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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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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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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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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없는 도움

DUMMY

최가명이 단란주점을 노려보고 있다.

광망파가 고등학생 두명에게 수술당하고 공중분해 되어 있는 상태.

사채업체나, 불법도박장은 당장 접수하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저 단란주점은 다르다.

일단 몸으로 움직이고 서류나 나머지는 나중에 처리하면 되는 거니까.

게다가 다른 업종들은 이미 와해 상태 아니던가? 수속을 밟아 손에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야 일단 흑막회 치기 전에 일도파나 미래채권 애들이나 잔뜩 신경 예민할거 아냐? 그럴때 우리가 광망파 단란주점을 먹는 거야! 그렇게 먹고 난 뒤면 누가 뭐래? 광망파 애들 지금 제정신 이겠냐? 흑막회에 눈이 모두 팔려있는 지금이 바로 틈새시장인 거야!’


두목인 도상목이 모두 흑막회에 시선이 팔려 있는 틈을 노리고 광망파 소유의 단란주점을 치려는 것이다.

그걸 알고 신기전과 유기근, 황기촌도 나와서 단란주점 입구에 서 있다.

조만간 신속금융쪽에서 단란주점을 칠 것이라는 정보도 입수했고 아직은 밤 12시, 사람들이 오가고 있기에 움직이지 못하지만 맞은편 골목에 서서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는 신속금융 무리들이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인원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형님 저 새끼들 세 명 더 와서 아홉명입니다.”


신속금융쪽 조직원들이 모여 있는 골목을 노려보며 유기근이 말한다.


“쫀 모습 보이지 마라! 한 명당 셋이네··· 다가오면 당장 대가리 깨버리겠다는 마음으로 고개 빳삣히 들고···”


“네 알았습니다. 형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신기전도 바짝 쫀 상태였다.

지금 광망파 소유 사업장중 실질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곳은 이곳 단란주점밖에 없다. 여기가 넘어가면 현금흐름이 아예 멈춘다는 소리다. 돈은 둘째치고 나와바리를 잃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한번 잃으면 되찾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이름만 있는 바지사장이야 불러서 다시 매매계약서만 체결하면 될 거고.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는데요.”


황기촌이 바짝 쫄아서 말한다.

황기촌은 조직간의 싸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


“막내 넌 야구방망이 들어! 그게 나중에 형량 나와도 적게 나온다.”


폭력으로 잡혀갈 대비해 미리 챙겨주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며 오가는 행인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가게도 하나 둘 불이 꺼진다.

불이 켜져있는 가게들은 주먹들이 운영하는 술집들이거나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져도 상관하지 않을 곳들이다.


“오늘 전 죽겠습니다.”


황기촌이 비장의 각오를 다지며 씹어대듯 말한다.


“그래 새끼야 그런 마음으로··· 버티는 거야.”


말과는 달리 신기전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오덕규와 강태창의 기습에서도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고 빠져나온 신기전이었다.

그때엔 그저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되지만 지금은 형님이 되어 두 동생을 이끌고 다른 조직에 맞서야 한다.


“세 명 더 왔습니다.”


유기근의 손 끝으로 땀이 한 방울 흘러떨어졌다.

버티고 막아내자는 신기전의 결정이 없었으면 진작 도망갔을 것이다.

이제 상대는 열두명, 이쪽은 세명이다. 날고 기는 고수가 아니라면 맞상대해 싸우기 불가능한 숫자다.


“이제 사람도 없는데요.”


황기촌이 거리를 두리번 거리며 말한다.

1시가 가까운 시간, 거리의 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졌다. 건너편을 보니 행동대장 최가명이 시계를 바라보다가 공격하라는듯 손으로 이쪽을 가리키고 있다. 야구방망이, 쇠파이프를 든 십여명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지고 어슬렁 거리며 골목에서 나와 길을 건너려 한다.


“엇! 누가 옵니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 한쪽에서 거대한 덩치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길을 건너오려던 신속금융 패거리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신기전은 한눈에 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자신의 조직 광망파를 혼자서 거의 쓸어버린 남자. 거대한 야생곰 오덕규가 공장일을 마치고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신기전의 머리속에는 번개같이 지금 위험을 타파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니들 내가 시키는대로 해!”


유기근과 황기촌에게 짧게 말을 던진 신기전이 오덕규를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안녕하십니까!”


신기전이 오덕규 앞에 90도로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


“고개숙이지 마십시오!”


오덕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려고 하자 짧은 쇳소리로 신기전이 한 말이다.


“네, 넷?”


오덕규가 당황했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어둠에 가려 다른 사람 눈에는 선명히 보이지 않았다.


“절 아실지 모르지만 전 오덕규씨 잘 압니다. 오덕규씨한테 맞기도 했고요.”


“저, 저한테 맞아요?”


