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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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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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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다리던 사람들

DUMMY

한국으로 돌아와 최선영은 이틀동안 잠만 잤다.

누구나 인질로 붙잡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끼면 트라우마를 얻겠지만 최선영은 그 이상의 극한의 감정체험을 한 뒤었다.


‘자신의 모든걸 던져서라도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


말이 쉬운건지 그걸 실천하는건 평범한 사람에게 정말 힘든 일이었다.

몸이 힘들어서 탈진한 것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악몽을 꾸었다.

언제든 죽어버릴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그런 감정의 극한으로 자신을 내몰아야 했던 순간이 모두 깊은 상처로 남았다.


아이들을 죽인 후 피 묻은 칼을 든 마오가 입에 피를 흘리며 다가오는 꿈.

깼다 일어나고 깼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다.

사람이 눈앞에서 총을 맞고 죽는 것도 직접 보았었다.

지미 달튼 뿐만 아니라 납치범들도···


최선영이 아이들을 보호하려 힘쓴 노력에 표창장을 수여하겠다는 전화도 있었지만 그런건 아무런 상관없었다. 그냥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아이들을 무사히 지켜냈다는 것. 그것이면 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생각한다면··· 아이들중 누군가 생명을 잃거나 다치기라도 했다면 아니면 공포와 두려움에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끔직한 짓을 당하기라도 했다면··· 최선영은 남은 삶동안 괴로워하고 고통 받았을 것이다.


‘그래 잘했어 최선영··· 훌륭했어. 그거면 돼.’


몸도 마음도, 특히 감정이 엉망이 되었지만 최선영은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주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나쁜 놈들에게서 풀려났다는 기쁨과 안도감은 컸지만 동시에 그곳에서 최선영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들과 공포를 이겨내며 아이들을 지키려고 앞에 나섰던 경험들은 최선영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끼이이익.]


국가에서 마련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실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간호사가 기다리라고 하자 최선영은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인질이 되었던 아이들까지 모두 의사가 괜찮다고 진단하기 전까지 이곳에 다닐 예정이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은 최선영이 옳은 일을 하고 원하는대로 모든 것이 잘 되었지만 깊은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사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고.


“선생님!”


“어머 지은아!”


강지은이 문 안으로 들어왔다.

강지은은 쪼르르 달려와 최선영을 꼭 껴안아준다.


“부모님께서 좋아하시지?”


“네! 너무 너무 좋아하세요. 선생님은···”


말을 이어하려다 강지은은 멈췄다.

집안도 좋고 돈도 많고 게다가 예쁘고 몸매도 좋은 최선영 선생님의 부모님이 얼마전 교통사고로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있다는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녀석···”


그 뜻을 헤아렸는지 최선영이 강지은을 안은 등을 토닥거렸다.

강지은이 최선영 옆에 털썩 앉아서 고개를 최선영의 어깨로 기울인다.


“선생님.”


“응?”


“지켜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선생님.”


“뭘···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그랫을 거야.”


그렇게 말했지만 강지은은 최선영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면서 말한다.


“아니요··· 그건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 전 선생님처럼 용기있고 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이번에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저도 꿈이 생겼어요?”


“꿈?”


“나도 선생님처럼 위기의 순간에 제자들을 지켜줄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이요. 저도 선생님이 될래요!”


“뭐? 그래? 하하.”


말과 함께 강지은이 최선영의 손을 두손을 꼭 잡았다.

살집이 있는 매끄러운 십대 여자아이의 따듯한 손, 최선영의 마음속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최선영도 남은 한 손을 더해서 두 손으로 강지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구나··· 이런 것이로구나···’


상처받고 고통받았던,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최선영의 마음속 상처들이 조금씩 치료받는 기분이었다.




***




허벅지가 아파서 운동하는걸 쉴까?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가볍게 운동하기로 했다.

저녁에 조폭연합이 흑막회랑 일전을 치룬다고 하니 몸도 풀어놓아야 하고.

새벽 가볍게 달린 후 복싱체육관으로 가자 박정팔 관장이 태창을 물끄러미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한다.


“할 말 없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박정팔 관장에게 아무 말도 안하고 체육관을 빠졌다는 것을.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면 한명쯤 빠져도 모르고 지나가겠지만 새벽 운동하는 사람은 강태창이 유일하니까. 박정팔 관장은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태창을 기다렸던 것이다.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해결하고 왔다고 말을 할 수도 없고.


“일이 좀 있어서 빠졌습니다.”


“일?··· 그래 급한 일이 있으면 빠질수도 있지···”


이해하는듯 말하면서 표정은 매우 서운한듯 보인다.

