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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법사의 무림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5 15:01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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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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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62,658

작성
21.06.0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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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_복수의 시간

DUMMY

몽유객잔(夢遊客棧).

벌판 한가운데 자리한 이 여관은 이름과는 다르게 상당히 거친 곳이다.

이 객잔엔 주인이 없다. 정확히는 주인이 죽는 바람에 버려진 객잔이다. 벽과 지붕은 낡아서 허름하고, 밥을 해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비나 눈을 피해 잠을 자고, 쉴 수는 있기에 여행을 하는 가난한 나그네나 거지, 흑도 무리가 자주 애용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객잔 안에서는 크고 작은 싸움이 자주 벌어진다. 객잔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암묵적으로 서로 충돌을 피하지만 이용하는 객들이 대부분 흑도나 현상범처럼 범죄자들이기 때문에 충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인 것은 객잔을 이용하는 사람 중엔 착한 이도 있어서, 객잔을 이용한 대가로 망가진 객잔을 고치거나 청소를 한다는 점이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다. 주로 평범한 나그네나 거지들이 취미 삼아 보수작업을 도맡았는데, 그러다 보니 몽유객잔은 마치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최소한의 모양을 갖추고 유지가 되었다.


천마, 성녀, 진수, 부용은 흑도 무리인 것처럼 옷을 입고 몽유객잔으로 향했다. 천마는 말을 탈 줄 몰랐기에 그나마 몸무게가 가장 가벼운 성녀 뒤에 올라탔다.

몽유객잔 근처에 도착하자 자보는 홀로 말을 이끌고 출발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진수는 세 사람에게 자신의 작전을 설명했다.

“출발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몽유객잔은 주인 없이 운영되는 특이한 공간이오. 그러니 눈치껏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시오. 천마 법사께서 금강불괴의 몸이니 도적들이 일 대 일로 붙도록 만들어서 하나씩 전투력을 상실시키는 걸로 합시다.”

“죽여도 되냐?”

잠시 고민하던 진수가 답했다.

“예.”


*

천마는 나머지 셋과 일행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객잔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웬 놈이냐!”

입구 쪽에 있던 덩치가 천마에게 소리 질렀다.

“이곳에 묶으러 왔다.”

“오늘은 우리가 객잔을 접수했으니 넌 다른 곳으로 가 봐.”

천마가 안을 둘러보니 스물일곱 명이 모두 같은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허리에 두른 파란 띠도 선명했다. 그리고 이들 외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묶을 수 없으니 당장 꺼지라고!”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

문밖에서 상황을 살피던 진수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성녀, 부용과 함께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소리쳤던 덩치가 또 외쳤다.

“너희들도 당장 나가! 오늘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다!”

진수가 앞으로 나섰다.

“그게 무슨 소리요? 여긴 몽유객잔 아니오? 주인 없는 객잔인데 이러는 법이 어디 있소?”

“뭐얏!”

그러자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오늘 밤 이곳에서 중요한 약속이 있다. 그러니 방해 말고 다른 곳으로 가봐.”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같은 도적끼리 이러지 맙시다.”

“도적이라니?”

우두머리 사내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쪽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 그거 요 아래 미화(美火)마을 촌장 것이 아닙니까? 오면서 보니 그 마을 전체가 홀라당 탔던데···. 마을은 왜 태운 겁니까?”

“왜 태우긴, ‘아름다운 불’의 마을이 아닌가. 우리가 불을 질러 아름답게 만들어준 거지. 낄낄낄.”

“킥킥킥!”

애꾸 눈의 남자가 대신 이야기하자 무리의 모두가 큰 소리로 웃었다.

진수를 비롯한 네 사람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역시 이 녀석들이군.’

“우리가 어떤 놈들인지 알았다면 그만 꺼져라.”

진수는 성녀, 부용과 함께 밖으로 나가려 했다.

“못 꺼지겠다!”

천마가 소리쳤다. 객잔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그러자 진수가 앞으로 나섰다.

“오호라. 생사결인가? 이 사람은 우리와 일행이 아니오. 혹시 여기서 생사결을 하겠다면 그것만 보고 가도 되겠소? 우리는 저기 2층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겠소.”

진수가 무리의 우두머리를 향해 청했다.

우두머리는 천마를 노려보며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진수와 성녀, 부용은 서둘러 계단을 통해 2층 난간으로 올라갔다.


한동안 우두머리와 천마 간의 눈싸움이 이어졌다.

“죽고 싶은 게냐? 여기 내 부하들이 안 보여?”

“잘 보인다. 그럼 한꺼번에 전부 덤빌 테냐?”

천마는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도적 무리 모두가 긴장했다.

“완전 미친놈이군. 죽이기 전에 이름이나 알자. 이름이 뭐냐?”

“천마.”

