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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법사의 무림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5 15:01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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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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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62,658

작성
21.05.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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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_중원의 이방인 (2)

DUMMY

“호랑이 꼬리 맞소.”

“진짜 호랑이의 꼬리요?”

“진짜요.”

콧수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놀란 상가 주인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잠깐 보여주시오.”

콧수염이 허리에 차고 있던 호랑이 꼬리를 풀어 주인에게 넘겨주었다.

“어이쿠, 이 무게 보소.”

주인은 묵직한 꼬리를 쓰다듬으며 혼자 말했다.

“굉장하군. 이 정도 두께와 길이면 호군의 꼬리라고 해도 믿겠어.”

“호군이 뭡니까?”

“호군을 모른단 말이오? 이곳 호랑이들의 대장이지. 이 동네 사냥꾼들 평생 꿈이 그 호군을 잡는 거라오.”

“그렇군요.”

“이거 나에게 파시오.”

“팔라고요?”

콧수염이 호명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호명이 주인에게 대신 물었다.

“얼마에 사실 건데요?”

주인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은자 스무 냥!”

20냥? 토끼 200마리 가죽이 겨우 열다섯 냥이었는데 호랑이 꼬리 하나가 스무 냥?!

콧수염과 눈을 맞춘 호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스무 냥에 팔겠소.”

주인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콧수염에게 돈과 가죽 허리띠 하나를 건넸다.

“이건 공짜로 드릴 테니 대신 매고 가시오.”


*

“호랑이 꼬리가 그렇게 비싼 거였다면 호랑이나 잡으러 다닐걸.”

“호랑이가 흔한 짐승이 아니에요. 이젠 근방의 호랑이가 모두 도망갔다고 하니 잡을 수도 없겠네요. 그래도 총 서른다섯 냥이니 적은 돈은 아닙니다. 원래 목표가 오십 냥이었거든요.”

“그럼 이 돈으로 호명과 루루 부모님을 바꿀 수 있는 거야?”

“그건 잘 모르겠어요. 우선 전당포로 가보죠. 여기서 멀지 않아요.”

“그래. 나도 어제 연습한 대로 잘해볼게.”

호명이 자신의 부모님을 찾아왔다고 하면 그들에게 잡혀서 노비로 팔려 가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호명과 콧수염은 부자(父子) 관계인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고리대금업자들은 매우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조심하세요.”

“알았어.”

콧수염과 호명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가장 번화한 거리의 중심에 자리 잡은 곳. ‘전당포(典當鋪)’라고 새겨진 커다란 간판이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저기에요.”

커다란 문과 간판이 주변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콧수염도 잠시 기세에 주눅이 들었다.

“굉장하구나.”

이곳은 특이하게도 다른 곳과는 다르게 대문 앞을 지키는 자리에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방문 목적에 따라 들여보낼지, 말지를 결정하는 곳이었다. 빌린 돈에 대한 소액의 이자를 갚으러 오는 양민들은 안까지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일을 해결하고 돌아갔다.

콧수염이 책상 앞에 서자, 탕건을 쓴 직원이 차갑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친구의 빚을 갚으러 왔소.”

빚을 갚으러 왔다는 말에 직원은 표정을 바꾸며 자신의 턱수염을 한 번 쓰다듬었다.

“친구 이름이 뭐요?”

“양권이라고 하오. 성이 ‘양’가이고, 이름이 ‘권’이오. 그의 아내도 함께 이곳으로 잡혀 왔다고 들었소.”

“양권이라···.”

직원은 두꺼운 장부를 뒤적여 바로 찾아냈다. 이름순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안평에 사는 갑오년생 맞소?”

콧수염이 호명을 바라보자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금액을 확인한 직원의 눈이 살짝 커졌다.

“돈은 가져왔소이까?”

콧수염은 연습한 대로 금액을 물었다.

“액수가 정확히 얼마요?”

“은자 350냥이오.”

깜짝 놀란 콧수염이 다시 물었다.

“어, 얼마요?”

“삼백오십 냥!”