게다가 허벅지에 밴드를 붙인걸 보더니.


“다쳤어?”


“네 가볍게 조금.”


“어디 봐봐···”


관원의 몸상태를 체크하는게 관장의 의무이기도 하니까. 태창은 허벅지 상처를 보여줬다.

비행기에서 임시치료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전문 군의관에게 치료받고 있었다.

밴드를 조금 떼어본 관정의 표정이 굳어진다.


“어쩌다가 다친거야?”


“짐 나르다 송곳에 찔렸습니다.”


박정팔이 태창을 노려본다.


“이건 송곳에 찔린게 아닌데?”


“······”


강태창이 놀라 박정팔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강태창을 노려보던 박정팔이 입을 연다.


“그래 나쁜 짓 할 놈은 아닐테고··· 너 정체가 뭐냐? 무슨 고등학생이 이런··· 내가 특수부대 출신이거든··· 이런 상처 많이 봤지.”


“네?”


“내일 체육관 친선전은 아무래도··· 힘들겠네.”


그러고보니 박정팔 관장이 미리 말했던게 있었다.

인근 복싱체육관들과 친선전을 가질 예정이고 태창에게 참석하겠냐고 물었었다.

평소라면 참석을 하던지 말던지 별로 신경도 안 쓸텐데 박정팔의 표정이 간절해 보였고 그리고 연락없이 빠진게 미안하기도 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친선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거 같기도 하고.


“그거 그냥 해도 됩니다.”


“상처가 이렇게 깊은데?”


“별거 아닙니다. 운동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의심의 눈초리로 강태창을 보았지만 강태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둘러댄다.


“그런데 제 경기가 몇시죠?”


“6시에 시작하니까 넌 7시쯤? 결승전까지 치루면 9시는 넘어야 끝날거다.”


그러면 복싱친선전 끝내고 흑막회랑 싸우는데 가면 딱 맞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 맞춰갈게요.”


태창이 그렇게 말했지만 박정팔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총상을 입은 곳을 보고 있다.


“신기하네··· 이 정도 상처라면··· 흠. 억지로 안 해도 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웃고 있는 표정은 뭐냐고?

어차피 흑막회와 싸우는 자리 가는거··· 몸 좀 미리 풀고 가면 되는 거지.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예전같으면 심각하게 느꼈을만한 상처지만 정말 별 거 아니게 느껴졌다.

죽을 위기를 겪으면서 이제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세포들이 활성화 되어서인가? 상처 회복도 꽤 빠른 편이었다.




***




80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콩가마니를 일일이 들어 씻은 다음 씻은 콩을 하루정도 불리고 다음날 불린 콩을 일일이 분쇄기에 넣고 간다. 그 다음 온도를 가열해 삶다가 간수를 넣어 굳히면 두부가 된다.


콩이 든 가마니를 옮길때, 콩을 불리기 위해 따로 담을때, 그리고 분쇄기에 간 콩물을 커다란 솥에 넣어 삶을때 모두 사람의 힘이 들어간다.


청담식품 두부공장에는 총 18명이 근무한다.

그들은 오덕규가 공장에 다시 나와 근무하는걸 쌍수를 들고 반겼다.


“너 안 오면 그만두려고 했다.”


“매일 새벽에 교회가서 기도한 보람이 있었어.”


“죄송합니다.”


오덕규가 직원들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한다.

오덕규가 빠지자 주로 힘을 쓰는 일을 하던 열명에 가까운 아저씨들이 체력이 갈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놈이 겁도 없이··· 다음엔 그러지 마!”


[짜악!]


아저씨들과 아줌마, 대부분 주임, 대리, 과장의 직함을 가진 분들이 오덕규의 등을 찰싹 때리며 가신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해!”


[짝!]


“다음에 또 그런 일 해 봐 아주··· 나한테 혼날줄 알아.”


[짝!]


“이제, 주먹쓰고 그런 일 하면 안돼! 알았지?”


[짝!]


오덕규는 기분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 아빠의 연배들··· 진심으로 오덕규를 걱정하고 위해주고 있는 분들이었다.

온 몸에 밴드를 붙이고 심한 곳은 거즈도 바른 몸이었지만 상처가 다 낫기도 전에 공장에 출근한 이유도 아줌마, 아저씨들을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을 온통 뒤흔들었던 사건을 청담식품 두부공장의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신다.

조폭 조직을 단 두명의 고등학생이 박살내 버렸으니까.

모를래야 모를리 없지만 함께 일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오덕규를 품어주셨다.

