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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법사의 무림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5 15:01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940
추천수 :
51
글자수 :
62,658

작성
21.05.12 10:35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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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3_중원의 이방인 (1)

DUMMY

“루루야. 이제 움막으로 가야겠어. 해가 곧 넘어갈 거야.”

깊은 산속. 도토리를 줍던 호명은 아장아장 걷는 여동생 루루를 등에 업었다. 호명도 아직은 어린아이인지라 루루를 업고 일어설 때 몸이 휘청거렸다.

쾅!

그때였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붉은 벼락이 산 위를 때렸다. 호명은 똑똑히 보았다. 불과 30장(약 9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호명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분명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인데 벼락이라니. 그것도 태어나 처음 보는 붉은 색의 벼락이었다. 소리와 빛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놀란 루루가 울음을 터뜨렸다.

“우아아앙!”

“괜찮아, 루루. 오빠가 있잖아.”

호명은 루루를 달랬다.

‘벼락이 떨어진 자리는 어떨까?’

평소 호기심이 많은 호명은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만약 벼락이 떨어진 곳에 불이라도 난다면 큰일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호명과 루루가 지내는 움막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보통 벼락이 떨어진 자리는 검게 그을리기 마련인데 이번엔 너무나 깨끗했다. 호명은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멋있는 콧수염을 가진 건장한 중년 남자가 벼락이 떨어진 자리에 누워있었다.

“어떡하지? 이 아저씨가 벼락을 맞았나 봐!”

호명은 콧수염의 남자가 벼락을 맞은 것으로 생각했다.

옷차림도 평소 못 보던 것이었다.

‘비단? 오랑캐인가? 그런데 외국인이 왜 이런 산속에 있지?’

호명은 이 남자가 상단에서 떨어져 길을 헤매다가 운이 없게도 벼락에 맞은 것으로 생각했다. 호명은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죽었으면 잘 묻어주려고 했는데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콧수염만 보면 천축(인도)이나 파사(페르시아) 쪽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데 얼굴 생김새는 서장(티베트) 사람, 피부색은 해동(한반도) 사람을 닮아 있었다.

“아저씨, 정신 좀 차려보세요!”

호명이 남자의 어깨를 흔들며 깨웠다. 거의 반 각이 다 되어서 남자는 반응을 보였다.

“끄으응.”

몸을 한 번 뒤튼 남자는 가만히 눈을 떴다.

낯선 풍경, 낯선 새소리. 바로 옆에서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아이조차 낯설었다.

“괜찮아요, 아저씨?”

하지만 남자는 호명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남자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보였다. 옆에 있는 아이 역시 작지만 같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손이 낯설게 느껴졌다.

‘난 누구지? 아니, 어떤 존재지?’

남자의 머릿속에선 의문만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의문은 말로 생각난 것이 아니라 ‘개념’처럼 떠올랐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고, 궁금증이 생겨났다. 여기는 무엇이며, 나는 또 무엇인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남자는 겁이 났다.

“벼락을 맞았으니 정상이 아닐 거예요. 우선 우리가 지내는 움막으로 가요. 어두워지면 산짐승 때문에 위험해요. 여긴 호랑이도 돌아다녀요!”

호명은 남자를 일으켜 세운 뒤 자신을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남자는 호명이 걷는 모습을 보며 그대로 따라 걸었다. 처음엔 휘청이며 뒤뚱거렸지만 곧 잘 걷게 되었다. 그렇게 루루를 업은 호명은 남자를 데리고 움막으로 향했다. 호명은 알지 못했다. 그 남자는 벼락을 맞은 것이 아니라 그 벼락과 함께 방금 지구에 도착한 다른 행성의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들어오세요.”

호명은 남자를 움막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호명과 루루가 지내기엔 부족함이 없었지만 건장한 남자가 들어오자 집 안이 매우 좁게 느껴졌다.

“저는 올해 10살이고 이름은 양호명이에요. 얘는 제 여동생 양루루이고 나이는 2살입니다. 부모님은 지금 여기 안 계세요. 빚 때문에 세가 사람들에게 끌려가셨거든요. 간신히 나와 동생만 도망쳐서 이렇게 산에 숨어 사는 중입니다.”

하지만 남자는 눈만 깜빡였다.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뱉은 호명이 이어서 말했다.

“외국 분이라서 제 말을 못 알아들으시는 거 같네요. 음, 아저씨 이름을 모르니 우선 콧수염 아저씨라고 부를게요. 콧수염 아저씨!”

호명은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남자가 호명의 말을 따라 했다.

“코... 콧, 수... 염?”

“네! 콧수염!”

“콧. 수. 염!”

남자가 정확하게 발음하자 호명은 신기해했다.

“잘 따라 하시네요.”

늦은 밤까지 호명은 남자에게 자신의 말을 가르쳐주었다.