때린 사람은 모르지. 오덕규는 자신이 맞선 50명이 넘은 광망파 사람들중 하나를 기억할 수도 없었고 게다가 얼마전 돼지갈비집에서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는 그저 스치는 작은 일에 불과했다.


“죄송합니다만 부탁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슨 일이신데요?”


“별거 아닙니다. 그저 저기로 가서 아무 말도 하시지 마시고. 다정하게 저희 등을 두 번씩 툭툭 치고 가 주시면 됩니다. 절대로 고갤 숙이지 마시고요.”


빛이 있는 쪽으로 나오자 오덕규는 걸음을 멈추고 신기전을 바라봤다.

광명파 싸움에서 보았던 얼굴, 그리고 얼마전 돼지 갈비집에서 시비가 붙었을때 본 남자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세 명이 삽니다.”


“······”


“형님으로 모시겟습니다.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오덕규 앞에 고개를 푹 숙였다.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죽을지도 모르는 세 명이 산다는 말이 오덕규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정말 그것만 하면 돼요?”


“네. 말은 하지 마시고요.”


“알았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신기전이 조금 앞서고 오덕규가 그 뒤를 따라걸으며 단란주점 앞으로 다가온다.


“형님한테 인사드려라! 빨리!”


신기전이 유기근과 화기촌에게 쇳소리로 짧게 말하자.


“형님 오셨습니까?”


“형님 오셨습니까?”


박자는 조금 엇갈렸지만 유기근과 황기촌이 오덕규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건너편 골목안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가명은 조직원들에게 재빨리 신호를 보낸다.


“야 모두 들어와 들어오라고 빨리!”


길을 건너려던 조직원들이 나왔던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어둠속으로 숨었다.


“형님! 맞은편 골목 한번 웃으면서 바라봐 주십시오.”


신기전이 말하자. 오덕규가 고갤 들어 맞은편 골목을 바라본다.

그저 씩 한번 웃어주었을 뿐인데 그 웃음을 본 최가명은 다리에 힘이 쫙 풀려버렸다.


“그리고 저희 등을 두번씩 툭툭 손바닥으로 두드려주고 가십시오.”


신기전의 말대로 오덕규는 셋의 등을 두번씩 툭툭 두드리곤 다시 걸어간다.


“고개숙여 인사해! 크게.”


신기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안녕히 들어갑시오 형님!”


신기전, 유기근, 황기촌이 오덕규의 등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인다.

맞은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가명이 식은 땀을 흘린다.


“와아··· 씨발 오늘 젖될뻔했네··· 어쩐지 아까부터 향냄새가 나더라니.”


근처 어딘가에서 모기향을 피운 것이겠지만 최가명은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덕규를 상대로 겨우 열두명이서 싸워? 그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지.




***




“그냥 왔다고?”


도상목이 도끼눈을 뜬 채 최가명을 노려본다.


“안 그랫으면 우리 오늘 아작 났습니다.”


최가명의 말에 도상목이 피식 웃었다.

부하놈들의 핑계라면 지긋지긋하게 들었다.

전통 주먹출신인 광망파나 일도파에 비교하면 사채출신인 신속금융은 그저 채무자 괴롭히는데에나 소질이 있지 기본 무력은 딸린 편이었다.


“그쪽에서 몇놈이나 데리고 왔길래 싸우지도 못했다는 거야? 엉?”


“세 명이요. 아니 네 명인가?”


“네 명?”


기가 막힌다는듯 도성목의 눈썹끝이 치켜올라갔다.


“야이 새끼야! 열두명이 갔는데 네 명한테 쫄아서 싸워보지도 못했다고?”


도상목이 책상위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들려고 할 때였다.


“오늘 저 때문에 우리 신속금융이 살았습니다.”


“뭐?”


“거기 단란 주점이 누구한테 접수된지 아십니까?”


“그새 일도파 놈들이 접수했다는 말이냐?”


재떨이를 잡은 도상목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일도파 이 새끼들이 그 틈새를 노리고 단란주점을 벌써 접수했다고?

전국구라고 하더니 양아치 새끼들이었네.


“광망파를 혼자서 쓸었던 사람 기억나십니까?”


“그 고등학생?”


“네 오덕규한테 놈들이 넙죽 고개를 숙이고 형님이라도 하더군요.”


“무어?”


“등까지 두드려주며 격려하더군요. 게다가 우리 쪽을 바라보고 가소롭다는듯이 웃었습니다. 한번 해 봐라! 내가 니네 조직도 쓸어줄테니··· 마치 그런 눈빛이었습니다.”


“어디서 고삐리 새끼가···”


도상목이 이를 뿌득 갈았다.


“주먹세계에는 주먹세면 형님이고 돈 많으면 형님이죠. 형님!”


최가명은 마치 자신이 현명해서 위기에 빠진 신속금융을 살렸다는듯이 신이나서 말한다.


“뭐이 새끼야?”


그럼 나는 돈 많아서 형님이냐?

