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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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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5.01 00:47
연재수 :
2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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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7,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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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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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32

DUMMY

리아는 아침을 먹고 이제는 요새가 되어있는 에이브안의 집으로 찾아갔다. 바지탄스가 향후 거처에 대해 논의한다기에 데려온 책임을 다하러 간 것이었다.



“그런데 왜 오라버니에 잭 아저씨, 에르까지 모두 있는 건가요?”


루데릭과 잭이 있는 건 의외였지만, 둘은 마을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으니 참여하는 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에르만큼은 다르다. 그는 바지탄스들이 너무나도 어려워하기에 혼자 간다 말하고는 집에 대기를 시켰었다.


분명 그렇게 말했고, 에르도 알았다고 했는데······


빤히 쳐다보는 리아의 시선에 에르는 어깨를 으쓱였다.



“혼자 간다기에 따로 왔는데. 무슨 문제 있어, 리아?”

“그런 의미가 아닌데요······ 아니, 에르가 이해 못할 리가 없잖아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군. 하지만 기왕 온 거 나도 들어봐도 되겠지?”

“으으······ 에르, 점점 능청스러워져요.”

“후후. 리아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려 하는데 아직도 부족하지.”

“자자. 둘 다 사랑 놀음은 그만해. 이제 올 거야.”


잭의 말에 리아는 따지는 걸 멈추고 바지탄스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절대, 에르가 새침한 미소를 지어 얼굴이 빨개지려는 걸 숨기려는 게 아니었다.


‘응. 난 도망치는 게 아니야. 그보다 어디쯤 계시려나?’


바지탄스들에게 안내는 없으나, 요새 같은 집이라 찾기엔 너무 쉬워 헤매진 않을 거다. 다리도 제대로 놓여있으니 해수에 빠질 걱정도 없다.


‘빠지더라도 다들 그 정도에 다치거나 하지 않겠지. 바지탄스 씨도 강했고 하니 구출도 문제는 없을 테고.’


마력을 찾아보니 바지탄스와 아시리트, 그리고 화살을 쐈었던 사람까지 해서 3명만이 오고 있었다. 나머지는 집에 대기하기로 했는지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리아는 요새 근처까지 온 그들을 마중하려 일어났다. 요새 안쪽은 길이 약간 복잡하다. 처음 온 사람은 분명 헤맬 거다.


하지만 한 걸음을 떼기도 전에 곧바로 에르가 막아 세웠다.


마중 간다고 설명하려 했는데, 그보다 빠르게 에르에게서 마력이 소비되는 걸 느꼈다.


아마 마법으로 알리는 게 아닐까.


상황을 판단한 리아는 다시 자리에 앉아 바지탄스들이 잘 찾아오는지 지켜봤다.


지금 있는 방은 새로 만든 방으로, 거실에서 대화할 줄 알았던 리아는 처음엔 그쪽으로 갔었다.


그런데 바지탄스들을 경계해 요새의 심장, 중앙부에 위치한 거실에서는 논의하기 좀 그렇다는 에이브안의 조치로 대화는 이쪽에서 이루어지게 됐다.


‘너무 경계하셨어.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저분들은 착하신데. 아. 단순히 마족이라 경계할 수도 있겠구나. 인간과 사이가 안 좋았다니까.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똑똑.


잠시 후 에르의 안내로 헤매는 일 없이 바지탄스들이 왔다.



“상담에 응해줘서 고맙네.”


기다리고 있던 면면들을 둘러본 바지탄스는 정중히 감사를 말하고는 리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같이 온 둘도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머리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도 딱딱하게 대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는데도 완고한 사람들이다.


리아의 당혹스러움과 함께 전원 자리에 착석하고, 준비한 차를 모두에게 나누어줬다.


그런데 바지탄스 몫의 차를 아시리트가 한 모금 마시더니 다시 돌려주는 게 아니겠는가.