직원은 짜증 나게 왜 계속 묻냐는 듯이 큰 소리로 호통치듯 외쳤다.

“거짓말! 그렇게 큰돈은 아니었어요!”

흥분한 호명이 자신도 모르게 받아쳤다. 직원이 그런 호명을 쏘아보았다. 당황한 콧수염이 먼저 반응했다.

“미안하오. 아들이 어른들 대화에 잘 끼어든다오. 아무튼 그 액수가 좀 이상한데···.”

“고리대금업이 뭔지 모르시오? 우린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소. 그래서 고리대금업(高利貸金業)이지. 물론 양권 부부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갚아야 할 돈은 이보다 적었소. 하지만 그사이 이자가 복리로 불어났다오.”

호명과 콧수염 모두 인상을 쓰며 고민에 빠졌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직원이 화를 냈다.

“돈 갚을 거요, 말 거요?”“양권 내외는 지금 살아있소? 생사라도 알려주시오.”

“치부책에 이름이 그대로인 걸 보니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 역시 듣지 못했소.”

호명과 콧수염의 얼굴에 ‘다행’이라는 표정이 지나갔다.

“하나만 더 물읍시다. 호랑이 가죽이면 은자 삼백오십 냥 정도 됩니까?”

“양질의 최고급 호피 3~4령(領)이 아니면 어림없소!”

한숨을 내쉰 직원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길 끝에 보이는 하얀 말을 가리키며 말을 더했다.

“저기 보이는 저 백마(白馬)쯤 돼야 그 정도 값어치가 될 거요.”

콧수염과 호명은 동시에 백마가 보이는 곳을 바라보았다. 백마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자, 도전하십시오! 힘겨루기하여 여기 있는 이 거구의 사내를 무대 밖으로 밀어내면 이 백마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돌로 만들어진 거리의 무대는 크기가 3~4장(9~12m) 정도로, 그 위에는 덩치가 크고 머리털과 눈썹은 하나도 없는 험악한 얼굴의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호명과 루루를 업은 콧수염은 우선 무대를 지켜보았다.

“내가 도전하겠소!”

구경꾼 사이에서 근육질 남성 하나가 당당히 나섰다.

“참가비는 은자 다섯 냥입니다.”

남자는 진행자에게 돈을 건네고는 무대 위로 올라와 웃옷을 벗었다. 조각처럼 깎아 놓은 듯한 갈색 근육이 햇빛 아래에 드러나자 구경꾼 모두가 감탄을 터뜨렸다.

“우와-!”

하지만 키와 덩치 모두 거구의 대머리가 도전자보다 확연하게 더 컸다.

“방법은 무엇이든 상관없소?”

“네. 무기만 사용하지 마세요. 자,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시작!”

진행자가 ‘시작’을 외친 후 무대 밖으로 몸을 피했다.

근육질의 도전자는 두 팔을 올려 겨루기 자세를 취했다. 반면 거구의 대머리 사내는 다리를 벌리고 실실거리며 그냥 서 있기만 했다. 그리고 먼저 덤벼보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근육질의 도전자가 대머리에게 달려가더니 몸을 날려 2단 옆차기를 펼쳤다.

이얍!

그런데 거구의 대머리는 피하지 않고 날아오는 도전자의 다리를 잡더니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린 후 그를 무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으악! 퍽!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시간이 있었기에 다행히 구경하던 관중들은 몸을 피해 크게 다치지 않았다.

“도전 실패! 구경하시는 분들은 조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마세요. 혹여 다쳐도 우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진행자와 대머리의 입꼬리가 활짝 올라갔다.

경기 모습을 본 호명과 콧수염은 관객들 뒤로 빠져나와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참가비가 은자 다섯 냥이면 해볼 만한 거 같아요. 아저씨는 어때요?”

“한번 해보고 싶어.”

“그럼 이렇게 해봐요.”


“이번엔 내가 도전하겠다!”

