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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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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6.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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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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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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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27

DUMMY

요새로 들어온 리아는 그대로 모여있던 주민들에게 환영받아 쌓여있던 식량을 이용해 잔치를 열게 되었다.


에이브안의 집은 외곽의 벽부터 그랬지만, 내부도 정말 요새처럼 되어있었다.


길 자체는 단순하지만 한 번에 중앙으로 가기에는 어려운 구조와, 튼튼한 돌로 각 구역을 새로 만든 내부는 이전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장소는 약초가 있던 마당으로, 지금은 더욱 넓혀져 있어 자그마한 잔치 정보는 벌일 수 있는 크기가 되어있었다. 현재의 잔치판도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는 중이다.


주민들은 리아의 달라진 머리와 눈 색, 인간으로 변한 아이리스를 보곤 많이 어색해했었다. 그러나 술도 들어가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변함이 없는 둘의 모습에 금세 이전처럼 친근하게 대해줬다. ――아이리스와 실제로 대화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런 주민들의 태도에 활짝 웃은 리아는 한 명, 한 명 찾아가 안부를 물으면서 아이리스를 소개하고 다녔다.


그러다 번거롭게 그러지 말고, 잔치의 주인공답게 편하게 이야기하라면서 상자를 쌓아 단상을 만들어줬다.


쭈뼛대긴 했으나 리아는 모처럼이니 아이리스를 데리고 임시 단상에 올라섰다.



“어험. 그럼 다시 한번······ 여기는 아이리스예요! 사람의 모습이지만 모두 잘 대해주세요!”

“와하하. 알았다니까 리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이리스도 잘 돌아왔어!”

“그래, 그래. 자식 걱정하는 게 필리아를 닮았어! 하하!”

“14살에 본인만 한 아이가 생기다니······ 하하핫! 자식으로는 보이지 않는걸?”


주민들의 시끌벅적 떠들면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졌다.


근래에 본 어느 때보다도 밝게 웃는 리아를 에르도 미소로 지켜보다······ 다가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굳은 얼굴의 루데릭이 있었다.


무슨 용건인지는 알만했다.



“흠. 리아에 대해서겠지?”

“맞아.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는. 그냥 강해진 것뿐이다.”

“리아가 대단한 건 알고 있지만, 이만큼이나 차이가 벌어진다고? 나도 열심히 훈련을 했는데.”

“열심히 하는 정도로는 절대 리아를 따라잡을 순 없다.”

“뭐? 잠깐―― 마력을 내뿜는 거라고 했나? 그 무서운 느낌이 들기 시작하니까 진정해.”

“그랬나? 알려줘서 고맙군. 하마터면 리아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할 뻔했어.”


조용히 숨을 내쉬는 찬크에르의 눈치를 보며 루데릭은 조심히 물었다.



“그래서 어떤 훈련이었기에 그리 흥분해?”

“흥분이 아니야, 화가 나는 거다. 리아를 혼자서 지키지도 못하는 나한테.”

“――나도 듣고 싶네, 찬크에르.”

“에이브안······”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지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대화하는 것을 보고 에이브안이 다가왔다.


에이브안은 리아의 할아버지이고 입도 무겁다. 그런데다가 머리까지 제법 잘 돌아가기에 듣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리아가 이 사실을 안다면 반드시 마음을 쓰겠지.


‘그럴만한 훈련······ 훈련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행위였으니까.’


그래도 에르의 고민은 짧았다.


리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늘면 좋았으니까. 루데릭도 저리 보여도 입이 가볍진 않았다.



“그래. 그대들이라면 괜찮겠지.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리아가 돌아가고 나서 하지. 그리고 리아에게 고기류의 음식을 주지 않도록 해라.”


“고기? 고기가 어쨌길래?”


슬슬 준비되어 가는 음식을 바라보고 시선을 돌린 에르는 말했다.



“지금의 리아는 고기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아니, 생물이라면 먹기 힘들어한다. 못 먹는다고 봐도 무방해. 그나마 야채나 과일, 채소 종류만 먹을 수 있지. 앞으로는 주의하도록. 그대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준다면 리아는 억지로라도 먹으려 할 테니.”


“음······ 그것도 나중에 듣기로 하고, 지금은 모두에게 말해두도록 하지.”