‘마족들의 풍습인가? 잘 기억해둬야지. 나중에 다른 마족 분들을 만나서 예의 없다는 소릴 들으면 안 되니까.’


부모님의 얼굴에 먹칠할 수야 없다며 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집중하여 봤다. 그러다 아시리트와 서로 눈이 마추졌다.



“응? ······앗! 시, 실례했습니다, 아가씨. 습관적으로 그만. 결코 아가씨를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에?”

“죄송합니다. 저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부디 관대히 용서해주시길.”

“아뇨, 아뇨. 그리 사과하시지 않아도 돼요, 바지탄스 씨. 말했잖아요. 편하게 대해주시라고. 저는 정말 괜찮은데, 무슨 일인 건가요?”


당황하여 허둥지둥 계속 사죄하는 아시리트를 뒤로 하고, 얼굴을 찡그린 바지탄스는 그녀의 행동을 설명해줬다.



“그······ 아시리트는 독을 확인한 것입니다.”

“뭐 군인이시니 그럴 수도 있는 거겠죠.”

“아뇨. 그건 또 다른 문제로, 자칫 신용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은의를 입은 자들이 할 행동은 아니지요.”


면목이 없다며 바지탄스는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리아에겐 대수롭지 않았다. 되려 사과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밖에 없는 이 마을에서 누가 해코지할 줄 알겠는가.


솔직히 자신의 안전을 걱정한 것이 뭐가 나쁘냐는 기분밖에 안 든다. 잘못이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다가 마족과 인간은 사이가 안 좋다고도 했으니 경계할 수 있는 건 당연했다.



“모두가 그렇게 조심했었으니까 여태 무사히 여정을 다닐 수 있었겠죠? 전혀 개의치 않으니까 염려 마세요.”

“감사합니다, 아가씨······”


활짝 웃는 리아에게 바지탄스를 포함한 둘은 깊이 감동하여 머리를 숙였다. 활을 쏜 자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이, 이런 걸로 이렇게까지 감동할 수 있다고······? 너무 눈물샘들이 느슨하지 않나?’


마족들은 감정이 풍부한 모양이다.


그렇게 한동안 사과와 감사를 말하던 바지탄스들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간신히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바지탄스. 마국―― 마족의 나라인 마국에서······ 간단하게 말하면 도시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던 경비 부장입니다. 이쪽은 제 보좌인 아시리트와 정찰을 맡은 티라이드입니다.”


바지탄스의 소개에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착하게 인사했다.


갈색머리와 청색의 눈과 서글서글한 인상이 특징인 티라이드는 그 인상과 더불어 어색하게 웃는 탓에 군인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청년 같달까.


그리고 그가 활을 쏜 마족이었다.


본인도 그걸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바지탄스의 소개에 일어나 경례했는데, 재차 이쪽을 향해선 가슴에 손을 얹고는 공손히 머리를 숙여 보였다.


부담스러운 인사였지만 그래도 본인이 미안한 마음에 성의를 보인 거니 지적하기도 뭐 했다. 시간이 지나 편히 대해줄 거라 믿을 수밖에.


아시리트는 유능해 보이는 멋진 여성으로, 어깨까지 기른 빨간 머리칼이 더욱 그 이미지를 부각했다. 게다가 티라이드와 마찬가지로 리아를 어렵게 대하여 어딘가 엄격해 보이기도 하였다.


다만 루데릭과 같은 금빛의 눈동자라 리아는 조금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다.



“마족의 나라라······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마국이란 나라를 알고 계시나요?”

“마국이 있다, 정도만 알고 있단다. 리아도 알다시피 우리는 다른 곳과 교류가 없으니 그 이상은 모르겠구나. 더군다나 마족의 나라이지 않니. 우리들에게는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지. 다만······”

“할아버지?”

“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어물쩍 말을 넘긴 에이브안은 진지한 눈으로 세 명의 마족을 보았다.



“바지탄스라 불러도 되겠나?”

