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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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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1,645
추천수 :
5,390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30 18:00
조회
7,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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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글자
13쪽

신규 퀘스트 발생!

DUMMY


이채현은 채집에 참여할 1레벨 던전에 홀로 찾아갔다.

이번에도 경기도 인근에 던전 게이트가 생겨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게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두근, 두근!


실로 오랜만에 들어가는 던전이었다.

지금 이채현의 머릿속에는 와일드 울프라는 채집팀에 대한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이번엔 어떤 마력 식물을 캘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그런데 그 채집팀이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막는다고 하지 않았나?


이번 1레벨 숲 지형 던전은 다른 1레벨 던전보다 폭이 좁은 편이었다.

그래서 채집꾼 다섯이 적당히 펼쳐서 감시하면 몰래 그들 사이를 통과하는 건 불가능했다.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들의 악행은 생각보다 꽤 치졸했다.

밤에 잘 때 몰래 지나치려 해도 서로 번갈아 보초를 서면서 감시한다니 참 대단한 열정들이었다.

그래도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있을 테니 그들이 가고 나서 천천히 둘러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약속 시각에 맞춰 도착하니 던전 공략을 주도할 아스타 길드와 와일드 울프 채집팀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아스타 길드의 공략대장에게 인사를 건넨 후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한쪽 구석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다.

도중에 와일드 울프 채집팀과 눈이 마주치자 그들이 손을 들어서 부르려고 했는데 냉큼 시선을 피해 못 본 척했다.


응, 나는 아무것도 못 봤음!


그런 이채현의 태도를 보며 와일드 울프팀이 어이없다는 웃음을 삼켰다.


“저 자식이 우릴 무시하네? 리더, 내가 데려올까?”

“놔둬라. 헌터들이 보는 곳에서 문제를 일으켜봤자 우리만 손해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데 저놈 생각보다 너무 말랐는데? 60kg도 안 되는 거 아냐?”


신종혁은 자신들에게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이채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채집꾼 배낭보다 오히려 왜소해 보이는 몸집이 뭘 제대로 시킬 수나 있을지 걱정될 정도였다.

기껏 끌고 다니다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덤터기를 쓸지도 몰랐다.


그냥 꼰대들처럼 장승으로 박아 둬야 하나?

가벼운 마찰이야 얼마든지 입을 맞춰서 무마할 수 있다지만, 저렇게 톡 치면 뚜둑!하고 부러질 것 같은 놈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쯥.


일단 자세한 내용은 던전 안에 들어가서 결정해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아스타 길드 쪽에서 공략 개시를 알렸다.


“자, 그러면 시간이 되었으니 던전 공략을 시작하겠습니다!”


던전 게이트가 활성화되면서 주위에 있던 헌터, 짐꾼, 채집꾼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안쪽에서 팀을 정비한 아스타 길드의 공략대장이 채집꾼들에게 찾아와 살짝 경고했다.


“그럼 공략 후에 신경 쓰이는 일이 없도록 협조 부탁드리죠.”


와일드 울프가 채집꾼들 사이에서 골칫거리라는 걸 대강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채집꾼들이 알아서 처리할 얘기였고, 자신은 공략 후에 아무 문제 없이 바로 복귀를 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가볍게 눈치를 주는 것이었다.


“하하, 물론이지요! 저희 쪽은 전혀 신경 쓰실 필요 없으니 이번 던전의 공략을 잘 부탁드립니다!”


헌터 업계에서도 활동해봤기에 나름의 처세술을 익힌 신종혁은 공략대장이 듣기 좋은 말을 내뱉으며 그의 권위를 존중해주었다.


“흐음······ 그럼 수고들 하시죠.”


공략대장이 아스타 길드의 헌터들을 이끌고 길을 나섰다.


모든 헌터와 일꾼들이 사라지니 이제 시작 지점에 남은 건 와일드 울프 채집팀과 이채현 한 명뿐이었다.


“자, 그럼 우리 같은 채집꾼끼리 진득하게 얘기 좀 할까?”


신종혁이 이채현을 향해 누런 이를 한껏 드러낼 때였다.


“에?”


이채현이 허공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대량 채집 퀘스트]

- 마법 식물을 1,000개 채집하세요.

- 수량 : 0/1,000

- 기한 : 48:00:00

- 보상 : 초목혜안 레벨업


갑자기? 여기서?

게다가······ 1,000개라니?

