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044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1 17:45
조회
9,498
추천
218
글자
14쪽

만능 채집꾼 등장!

DUMMY


이채현은 잠시 생각이 멈추고 말았다.

왜 각성이 되고 난리야?

그러다 떠오른 생각 하나에 퍼뜩 놀라며 소리쳤다.


“아, 안 돼!”


그러나 그 생각이 맞는다는 듯이 돌연 손오공의 긴고아가 씌워진 것처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끄아악! 나 살려어어! 대작가님 죽는다아아!”


헌터로 각성하면 무조건 찾아온다는 각성통.

열에 한둘은 그 자리에서 기절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아픔이었다.


“우아우아우아! 엄마! 아빠! 누나! 우워어어어! 나 죽네! 나 죽어어어!”


이채현은 한참 땅바닥을 굴러대다가 죽은 사람처럼 축 늘어졌다.

머리를 옥죄어서 터뜨릴 것 같던 고통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잠시 후, 이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툴툴거렸다.


“내가 두 번 각성하면 인간이 아니다!”


물론 두 번 각성한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


“후우,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갑자기 뭔 각성이야?”


각성 타이밍이 다들 뜬금없다고 하던데, 정말 뜬금없긴 했다.


그건 그렇고 인제 와서 헌터라니.

떡 먹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원치도 않는 김칫국을 억지로 들이켠 기분이었다.


“뭐, 헌터하면 몸은 좋아진댔으니 앞으로 감기 걸릴 걱정은 없으려나? 평생 운동 안 해도 되니 개꿀인가?”


헌터도 단련을 안 하면 늙는 건 똑같았지만, 그래도 일반인보다 건강한 신체를 갖는 건 사실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능력치를 확인하는 게 국룰이겠지? 나와라, 상태창!”


[이채현]

- 스탯 : 근력 1, 체력 1, 지력 1, 마력 1

- 특성 : 만능 채집꾼

- 스킬 : 초목혜안


와, 아름다워라!

스탯 스트레이트 1은 뭐니?


각성자의 스탯 합산 평균치가 7이었다.

전사 계열이라면 근력 3, 체력 2, 지력 1, 마력 1.

마법사 계열이라면 근력 1, 체력 1, 지력 2, 마력 3.


못해도 2나 3이 들어간 게 하나는 있는 편인데, 3은커녕 2조차 하나도 없다!

이 스탯으론 어디 명함도 못 내밀고, 취직해봤자 조금 유능한 짐꾼 신세였다.


오케이!

어차피 헌터 할 생각도 없었는데 오히려 잘 됐지, 뭐!


그런데 특성이 만능 채집꾼? 전투 계열이 아닌 생산 계열인가?


[만능 채집꾼]

- 다양한 환경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채집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식물, 광물, 동물 자원 등 모든 종류의 채집활동에 뛰어난 효율성을 보입니다.


······오?

채집을 잘하는 특성이라고?


채집을 좀 더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어서 이런 특성이 생겼나?

하지만 근육 헬창이 마법사로 각성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어쨌든 이번 던전에서 필요한 능력이니 나쁘지는 않았다.

몇 번 체험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마는 거지 뭐.


그럼 이제 스킬도 확인해 볼까?


[초목혜안(草木慧眼)]

- 1레벨 : 반경 10미터 안의 마법 식물을 감지합니다.


마법 식물은 트리포일 같은 약초나 특별한 효능이 있는 나무 같은 식물 모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반경 10미터 안이라면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일단 주변을 휙휙 둘러보니 딱히 뭐가 감지되는 것이 없었다.


이거이거, 오늘은 트리포일 하나로 끝내려고 했는데,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선 좀 더 채집해볼 수밖에 없잖아?


이채현은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때 다른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마법 식물 채집 퀘스트]

- 마법 식물을 10개 채집하세요.

- 수량 : 0/10

- 기한 : 12:00:00

- 보상 : 새로운 스킬


응? 퀘스트?


각성한 헌터가 퀘스트를 받는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퀘스트를 받는 헌터가 지금 여기 있네요?


11:59:45.


“12시간 내로 10개를 채집하란 얘긴가? 실패 관련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실패해도 따로 페널티는 없는 거고?”