“편한 대로 하십시오.”

“그럼, 바지탄스. 바로 본론을 묻네만, 자네들은 어째서 살던 곳을 떠나 이리로 온 것인가?”


리아도 바지탄스들의 사정을 듣고 싶었다. 그것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방어를 책임질 경비 부장이 부하들을 이끌고 아예 나라를 빠져나왔을 줄은 몰랐어.’


그러고 보면 이들은 모두 전투의 흔적이 역력했고 피폐했었다. 그저 쉽지 않은 여정 때문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하다. 분명 그럴 만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조용히 차를 마신 바지탄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분노로도, 슬퍼하는 것으로도 보이는 표정에서 그 참담한 심정이 어느 정도 전해진다.



“우리―― 제가 있던 도시는······ 멸망했습니다.”

“흐음.”

“네?!”

“······.”


놀란 건 리아 뿐으로, 다들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전투의 흔적은 많았지만 그래도 멸망이라니. 바지탄스 씨도 그렇고, 부하분들도 약하시지 않던데 어째서?’


물론 실제로 얼마나 강한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도시를 지키던 사람들답게 적어도 마력레벨만큼은 바지탄스를 제외하더라도 다들 80은 됐다.


이 앞에 있는 아시리트나 티라이드는 더 뛰어나 102와 109였다.


마을을 기준으로 일반인들은 평균 20 정도다. 결코 약할 거라 생각되지는 않았다.


‘바지탄스 씨는 200이 넘기도 하고 말이야.’


정확히는 228이다.


바깥세상이 얼마나 험한지는 모르나 자신도 저 마력레벨은 거쳐 지나갔다. 10단위로 마력량의 증가폭이 커진다는 걸 몸소 체험했고, 그 양이 거의 곱절에 달하는 것도 판별했었다.


마력량이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판단의 척도는 된다. 거기에 다들 마력량에 걸맞은 훈련을 한 것처럼 보였다. 바지탄스라면 분명 어지간한 몬스터에게 지지 않을 정도는 될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멸망했다.


리아는 믿기지 않는 기분으로 침통하게 이어 말하는 바지탄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저희들이 살던 도시, 이베시온은 지금으로부터 3달 전쯤 몬스터로부터 습격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도시는 기근으로 인해 주변의 경계가 허술해진 상태였지요.”

“기······근이요?”

“예. 징조는 있었지만, 작년부터 심해지던 가뭄이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축적해놨던 식량도 바닥이 드러났고, 마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해서 저희 부대도 물을 만들기 위해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습니다. 오히려 대다수 부대가 투입되는 바람에 몬스터가 쳐들어왔을 때는 지쳐있어 제대로 된 대응도 못 했습니다.”


‘기근에······ 고생했다고?’


너무나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이곳은 마법이 있는 오엘문리아이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는 유감스러울 뿐인 마법이었지만 커가면서 그 인식은 달라져, 마법은 어지간한 일들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만능의 힘으로 바뀌었다.


마을에서도 그러했다. 물이 모자라면 마법으로 메우기도 했었다. 그러니 이베시온이라는 곳에서도 가능하리란 생각만이 들었다.


그렇지만 역부족인 것도 모자라, 그로 인해 몬스터의 침공에 변변찮은 대응을 하지 못했다니······


‘마력이 안정되고, 자유롭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아무 걱정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불가능한 일은 아무리 마법이라도 할 수 없다.


이는 당연하고도 당연한 세상의 진리인데 잊고 있었다.


이 마을은 만약 가뭄이 와도 에르가 있어 문제는 없을 거다. 그러나 에르는 세상에 다섯밖에 없다는 용왕. 특수한 경우다.


기본적으로 호수에서 끌어오는 물이 있지만, 그 물이 끊기면 이 마을도 이베시온처럼 식량난에 시달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인원이 적기에 어떻게든 버틸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에르가 없는 상태로 가뭄이 오면 반드시 힘들어질 거다.