아무리 48시간이나 시간을 준다지만 저게 혼자서 채집할 수 있는 숫자인가?


지난 던전에서 손재주 스킬을 얻고 밤을 새워 12시간 동안 채집했을 때 대략 50개 정도를 수확했었다.

이번 던전은 숲 지형이라 좀 더 많은 수량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천 개를 48시간 동안 채집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완수하라고?


“어이, 내 말 안 들려?”


신종혁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별 다람쥐 같은 녀석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포악한 본성이 바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아, 아뇨, 잘 들리는데요?”


······살짝 모자란 놈인가?


신종혁은 일단 상대를 파악하기로 했다.


“이번에 3급 시험 통과했나?”

“네에······.”


기운 빠지는 대답에 절로 실력도 얕잡아볼 수밖에 없었다.


이걸 그냥 버려?

아니면 짐꾼으로라도 끌고 가?


괜히 귀찮은 짐짝 하나를 떠맡는 게 아닐까도 싶어서 좀 더 떠봤다.


“그래? 그래서 실력은 어떻게 되는데? 뭐, 브이캐럿 뽑을 줄은 아나?”


마지막 말은 채집꾼 사이에서 쓰이는 일종의 비아냥이었다.

예전엔 3급 채집꾼 실기 시험에서 종종 나왔던 만큼, 그것조차 제대로 못 하면 채집꾼 자격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크크큭!”

“브이캐럿 뽑다가 팔이 뽑히는 거 아냐? 푸하핫!”


와일드 울프의 다른 팀원들도 신종혁과 어울려 조롱해댔다.


인상 사나운 형님들이 이렇게 우르르 몰려와 무섭게 으름장을 놓으면 기가 팍 죽는 게 일반적일 거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채집 실력을 무시하는 말에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1등인데요?”


이채현이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만큼의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했다.


“아앙? 뭔 소리야?”

“이번 3급 채집꾼 시험, 1등이라고요.”


그러자 와일드 울프의 팀원 한 명이 소리쳤다.


“아, 맞다! 나 이번 시험 관련해서 재미난 얘길 들었는데!”


다른 이들의 시선이 몰리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이번 채집 시험 때 트리포일 채집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걸 무려 10분 만에 채집한 놈이 있었대! 그것도 마력 잔류량 99%로.”

“푸하핫! 무슨 그런 개떡 같은 허풍이 다 있어?”

“크하하! 10분을 채집했는데 99%? 그럼 난 1분 만에 100%로 채집해주지!”

“아냐! 나도 그땐 그렇게 비웃기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새끼가 허풍떠는 것 같지는 않았단 말이지?”


다섯 사내의 시선이 다시 이채현에게 쏠리자 그가 어깨를 1mm만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거 전데요?”


······진짜로?

허세 아냐?

아니, 이 다람쥐 같은 놈이 허세를 떨면 얼마나 떤다고?


신종혁은 가만히 이채현을 노려봤다.

분명 자신들에게 겁을 먹고서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게 보이는데 그 상황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짓말을 자랑스럽게 말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너, 직접 채집해서 보여줄 수 있겠냐?”

“못 할 건 없죠.”

“좋아, 그럼 마력 식물을 한 번 찾아보지.”

“저쪽에 한 무더기 있는데요?”

“뭐?”


신종혁과 네 사내는 이채현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나무에 시야가 가로막힌 사내들은 자리를 이동하기까지 해서 살펴봤는데 딱히 보이는 게 없었다.


“뭐가 있다는 거야?”

“잡초에 가려져서 뭐가 보이지도 않는구만!”


하지만 이채현의 표정은 진지했다.

신종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사내 한 명에게 턱짓했다.


“네가 가서 봐라.”

“내가? 아니, 뭐가 있다고······”

“가 봐.”

“어, 어··· 알았어.”


짧게 떨어지는 명령에 사내는 고개를 움츠리며 이채현이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어? 진짜로 있었잖아?”


그리고 잡초들 사이에 숨겨져 잘 안 보였던 약초 무더기를 발견했다.

신종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신경을 집중하니 잡초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약초가 있다고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야, 너희는 보이냐?”

“아니, 난 여전히 안 보이는데?”

“나도 안 보여.”


신종혁은 다시 이채현을 바라봤다.

그는 콧김을 참새처럼 내뿜으며 제법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놈 봐라?


“너, 어떻게 알았지?”

“그냥 보이는데요?”

