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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법사의 무림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5 15:01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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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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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2,658

작성
21.05.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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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_천마와 성녀

DUMMY

“그러니까 콧수염 양반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잠들지 않았던 진수가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마법사라고요? 크크. 떠도는 아이들 동화 중에 마법사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소. 이거 무척이나 영광이군. 세상에, 내가 마법사를 만나게 될 줄이야!”

돌아 누워있는 부용의 어깨도 들썩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마법사라···. 그럼 콧수염 당신은 천마(天魔)로군. 그리고 소저도 다른 별에서 왔으니 성녀(星女)로고. 이제 두 분을 천마와 성녀로 불러드리리다. 흐흐흐.”

콧수염은 혼란스러웠다. 진수는 여자의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는데 정작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기 때문이다.

“너의 말을 믿어야 할 증거가 있나?”

“주위를 보세요. 우리와는 다르죠?”

먼지처럼 작은 희미한 푸른 불빛들이 어디선가 천천히 다가와 콧수염의 몸 안으로 계속 흡수되고 있었다. 개중에는 쌀알만큼 큰 것도 있었다.

콧수염의 그런 모습을 확인한 진수와 부용도 눈이 커졌다. 분명 자신과 다른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현상이었다. 오직 콧수염만이 밤하늘의 별처럼 작은 푸른 불빛이 모여들고 있었다.

“지금 그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

“나도 모르겠어. 도대체 이게 뭐야?”

그러자 여자가 설명을 시작했다.

“마법사는 별도의 마력을 사용해요. 그리고 그 마력은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로부터 조금씩 기운을 나누어 받지요. 풀, 나무, 곤충, 산짐승, 사람 할 거 없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로부터요. 낮에는 밝으니까 그게 잘 보이지 않지만, 밤에는 어두워서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겁니다. 다른 사람보다 힘이 더 센 것도 그 마력 때문이에요.”

여자의 설명을 들은 진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럼 아까 낮에 천마 도장이 붕붕 날아다녔던 것도 내공이 아니라 마력 때문이라는 건가?”

“네. 오직 마법사만이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당신 정말 마법사인 겁니까?”

진수가 콧수염에게 물었다.

“그 때문에 남들보다 적게 먹고, 적게 자도 오히려 힘은 더 넘치죠. 어때요? 맞죠?”

여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산에서 지낼 때 콧수염은 호명보다 더 적게 먹고, 잠도 훨씬 적은 시간을 잤다. 그런데도 힘은 언제나 넘쳐났다.

“맙소사. 그럼 정말 내가 천마란 말이야?”

“당신은 다른 세계에서 온 마법사 맞아요.”

“그럼 기억은 왜 사라진 거지?”

“저도 그게 이상해요. 보통 벨루가에선 마법사를 다른 감옥 행성으로 유배 보내지 않아요. 마법사가 없는 행성으로 오면 ‘신’적인 존재가 되어 세계를 어지럽히니까요. 그런데 당신은 이곳으로 왔어요. 아마 자신이 마법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기억을 뽑아낸 뒤 이곳으로 보낸 거 같아요. 기억을 뽑아내는 마법이 있다고 들은 적 있거든요.”

“그럼 난 악당이었단 말인가?”

“아뇨. 그건 아직 몰라요. 악당의 기준은 상대적이니까요. 저 역시 사람에 따라 악당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요.”

“기억을 뽑아냈다면 다시 넣을 수도 있다는 건가?”

“기억을 뽑아낼 땐 특정 수정구슬을 사용한다고 들었어요. 만약 그 수정구슬이 그대로 있다면 기억을 다시 넣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마세요. 이렇게 다른 행성으로 보낼 정도면 아마 그 수정구슬도 이미 없애버렸을 테니까요.”

이때 진수가 여자에게 질문했다.

“그럼 소저는 무슨 죄를 짓고 당신의 별에서 쫓겨난 거요?”

여자는 진수의 질문에 당황했다.

“... 사기요.”

“잉? 사기?”

“우리 행성에서는 사기가 매우 중한 범죄예요. 살인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죠. 하지만 사형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보내진 겁니다.”

진수가 휘파람을 한 번 불었다.

“사기는 나쁘지. 암. 남자들을 홀리고 재물을 빼앗은 거요?”

“아뇨! 난 마술사예요. 마술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속이는 거죠. 우리 행성은 마법사들이 상류층으로 군림하며 행성 전체를 통치하고 있는데 이들은 매우 부패했어요. 모든 권력을 쥐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죠. 그래서 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좀 쳤어요.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죠. 그래서 마법사들에 의해 여기로 쫓겨온 겁니다.”