“고맙네. 대화는 이 자리가 끝나면 내 쪽에서 찾아가도록 하지.”


“알았네. 그럼 그때 보도록 하세. 루데릭도.”


“예.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에이브안과 루데릭은 잔치 자리를 돌며 한 사람씩 붙잡아 리아한테 주의할 점을 말하면서 돌아다녔다.


여태 잘 먹던 음식을 못 먹는다는 말에 다들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크게 묻는 일 없이 알았다며 끄덕였다.


유일하게 리아의 부모인 이스카르와 필리아만은 왜 그런지 따지고 들었지만, 둘도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기에 설명은 못 하고 나중에 듣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주민들은 모두가 합심하여 되도록 자연스럽게 고기가 담긴 접시를 리아에게서 멀리 치웠다. 반대로 음식을 만드는 곳에서는 바삐 고기가 빠진 요리를 만드느라 분주해졌다.


‘인간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이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기에 리아와 아이리스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생각하면 마을엔 감사하기만 했다.


‘정말 이런 곳에서 리아가 태어나고 자라서 다행이야.’


문제는 생기지 않을 거라고 여긴 에르는 미소를 지어 떠들썩한 축제를 멀리서 지켜보았다.


이래저래 노력해준 주민들 덕분에 리아가 고기를 입에 대는 일 없이 무사히 잔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어둑한 밤하늘을 아래 취한 사람들을 이끌고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당은 상당히 지저분했으나, 늦은 시간이고 내일 치우기로 한 모양이다.


그 모습에 대신 치워줄까, 고민하고 있으니 리아와 아이리스가 다가왔다.



“에르. 우리도 슬슬 돌아가도록 해요! 오랜만에 집에서 잘 생각하니 설레네요.”

“물론 나도 리아와 함께 처가에서 자는 건 기대되지만······ 오늘은 에이브안의 집에서 머물도록 할게. 그가 할 이야기가 많은 모양이야.”

“할아버지가요? 으음. 자고 오시는 거죠? 알았어요, 그럼 내일 봐요. 아! 일찍 주무시고요~ 가자, 아이리스.”


에르는 아이리스와 손을 잡고 멀어지는 리아를 배웅했다.


비슷한 신장으로 오히려 자신보다 더 잘 어울려 보이는 둘의 모습에 아들이지만 약간의 질투를 느꼈다.


하지만 그 귀여운 질투도 잠시.


현재 리아의 상태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왔다.


호수에서 루데릭과 만나 이야기했을 때도 그렇지만, 지금 대화에서도 리아는 아무런 위화감도 갖지 않았다. 이전 자신이 알던 리아였으면 5년간 벌어졌던 일들이 에이브안에게 알려질까 노심초사했을 것이 분명했는데.


‘그쪽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이겠지.’


영특했던 리아는 현재 그 나이대의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다. 기억력이라든지 계산 같은 사고력은 평범한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결국 에르는 나오는 한숨을 막지 못하고 밖으로 내보냈다.


그렇게 모두가 요새에서 나가자 에이브안이 다가왔다.



“리아는 돌아갔나?”

“그래. 돌아갔다만······ 후우. 일단 들어가서 하도록 하지. 루데릭, 너도 와라.”


촥.


집으로 먼저 돌아간 척 요새의 벽에 올라가 있었던 루데릭이 단숨에 내려왔다.


루데릭도 많이 성장했다.


진심으로 그리 느낄 만큼 루데릭은 많이 성장했다.


호수에서 돌아올 때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열심히 뛰고, 또 그걸 리아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는 등 본인은 창피하게 여겼지만, 그 속도는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해자도 리아가 뛰어넘는 걸 보고 놀라면서도 본인도 도움 없이 잘 뛰어넘어갔다.


5년 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성장이다. 충분히 칭찬할 만한 성과였고, 아마 이후에도 상당히 많은 성장을 할 수 있겠지.


루데릭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던 에르는 에이브안이 이끄는 대로 거실로 향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 둘을 마주 봤다.


마당은 넓혔지만, 여전히 모든 게 그대로 있는 거실을 조금 그립게 여기며 에르는 먼저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



“일단 느꼈을 수도 있지만 리아는 현재 평범한 소녀다.”

“그런가······ 착각이 아니었군.”

