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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습 님의 서재입니다.

망나니 마법사의 무림 전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김미습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6.05 15:01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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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수 :
62,658

작성
21.05.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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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_벨루가의 록시마 (2)

DUMMY

빈센트가 의사당의 중앙홀로 오는 동안 누구도 그를 막지 않았다.

“샤리아! 어디 있나?”

분노가 담긴 빈센트의 고함이 의사당 안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병사 하나가 달려와 안내했다.

“의장님과 의원님들은 의사당 뒤뜰에 있는 야외극장에 모여계십니다.”

“그래? 모두 모여 날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거지?”

빈센트가 어슬렁거리며 밖으로 나가자 숨어서 지켜보던 몇몇 의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 머리 좋은데! 꽉 막힌 실내가 아니라 도망가기 쉽게 개방된 곳을 선택했군. 역시 잔머리는 네 놈이 최고다!”

빈센트는 야외극장 안으로 들어서며 샤리아를 비꼬았다.

‘망나니 자식. 과연 계속 그렇게 웃을 수 있나 보자.’

샤리아는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물었다.

“혼자 온 걸 보니 임페리투라를 진짜 전개했나 보군. 왜지?”

빈센트가 극장 무대 중앙에 섰다. 벨루가의 극장은 스포츠 경기장처럼 중앙에 무대를 두고 객석이 4면을 빙 두른 형태다.

“알면서 왜 물어? 너희들을 전부 죽이고 혁명을 승리로 이끌려면 이 방법뿐이잖아.”

빈센트의 말에 극장 안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살기가 담긴 수많은 시선이 쏟아졌지만, 빈센트는 그것에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물어야겠군. 날 왜 부른 거지?”

샤리아가 일어나 차분히 고했다.

“부탁한다. 살려다오. 대신 의회의 모든 권리를 너에게 넘기마. 만약 군주제를 하겠다면 너를 황제로 추대하겠다.”

“황제? 풋!”

샤리아의 호소에 빈센트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웃기고 있네. 뭔 멍멍이 소리를 하고 있어, 짜증 나게! 지금 이 사태가 모두 너 때문이라는 거 몰라? 그런데 뭐? 지금 와서 의회를 해산하고 나에게 모든 권력을 넘기겠다고?”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빈센트가 차가운 표정으로 외쳤다.

“의회 의장 샤리아 울라프! 넌 의회 권력을 사리사욕 채우는 데 사용했다. 부정과 부패를 저질렀지. 그래서 우리는 너에게 경고했다. 모든 죄를 고백하고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지만 넌 우리의 경고를 무시했어. 의회도 완전히 썩었다. 의회 의원 모두가 경고를 무시했지. 그래서 내가 저항 세력을 모아 혁명을 시작했다. 목적은 단 하나. 오직 널 죽이는 거다. 하지만 너 하나 때문에 죄 없는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했어!”

“우리 쪽 인명 손실도 크다!”

샤리아의 반박에 빈센트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뻔뻔하군. 범죄를 함께 저지른 범죄자들은 죽어도 돼. 설마 나 때문에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거냐?”

샤리아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연하지! 너만 조용히 살았으면 지금 아무도 죽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거다!”

“역시 구제 불능인 녀석이군.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거나 죽인 건 기억 못 하나 봐?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가정이 파탄 났는지 알아? 정신 나간 놈. 역시 넌 제정신이 아냐. 소시오패스 새끼.”

빈센트는 한숨을 크게 내뱉은 뒤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의장님!”

샤리아 옆에 앉아 있던 제논이 그의 팔을 잡았다. 흥분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흥분을 가라앉힌 샤리아가 다시 차분히 말했다.

“좋아. 내 죄를 모두 인정하마. 나만 죽이고 나머지 의원들은 살려다오.”

“빈센트, 이렇게 빌겠소!”