“맙소사. 협객이로군. 농담이 아니라 진짜 성녀라고 불러드려야겠소.”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이곳으로 오기 전엔 스텔라였어요.”

“스텔라···.”

“하지만 ‘성녀’라는 별칭이 더 듣기 좋네요. 이곳 분위기와도 맞고요.”

“그럼 성녀라고 불러줄게. 난 천마라고 불러.”

“네.”

이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부용이 입을 열었다.

“사기꾼의 말을 어찌 믿습니까? 난 여기 있는 사파 사람의 말도 못 믿겠던데···.”

부용이 진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사파인이긴 하지만 얼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선입견이오! 난 그냥 현실적인 사람일 뿐이라고!”

진수가 애써 자신을 변호했다.

“이건 그냥 내 느낌인데 지금 성녀의 말은 거짓말이 아닌 거 같아. 우리를 속이려고 했다면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았을 거야.”

“옳거니!”

“그럼 정말 마법사란 말을 믿는 겁니까?”

부용의 말에 성녀가 발끈했다.

“그럼 내가 여기까지 왜 따라왔겠어요?”

성녀의 질문에 진수가 되물었다.

“그러게. 그럼 소저는 천마를 왜 따라서 온 거요?”

“마법사는 이곳에서 ‘신’ 같은 존재예요. 같이 다니면 신을 친구로 둔 거나 다름없죠.”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중원 무림의 세계.

이곳에서 여자 혼자 살아간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사람 죽이는 것을 개나 돼지를 죽이는 것처럼 생각하는 시대였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외모의 젊은 여성이니 오죽하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가리고 남자처럼 지내왔다.


진수와 부용은 성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재미난 사람들과 인연이 생겼군. 궁사, 검사, 법사, 술사까지 모두 모였소. 이번 상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면 흩어지지 말고 우리 같이 다닙시다.”

진수는 자신의 유쾌한 성격처럼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네 사람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상행 일행은 해가 뜨기도 전에 아침을 먹고 출행 준비를 했다.

“오늘 밤은 편하게 객잔에서 지내려면 서둘러야 하오. 안 그러면 또 노숙하는 신세가 될 거요.”

산적 떼 때문에 노숙은 좋지 않다. 일행은 행수 장생의 요청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길을 떠났다.


한참을 가다가 천마가 수상한 시선을 느꼈다. 천마의 미간이 좁혀지자 진수가 눈치채고는 천마에게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저기 숲에서 우릴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

“아, 아마 산적 무리의 견시병일 겁니다. 우리를 탐색하는 중이겠지.”

얼마 후, 수상한 시선은 곧 사라졌다.

“우릴 지켜보던 이가 사라졌다.”

“이 효수가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군요. 아마 이걸 보고 포기한 걸 겁니다.”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생은 모두에게 외쳤다.

“곧 산길이 끝나고 평지가 나오니 거기서부터는 속도를 좀 더 올립시다.”

“네!”


진수가 성녀에게 물었다.

“여기 천마 도장이 마법사라면 마법은 어떻게 사용하는 거요? 마법 쓰는 걸 보고 싶소.”

“지금 당장은 어려워요. 마법 반지가 있어야 해요.”

“잉? 그럼 영원히 불가능한 거 아니오? 마법 반지를 어디서 구한다고···.”

“마법 반지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에요. 홍보석(루비), 청보석(사파이어), 취옥(에메랄드), 금강석(다이아몬드), 황옥(토파즈) 같은 보석으로 된 반지는 모두 마법 반지로 사용할 수 있어요. 문제는 마법사마다 자신이 사용하는 보석이 다른데 보통 대마법사라면 방금 제가 말한 보석 중 하나일 확률이 가장 높아요. 진주나 경옥(비취), 단백석(오팔)은 그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보석이지만 이건 주로 여자 마법사들이 사용합니다. 남자 마법사는 잘 사용하지 않아요.”

“호오, 그럼 돈을 벌게 되면 보석 반지부터 사야겠소?”

진수의 말에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군.”

부용은 여전히 성녀를 믿지 못했다.

“만약 그 보석 반지만을 훔쳐서 도망간다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소.”

“그쪽은 여자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요?”

부용의 의심에 성녀가 발끈했다.

“어허. 그러다 두 사람 정분나겠소. 흐흐흐.”

진수가 부용과 성녀를 번갈아 보며 놀려댔다.


* *

노을이 거의 사라지기 직전, 상단 일행은 서안객잔에 도착했다.

이곳은 사천과 청해, 감숙으로 나뉘는 길목이기 때문에 오고 가는 상단도 많고, 이들을 위한 객잔 또한 규모가 상당했다. 도적으로부터 물건과 말을 지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시내는 쉬지 않고 관군이 순찰하였다. 혹여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어김없이 검문했다.