“촌장님 그게 무슨······”


묻는 루데릭을 보며 에이브안은 말했다.



“확실히 리아는 평범했다. 하지만 그 점이 조금 어색하게 다가오더군.”

“왜요?”

“리아는 생각이 깼다고 여길만큼 조숙한 면이 있지 않았느냐? 처음 마력을 느끼고 찾아왔을 때 보였던 그 영특함은 아직도 새록새록 하지. 그리고 그건 마을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한순간의 반짝임이 아니었지.”

“그, 그랬나요?”

“그래. 아이 같은 면모도 분명 있었지만, 어린아이라고 보기 힘든 생각의 깊이가 있었어. 그랬기에 나나 이스카르, 필리아도 리아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지.”

“그랬던 리아가 오늘은 평범했다고요?”

“딱 제 나이대의 아이처럼 말이지.”

“하, 하지만 원래 평범하지 않았나요? 약간 말썽꾸러기 같은 면모는 있었지만.”


듣다못한 에르는 끼어들었다.



“하아······ 그러고도 리아의 오라버니를 자처하는 건가?”

“뭐야?! 리아는 원래 저랬는데 무슨 소리야? 그······ 전보다 약간 더 순수해진 거 같긴 한데, 그것 말고 달라진 건 없잖아?!”

“그래도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군. 조금 다시 봤다.”

“그건 됐네, 찬크에르. 그보다 그렇게 된 원인은? 강해진 것과 관련이 있나.”

“역시, 에이브안. 리아의 조부답군. 루데릭과는 생각하는 수준이 달라.”

“큭. 됐으니까. 말이나 해봐.”


에르는 떠올렸다.


리아가 강해지기 위해 한 일들을.


그런 식으로 강해진다는 방법 자체를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리아니까 가능한 방법이지 않았을까 생각은 한다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었다.


긴 세월을 살아오며 온갖 것들을 보아온 자신조차도 처음 본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잠시 마주 앉은 둘이 이해하기 쉽게 에르는 조금 생각을 정리한 뒤에 입을 열었다.



“지금 리아의 마력레벨이 어느 정도 됐을 거 같나?”


생각 못한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는지 둘은 고민했다.



“응? 글쎄, 예전에 300쯤은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지? 그러면 리아니까 어쩌면 500쯤도 됐을 거 같은데.”

“흐음······ 500도 대단하긴 한데. 자네가 새삼 물어본 거야. 모르긴 해도 평범한 정도는 아니겠지.”

“그렇지. 애초부터 그리 태어난 존재들이 아닌 한, 난 본 적도 없다.”

“응?! 500도 넘는다는 거야?”

“500 정도가 아니다, 루데릭. 나조차 리아가 허락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정도야.”


에이브안과 루데릭은 눈을 크게 떴다.



“찬크에르. 자네가 힘들다고······?”

“그래, 힘들지. 마력량이 많은 것도 많은 거지만, 무엇보다 마력의 조작이 너무나 능숙해. 아니······ 능숙하게 만들었다고 해야 하겠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지금 리아가 평범하게 된 거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게.”

“흠. 리아가 마력조작이 뛰어난 건 알고 있겠지?”

“알고 있지. 오히려 너무 굉장해서 가르칠 것도 없었지.”


짚이는 바가 있었는지 에이브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루데릭도 어느 정도지만 리아가 뛰어날 거라는 예상하였는지 무덤덤하였다.



“그래. 그러면 그 리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마력을 지금 지니고 있다면?”

“어······? 리아는 멀쩡했잖아. 몸에 있는 마력을 다루는 데 실패한다면······ 어, 아마 크게 다친다고 하지 않았 던가? 그렇죠? 촌장님.”

“맞다. 리아에게도 말해줬지만 심하면 몸이 터지지.”

“하아······. 조용히 하고 들어라. 이미······ 리아는 한 번 경험했다.”

“뭐?!! 경험!! 너 이 자식!”


퍽.


소리를 지르는 순간 에르는 루데릭은 감히 보지도 못할 속도로 머리통을 때렸다. 물론 힘은 어느 정도 가감해서 때렸기에 조그마한 혹으로 끝났다.



“윽! 아니. 그 얘기가 아니지. 미, 미안. 어쨌든 괜찮아 보이던데?”