루루를 호명에게 건넨 콧수염이 참가비를 던져주고는 무대 위로 올랐다. 옷의 소매를 접어 올리자 양쪽 손목 위에 문신으로 새겨진 룬문자와 마법 써클이 드러났다. 같은 모양의 문신은 목 뒤에도 있었다. 이것을 본 진행자는 굳어진 표정으로 대머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경고였다.

“그럼 시작!”

진행자는 시작을 알렸으나 콧수염은 팔짱을 낀 채 대머리 사내만 노려보았다. 대머리가 먼저 공격하라고 해도 고개만 흔들었다.

“어? 당신 뭐야!”

거구의 대머리가 콧수염의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콧수염 역시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속임수였다. 그 순간, 대머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어 몸으로 콧수염을 밀어냈다.

추아아악-!

밀려나던 콧수염은 무대 끝에 멈춰 섰다. 그의 신발에서는 마찰로 인해 연기가 올라왔다. 가죽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딪힌 힘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돌로 만든 바닥이 살짝 파일 정도였다. 대머리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입꼬리가 올라간 콧수염은 한 손으로 대머리의 어깨를, 다른 손은 사타구니를 잡은 후 번쩍 들어 올렸다.

“우와!”

관중석에서 다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콧수염과 대머리는 키가 비슷했지만, 몸집은 대머리가 2배 이상 컸다. 그런 체급 차이에도 콧수염은 대머리를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그리고 뒤를 돌아 외쳤다.

“비켜!”

모여있던 많은 관중이 갈라지며 공간을 만들었다. 콧수염은 있는 힘껏 대머리를 무대 밖으로 던졌다.

팽!

‘오잉?’

대머리의 발목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질긴 끈이 하나 묶여있었다. 그리고 그 끝은 무대 중앙에 매여있었는데 작은 고리가 안쪽 깊이 박힌 터라 외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대머리는 무대 밖으로 나갔다가 고무줄 같은 끈의 반발력을 이용해 무대 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대머리는 돌아오면서 콧수염에게 2단 옆차기를 선물했다.

퍼퍽!

갑작스러운 공격에 콧수염은 그대로 넘어져 무대 중앙까지 미끄러졌다. 다시 무대에 착지한 대머리는 넘어져 있던 콧수염의 옷을 잡아 들더니 서둘러 무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쿵!

콧수염은 무대 밖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괜찮소?”

놀란 관객들이 콧수염이 괜찮은지 살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몸에는 찰과상 하나 없었다.

“이건 속임수예요!”

호명이 소리쳤다. 그러자 진행자가 반박했다.

“분명 말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맞아. 백마를 그리 쉽게 줄 리가 없지.”

구경하던 사람들도 진행자 편을 들었다. 바람잡이들이었다. 호명은 씩씩거리며 콧수염에게 갔다.

“아저씨, 괜찮아요?”

“졌구나. 미안해.”

“아니에요. 어차피 이길 수 없는 대결이었어요. 야바위꾼은 못 이겨요.”

“그나저나 백마를 얻지 못해서 어떡하지?”

그때 노인 관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 백마가 꼭 필요한가?”

“네.”

호명은 무심히 답했다.

“우리 집에 비슷한 백마가 한 마리 있네. 만약 내 부탁을 들어주면 그 말을 주겠네.”

“정말요?”

콧수염이 놀라 호명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호명은 차분히 되물었다.

“그 부탁이 뭐죠?”

“급하지 않으면 우리 집에 가서 얘기하세나.”

노인이 먼저 앞서 걷자 좋은 냄새가 풍겼다. 옷차림부터 냄새까지. 호명은 이 노인이 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명은 콧수염에게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노인을 따라가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노인을 따라가는 콧수염과 호명을 관중 속에 숨어서 지켜보는 수상한 시선이 있었다. 검은 삿갓에 검은 장삼, 얼굴은 회색 천으로 가린 채 눈만 내놓은 이 사람은 콧수염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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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_중원의 이방인 (4) +3 21.05.14 125 4 13쪽
5 5_중원의 이방인 (3) +2 21.05.13 79 4 11쪽
» 4_중원의 이방인 (2) +1 21.05.12 10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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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_벨루가의 록시마 (1) +4 21.05.12 202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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