빈센트 뒤에서 몇몇 의원이 뛰쳐나와 무릎 꿇고 빌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어. 지금도 모두 날 죽이겠다고 살기를 쏘아대는 통에 내 뒤통수가 아주 따갑거든. 그런데 어떻게 살려둘 수 있겠어? 지금 다 죽여버릴 거야. 가족까지 모두.”

그러자 샤리아와 제논이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원래 계획은 빈센트가 뒤쪽의 무릎 꿇은 의원들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제논이 수정 구슬 마법을 시작하는 거였다. 하지만 빈센트는 샤리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독사같은 놈!’

샤리아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제논이 품속에 숨겨두고 있던 투명한 수정 구슬을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엥? 그걸로 뭘 하려···.”

빈센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객석에 앉아 있던 270명의 의원 모두가 제각기 다른 모양과 색상의 마법 올가미를 빈센트에게 던져 그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머리까지 감겨서 앞을 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멍청한 샤리아 녀석. 이건 시간만 잠시 지체할 뿐이라고!’

“빨리 시작해!”

샤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다그쳤다. 제논은 두 손을 수정 구슬 위에 올리고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모마무래미, 보바부배비, 로라루래리...”

팡!

올가미 하나가 터져나갔다.

‘어? 뭐야? 올가미에 서로 다른 연성 공식을 적용했잖아! 시간을 끌 생각이군.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거지, 지금!’

바깥부터 올가미가 1초에 하나씩 터졌다. 어떤 건 2초가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50개쯤 제거되었을 때, 빈센트는 제단 위에서 수정 구슬에 마법 연성을 걸고 있는 제논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의 회수 마법! 방심했다. 불멸을 얻은 건 육신이지 정신이 아니다. 기억의 회수 마법은 공격 계열이 아니라서 나에게 통할 가능성이 커!’

샤리아의 계획을 알게 된 빈센트는 훨씬 빠른 속도로 올가미를 파훼시켜 나갔다. 올가미가 하나라도 몸에 감겨있으면 다른 마법이나 공격을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빈센트의 속도가 빨라지자 덩달아 제논 역시 마음이 급해졌다.

‘침착하자. 실수하면 모든 게 끝장이다!’

혹여 실수할까 봐 수십 번을 연습했던 마법 주문이지만 압박까지 이겨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생각보다 속도가 더 빨라진 빈센트 때문에 걱정이 몰려온 샤리아는 에단에게 신호를 보내서 남은 의원들과 정예 경호군단까지 모두 집합시켰다. 만약을 위한 대비였다.

투웅! 쾅! 피융! 펑! 텅! 훅···!

각각 다른 연성 공식으로 만들어진 마법 올가미는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하나씩 사라졌다.


210, 220, 230, 240...

남은 올가미가 30개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샤리아는 추가 올가미 전개를 명령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제논이 소리치며 일어났다.

“끝났다!”

빈센트의 콧구멍에서 자주색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수정 구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과정이 끝나기까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수정 구슬 안이 자주색 구름으로 가득 차오르자 빈센트는 눈이 풀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의장님, 성공입니다!”

제논이 흥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샤리아는 조심스럽게 수정 구슬을 확인했다.

“이게 빈센트의 기억이라는 거지?”

“네.”

“그럼 빈센트는?”

“깨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리고 깨어나면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상태겠죠.”

순간 샤리아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 부하로 교육하면 내 편이 된다는 건가?”

“물론 그렇지만 수정 구슬이 깨지는 순간 기억이 되돌아갈 겁니다.”

마법이 걸린 수정 구슬은 공간 이동이나 차원 이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빈센트의 육체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게 최선이었다.

“그럼 할 수 없군. 다들 모여. 지금 바로 보내버리자고.”

의장인 샤리아 울라프와 제사장인 제논 보리스 그리고 치안 장관인 폰 로이드가 쓰러져 있는 빈센트를 3면으로 둘렀다. 샤리아가 빈센트의 손에서 마법 반지를 빼냈다. 그리고 두 손을 내밀고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불과 15초 만에 마법 진기가 빈센트를 휘감았다.