지금 리아의 지각 능력은 높다. 조용한 밤중인데 괜한 큰소리를 내면 들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경고까지 했건만······


바보 같은 루데릭의 행동에 에르는 미간을 눌렀다. 맞고 나서야 작게 말하는 모습에는 한숨까지 나왔다.


‘이상한 오해까지 하고’


에이브안도 눈을 부릅뜨고 자리를 박찼지만, 멀쩡한 리아가 떠올렸는지 숨을 토해내면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역시 루데릭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실례다.


자신의 안에서 올라갔던 루데릭의 평가가 상당히 급락하는 걸 느끼며 에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해는 한다.’


에이브안과 루데릭이 생각하던 것보다 그때 리아는 더 위급했었다. 당시 패닉에 빠져 하마터면 치유하는 게 늦어 후유증이 생길 뻔도 했고.


‘만약 아이리스를 잃어버린 경험이 없었으면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해 늦었겠지.’


당시를 떠올려보면 아찔하기만 했다.



“후······ 조금은 알겠군. 리아는 자네조차 놀랄 정도의 마력레벨에서 그 많은 마력을 완벽히 조작한다고 볼 수 있다는 거군. 그리고 애초에 마력을 조작하지 못해서 다쳤으니까, 분명 평범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겠지. 그게 리아가 멍해진 원인이라는 거고.”

“정확한 판단이다, 에이브안. 다만 자넨 처음 본 게 아니야.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아이리스를 위해 마법을 써 깊이 잠들었다는 적이 있다고 했으니.”

“그때 말고도 한 번 더 있었지. 그렇군······ 그건 리아가 마력을 모으려고―― 집중을 위해 잠든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건 마법이었나?”


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리아가 아이리스를 위해 그렇게까지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렸을 때 마력이 적어 몸이 약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겠지. 그때는 혼을 나눠주고 있었기에 마력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을 테니. 그리고 내가 마음에 둘까 봐 별다른 언급 없이 감췄겠지······”

“혼? 여자들이 아이를 뱄을 때 컨디션이 무너지는 거랑 관련이 있는 건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때 잘못됐으면 오히려 리아가 위험했을 거야.”

“잠깐!”


도중 루데릭이 손을 들더니 말을 잘랐다.



“그건 됐어. 지나간 일이고 리아는 멀쩡해. 촌장님도 나중에 따로 하시고 지금은······ 아시겠죠?”

“그렇구나. 찬크에르, 나중에 그 얘기도 듣고 싶네.”

“알았네.”


‘큭. 루데릭에게 지적받다니 엄청난 수치다.’


에이브안과의 대화는 말이 잘 통해서 이야기하기 쉬웠다.


에르도 그와의 대화는 상당히 즐거운 일이지만, 루데릭에게 ‘지적받는다’ 따위의 치욕스러운 기분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하자면. 리아가 말하기를, 마력을 컨트롤하기 위해 그때의 잠들었던 마법을 응용했다고 하더군. 본인의 몸과 머리에 마법을 걸어 마력을 자동으로 조작하고 적응할 수 있게.”

“그,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 그런 게 가능하다면 누구라도 강해질 수 있는 게 아닌가?”

“아무나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리아의 마법이 훌륭했을 뿐이야. 적어도 나는 할 수 없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없다면 어지간한 이들은 할 수 없을 거다.


그런 일을 리아가 해냈다는 말에 에이브안과 루데릭은 놀라움이 가득했다.


실제로 어느 누가 리아에게 해를 입히더라도 물리칠 수 있게,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설령 동포이자 최강의 용인 오올르오레이가 공격하더라도 최소한 지지는 않을 정도의 힘을 얻으려.


그랬기에 당연히 리아의 방법을 따라서 시도해봤지만······ 전혀 할 수 없었다.


대강의 원리나 이론은 알겠지만, 마법의 발동은커녕 실패할 거라는 직감만이 전해져왔다.


뭔가 놓친 부분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만약 부족한 부분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시도한 방법만으로도 마력조작이 한계였다. 그 이상 정교한 마법은 발동할 여력이 없었다.


그만큼 섬세하고 예술에 가까운 경지의 마력조작이 필요했다. 리아가 쓴 마법은.