‘요즘 너무 안일했던 거 같아. 시간이 지나면 아무 문제없다는 생각에 훈련도 게을렀고 말이야.’


리아는 최근 물렁물렁해진 위기의식을 바로 잡았다.



“그런데 몬스터의 침공이라고 했잖은가. 자네나 다른 병사도 있었을 텐데, 아무리 지쳤다 한들 한 번의 침공으로 도시가 그리 쉽게 멸망하는 건가?”

“몬스터들은 눈앞을 가득 메운 대군이었습니다. 물론 그것만이었다면 어떻게든 막아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몬스터들을 이끌던 마물······ 큭. 그 마물만은 멀쩡한 상태로 덤벼들었어도 병력 대부분이 희생 됐을 정도로 강했습니다.”


분하다는 듯이 말한 바지탄스는 덧붙였다.


땅과 하늘을 가득 메운 몬스터와 하늘에서 그들을 이끄는 마물. 마수의 울부짖음과 수많은 날갯짓 소리가 소름끼치게 울려 퍼지며 유린당하는 도시. 그 모든 게 악몽 같았다고.


침울해진 분위기 속에서 리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마물이 다른 마수와 마물을 이끌어서 침공도 하나요?”

“네, 아가씨. 가끔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규모도 그렇고 이번 침공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유라뇨?”

“가뭄이라고는 하나 다른 곳은 풍작일 수도 있다는 소리입니다. 실제로 이곳 또한 가뭄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가뭄에 식량난까지 겪던 이베시온을 공격해서 무얼 얻으려 한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말 하긴 미안한데, 너희들을 먹이로 삼아 침공한 거 아니야?”


냉철한 잭의 이야기에 아시리트와 티라이드가 욱했다.


그러나 둘에게 미안하지만, 리아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마수나 마물은 먹을 것을 그리 가리지 않는다.


초식동물이나 벌레가 몬스터가 된 경우라면 그래도 채소를 선호하겠지만, 딱히 육식을 못 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라고 먹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갑각류의 생물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태 자신이 보아온 경우는 그러했다.


에르에게도 비슷하게 들었었으니 확실하진 않더라도 그렇게까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시리트, 티라이드. 둘 다 진정해라.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우리도 그리 생각하기도 했었잖나.”

“예. 실례했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둘을 뒤로하고 바지탄스는 잭을 보았다.



“잭이라고 했지? 우리도 처음엔 그대와 똑같이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했네.”

“그런데?”

“몬스터는 그리 굶어 보이진 않더군. 죽인 사람들을 먹거나 하지도 않았지. 그리고······ 식량이 문제였다면 제법 거리가 있지만 이 숲도 있다네.”


숲? 여기?


고개를 갸웃한 리아는 혹시 할아버지라면 알지 않겠냐는 생각에 에이브안을 쳐다봤다.


시선을 느꼈는지 에이브안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곧 뜻을 이해한 에이브안은 살짝 웃어주고는 설명해주듯 말해줬다.



“그러니까 도시는 병사들이 지키고 있잖니. 그런 곳을 피해를 감수해가며 굳이 쳐들어갈 가치가 있냐는 말이란다. 손익의 관계인데······ 쉽게 말해 가뭄인 도시에서 피해를 입고 얼마 없는 식량을 얻을 바엔 이 숲으로 오는 편이 더 용이하다는 것이지.”

“그 말대로 입니다, 아가씨. 저흰 경계하면서 오느라 3달이 걸렸지만, 몬스터의 군대라면 거리낄 것도 없습니다. 그대로 진군하면 느려도 1달, 빠르면 보름이면 도착할 겁니다.”

“이처럼 큰 숲이니 위치를 모른다고는······ 생각하기도 어렵겠네요.”

“예. 게다가 자원도 풍부합니다. 그들로서는 먹이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요. 그리고 식량문제였다면 기껏 공격한 도시에서 식량이나 사람을 먹지 않을 리도 없었을 겁니다.”

