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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법사의 무림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5 15:01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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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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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62,658

작성
21.05.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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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_중원의 이방인 (3)

DUMMY

콧수염 일행이 도착한 곳은 ‘천지상회(天地商會)’ 앞이었다.

“들어오시게. 여기가 내 집일세.”

노인이 상회 안으로 들어가자 콧수염 일행도 따라 들어갔다.

“대방 나리 오셨습니다!”

노인은 가장 먼저 노복에게 백마를 가져오게 했다.

“영달 아범, 가서 내 말 데려오게.”

“예!”

대형 상단은 아니지만 나름 규모를 갖춘 곳이었다.

“나는 천지상회의 주인 노영호라고 하네.”

“저는 콧수염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남자아이는 양호명, 여자아이는 양루루라고 합니다.”

“콧수염? 부르기 쉬워 좋군.”

곧이어 하얀 말이 노복의 손에 이끌려 마당으로 나왔다. 호명이 보기에도 야바위꾼이 가지고 있던 백마보다 고급스러워 보였다.

“저잣거리 말보다 훨씬 잘생겼네요.”

“허허, 이건 내 애마일세. 새끼 때부터 좋은 것만 먹여 키웠지.”

“그런 귀한 말을 저희에게 주시겠다는 건가요?”

“혹시 이 말을 팔 생각인가?”

이번엔 콧수염이 대답했다.

“네. 친구 부부가 전당포에 잡혀있어서 풀어주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금액은 얼마인가?”

“은자 350냥입니다.”

“그럼 백마 대신 돈으로 주겠네.”

상회주는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답했다. 콧수염과 호명의 눈이 커졌다.


“근데 부탁하실 일이라는 게 뭐죠?”

“우리의 주된 수입원은 상단을 꾸려 서장이나 천축, 남만과 무역을 하는 것일세. 그리고 일월표국에 상단의 보호임무를 맡겼지. 규모가 큰 상행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산적 떼를 만나 전부 빼앗겼다는 거야. 그래서 다른 표국에 의뢰했지. 그런데 또 털렸네. 알고 보니 일을 새로 맡긴 표국도 일월표국과 연결되어 있더군.”

눈치 빠른 호명이 먼저 이야기했다.

“그럼 표국 대신 상단의 호위를 맡아달라는 건가요?”

“똑똑한 아이군. 맞아. 우린 이제 더는 표국을 믿을 수 없게 되었어. 표국 자체에 상단을 보호할 실력이 없던가, 아니면 도적 떼와 짜고 물건을 빼돌리는 거겠지.”

그제야 콧수염도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표국은 상단의 인원과 물건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배달해야 한다. 그런데 종종 ‘천지상회’ 같은 중소 상단은 반대로 표국의 먹이가 된다. 상단 호위에 소홀하거나 인근의 녹림과 짜고 고의로 물건을 빼돌리는 짓을 벌이는 것이다. 규모가 큰 표국에게 중소 상단은 중요한 거래처가 아니기 때문이다.

“큰 상행이 두 번이나 털리다 보니 우리 상회의 기둥이 흔들리게 되었지. 그래서 이번 상행이 매우 중요하네. 어떤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상행을 무사히 마친다면 원하는 돈은 충분히 지급할 수 있네.”

하지만 콧수염에게는 호명과 루루가 문제였다.

“저, 아이들은···.”

“그게 문제라면 애들은 여기에 맡기고 다녀오게나. 잘 보살펴주겠네.”

그럼 얘기는 달라진다. 아이들만 산속 움막에 두고 떠난다면 문제겠지만 상회에 맡기면 콧수염은 걱정 없이 상단과 함께 상행에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저는 상단 호위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괜찮아. 다른 호위들도 있고, 좀 전에 저잣거리에서 본 자네의 능력이면 우리 상단에 큰 도움이 될걸세. 어렵지 않아. 그냥 도둑놈들로부터 상단의 상인과 물건을 보호하면 돼.”

상회주는 콧수염과 대머리 거구와의 대결을 인상 깊게 보고 제안한 것이었다.

콧수염은 마음을 굳혔지만, 호명은 그가 걱정되었다.