“잊지 마! 도착지는 랜덤이다!”

“네!”

푸슝!

제논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빈센트를 감고 있던 빛 덩어리가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빈센트는 이미 우주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사, 사라졌다.”

누군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하지만 주변이 워낙 고요하여 많은 사람이 그 말을 들었다. 샤리아와 제논, 폰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모두 끝났어. 빈센트를 보내버렸다. 진짜 성공이다!”

샤리아가 소리치자 야외극장에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가 만세를 부르며 환호를 외쳤다.

우와! 만세!

“서둘러! 수정 구슬은 계획했던 그곳으로 옮겨 보관한다.”

“네!”

제논이 조심스럽게 수정 구슬을 안고 건물로 향했다. 폰 로이드가 샤리아에게 보고했다.

“그럼 혁명단의 남은 잔당 처리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잠깐! 빈센트의 측근들도 우리의 환호 소리를 들었겠지?”

“아마도 그렇겠죠?”

“분명 남은 반란군도 의사당 주변에 숨어서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을 거야. 그리고 우리의 환호 소리를 들었겠지. 그런데 빈센트가 자신들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빈센트를 구하러 남은 단원들이 여기로 오지 않을까요?”

“맞아! 안에 있는 사람 누구도 외부로 내보내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해야 빈센트를 구출하러 여기로 올 테니까. 우린 미리 함정을 파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

샤리아의 명령에 폰 로이드의 눈이 빛났다.

“존경합니다, 의장님!”

“그럼 내가 그 단순한 빈센트와 수준이 같을 줄 알았나?”

샤리아는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낡은 로브를 쓴 대원 하나가 프레디에게 다가왔다. 로이였다.

“뭔가 잘못된 거 같습니다. 의사당 야외극장 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직전에는 누군가를 공간 이동시켰고요.”

프레디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역시 함정이다. 정황상 공간 이동 당한 건 빈센트일 확률이 커!”

“지금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안돼! 함정이야. 지금 들어가면 몰살이다. 어차피 들어가도 빈센트는 없어. 모두 철수해!”

그런데 로이는 망설였다. 프레디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 빈센트를 어떻게 다른 곳으로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불멸이다. 죽지 않고 무사할 거야. 그리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겠지. 우린 그때까지 기다리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로이는 다른 대원들에게 철수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시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붉은 혁명단 단원들이 도시를 벗어나 숲속으로 사라졌다.

프레디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혹시 수면 마법에라도 당한 겁니까? 우리 걱정시키지 말고 빨리 돌아오세요, 대장.’


*

의사당 안에서는 호위대와 마법사의원들이 숨어서 오래 기다렸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군. 설마 눈치챈 건가?”

“아무래도 도시를 빠져나간 듯합니다.”

“쳇, 겁쟁이들. 눈치가 빠르군.”

“잔당들 제거하려면 귀찮아지겠군요.”

“그래도 빈센트가 사라졌으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소탕 작전이 편해질 겁니다.”

“그럼 우리끼리 미리 승리의 축배라도 듭시다.”

샤리아와 제논 그리고 폰 로이드는 아껴둔 고급 샴페인을 꺼내 기쁨의 파티를 즐겼다.

“설마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겠죠?”

폰 로이드의 물음에 제논이 답했다.

“무슨 수로요. 그의 기억이 여기에 있는데. 낄낄낄.”

“사용하던 마법 반지도 여기에 있어. 빈센트는 절대 돌아올 수 없다고.”

샤리아가 탁자 위에 빈센트의 반지를 꺼내놓았다.

“반지 빼는 건 저도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의장님!”

제논이 샤리아를 추켜세웠다.

“허허허, 괜히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라오.”

하지만 이들 세 사람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빈센트를 보낸 곳이 바로 지구의 중원 무림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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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_벨루가의 록시마 (2) 21.05.12 116 6 12쪽
1 1_벨루가의 록시마 (1) +4 21.05.12 203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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