“――즉 너희들은 다른 이유로 침공했다고 보는 거로군.”


여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에르가 끼어들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바지탄스들은 추가로 움찔하고 몸을 떨었지만.


‘근데 다른 이유라······ 하지만 몬스터들이 뭔가 특별한 것을 찾거나 이끌려왔다면 바지탄스 씨가 모를 리가 없지 않나?’


경비 부장이라는 게 도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직책인지 잘 감이 안 잡히나 그리 낮지만은 않을 것이다. 위험이 많은 오엘문리아니까 외적으로부터 도시를 지키는 자는 나름의 지위가 보장될 거다.


그러니 바지탄스는 도시에서의 어지간한 정보는 다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모든 걸 알긴 힘들겠지만, 위험물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그도 아직 제대로 된 이유를 모른다.


‘그럼 대체 뭣 때문에 일부러 침공한 거야? 이끈 마물도 대군을 지휘할 정도면 지성이 있을 텐데. 이러면 마치······’



“뭔가에 유도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겠군.”


턱을 잡고 고민하던 에르가 막 리아가 도달한 생각과 같은 내용을 말하였다.



“저희도 그 경우를 고려해봤지만, 이베시온에는 몬스터들이 원할만한 것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사실 조금 큰 마을이고, 마국에서도 제일 끝자락에 있는 변경이기에 중요한 물품도 없습니다.”

“그게 아니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걸 이야기하는 거다. 예를 들면 인간이 도발하여 이끌었다거나.”

“말씀드렸다시피 변경을 공격한들 그만한 가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베시온과 가장 가까운 곳은 바로 여깁니다.”

“우, 우리는 아니에요!”

“예. 알고 있습니다, 아가씨. 이 마을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어제 그토록 친절을 받았는데 의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맞습니다요! 저희에겐 구세주이자 여신이신 아가씨가 계신 마을인데 어찌 감히!”


바지탄스를 따라 빠르게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면서 아시리트와 티라이드가 긍정해준다.


그런 이들의 반응에 리아는 안도했다. 하지도 않은 일로 오해받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으니까. 구세주이자 여신이 어쩌고저쩌고한 건······ 흘려 넘겼다.


‘믿어주셔서 다행이야. 우린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 에르도 인간이 한 일이 아닐까 예시를 든 거겠지만. 하지만 몬스터를 누군가가 유도한 게 맞다면 왜 그런 일을 했다냐?’


정말 우연으로 몬스터 군단이 도시를 침공할 수도 있지만―― 아니. 오히려 그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어쩐지 조금 마음에 걸린다.



“으음. 또 괜한 의심병이 도지는 거 같아.”

“리아, 세계에는 사람만 사는 게 아니야. 몬스터의 침공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신경 쓰이는 건 알겠지만 만약 몬스터가 침공하더라도 내가 있고, 리아가 있어. 그러니 반드시 지켜낼 수 있어. 그러기 위해 리아는 피나는 노력을 해온 거잖아. 그렇지?”

“에르. 당신은 정말······”


언제나 그렇지만 에르는 이쪽의 감정이나 생각을 능숙하게 알아채서 달래준다.


그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리아는 손을 뻗었고, 에르는 그 손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맞잡아주었다.


‘에르와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정말로 행복해······’


촉촉해진 시선엔 에르의 검은 눈동자가 보이고, 리아는 그 속으로 빨려가듯 눈을 떼지 못하였다.



“자자! 그만! 둘 다 떨어져. 아직 대화 중이라는 거 잊은 거야?”


어느새 바짝 붙었나 보다. 루데릭치고는 제법 거칠 게 어깨를 잡아 에르에게서 떼어냈다.


덕분에 정신을 차린 리아는 주위를 둘러보니, 에이브안이 엄청난 살기를 피우면서 에르를 노려보고 있었고,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 잭이 보였다.