“아저씨, 상단을 호위하며 무역을 다녀오는 건 매우 위험하고 고생스러운 일이에요. 목숨도 걸어야 하죠. 우리 부모님 때문에 아저씨가 그럴 필요는 없어요.”

“무슨 소리. 호명이 네가 날 구했잖니. 이젠 내가 너의 부모님을 구할 차례야.”

콧수염은 호명과 루루를 상회주에게 넘겨주었다.

“아이들을 잘 맡아주십시오.”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시게. 상행은 오늘 출발이네.”

“오늘 바로요?”

상회주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콧수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 부 행수!”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달려왔다.

“예, 상회주님.”

“새로 온 상단 호위일세. 함께 떠나시게.”

부 행수가 콧수염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번 상행의 총지휘를 맡은 행수 부장생입니다.”

“아, 네. 저는 콧수염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콧수염이요?”

장생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름이 없습니까?”

“네. 그게, 사정이 좀 있어서요. 제가 벼락을 맞는 바람에 이름을 잊었습니다.”

“호오, 벼락을 맞았다고?! 용케 죽지도 않고 살았군. 허허허.”

상회주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반면 손목에 새겨진 기이한 문양의 문신들을 본 장생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표정으로 상회주를 바라보았다. 상회주는 부 행수에게 콧수염과 만나게 된 인연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니 데려가시게. 우리는 고수 한 명이 아쉽지 않은가.”

“그렇긴 하죠.”

“벼락을 맞고도 죽지 않은 사람이니 이 또한 우리에겐 기연일세.”

“알겠습니다, 대방 나리.”

콧수염과 아이들이 작별 인사를 했다.

“여기서 잘 지내고 있거라. 그럼 다녀오마.”

“꼭 몸조심하세요.”

아이들은 콧수염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장생은 콧수염을 데리고 가며 물었다.

“이런 상행은 처음이시오?”

“네.”


장생과 콧수염이 도착한 곳에는 짐이 가득 실려있는 커다란 수레 여섯 대가 놓여 있었다. 각각의 수레는 말이 한 마리씩 달려있고, 행수와 서기 그리고 네 명의 사환이 수레를 하나씩 맡았다. 서기는 웅자보란 젊은 남자였다. 눈치와 행동이 빠른 것이, 콧수염이 보기에도 똘똘해 보였다.

반면 호위단은 콧수염을 포함 총 여섯 명이었는데 누가 봐도 오합지졸이었다.

“호위단은 여기 있는 갑옷을 챙겨 입고 방패와 병장기도 챙기시오.”

콧수염은 행수가 시키는 대로 푸른색의 갑옷을 상체에 챙겨 입었다. 다른 호위들도 갑옷을 입었는데 유독 두 사람은 갑옷 착용을 거부했다. 한 사람은 얼굴이 도마뱀을 닮은 30대 사내였고, 다른 사람은 긴 머리에 잘생긴 20대 청년이었다.

“난 갑옷은 됐소.”

“나도 필요 없소. 병기도 내 것을 사용하겠소.”

“갑옷 없이 괜찮겠습니까?”

자보가 물었으나 두 사람은 반응하지 않았다.

콧수염은 갑옷을 거부한 두 남자에게 유독 시선이 갔다. 두 사람 모두 범상치 않아 보였다.

“설마 사람은 걸어서 가야 합니까?”

“네. 말이 여섯 필 뿐입니다. 말은 짐수레를 끌어야 하니 사람은 걸어야 합니다.”

“쳇, 걸어서 서장까지 가야 한다니. 엄청 고생길이 되겠군.”

호위 중 하나가 인상을 쓰며 툴툴거렸다.

대형 상단의 경우 수레를 두 마리의 말이 끌며 호위도 말을 탄다. 그래야 이동 속도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 상단은 말이 부족하므로 사람은 보통 걷는다.

“그럼 병장기는 되도록 가벼운 걸 들어야겠군.”

무거운 병장기를 선택했던 사람도 가벼운 ‘도(刀)’ 같은 걸로 바꾸었다. 콧수염도 처음엔 도끼(斧)를 잡았다가 가는 ‘창’으로 바꾸어 들었다.

“도끼는 혹시 필요할지 모르니 수레 구석에 싣고 갑시다.”