“천마? 한약재로 쓰는 그 천마?”

“아니. 하늘에서 내려온 마귀.”

‘이 자식 뭐지? 분명 뭔가 있어!’

천마의 기세가 전혀 주눅 들지 않자 우두머리가 꾀를 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무기 없이 너와 나 단둘이 맨손으로 붙자. 어때?”

도적의 우두머리는 천마보다 키가 한 뼘은 더 컸다. 당연히 일대일로 붙으면 자신이 더 유리할 거라 판단했다.

“좋다!”

천마는 객잔의 가운데로 와서 들고 있던 도끼를 나무 바닥에 던져 꽂았다.

퍽!

“이봐, 조심하라구. 오래된 객잔을 전부 부술 셈인가?”

우두머리 역시 자신의 칼을 허리에서 풀러 부하에게 건넸다.

도적들이 두 사람을 가운데 두고 최대한 넓게 퍼졌다. 탁자와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자 순식간에 비무 무대가 만들어졌다.

“내가 먼저 쓰러지면 널 이곳에 머무르게 해주마. 대신 네가 쓰러지면 객잔을 나가는 거다. 어때?”

“좋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도적의 우두머리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마는 순식간에 그에게 튀어 나갔다. 너무나 빨라서 진수나 부용조차 그 움직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도적 두목 앞으로 순간 이동하듯이 다가온 천마는 손뼉 치듯이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힘껏 때렸다. 그러자 그의 머리가 수박 터지듯 으깨져 버렸다.

머리가 없어진 도적 두목의 시신이 그대로 객잔 바닥에 쓰러졌다.

그것을 보고 놀란 도적들이 모두 자신의 칼을 빼 들고는 천마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스물여섯 개의 칼이 천마의 몸에 도착할 때쯤, 천마는 공중으로 튀어 오르더니 자신이 박아 놓았던 도끼 옆으로 착지했다.

도끼를 바닥에서 뽑아 든 천마는 도적들에게 사정없이 휘둘렀다. 도끼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도적 2~3명의 목이나 허리가 잘려 나갔다.

휙- 퍽! 퍽!

휙- 퍽! 퍽!

2층에 있던 성녀도 자신의 독침을 입으로 불어 도적들의 목에 쏘아댔다. 그렇게 성녀가 쏜 독침에 2명이 쓰러졌다.

순식간에 도적의 절반이 시체가 되어 객잔 바닥을 뒹굴었다.

천마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도망가!”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 남은 도적들이 객잔의 문과 창을 통해 밖으로 몸을 날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진수는 부용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는 진수와 부용이 나설 차례였다.


서둘러 밖으로 나온 부용은 도망치는 놈의 등에 자신의 칼을 꽂았다.

푹!

“으악!”

진수는 화살 3개를 시위에 걸어 날려 보냈다.

끼이이이잉! 펑! 팡!

말을 타고 도망치던 두 명이 진수의 화살에 쓰러졌다. 진수는 다시 화살 하나를 꺼내 멀리 도망치는 도적의 등을 향해 쏘았다.

휘이익! 퍽!

화살을 맞은 도적이 그대로 말 위에서 떨어졌다. 진수는 그렇게 셋이나 더 죽였다.

부용 역시 도망치던 도적 둘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

부용과 진수가 객잔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천마는 시체 위에 홀로 서 있었다.

“몇 명 도망쳤는데 몇 놈인지는 모르겠군.”

“전부 스물일곱이었다.”

천마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부용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체 머리만 세어보면 되겠군.”

진수는 바깥과 객잔 안에 있는 시체들의 숫자를 세었다.

“총 스물둘. 다섯이나 도망쳤군.”

“그럼 어쩌죠? 말을 타고 쫓아갈까요?”

“됐어, 그런 잔챙이들은. 두목과 핵심 간부들 목을 전부 베었기 때문에 괜찮아. 그나저나 밖에 말들을 보니까 이들은 꽤 잘나가는 마적단인 거 같아. 이들을 만나러 온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군.”

“그럼 밖에 있는 시신들부터 안으로 옮기죠.”

부용의 제안에 진수가 동의했다.


*

진수와 부용은 밖에 쓰러져 있던 시신을 모두 객잔 안으로 옮긴 뒤 땅에 떨어져 있던 핏자국까지 모두 흙으로 덮어 없앴다.

문제는 객잔 안의 시체들이었다. 땅을 파서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시체들은 어떡하지?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고 말이야.”

“이들이 만나기로 했다는 놈들이 오면 생포해서 그들이 땅을 파게 하면 어떨까요?”

“오, 아주 좋은 생각이군!”