서안객잔은 섬서객잔 다음으로 큰 숙소다. 천마와 성녀조차 큰 규모에 잠시 놀랐다.

상단은 말과 짐수레를 보관소에 맡긴 뒤 1층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듬성듬성 손님이 몇몇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복잡하지 않아 다행이군.”

천지상회는 다른 상단과 함께 다니는 시기를 피했다. 이것은 장단점이 있는데 산적에겐 불리하나 상행에 성공하면 많은 이문을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중소 상단은 마치 도박처럼 일부러 이런 비수기 상행을 다녔다.


“배불리 먹고 편히 누워 잘 수 있겠습니다.”

“난 목욕을 빨리하고 싶어요.”

“오늘 그것 모두 할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게.”

장생이 음식 주문을 넣고 일행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릴 때였다.

범상치 않은 외모의 검객이 자신보다 배는 더 커 보이는 덩치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검객이 들고 있는 커다란 언월도가 유독 눈에 띄었다. 덩치는 오랏줄에 묶여있었다.

“현상금 사냥꾼인게로군.”

장생이 말하자 이어 진수도 아는 체를 했다.

“저자 이름이 뭐였더라?”

“유명한 고수입니까?”

“그런 고수라면 내가 이름을 기억 못 할 리 없지. 살인을 저질러 수배된 산적 두목을 잡은 모양이오.”

긴 머리카락에 얼굴의 흉터 그리고 커다란 언월도만 보면 굉장한 고수 같은데 진수는 애써 그의 실력을 평가절하했다.

언월도의 무사는 탁자에 자리를 잡은 뒤 덩치를 바닥에 꿇리고 점소이를 불렀다.

“식사 좀 가져오시오.”

“호송인은 따로 옥에 가두어 드릴까요?”

“아니, 괜찮소.”

언월도 무사의 등장 때문에 식당 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도대체 잡아 온 자가 누굴까요?”

자보가 물었다.

“나도 그게 궁금한데 아마 물어도 안 가르쳐줄 거 같군.”

진수는 물론 상단인 모두 그 사연이 무척 궁금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한참 식사하는 도중 관군 네 명이 1층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어이, 점소이! 여기 술 좀 가져와라!”

“네!”

관군이 자리를 잡자 매일 반복된 것처럼 점소이가 술상을 탁자로 날랐다.

“수상한 사람은 없었고?”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묻자 점소이가 언월도 무사 쪽을 눈길로 알려주었다. 관군들 눈에 언월도의 무사와 오랏줄에 묶인 덩치의 모습이 보였다.

“흠, 현상금 사냥꾼인 게로군. 축하하오.”

언월도의 무사는 관군을 향해 말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런데 관군 병사 하나가 대장에게 귓속말로 뭐라 속삭이자 그의 표정이 변했다. 그리고는 탁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언월도의 무사에게 향했다.

“혹시 지금 오랏줄에 묶여있는 자가 천하무쌍 조악걸 아니오?”

“아닙니다. 다른 잡니다.”

언월도 무사는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관군 대장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정말 아니오?”

“네.”

그러자 조악걸이 눈치를 보더니 관군 대장에게 외쳤다.

“저 천하무쌍 조악걸 맞습니다!”

조악걸이 도발하자 무사는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녀석이 거짓말하는 겁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러자 관군 대장은 조악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여기저기 터지고, 찢어지고, 부은 얼굴이어서 알아보기가 어려웠지만, 대장은 조악걸의 특징을 찾아냈다.

“맞네, 조악걸! 여기 눈매랑 점이 똑같구먼, 뭘!”

그러자 언월도를 잡은 무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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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_복수의 시간 +1 21.06.05 32 4 13쪽
10 10_마법 반지 +2 21.06.03 22 3 14쪽
9 9_꼬리 없는 호랑이 +2 21.06.01 40 3 12쪽
8 8_서안객잔의 사냥꾼 +1 21.05.30 44 3 12쪽
» 7_천마와 성녀 +3 21.05.23 59 4 12쪽
6 6_중원의 이방인 (4) +3 21.05.14 125 4 13쪽
5 5_중원의 이방인 (3) +2 21.05.13 79 4 11쪽
4 4_중원의 이방인 (2) +1 21.05.12 104 6 11쪽
3 3_중원의 이방인 (1) 21.05.12 116 4 13쪽
2 2_벨루가의 록시마 (2) 21.05.12 115 6 12쪽
1 1_벨루가의 록시마 (1) +4 21.05.12 201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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