마치 그 소리처럼 들리지 않는가?


“형님, 아니 회장님을 말씀드린건 아니고요. 네.”


도상목의 재떨이를 잡았던 손이 재떨이에서 떨어지자 최가명은 일단 한시름을 놓았다.

열두명이나 데리고 갔는데 그냥 돌아와 한바탕 할 줄 알았는데 무사히 넘어갔다는 소리였다.


“이러면 나가린데···”


도상목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광망파를 혼자서 쓸어버린 오덕규에 대해서는 광택시 모든 주먹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전까지 그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사람은 신가혁 정도?

하지만 신가혁은 귀찮은거 싫어하고 조직에 묶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름 원칙도 있어서 건드리지 않으면 공존이 가능한 존재였다.


만약 오덕규가 조직을 만들고 어둠의 세계로 발을 디밀었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미 광망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곳의 사업장을 접수했으니 다음에 또 그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신속금융처럼 조직원이 몇명되지도 않는 작은 조직은 오덕규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쓸려나갈수 있었다.


하긴, 광망파를 친 이유가 할머니를 건드린 복수때문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얻은 짭짤한 부수익을 다른 놈들이 줏어가게 놔둘리 없지.


“회장님, 내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흑막회를 치기로 한게 당장 내일이었다.

모두 거기에 한눈 팔려 있을때 광망파가 운영하려던 단란주점을 차지한다면 흑막회를 칠때 구태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신가혁을 만나봐야겠구나.”


“위험하실텐데요.”


신가혁 같은 인간에겐 한번 만나서 조건이 달라 빠그러졌다면 다음은 거의 없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신가혁이 ‘전화하지 마’라고 경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 반드시 흑막회를 칠때 신속금융이 많은 돈과 조직원을 동원했다는 생색을 내야만 한다. 그렇게 지분을 인정 받아야 흑막회가 차지했던 새나라파 사업장을 나눠가질때 유리할 것이다.


“조직의, 아니 회사의 명운이 달린 일이야. 이런 순간 나서야지.”


도상목이 마치 신가혁을 만나는 일 자체가 어마어마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인듯 말한다.

세 장! 아니 다섯 장 정도 부르자. 그정도면 신가혁도 받아들일 것이다.


“내일 동원할 수 있는 애들이 몇명이나 되지?”


“다 합쳐서 스물 여섯 정돕니다.”


부족하다. 일도파는 최소 50명 이상은 동원이 가능할거고 미래채권도 30명 이상은 동원할 것이다. 일도파까지는 힘들어도 미래채권보다는 지분이 많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신가혁이 필요하다.


“신가혁 사장한테 전화 넣어! 내가 보잔다고 그래!”


도상목이 생각을 정리한듯 말했지만 최가명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이 시간에요? 그러면 정말 죽어요.’


새벽 두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신가혁이라면 전화를 받지 않을거고 전화를 이 시간에 했다는 이유만으로 최가명을 반쯤 죽일 것이다. 그 인간이라면 그렇다. 아니 그게 인간이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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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공부는 언제 해요? 24.05.16 979 30 12쪽
95 멀티 플레이어 +1 24.05.15 994 32 12쪽
94 오덕규 이사되다 +1 24.05.14 1,006 33 13쪽
93 새 장비들 +1 24.05.13 1,034 31 12쪽
92 그 사실을 누가 아는데? +2 24.05.12 1,075 34 12쪽
91 포기할 수 없다 24.05.11 1,091 32 12쪽
90 내 남자 건드리지마! 24.05.10 1,105 35 12쪽
89 어둠속의 적 +1 24.05.09 1,087 34 13쪽
88 무모할 지라도 +2 24.05.08 1,128 35 12쪽
87 세이프 룸 +1 24.05.07 1,171 31 13쪽
86 침입자들 24.05.06 1,217 34 12쪽
85 뭔가 있다 +2 24.05.05 1,280 28 13쪽
84 왕자의 저택 +1 24.05.04 1,310 31 12쪽
83 자선 경매 +1 24.05.03 1,365 33 13쪽
82 누구세요? 24.05.02 1,371 28 13쪽
81 미국 NSSA의 요청 +2 24.05.01 1,405 33 13쪽
80 서울대요? 24.04.30 1,409 35 13쪽
79 살려는 드려라 24.04.29 1,410 33 13쪽
78 늑대 무리와 두 마리 범 +4 24.04.28 1,425 35 13쪽
77 혈투 24.04.27 1,467 35 12쪽
76 친선전이 아니네 +1 24.04.26 1,451 39 13쪽
75 뼝아리 잡는 여우 24.04.25 1,476 32 13쪽
74 중 2병은 불치병 24.04.24 1,517 34 12쪽
» 대가 없는 도움 24.04.23 1,553 31 12쪽
72 기다리던 사람들 24.04.22 1,592 38 12쪽
71 조폭 대연합 24.04.21 1,606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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