진수는 해가 넘어가자 객잔 주변에 모기풀을 피웠다. 연기 냄새로 피비린내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피비린내를 맡으면 객잔으로 들어오지 않고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래 급습하기 위해 부용은 객잔 밖에 숨고, 진수와 성녀, 천마는 2층 난간으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 *

자정이 가까워져 오자 말을 탄 사내들이 몽유객잔 앞마당에 나타났다.

부용은 객잔 바깥에, 나머지 셋은 객잔의 2층에 몸을 숨겼다.

객잔 안에 불이 켜져 있자 사내들은 의심 없이 객잔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미안, 미안. 내가 좀 늦었···.”

객잔 가득한 피 냄새를 맡은 남자가 인상을 구겼다. 그와 함께 온 남자들도 칼을 뽑으며 바로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객잔의 중앙엔 남자가 만나기로 한 도적 떼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수하 중 하나가 다가와 시체들을 확인했다.

“백호단(白狐團)이 맞습니다!”

‘저들이 백호단이라고?’

진수는 ‘백호단’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청해 지역에서 도적질하는 흑도 중 가장 유명한 세력이 바로 백호단이다. 타고 다니는 말의 숫자 때문에 결코 약한 세력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신과 천마가 죽인 도적들이 ‘백호단’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백호단은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특급 도적 무리다. 평소에는 돌아다니며 도적질하다가 살인 청부도 의뢰받는 등, 질이 매우 안 좋은 도적 떼였다.

그런데 그런 극악무도한 백호단을 단 네 명이 끝장낸 것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거야?”

“몽유객잔은 관리되지 않는 치외법권 구역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누가 백호단을 이렇게 전멸시켰냐는 거지.”

스물일곱 명의 최정예 도적단. 그런 백호단을 도륙했다. 그렇다면 이들보다 전력이 뛰어난 세력이거나 엄청난 초절정 고수에게 당했다는 얘기 밖에 안된다.

“거대한 세력은 아닐 겁니다. 그랬다면 객잔 주변에 발자국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럼 절정 고수에게 당했다는 건데···. 잠깐!”

남자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조악걸은 자신의 기감으로 여성의 숨결을 느꼈다.

“이 안에 살아있는 여자가 있어! 누구냐? 어서 나와!”


걸렸다는 듯 진수와 성녀, 천마가 2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런.

이들 눈에 들어온 남자는 다름 아닌 귀살검 6인과 천하무쌍 조악걸이었다.

“어라? 낯이 익은데? 서안객잔에서 염휘와 인연이 있던 분들 아니신가? 낄낄낄.”

‘맙소사. 조악걸?’

예상보다 너무 강력한 상대의 등장에 진수도 당황하여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들은 백호단과는 수준이 다르다. 백호단이야 청해 지역에서 으뜸이지만, 조악걸과 귀살검 6인은 중원 무림 전체에서 상위권에 꼽히는 무리다.

“백호단을 너희가 이렇게 만든 거냐?”

“그렇다.”

“오호, 대단하군. 내가 이곳에 나타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당장 칼을 버려라.”

조악걸의 목 뒤에서 부용의 칼날이 들어왔다.

밖에서 숨어있던 부용이 몰래 이들의 뒤로 접근한 것이었다.

진수가 호기롭게 외쳤다.

“모두 죽이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검을 내려!”

“알았으니 칼 조심하라구.”

조악걸이 천천히 자신의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이 부용의 칼에 닿는 순간, 조악걸은 검지와 중지에 내력을 실어 부용의 칼날을 튕겨냈다.

팡!

그리고는 상체를 낮추어 부용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자 귀살검의 칼날 둘이 부용의 목을 향했다. 순식간에 부용이 인질로 잡혔다. 그리고는 조악걸 앞으로 끌려 나왔다.

“날 너무 물로 봤군. 염휘에게 잡혔었다고 해서 그대들에게도 쉽게 잡히리라 생각했나? 어리석구먼. 쯧쯧.”

진수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역시 백호단만 처리하고 돌아갔어야 했어.’

“다시 묻겠다. 내가 이곳에 나타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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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_복수의 시간 +1 21.06.05 32 4 13쪽
10 10_마법 반지 +2 21.06.03 22 3 14쪽
9 9_꼬리 없는 호랑이 +2 21.06.01 40 3 12쪽
8 8_서안객잔의 사냥꾼 +1 21.05.30 44 3 12쪽
7 7_천마와 성녀 +3 21.05.23 58 4 12쪽
6 6_중원의 이방인 (4) +3 21.05.14 124 4 13쪽
5 5_중원의 이방인 (3) +2 21.05.13 79 4 11쪽
4 4_중원의 이방인 (2) +1 21.05.12 104 6 11쪽
3 3_중원의 이방인 (1) 21.05.12 116 4 13쪽
2 2_벨루가의 록시마 (2) 21.05.12 115 6 12쪽
1 1_벨루가의 록시마 (1) +4 21.05.12 201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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