럼 느껴졌다.




***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웠고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들리지도 않는 조용한 소리로 몇명씩 모여 소근거리고 있다.


“들었어?”


책상에 앉았을 때 오선영이 태창에게 다가와 말한다.


“뭘··· 들어?”


누군가 자신이 광택천 산책길을 달린걸 보기라도 한 것일까?


“덕규 말이야. 1반 오덕규.”


“덕규가 왜?”


“새벽에 덕규네 할머니가 교통사고 당하셨대. 그것도 뺑소니 사고로.”


“저, 정말?”


오덕규에게 평범한 삶을 주려했었던 강태창이기에 더욱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어떠시대?”


“많이 위험하신가봐. 연세도 있으셔서.”


“덕규는 그럼.”


“병원에 있지. 학교 끝나고 가볼 생각인데 같이 갈래?”


“그래, 그러자.”


그러고보니 오선영이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한때 벌레취급을 하더니.


“그런데 선영이 네가 왜 그렇게 덕규 일에 신경쓰는 거야? 아무리 학생회장이라도···”


오덕규가 자신을 위해서 나서줬으니 미안한 마음 때문이겠지만.

오선영이 어이없다는듯 물끄러미 태창을 바라보더니.


“기억 안나?”


“······”


“새대가리도 아니고··· 쳇 어이가 없네.”


"뭐? 새, 새대가리?"


말을 하곤 먼저 걸어간다.


그 순간이었다.


‘아아···’


갑자기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여러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술래잡기 같은걸 했었던 것 같은데 그 중에 오덕규가 있었다. 그리고 오선영도.

아주 까마득한 어린시절 아이들은 집이 부유하건 가난하건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상관없이 함께 어우러져 함께 놀곤 했었다. 그때도 오덕규는 덩치가 컸었던게 기억났다.


바보처럼 웃고 있던 오덕규의 어린시절 얼굴이 눈앞에 있는 것 같았다.




***




놀랍게도 오덕규의 병문안 가는 길은 최선영 선생님이 인솔하셨다.

1학년때에 최선영 선생님이 오덕규를 맡았었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셨다고 한다. 덩치만 컸지 알고보면 심성이 착한 놈이 불우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으니까 더 주의해서 지켜본 것이겠지.


오덕규의 할머니는 병원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 실로 옮겨졌다.

오덕규와 오덕규 동생은 보이지 않았고 최선영 선생님이 담당의와 이야기를 나눴다.

옆에서 최선영 선생님과 담당의가 대화하는 걸 지켜보던 오선영이 대화가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많이 다치신건가요?”


“다행히 급한 치료는 무사히 끝났다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지 심각한 모양이더구나.”


대답하는 최선영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웠다.


“오덕규랑 동생은 어떻게 하죠?”


“안그래도 그게 걱정이구나, 시청에도 연락은 해봤는데··· 지원 프로그램이 있기는 한데 그닥 큰 도움이 될 것같지는 않고... 학교차원에서 모금운동이라도 해야할지···”


태창은 놀란 눈으로 최선영 선생님을 바라봤다.

그저 자뻑에 취한 골드미스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최선영 선생님은 제자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시는 훌륭한 분이셨다. 현재는 오덕규가 자기 반 학생도 아닌데.


“어떻게든 되겠지. 세상 일이라는게 그래.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으면 대부분은 길이 있어.”


오덕규의 할머니도 걱정이지만 동시에 오덕규와 오덕규 동생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었다. 치료가 잘 될지도 확실하지 않은데다 오랜기간 병원에 머물러야 하고 게다가 혹시 치료가 되더라도 영구장애로 남을 수 있다는 말은 절망적이었다.


오덕규는 한참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돌아왔다.

낡은 교복을 입은 오덕규는 선생님을 보자 고개부터 꾸벅 숙였다.


“괜찮니?”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괜찮은데 동생이 좀 많이 놀랐어요.”


오덕규의 눈이 불안한듯 흔들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여드름이 많아서 엉망이었던 얼굴은 흑빛으로 변한 상태였다.


“너희도 와줘서 고마워.”


