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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법사의 무림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5 15:01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935
추천수 :
51
글자수 :
62,658

작성
21.05.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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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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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6_중원의 이방인 (4)

DUMMY

쌔애애액! 쌔애애액!

화살은 가장 먼저 호위무사들에게 날아들었다. 갑옷을 입고 있던 호위들이 먼저 머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물론 푸른 갑옷을 입고 있던 콧수염에게도 화살이 날아왔다.

퍽!

콧수염은 왼쪽 팔에 들고 있던 둥근 나무 방패를 들어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콧수염은 다른 사람들보다 주변의 환경, 특히 누군가 살기를 가지고 공격해오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해냈다. 그래서 날아오는 화살을 감각으로 느끼고 방패로 막은 것이다.

화살이 얼마나 빠르고 강한지 화살에 맞은 콧수염의 나무 방패가 ‘쩍’하고 금이 갔다.

< 나를 죽이려고 한 사람은 죽여도 돼요. >

그 순간, 콧수염은 호명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날 죽이려 했단 말이지!’

그런데 숲속의 바위 뒤에 숨은 도적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도적이다! 다들 화살을 조심해!”

행수 장생이 소리쳤다.

콧수염은 수레를 밟고 몸을 최대한 높이 날렸다. 순식간에 콧수염의 몸이 7장 위로 튀어 올랐다. 그런 콧수염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진수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높이 올라가자 바위 뒤에 숨어 있는 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콧수염은 들고 있던 창을 힘껏 던져 콧수염에게 화살을 쐈던 자를 명중시켰다. 그것을 지켜본 산적들 모두 당황했다. 땅에 내려온 콧수염은 다시 한번 뛰어올랐다. 이번엔 도적들이 공중에 뛰어오른 콧수염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콧수염은 방패로 날아온 화살을 막은 뒤 그 방패를 활을 쏜 도적에게 그대로 던져 명중시켰다.

퍽!

빠르게 날아온 방패에 맞은 도적이 그 자리에 기절하여 쓰러졌다.

예상외의 반격에 놀란 도적들이 더욱 거세게 화살을 쏘아댔다.

“말은 맞추지 마라!”

그 와중에도 도적들은 말을 맞추지 않았다. 말이 없으면 훔친 물건 옮기는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피이잉, 딱! 피이잉, 딱!

뒤에서 날아온 암기 때문에 도적 둘이 쓰러졌다. 피리처럼 생긴 대나무 안에 암기를 넣고 입으로 쏘는 독침이었다.

“뒤다!”

도적들은 뒤를 돌아 살폈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날아오는 화살이 멈추자 진수가 먼저 자신의 활에 화살을 걸고 일어났다.

끼이이잉.

쇠줄로 된 활시위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당겨졌다. 그리고 바위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던 도적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슈아아악, 펑!

음속을 돌파한 화살은 중간에 둥그런 연기 자국의 소닉붐을 만들며 그대로 도적의 머리에 명중했다.

퍽!

화살에 맞은 도적의 머리는 마치 수박이 터지듯 터져 버렸다. 피와 함께 조각난 뇌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리자 남은 도적들이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히익! 안 되겠다. 후퇴!”

도적들은 미리 확보해놓은 도주로를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목격한 진수는 화살 하나를 더 날렸다.

슈아아악, 펑!

이번에도 음속을 돌파하며 소닉붐을 만들어낸 화살은 도망가는 도적의 등을 그대로 관통했다.

퍽!

도적의 몸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검을 빼든 부용은 도망치는 도적의 뒤를 쫓았다. 그는 죽지 않고 꿈틀거리던 도적의 심장에 순식간에 검을 꽂았다가 빼고는 경공을 펼치며 따라가 맨 뒤에 있던 도적의 목을 잘랐다.

“곽 도장, 멈추시오! 필시 함정이 있을 거요!”

진수의 외침에 부용은 즉시 경공을 멈췄다. 그의 발아래에는 정말로 가는 실이 팽팽하게 묶여있었다. 멀리 떨어져 검집으로 실을 건들자 바닥에서 독이 묻은 바늘 수십 개가 튀어 올랐다.

돌아온 부용이 진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맙소.”

“생명의 은인인데 눈 좀 보며 말하면 어디 덧나슈?”

진수가 뭐라 했지만, 부용은 쓰러져 있는 시신만 살폈다.

콧수염이 쓰러뜨린 자가 둘, 진수가 죽인 자가 둘, 뒤에서 날아온 암기에 당한 자가 둘, 부용이 따라가 목을 벤 자가 하나. 총 일곱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역시 둘은 뒤에서 암기에 당했군.”

진수는 행수에게 가서 보고했다.

“다섯이 도망쳤고, 죽은 도적은 총 일곱입니다. 그중에 둘은 우리가 아닌 사람이 암기를 쏘았습니다.”