그런데다가――



“리아도 아무렇지 않았던 게 아니다. 처음에는 말도 적어지고 멍해서 잠을 자기 일쑤였지. 지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선잠처럼 얕은 잠을 자주 잔다.”

“그건! 어렸을 때도 자주 그랬어.”

“그때는 마력량이 적어 신체의 활동 자체가 적어져서 그랬을 거다. 지금은 반대로 많은 마력량에 적응하고 조작하느라 그런 거고. 그래도······ 오늘은 그대들을 만나 기뻐서 그런지 무척이나 활동적이더군.”

“······그런가.”


세 명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자신도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리아의 즐거움, 행복이야말로 무엇보다 바라는 바이고, 실현됐다면 그것이 본인들의 행복이었다.


에르만은 리아가 맘 편히 살아가게 해줄 수 없는 무능함에 화가 났지만, 지금만은 리아가 즐겁게 웃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정리하자면. 리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 즉 두뇌가 마력을 안정시키고 있어 다른 곳에 할애할 여유가 없다고 보면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알고 있겠지만 마력레벨이 높아지면 두뇌도 좋아진다.”

“그 처리능력을 바탕으로 리아는 조작 가능한 수준에서 빠른 속도로 마력을 모았다는 건가? 그만큼 안정되지 않은 마력은 많을 테고, 그것들을 제어하느라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된 것이로군.”

“그리고······ 현재는 거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다. 평범하게 생활할 정도로 안정시키고 적응하는 데만 3년을 소비했지. 아니, 3년밖에 안 걸렸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다 내가 볼 땐 아마 다른 일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리아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언제나 무리하며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행위를 자주 하였다.


거기에 둘에겐 세세하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리아가 강해지기 위해 한 일은 절대 평범한 방법이 아니었다.


처음 산속 생활을 시작했을 때 리아는 엄청난 속도로 마력레벨을 올렸었다. 예상했던 300도 금방 넘어섰다. 그런데 400 정도에 이르자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그다음부터는 거의 진전이 없게 됐다.


물론 400도 엄청났다. 하지만 리아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심한 듯 말해줬다. 마력을 모으기 위해 긴 기간 잠이 들었던 그 날의 일을.


그때의 마법을 응용한다며, 스스로도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니 이후의 일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리아는 자신에게 마법을 걸었다.


마음은 말리고 싶었지만 차마 말리진 못했고 맡겨만 두라고 하였다.


그리고――


풀석.


리아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깜짝 놀라 살펴봤더니 맥박, 호흡, 체온 모든 게 정상이었다.


크게 안도했지만 이내······ 말은커녕 걷지도 못하고, 갓난아기로 퇴화한 듯 보이는 리아의 상태에 말을 잃었다.


리아에게 설명도 들었고, 자신도 위험하지 않은지 마력의 흐름도 확인해봤었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자기강화 종류에 해당하는 마법 같아 보였다. 처음 보는 마법이었으나 위험성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당혹감에 휩싸였으나 리아가 맡기고 마법을 쓴 것이었다.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리아의 뒷바라지를 했다. 밥 먹이는 것부터 그 후까지, 씻기는 것까지도 도맡아 하였다.


다만 그러는 와중에도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리아의 마력레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뭔가 큰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리아의 상태는 점점 나아져 갔다. 1년여 시간이 흘렀을 때는 조금 멍했지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기뻐할 틈은 없었다. 오히려 이때부터가 큰일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앞의 둘에겐 말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


이 당시 리아가 보인 행동은 다시금 떠올려도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그만한 일―― 자기 몸으로 하는 인체실험이 아닌가 싶을 그런 위험천만한 일들을 해 나갔다.


정말 매 순간 목숨을 걸고 하는 실험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순간이라도 삐끗했으면 치료할 틈도 없이 그대로 리아는 죽는 것이 확정이었었다. 마력의 폭주로 인한 대폭발도 이때 경험했다.


그런 걸 이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 이토록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걸 알면 분명히 이들은 신경 쓸 테니.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착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게 문제다. 평소에도 리아를 염려하느라 어색하게 거리를 둘 수도 있었던 거다. 지금은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태 보고 느껴온 이 마을 주민들이라면 분명 그러할 거란 예감이 든다.