선생님 옆에 있던 강태창과 오선영을 향해서도 눈길을 던지며 한 말이다.


“······”


위로해주기 위해서 병원에 온 것이지만 강태창과 오선영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섣부른 위로의 말은 오히려 더 상처를 헤집을 수 있으니까.


“의사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많이 안 좋으시더구나 어떻게 하니?”


“뭐 어떻게든 되겠죠.”


최선영 선생님의 말씀에 오덕규가 힘없이 웃었다.

허무하게 느껴질만큼 느슨한 웃음이어서 오히려 강태창이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뺑소니 차량은? 잡았니?”


“경찰이 다녀갔는데 모르겠어요.”


“나쁜 놈들··· 사고를 쳤으면 수습을 해야지 도망가 버리고.”


그 순간 태창의 머리속에 떠오른 일이 있었다.

새벽에 운동할때 광택시장 근처에서 급가속을 하던 찌그러진 차.

그 차가 혹시?


“CCTV가 있으니까. 찾아낼수 있을거야.”


“응 그러길 바래···”


오덕규가 주먹을 쥔 손에 힘줄이 불거지는걸 태창이 놓치지 않았다.


“무슨 일이던지 연락하렴 혼자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최선영 선생님이 말씀하시자 오덕규의 고개가 떨어진다.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그저 말뿐일지도 모를 작은 호의일 지언정 아무것도 기댈것 없는 오덕규에게는 그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질 터였다.


“힘내···”


“고생이 많다.”


오선영과 강태창도 오덕규의 등을 두들겨주며 병실에서 나왔다.

마음이 무거웠다.




***




[알아보니 그게 도난 차량이었다는 구나, 산기숡에서 발견되었는데 근처에 CCTV도 없고 아마 찾는게 쉽지 않을 거야.]


삼촌 강두식의 말에 태창은 힘이 쭉 빠졌다.

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 그것도 한국같은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뺑소니 범죄자 하나 잡는게 불가능하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럼 그 차가 움직였던 행적을 따라가보면 알거 아니에요?”


[그게 보니까 그 차가 광택시장 앞에서 2시간 가량 멈춰 있었어. 근처에 절도 사건이나 강도 사건도 없었고 무슨 소리냐면 이게 단순 뺑소니가 아니라 노리고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지.]


“일부러 저지른 거라고요? 힘없고 쇠약한 덕규네 할머니한테 왜요?”


[그건 나도 모르지 보통 차를 홈치는 건, 절도나 강도 사건을 저지른 후 도주하기 위해서 사전에 준비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광택시장 근처에 절도나 강도사건이 없었거든. 네 친구 일이라고 하니 내가 좀 더 면밀히 알아보마.]


“네 부탁드려요.”


삼촌과 전화를 끊고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고 두부를 팔고 있는 힘없는 노인을 노리다니.

게다가 얼마전에 사채로 빌린 빛도 다 갚지 않았던가?

설마 원한 때문에 벌인 일이라고?


오덕규의 할머니만을 생각한다면 그럴만한 일이 발생할리 없지만.


“오덕규···”


오덕규를 생각하자 해답을 찾은거 같았다.

태창은 잘 입지 않던 운동복을 꺼내 후드티를 입고서 집밖으로 나온다.

어쩌면 이 불편한 예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휴우···”


호홉을 고르면서 태창은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광택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하고 있는 신흥도시다.

도시가 발전하며 유흥업소가 많아지고 그에 따라 수많은 조폭조직들은 새로운 부하들을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었다.


사업들을 확장해가며 서로 갈등을 빚은 조폭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일을 도와주는 부하가 아니라 상대와 맞서 싸워 이길수 있는 이들을 선호하게 된다.


오덕규의 거대한 몸집과 인간을 넘어선 힘이라면··· 조폭들이 탐낼만 하지.

어떤 놈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지만.




***




“먼젓번 일은 수고했다. 한동안 조용히 지내고.”


“네 사장님!”


마형석이 눈앞의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참 이거··· 용돈으로 쓰고.”


“감사합니다.”


남자가 종이봉투를 마형석에게 내밀자 마형석이 두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저 그런데, 언제 입사하게 되는 겁니까?”