그리고 바지탄스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에르와 이쪽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리아는 새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그럼 바보 두 명은 빼고 계속 이야기나 해보자.”

“나도 에르도 바보가 아니야!”


발끈하여 항의해봤지만 가볍게 무시당했다.


다들 같은 의견인 듯 이의는 존재하지 않았고, 루데릭은 끊어진 대화를 이어 나갔다.



“원인은 불명이지만, 몬스터에게 침공받아 멸망했다는 건 알겠어. 그래서 너희는 이곳을 어떻게 알고 온 건데? 단순히 숲이 있어서 식량이 많겠거니 해서 온 거야?”

“아닙니다, 도련님. 저희는 도시에 남아있던 문헌과 이야기를 따라 이곳에 온 겁니다.”

“응? 문헌이요?”

“예. 그렇습니다, 아가씨.”

“역시······ 그런가.”

“응? 할아버지. 뭔가 아시나요?”


묻는 말에 에이브안은 아무런 대답 없이 고심했다. 그러다 궁금해하는 이들을 내버려 두고 그는 혼자 조용히 방을 나갔다.


혹시 누군가 왜 저러는지 아는가 싶어 물어놨으나, 잭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대화는 중단된 채 에이브안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끼이익······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에이브안이 돌아왔다. 그리고 손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수첩 한 권이 들려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에이브안은 수첩이 잘 보이게 탁상 한가운데에 내려놨다.



“이전 촌장이 기록했던 일지다.”


에이브안이 촌장이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던 리아는 일지의 존재도 당연히 몰랐다.


잭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처음 듣는 촌장의 일지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에이브안이 물러서자 탁상으로 다가가 일지를 들었다.


시선으로 허락을 구하자 에이브안은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허락을 얻은 잭은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이내 눈을 크게 부릅뜨고는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조용한 방안에는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만이 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잭은 신음을 흘리며 수첩을 덮었다.



“그렇군······. 리아, 이건 너가 꼭 봐둬야 할 거 같다. 넌 언젠가 이 마을에 촌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

“보고 싶어서 다행이긴 한데······ 제가 촌장이요?”

“네가 다음 촌장이 된다는 데에 반대할 주민은 한 명도 없을 거다. 뭐어, 보는 사람이 다 조마조마하긴 해도······ 그 부분은 찬크에르도 있고, 루데릭도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오, 왜 제가요?! 오라버니랑 아저씨도 있잖아요. 그러니 촌장은 저 말고 다른 분이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만약의 이야기야.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 거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말고. 어쨌든 읽어나 봐.”

“네에······”


‘그, 그렇구나. 만약이었구나. 난 또 뭐라고. 언제 그런 이야기가 다 끝난 줄 알았네. 하지만 촌장이라······. 여태 어떻게 촌장을 뽑았는지 모르겠지만, 공평하게 투표로 하면 어떨까나?’


그렇게 된다면 잭이 단연 압도적으로 뽑히지 않을까 싶다. 루데릭도 다크호스로 많은 득표를 할 것도 같고.


언제 있을지 모를 촌장 투표에 대해 생각하면서 리아는 잭이 건네준 수첩을 펼쳤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라스티아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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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22.06.11 96 0 20쪽
36 35 22.06.11 89 1 27쪽
35 34 22.06.09 88 1 25쪽
34 33 22.06.09 89 2 16쪽
» 32 22.06.08 103 0 22쪽
32 31 22.06.07 93 1 32쪽
31 30 22.06.06 92 0 20쪽
30 29 22.06.03 116 0 30쪽
29 28 22.06.02 93 3 41쪽
28 27 +1 22.05.31 101 3 23쪽
27 26 22.05.31 101 3 15쪽
26 25 +1 22.05.30 110 2 22쪽
25 24 +2 22.05.29 114 3 33쪽
24 23 22.05.28 121 4 28쪽
23 22 22.05.27 141 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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