그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으나, 오히려 그렇게 거리를 두면 지금의 연약한 리아에게는 독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평생 말해줄 생각 따윈 없지만······ 무엇이 리아를 이리도 내모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조차 혼자서 지키지도 못하고 이런 위험을 떠안게 내몰다니······’


리아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루데릭이 뭐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리아의 그 걱정이 다름 아닌 자신으로 하여금 시작되었으니.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침통하게 있으니 두 사람도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잠시 침묵했다.



“어흠. 루데릭.”

“네.”

“차 좀 타오거라. 목이 좀 마르는구나.”


분위기를 조금 부드럽게 바꾸려는 요량인지 에이브안의 지시로 루데릭은 차를 타러 움직였다.


그렇게 잠시 기다린 뒤 루데릭이 내온 차를 마셨다.


깊게 퍼지는 차의 향에 조금은 씁쓸함이 가셔갔다.


‘이런 곳도 나름 성장했구나.’


루데릭 치고는 제법 괜찮게 차를 내렸다.


별것 아닌 감탄을 하고 있으니, 에이브안이 차를 후룩 마시고는 진지한 눈빛을 보내왔다.



“찬크에르. ‘끝자락’이라고 했지, 분명? 그리고 자네조차 처음 봤다고 할 정도라면.”

“끝자락? 분명 1000이 끝이라고······ 에엥? 찬크에르, 설마?!”

“그래······ 999. 현재 리아의 마력레벨이다. 단 2년 만에 이루어낸 믿을 수 없는 성과지.”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았던 결과.


리아라면 혹시 모를 거라는 생각도 있긴 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혹시’였다.


긴 시간 존재해오며 저런 마력레벨에 도달한 자는 본 적도 없었다. 애당초 그리 창조된 자들이 아닌 한은.


그것뿐만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강해지기까지 했다. 동포들이 봐도 놀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당연히 마력레벨이 높아지고 강해지는 건 좋다. 리아의 불안을 정면으로 돌파할 힘이 되는 거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지만 영원히 사는 인생이라니······’


눈앞에 있는 이 둘이나 마을의 주민들이 앞으로 리아처럼 불로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알기로 모든 존재는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가능성이다. 실제로는 한없이 희박하다.


탄생한 뒤 여태까지 경험을 보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느낀다. 그러니 이 마을뿐만 아니라, 후에 친해질 모든 이들이 먼저 수명이 다해 사그라지는 건 정해진 수순 같은 거였다.


그때마다 리아는 분명 슬퍼하겠지.


‘내가 반한 여성은 그러한 존재이니.’


위로는 해줄 수 있다.


평생 곁에서 위로할 수는 있지만, 그 슬픔이 다가오지 않게 막을 순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슬퍼할 그 시간이 최대한 늦게 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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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히로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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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2 22.06.23 114 0 42쪽
53 51 22.06.23 107 0 39쪽
52 50 22.06.21 113 2 22쪽
51 49 +2 22.06.21 107 2 21쪽
50 48 22.06.21 99 1 20쪽
49 47 22.06.21 99 1 21쪽
48 46 +2 22.06.19 110 2 39쪽
47 45 +2 22.06.18 97 1 24쪽
46 44 22.06.18 114 1 28쪽
45 43 22.06.17 106 2 23쪽
44 ?? +2 22.06.16 95 1 17쪽
43 42 22.06.16 88 2 19쪽
42 41 22.06.16 87 2 33쪽
41 40 22.06.16 93 1 30쪽
40 39 22.06.16 103 2 18쪽
39 38 +2 22.06.15 119 2 27쪽
38 37 22.06.13 88 1 28쪽
37 36 22.06.11 97 0 20쪽
36 35 22.06.11 89 1 27쪽
35 34 22.06.09 88 1 25쪽
34 33 22.06.09 89 2 16쪽
33 32 22.06.08 103 0 22쪽
32 31 22.06.07 93 1 32쪽
31 30 22.06.06 92 0 20쪽
30 29 22.06.03 116 0 30쪽
29 28 22.06.02 93 3 41쪽
» 27 +1 22.05.31 102 3 23쪽
27 26 22.05.31 101 3 15쪽
26 25 +1 22.05.30 110 2 22쪽
25 24 +2 22.05.29 114 3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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