* * *

콧수염이 지구에 온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호명아, 토끼 덫 확인하러 갈 시간이에요.”

호명은 처음엔 남자와 간단한 의사소통이나 하려고 말을 가르쳐주었으나 지금은 대화에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저한테는 존댓말을 하면 안 된다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아저씨를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무시하고 업신여깁니다. 아저씨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비슷해 보이는 사람에겐 꼭 반말하세요. 존댓말은 나보다 강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만 하는 겁니다.”

“아, 미안. 또 깜빡했네.”

외모는 중년인이지만 말투는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아직 어린 호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호명이 미간을 찌푸렸다. 말이란 중요하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호명은 아무래도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 사람은 토끼 덫을 확인하기 위해 움막을 나섰다. 호명은 가면서 콧수염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에요.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죠. 따라서 다른 사람들 눈에 강하게 보일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예를 들면 거친 말을 섞어서 사용하는 거죠. ‘우라질’ 같은 욕이 대표적이에요.”

“우라질?”

“그리고 말끝에 ‘새끼’를 붙여도 좋아요.”

“새끼?”

호명은 콧수염에게 그 밖의 다양한 욕을 가르쳐주었다.

“만약 누군가 아저씨에게 시비를 걸면 이렇게 대꾸하세요. ‘네 창자를 꺼내 목에 감아주랴?’라고요.”

“네 창자를 꺼내 목에 감아주랴?”

“네. 겁을 주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사람의 배를 갈라서 창자를 꺼내거나 함부로 죽이면 안 돼요.”

“관군이 잡아가니까?”

“그보다는 정의롭지 못한 살인은 의협(義俠)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경우가 있어요. 누군가 아저씨를 죽이려고 한 경우. 그땐 그 사람을 죽여도 됩니다.”

“호오, 그럼 죽여도 된단 말이지?”

“네. 그건 정당방위예요. 그리고 약자를 괴롭히거나 죄 없는 사람을 죽인 사람도 죽일 수 있어요. 그건 의로운 행동이니까요.”

“그러니까 극악무도한 사람은 죽여도 된다는 거지?”

“네.”

법은 존재하나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그럼 호명이 부모님을 잡아간 사람도 나쁜 사람들이야?”

“그건 아니에요. 고리대금업자인데 진주언가의 방계 쪽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위세가 대단해요. 부모님을 풀려나게 하려면 빌린 돈을 갚아야 하죠.”

“갚아야 할 돈이 얼마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우선 토끼 가죽을 꽤 모았으니 마을로 내려가 보려고요.”

그동안 호명과 콧수염은 2백 마리가 넘는 토끼 가죽을 모았다. 고기는 먹고, 가죽은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다.


콧수염은 아래쪽의 덫을, 호명은 위쪽의 덫을 살폈다. 그런데 호명 옆에서 놀던 루루가 보이지 않았다.

“루루야?”

갑자기 불안감을 느낀 호명은 루루를 찾기 위해 주변을 뛰어다녔다. 다행히 루루는 멀지 않은 곳에서 놀고 있었다.

“오빠 옆에서 놀라고 했잖아.”

루루를 안아 올리는 순간, 호명의 몸이 굳어졌다. 호명의 왼쪽으로 커다란 호랑이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불과 2장(6m)도 되지 않는 거리였다.

“꺄아아악!”

호명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비명을 듣고 놀란 콧수염이 단숨에 산을 뛰어올랐다. 바닥을 한 번 박찰 때마다 5장의 거리를 나아갔다. 순식간에 산을 올라 온 콧수염의 눈에 호명과 루루 그리고 호랑이의 모습이 보였다. 호랑이가 막 호명과 루루를 덮치려 하는 순간이었다.

“안돼!”

놀란 콧수염은 자신의 몸을 던져 호명과 루루를 감쌌다.

어흥!

크게 입을 벌린 호랑이는 한 번 울음을 토해내더니 그대로 콧수염의 등을 덮쳤다.


투둑!

날카로웠던 호랑이의 송곳니 2개가 콧수염의 살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졌다.

응? 왜 이러지?

호랑이는 예상 못 한 상황에 당황했다. 콧수염은 천천히 뒤를 돌아 호랑이의 눈을 노려보았다.

“너 지금 우리 잡아먹으려고 한 거지?”

콧수염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눈치 없는 호랑이는 위협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입을 크게 벌리고 포효했다. 그 순간, 콧수염은 있는 힘껏 주먹으로 호랑이의 아구창을 날렸다.

퍽!

빠직!

콧수염의 주먹 한 방에 호랑이의 안면 뼈가 박살 났다. 기절한 호랑이는 대(大) 자로 나자빠졌다. 호명과 루루는 너무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콧수염은 속상함을 느꼈다.

“이 빌어먹을 호랭이 새끼!”