“그래요? 그게 누군지는 모르고요?”

“네.”

상단의 피해도 컸다. 우선 호위 셋이 화살에 맞아 가장 먼저 즉사했고, 사환도 둘이나 사망했다. 도적 떼의 빗발치는 화살 공격은 위력이 상당했다.

“호위 셋이 죽을 줄 어찌 알았나?”

콧수염이 진수에게 다가와 물었다. 진수는 분명 그들이 곧 죽을 것이니 이름을 알 필요가 없다고 했었다.

“산적이 상단을 공격할 때 첫 표적은 호위무사들입니다. 근데 저렇게 푸른색의 갑옷을 입고 있으면 그대로 표적이 되지요. 병장기를 들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수의 말을 들은 콧수염은 바로 입고 있던 갑옷을 벗었다.

“그쪽은 표적이 되더라도 무사할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낄낄낄. 딱 보면 알지. 고수인지, 아닌지. 근데 그쪽의 능력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대단하더군요.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진수와 콧수염은 다시 숲으로 돌아와 시신을 살폈다.

“평범한 산적들은 아니군.”

“왜 그렇지?”

“모두 똑같은 옷으로 맞춰 입고 있잖습니까? 일반 산적이나 녹림들은 이렇게 옷을 통일하지 않지. 더군다나 이들이 사용한 활은 오래되지도 않았고, 생긴 게 모두 똑같소. 꼭 표국놈들 같군.”

서기인 자보가 다가와 말했다.

“역시 일월표국과 관련된 자들 같습니다.”

“나쁜 놈들, 아무리 힘없는 중소 상단이라지만 이런 짓을 벌이다니. 단주에게 꼭 알리시오. 일월표국의 표적이 된 게 확실하오.”

“단주님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계십니다.”

“앞으로 이런 놈들을 얼마나 상대해야 할까요?”

자보가 진수에게 물었다.

“표국 놈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되오. 아마 한 번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다음 공격은 준비하지 않았겠지. 특히나 엄청난 화력에도 우리의 반격이 대단해서 다시 공격할 생각은 못 할 거요. 막강한 고수와 함께 더 많은 인원이 와야 하는데 갑자기 그런 인원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진수는 수레로 가더니 도끼를 가지고 왔다.

“전부 목을 잘라서 수레마다 하나씩 높이 꽂읍시다.”

진수가 죽은 도적의 머리를 자르려고 했다. 놀란 콧수염이 말렸다.

“그건 너무 잔인한 짓 아닌가?”

“이건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가는 길에 산적들이 쉽게 공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는 길에 만난 도둑의 목을 이렇게 잘랐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한마디로 우린 무서운 놈들이니 허튼수작하지 말라는 뜻이지.”

퍽!

진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용이 자신의 검으로 도적의 목을 내리쳤다.

“그나저나 뒤에서 암기로 도와준 분 얼굴이나 봅시다.”

진수가 콧수염을 보며 말했다.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하는 건가?”

“그쪽과 같이 온 사람 아닙니까? 난 그쪽과 동패인 줄 알았는데···.”

“아니. 난 모르는 사람이야.”

“어허, 그래요?”

진수가 부용에게 물었다.

“어이, 화산의 제자. 혹시 당신의 사형제요?”

‘화산’이라는 말에 부용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걸 어찌 알았소?”

“어찌 알긴. 검 쓰는 게 딱 ‘화산파’구만 뭘. 화산에서 쫓겨난 거요? 아니면 스스로 하산한 거?”

하지만 부용은 진수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계속 도둑의 목만 잘랐다. 부용의 대답이 없자 진수의 불평이 이어졌다.

“사춘기도 한참 전에 지났을 텐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군. 아무튼 정파 놈들은 유난하다니까.”

짜증 난 진수가 숲에 대고 소리쳤다.

“거기 암기 날리신 분! 숨지 마시고 나오시오! 같은 편인 거 같은데 같이 갑시다!”

하지만 숲은 조용했다.

그런데 곽부용은 존재를 감지했다. 가만히 숲을 바라보던 부용이 어딘가를 후다닥 뛰어가 검은 장삼의 삿갓을 찾아냈다.

“당신, 누구요?”


*

부용이 검은 장삼의 삿갓과 함께 숲 밖으로 나왔다. 그를 본 콧수염은 깜짝 놀랐다. 저잣거리에서 대머리 거구와 붙었을 때 관중석에 있었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콧수염은 모른척했다.

검은 장삼은 얼굴도 회색 천으로 감아놓아서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진수가 장삼의 삿갓에게 포권하고는 물었다.

“우리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뉘시기에 저희를 도와주신 겁니까?”

검은 장삼은 얼굴을 가린 회색 천을 살짝 내려 입만 내놓고 말했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목격했을 뿐입니다.”