“그냥 보인다고?”

“네, 아주 잘 보여요.”


정말······ 트리포일을 10분 만에 채집했다고? 마력 잔류량이 99%인 채로?

그게 정녕 사실이라면······


이건 대박이었다.


신종혁은 흥분으로 날뛰려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채현에게 마지막 미션을 제시했다.


“한번 채집해 봐라.”

“전부 다요?”

“그래.”


이 던전에서 나오는 약초들은 뜨문뜨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장소에 무더기로 모여있는 편이었다.

숨결초.

강아지풀처럼 길고 가느다란 이파리가 달린 약초로 스테미너를 회복하는 체력 포션의 재료 중의 하나로 사용되었다.


사용되는 건 잎이지만, 마력 순도가 유지되려면 양파 같은 둥근 뿌리가 붙어 있어야 했다.

여기서 또 주의할 점이 둥근 뿌리에 잔뿌리들이 턱수염처럼 달려 있는데, 둥근 원뿌리는 살린 채 이 잔뿌리들을 최대한 깔끔하게 쳐내야 잎의 신선도가 유지되었다.


이번 던전에서 노려야 할 채집물이 바로 숨결초 하나뿐이었다.

다른 약초는 그다지 단가가 좋지 않아 숨결초를 얼마나 많이 캐느냐가 수익을 좌우했다.


이채현은 신종혁이 주문한 대로 숨결초를 채집하러 갔다.

채집한 숨결초가 누구 소유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퀘스트 완수를 위해선 어서 1,000개의 마력 식물을 48시간 이내에 채집해야 했다.


동영상으로는 많이 봤지만 직접 캐보는 것은 처음.

긴장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드디어 실제 채집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달아올랐다.


좋아, 해보자!


눈에 보이는 숨결초는 모두 7개.

이채현은 일단 널찍한 삼각형 호미가 아닌 뾰족한 호미를 꺼내 들었다.

이곳은 땅에 돌멩이가 많이 끼어 있어서 삽처럼 넓은 도구로는 땅을 한 번에 파기가 힘들었다.


파팍! 깡! 팍! 깡! 파팍! 깡! 깡!


과연 숨결초 주변을 찍어보니 일부는 뾰족한 호미 끝이 쑥쑥 들어가고, 일부는 돌멩이에 부딪혀 땅 표면에서 막혀 버렸다.

그래도 돌이 있는 위치를 대강 파악했기에 차츰차츰 범위를 넓혀가며 땅을 파 헤집어 숨결초를 커다란 흙덩이와 함께 온전히 드러냈다.


다음은 잔뿌리들이 상하지 않게 흙을 털어내는 작업.

둥근 원뿌리의 표면이 제법 약했기에 흙과 함께 잔뿌리를 뽑듯이 털어내면 원뿌리 일부가 같이 딸려서 떨어졌다.

그래서 이것 역시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한데, 이건 트리포일과 비슷한 과정이었기에 딱히 어려울 게 없었다.


파바바바바박!

부스스스스스!


이채현의 현란한 호미질에 원뿌리와 잔뿌리만 고스란히 남은 채로 흙덩이들이 깔끔하게 떨어져 내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잔뿌리들을 깔끔하게 쳐내는 작업.

이채현은 호미를 두고 면도칼을 꺼내 들었다.

원래는 가위로 잔뿌리들을 하나하나 짧게 자른 후, 면도칼을 사용해야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면도칼을 사용하는 건 2급 채집꾼 정도는 돼야 하지만, 이채현은 왠지 모르게 잘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사각, 사각, 사각-


칼날이 지나갈 때마다 수염처럼 붙은 잔뿌리들이 토독, 토독 떨어져 나갔다.

비록 완전히 깔끔하게 잘리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한 결과물이었다.


이내 모든 잔뿌리가 떨어지고 양파처럼 매끄러운 원형 뿌리가 그 고운 자태를 뽐냈다.

이채현은 결과물을 쓱쓱 훑어본 뒤에 휙 집어 던졌다.

첫 작업물이라서 그런지 그 결과물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 뒤로는 묵묵히 새로운 작업에 착수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마지막 일곱 번째 숨결초 채집까지 이어지는 동안 들리는 소음이라고는 이채현이 작업 중에 내는 소리밖에 없었다.


그의 작업을 주변에서 지켜보던 와일드 울프 채집팀은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몸이 동상처럼 굳어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괴물 같은 능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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