콧수염은 기절한 호랑이의 꼬리를 잡고 머리 위로 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황소만 한 호랑이가 콧수염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엉덩이와 꼬리 부분이 ‘뚝’하고 끊어져 버렸다. 호랑이의 꼬리는 콧수염의 손에 남았고, 몸은 산 아래 계곡에 처박혀 버렸다.

“울지마. 내가 호랑이를 혼내줬어. 이젠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콧수염은 양쪽 팔로 호명과 루루를 들어 올린 후 움막으로 돌아왔다.


“정말로 아저씨가 호랑이를 맨손으로 물리쳤어요?”

“응.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던걸.”

“와, 굉장해요! 호랑이를 맨손으로 물리쳤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는데 모두 영웅호걸이었다고요!”

“에이, 그냥 운이 좋게 늙은 호랑이가 걸렸겠지.”

콧수염은 다른 성인 남자와 어울린 기억이 없어서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했다.


* * *

보름 후 아침, 콧수염과 호명은 산에서 내려가기 위해 준비했다. 호랑이의 꼬리는 콧수염의 허리띠가 되었다.

콧수염은 루루를 업은 뒤 양손에 토끼 가죽 묶음을 들었다.

“준비 끝났으면 가자.”

“네.”

콧수염은 처음으로 마을에 내려가는 거였다. 호명을 통해서 이야기로만 듣던 도시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한 시진 정도 산에서 내려오자 이들의 눈앞에 마을이 나타났다. 콧수염의 눈에 들어온 도시의 모습은 놀라웠다. 튼튼하고 멋지게 지은 집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성인 남자는 물론 성인 여자를 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우와!”

콧수염에게는 처음 보는 신기한 세상이었기에 얼빠진 사람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제가 그랬죠? 도시에서 그렇게 넋 놓고 있다간 나쁜 사람들의 표적이 된다고.”

“응, 미안.”

“그래도 아저씨가 있어서 든든하고 좋네요.”

세 사람은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는 더 많은 사람과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콧수염이 말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호명아, 저 동물이 뭐니?”

“말이에요.”

“저게 바로 말이구나. 엄청 맛있게 생겼는걸.”

“맛있다고는 하는데 식용으로 먹기에 말은 너무 비싸요.”

“생긴 것만 봐도 비쌀 거 같긴 하다.”


어느새 셋은 가죽 상가 앞에 도착했다.

콧수염은 연습한 대로 매대에 토끼 가죽 묶음을 올리고는 주인에게 물었다.

“직접 잡은 산토끼 가죽이라오. 얼마나 주실 수 있소?”

그런데 상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은자 열다섯 냥.”

그러자 호명이 발끈하고 나섰다.

“네? 열다섯 냥이요? 대충 세어도 2백 마리가 넘는다고요!”

상인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엄청난 양의 토끼 가죽이 쌓여 있었다.

“주변에 토끼농장이 여럿 생겼단다. 이젠 토끼를 어렵게 잡으러 다니지 않아. 농장에서 돼지 기르듯이 기르지. 토끼는 번식력이 좋아서 천적만 없다면 이런 가죽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거든. 또 겨울이 끝났잖니.”

아무리 겨울이 지났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망한 호명이 결정을 내렸다.

“할 수 없군요. 알았어요.”

호명이 콧수염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어험, 그럼 할 수 없군. 그 돈이라도 주시오.”

주인은 콧수염에게 은자 열다섯 개를 건네며 조언했다.

“이젠 토끼 가죽은 돈이 되지 않소.”

“그럼 뭐가 돈이 됩니까?”

“당연히 호랑이지. 크기가 클수록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오.”

“호랑이요?”

콧수염은 산에서 혼내준 호랑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 근처에서는 호랑이를 잡기 어려울 거요. 사냥꾼들 말에 의하면 호랑이 씨가 말랐다고 하더이다. 뭐에 놀랐는지 호군(虎君)과 함께 근방 호랑이들 모두가 떠났다고 하오.”

“그렇군. 고맙소.”

콧수염이 돌아서는데 주인이 그의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혹시 허리에 두른 거, 호랑이 꼬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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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_마법 반지 +2 21.06.03 23 3 14쪽
9 9_꼬리 없는 호랑이 +2 21.06.01 40 3 12쪽
8 8_서안객잔의 사냥꾼 +1 21.05.30 45 3 12쪽
7 7_천마와 성녀 +3 21.05.23 59 4 12쪽
6 6_중원의 이방인 (4) +3 21.05.14 125 4 13쪽
5 5_중원의 이방인 (3) +2 21.05.13 79 4 11쪽
4 4_중원의 이방인 (2) +1 21.05.12 104 6 11쪽
» 3_중원의 이방인 (1) 21.05.12 117 4 13쪽
2 2_벨루가의 록시마 (2) 21.05.12 115 6 12쪽
1 1_벨루가의 록시마 (1) +4 21.05.12 202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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