“맙소사! 여자잖아.”

검은 장삼의 삿갓은 놀랍게도 여자였다. 하지만 삿갓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평소 호신용으로 배워둔 암기술이었는데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행수 부장생이 다가와 검은 여인에게 제안했다.

“여인 혼자서 여행하시기엔 위험한 산길입니다. 목적지가 어디 신지는 모르겠으나 방향이 같다면 저희와 함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디로 가는 상단입니까?”

“저희는 서장까지 갑니다.”

“저도 서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오, 그럼 잘 되었군요.”

행수는 도움이 될만한 고수가 한 명 더 생겼다는 사실이 기뻤다. 반면 자보와 진수는 여인이 함께한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부용은 여전히 무뚝뚝했고, 콧수염 역시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수레에는 기다란 장대 꼭대기에 도적의 효수가 꽂혔다. 시신을 수습한 상단은 다시 서장을 향해 출발했다.


*

도적과의 일전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여 예정했던 마을에는 도착하지 못했다. 상단은 적당한 곳을 찾아 야영 준비에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후 모닥불을 두 곳에 피웠는데 자연스럽게 상단 사람들과 호위들로 나뉘었다.

“그럼 일찍들 주무시오. 내일 또 산을 넘어야 하니.”

진수가 먼저 불을 뒤에 두고 모로 누웠다. 그리고 부용도 똑같이 돌아서 모로 누웠다. 콧수염과 검은 여인만이 눕지 않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날 따라온 건가?”

콧수염이 말하자 검은 여인의 몸이 굳어졌다.

“저잣거리에서 내가 대머리와 겨룰 때, 관중 속에서 날 지켜보고 있었잖아.”

사실 콧수염은 그녀가 아니라고 대답할 줄 알았다. 그냥 우연히 마주치게 된 거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놀라웠다.

“맞아요. 당신을 따라온 겁니다.”

여인의 대답에 콧수염은 너무 놀랐다.

“왜, 날 따라온 거지?”

“난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요.”

나의 출신을 안다고? 콧수염에겐 충격적인 말이었다.

“예전부터 날 알고 있었나?”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단지 당신의 고향을 안다는 거죠. 바로 당신이 태어난 곳.”

“그렇군.”

콧수염은 좀 실망스러웠으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6개월 이전의 기억이 없어. 내 이름은 물론, 어디에서 왔는지조차 모르지. 내 고향이 어디지?”

“정말요? 정말 기억이 없나요?”

“그렇다.”

한숨을 쉰 여인은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밤하늘의 별을 가리켰다.

“저기요. 당신은 저 멀리 있는 ‘벨루가’라는 행성에서 왔어요.”

으잉? 이건 또 뭔 소리지? 미친 여자인가? 아니면 농담?

콧수염이 목소리 톤을 살짝 올렸다.

“지금 나랑 농담하자는 거야?”

“농담 아니에요. 당신의 손목과 목에 있는 문신이 벨루가의 마법사라는 증거죠.”

여인은 쓰고 있던 삿갓을 벗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무명천을 풀었다. 그러자 아름다운 20대 여성의 얼굴이 나타났다.

“내가 마법사라고?”

“네. 손가락을 보세요. 커다란 반지를 꼈던 자국이 있죠? 바로 마법 반지를 꼈던 흔적입니다.”

콧수염은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양 손가락에 반지 자국이 남아있었다. 농담 그만하라고 하고 싶어도 그녀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여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 당신도 나와 같은 곳에서 왔나?”

“아뇨. 저는 벨루가 이웃 행성인 포퍼스에서 왔어요. 우리 행성에도 마법사가 있지만, 벨루가처럼 많지 않아요. 벨루가는 인구의 3분의 1이 마법사여서 마법사들의 행성으로 불리죠. 하지만 포퍼스는 소수의 마법사가 행성의 지도층을 이루고 있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콧수염은 호명에게 다른 별에서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럼 날 그곳으로 보내줄 수 있어?”

“아뇨. 불가능해요. 난 마법사가 아니라 마술사거든요.”

콧수염은 마법사와 마술사가 뭔지는 알고 있었다.

“왜 벨루가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죠? 이곳에서 당신은 ‘신’이나 다름없는데 말이죠.”

“내 기억을 찾아야 하니까.”

“이곳은 대표적인 감옥 행성 중 하나예요. 나나 그쪽이나 그곳에서 중범죄를 짓고 이곳으로 유배를 온 겁니다. 되도록 돌아가지 않는 게 좋아요.”

그러자 갑자기 진수가 웃음을 터뜨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크크크, 도저히 못 들어주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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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_중원의 이방인 (2) +1 21.05.12 10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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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_벨루가의 록시마 (1) +4 21.05.12 201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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