도마뱀을 닮은 남자가 콧수염이 내려놓은 도끼를 들어서 수레 구석에 찔러 넣었다.

“자보야, 출발하자!”

“예, 행수님!”

행수 장생이 출발을 명하자 말이 끄는 수레 여섯이 상회의 대문을 빠져나갔다. 입구 쪽에 숨어 있던 검은 장삼의 삿갓도 이들의 뒤를 몰래 미행하기 시작했다.


찢어진 눈의 도마뱀을 닮은 남자가 콧수염 옆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먼 길 말동무나 합시다. 나 황진수라 하오. 병기는 ‘궁’을 사용하지.”

진수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등에 가로질러 걸친 활을 가리켰다. 콧수염은 신기한 듯 그의 활을 관찰했다.

“허허. 좀 특이해서 놀랐소? 이게 일반 활이 아니라오. 당신도 활의 시위가 금속 줄로 되어 있는 것은 처음 볼 거요. 이 활로 화살을 쏘면 일반 화살보다 속도가 5배 이상 빠르다오. 대신 활의 시위 자체를 아무나 당길 수 없지.”

진수는 자신이 보유한 활의 특징을 자랑했으나 콧수염은 아예 처음 보는 무기였다.

“좋은 무기를 가졌군. 난 그냥 콧수염이라고 불러.”

진수는 대뜸 콧수염이 반말하는 게 기분 나빴으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 그러려니 했다.

“콧수염? 기억하기 편하군요.”

진수는 찢어진 눈과 도마뱀을 닮은 얼굴 때문에 첫인상이 좋지 않다. 그래서 그를 모르는 사람 대부분이 진수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진수는 자신이 먼저 말을 걸며 다가간다.

콧수염 역시 처음엔 진수에게 거부감이 들었었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나누고 보니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사람이었다. 진수가 콧수염의 갑옷을 보며 물었다.

“갑옷을 입은 걸 보니 이런 일이 처음이신가 봅니다?”

“그렇다. 처음이다. 근데 그대는 왜 갑옷을 입지 않은 거지?”

콧수염의 질문에 진수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행수와 서기도 입지 않았잖습니까? 호위라고 광고하고 싶진 않습니다.”

진수의 대답을 콧수염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엔 건너편에서 걷고 있는 젊은 무사에게 말을 걸었다.

“잘생긴 젊은 양반, 통성명이나 하고 갑시다. 나 황진수요.”

“곽부용이라고 합니다.”

싸늘한 분위기의 부용은 보지도 않고 차갑게 대답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정파 출신인가 보군.”

부용의 태도에 심통이 난 진수가 쏘아붙였다. 하지만 부용은 진수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하얀 천으로 감아놓은 검은 뭐요?”

부용은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무명천으로 꽁꽁 싸매놓았다. 즉,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검이란 의미였다.

“신경 쓰지 말아 주십시오.”

부용은 여전히 차가웠다. 진수는 콧수염을 보며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젊은 사람이 너무 무뚝뚝하군.”

부용은 허리에 찬 검을 잘 보이지 않도록 옷으로 가렸다. 그것을 본 진수도 자신의 활을 눈에 띄지 않게 옮겼다. 콧수염은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콧수염은 다른 호위들에게도 이름을 묻기 위해 손을 들었다.

“저기···.”

그러자 진수가 콧수염을 말렸다.

“이름을 물으려고 하는 겁니까?”

“그렇다.”

“다른 사람들 이름은 알 필요 없습니다.”

“?”

진수는 여전히 콧수염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진수는 콧수염에게 작게 속삭였다.

“저는 이런 상행의 경험이 많습니다. 내가 볼 때 다른 호위들은 오래 살지 못할 거 같습니다. 그나마 여기 우리 셋만이 이 상행을 끝까지 마칠 수 있겠지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콧수염에겐 무시무시한 말이었지만, 진수는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다.


대로(大路)로 이동하는 건 어렵지 않다. 다른 상단이나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문제는 하북의 평야 지대를 지나서다. 산악지형의 산서 지방에 들어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목적지에 따라 길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규모가 작아지고, 산적 무리의 표적이 된다.

장생의 상단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서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숲속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그중에 하나는 콧수염의 머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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