마형석의 말을 들은 남자가 인상을 구긴다.


“그건··· 늦어도 다음주엔 진행하는 것으로 하지.”


“아, 알겠습니다.”


“수고했네! 가자!”


남자가 말을 마치자 그가 탄 차가 앞으로 미끄러진다.

멀어지는 차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있던 마형석은 종이봉투를 재빨리 열어본다.

5만원짜리 지폐 묶음이 네개 이천만원이다.


이 돈 묶음이 열개 정도라면 더 좋을 텐데.

주변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한 마형석이 종이봉투에서 돈뭉치를 꺼내 옷에 구겨 넣는다.


“C발 오늘 제대로 한번 땡겨야지. 응?”


운전면허도 없는 고등학생이다.

걸릴 가능성도 없고 걸려도 잡아떼면 그만이다.

이쪽 세계 일이 그냥 무식하게 힘만 세고 싸움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러게 새끼가 어딜 나대?”


힘없고 나이든 늙은이를 다치게한 건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그냥 찝찝할 뿐이지.

처음부터 굵직한 일로 시작할 순 없는 거니까. 별의별 궂은 일도 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지.


그깟 죽을 날 얼마 안 남은 노인이야 뭐 며칠 일찍 죽을수도 있는 거지.

술한잔 먹고 털어버리면 일주일 지나면 기억 나지도 않을 것이다.


마형석은 고개를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꺾었다.

오랫만에 목돈도 쥐었으니 오늘은 손맛을 제대로 볼 생각이었다.

아이들 삥을 뜯어 모을 수 있는 돈은 고작해야 백만원.


이천만원이면 오늘은 포커판에 낄 수 있을 것이다.

테이블에 쌓여 있는 돈을 생각하니 눈이 반짝거린다.

잘하면 돈을 모아서 한장은 있어야 낄수 있는 VIP 클래스에서 놀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패 좀 제발 떠줘라! 응! 씨발 한번만 제대로 먹자 응?”


마형석이 하늘을 향해 투덜거리듯 말한다.


그리고 그런 마형석을 모습을 강태창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도 도청과 독심술을 켠채로.


‘어쩐지 운전자의 외형이 눈에 익더라니.’


1초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창도 차에 치일뻔 했다.

운전자의 모습이 정확하진 않았지만 뭔가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운전자가 마형석일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을 붙잡고 마형석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마형석이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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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친구를 위해 끝까지 +3 24.03.02 4,814 76 13쪽
19 잘못된 결정 +3 24.03.01 4,861 84 14쪽
18 타짜 위에 이능력자 +2 24.02.29 4,918 82 12쪽
17 그 돈 털어주마 +5 24.02.28 4,983 83 12쪽
» 어쩐지 익숙하더라니 +3 24.02.27 4,931 86 12쪽
15 3.6초 +6 24.02.26 5,020 91 12쪽
14 사람이 깡패도 아니고 +3 24.02.25 5,020 88 12쪽
13 기꺼이 약자 편에 선다 +5 24.02.24 5,138 86 12쪽
12 그건 강태창이 아니야 +9 24.02.23 5,229 99 13쪽
11 돈 주기도 이렇게 힘들 줄이야 +2 24.02.22 5,422 97 13쪽
10 영웅의 자질을 타고 난 자 +1 24.02.21 5,490 92 12쪽
9 드러나지 않는 존엄 +1 24.02.20 5,626 98 13쪽
8 그냥 영웅으로 해주시죠? +4 24.02.19 5,746 102 12쪽
7 우리 태창이가 변했어요 +3 24.02.18 5,985 98 13쪽
6 1대 1을 만들어야 한다 +4 24.02.17 6,155 97 13쪽
5 영웅 탄생하셨다 +5 24.02.16 6,694 93 13쪽
4 이미지 쇄신 기회 +4 24.02.15 8,428 108 12쪽
3 발동어 사고 +13 24.02.14 11,230 132 12쪽
2 상태창이 생겼다 +11 24.02.14 15,797 154 12쪽
1 프롤로그 +5 24.02.14 17,164 185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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