오랜세월 광택시장에서 할머니를 돕는 오덕규의 모습을 지켜봐 왔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공장에서도 잔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 겪으며 오덕규가 얼마나 착실한 아이인지 알고 있었고.


그 마음을 알기에 오덕규는 시키지 않아도 손이 필요한 곳에 가서 손을 거들고.

힘이 필요한 곳에 가서 힘을 썼다.


“덕규가 와서··· 이제 좀 제대로 돌아가네요.”


멀리서 오덕규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청담식품 사장 오달석 옆의 문종대 공장장이 말한다.


“그정돕니까?”


“혼자서 열사람 몫 한다고 보면 됩니다.”


“에이··· 과장이 심하시네···”


“아니요 정말입니다. 덕규는 오랫동안 할머니를 도와 일을 해서 그런지 두부만드는 공정 모두를 꿰고 있어요. 얼마나 불려야 하는지, 물이 어느정도 들어가야 하는지··· 어느정도 분쇄를 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삶아야 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요. 지시하기도 전에 딱딱 알아서 움직이는데··· 필요한 곳에 가서 두세 명 몫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 다 합치면 열사람 몫을 하는 거죠. 덕규가 돌아와서 제일 기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오달석이 문종대를 바라보자.


“바로 접니다. 저! 알아서 공장이 착착 돌아가서 생산량도이 20%정도 늘고 품질도 유지되요.”


“그럼 덕규만 있으면 공장장 필요없으니 잘라도 되겠네.”


“컥··· 말이 그렇다 이거죠. 말이··· 험.”


덕규를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던 오달석에게 문종대가 조용히 속삮이듯 말을 이었다.


“저번에 저 친구가 재미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새로운 두부 조리법에 대해서요.”


“새로운 두부 조리법이요?”


“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하더군요.”


안그래도 덕규네 할머니가 팔던 두부를 좋아했던 오달석이었다.

그 담백하고 깊은 맛은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같은 맛이 나오지 않았다.


“꼬치 꼬치 묻지 마시고··· 스스로 말할때까지 기다리세요. 일단 다시 돌아왔으니 천천히 적응먼저 하도록 기다려주죠.”


“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시설 사이를 흰 위생모자와 위생복을 입은 오덕규가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꼭 북극곰 같이 느껴졌다.


“정말 재밌지 않습니까? 얼핏보면 그저 하는 일 없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디는 것 같은데. 귀신같이 필요한 일을 딱딱 해내고 말이에요. 사장님은 어떻게 저런 보물을 데려오신 겁니까?”


함께 오덕규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종대 공장장이 말하자.

오달석이 혼자 씨익 웃었다.


저 보물을 10억을 준 것도 아니고 10억을 투자 받으면서 데리고 왔지.

그것도 돈줄이 말라서 막 파산하려던 때에 말이다.

TC테크, 뭐하는 회사인지 몰라도 정말 고마운 회사 아닌가?

조만간 그 변호사 통해서 거기 사장 한번 보자고 연락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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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멀티 플레이어 +1 24.05.15 996 32 12쪽
94 오덕규 이사되다 +1 24.05.14 1,008 33 13쪽
93 새 장비들 +1 24.05.13 1,036 31 12쪽
92 그 사실을 누가 아는데? +2 24.05.12 1,077 34 12쪽
91 포기할 수 없다 24.05.11 1,093 32 12쪽
90 내 남자 건드리지마! 24.05.10 1,107 35 12쪽
89 어둠속의 적 +1 24.05.09 1,089 34 13쪽
88 무모할 지라도 +2 24.05.08 1,130 35 12쪽
87 세이프 룸 +1 24.05.07 1,173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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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뭔가 있다 +2 24.05.05 1,283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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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자선 경매 +1 24.05.03 1,368 34 13쪽
82 누구세요? 24.05.02 1,374 29 13쪽
81 미국 NSSA의 요청 +2 24.05.01 1,409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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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살려는 드려라 24.04.29 1,413 34 13쪽
78 늑대 무리와 두 마리 범 +4 24.04.28 1,429 36 13쪽
77 혈투 24.04.27 1,470 36 12쪽
76 친선전이 아니네 +1 24.04.26 1,454 40 13쪽
75 뼝아리 잡는 여우 24.04.25 1,479 33 13쪽
74 중 2병은 불치병 24.04.24 1,521 35 12쪽
73 대가 없는 도움 24.04.23 1,555 32 12쪽
» 기다리던 사람들 24.04.22 1,595 39 12쪽
71 조폭 대연합 24.04.21 1,609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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