그래도 무려 새로운 스킬을 준다는데 도전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가자! 가자! 새로운 스킬이 나를 기다린다!”


이채현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확실히 헌터로 각성해서 그런지 오전보다는 걷는 게 크게 힘들지 않았다.


길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편에 무언가 희미한 빛이 나는 것이 보였다.

직감적으로 마법 식물라는 걸 깨달았다.


“여기는 그 채집꾼 아저씨가 지나갔을 만한 길인데?”


아무래도 자신을 배려해서 하나 남기고 간 모양이었다.

참, 마음씨들이 좋으시네.


“어디 보자······ 이게 브이캐럿이랬나?”


이파리가 길쭉하면서 좌우로 불규칙하게 갈라진 식물로 평원에서 흔하게 보이는 잡초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초보자는 발견하기가 까다로울 거라고 했는데, 자신은 초목혜안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눈에 구별이 되었다.


이채현은 바로 쭈그려 앉아서 호미로 땅을 팠다.


팟! 팟! 팟! 팟!


브이캐럿은 당근처럼 생긴 뿌리가 V자로 갈라져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효능은 수면 유도.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에 쓰이며, 부작용이 없어서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던전 식물이었다.


“읏차!”


이채현은 줄기 끝을 잡고 뿌리를 쑥 들어 올렸다.

그러자 V자로 나눠진 굵은 뿌리와 그 가운데에 흙이 가득 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타이밍 싸움이지!”


브이캐럿은 변화에 민감해서 이렇게 뽑히면 흙에 붙은 뿌리가 금세 썩었다.

이것을 막을 방법은 가운데에 뭉친 흙을 떨어뜨리는 것인데, 트리포일 때처럼 살살 달래는 게 아니라 삽으로 한 방에 팍 쳐서 떨어뜨리는 게 포인트였다.


“간다!”


퍽!

뚜둑!


각도가 살짝 어긋나면서 모종삽이 뿌리를 쳐버렸고, 커다란 뿌리 하나가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이채현은 얼음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음! 연습은 이 정도면 충분하군!”


그래도 마법 식물을 얻긴 얻었으니까 된 거겠지?


“어? 퀘스트 카운트가 안 되잖아?”


손에 품어 보고, 배낭에도 넣어보고 여러 동작을 거쳐봤지만, 수량이 ‘0/10’에서 변하지를 않았다.


“온전한 상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건가?”


휙.


이채현은 연습용(?) 브이캐럿을 초원에 던졌다.

연습용이 얼마나 한다고 굳이 배낭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음 마법 식물은 반시간이 지나서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브이캐럿이었다.

이채현은 바로 작업해서 브이캐럿을 뽑았다.

그리고 세 번이나 예비 동작을 거친 다음에 자신 있게 모종삽을 후려쳤다.


팍!

후두둑!


“예스! 이거지!”


두 뿌리 사이에 있던 흙이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며 굵은 뿌리 두 개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퀘스트의 수량 역시 ‘1/10’으로 하나가 올라갔다.


“마법 식물을 온전하게 채집만 하면 된다는 얘기군?”


그 이후로는 본격적인 채집 시작이었다.


마법 식물 탐색에 있어서 초목혜안은 상당히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고작 반경 10미터로 뭘 알아볼까 싶었지만, 막상 빠른 속도로 걸으면서 주변을 휙휙 대충 둘러보는 것으로 마법 식물을 바로 찾아낼 수 있으니 다른 채집꾼 대비 2~3배는 빠른 탐색이었다.

3년 차 채집꾼 정도가 되어야 가질만한 눈썰미를 스킬을 통해 날름 얻은 셈이었다.

게다가 이 스킬의 효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 이런 곳에 숨어 있었잖아?”


다른 잡초에 덥혀서 아예 보이지 않았던 마법 식물까지 희미한 빛무리를 통해 찾아낼 수 있었다.

꼭꼭 숨겨진 것까지 매의 눈으로 포착해 발견하니 이건 10년 차 채집꾼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기예였다.


“으쌰! 시간 없다! 가자! 가자!”


타다다닷!


이채현은 이제 달리면서 탐색했다.

시간은 점점 줄어가는데 빠르게 걸으며 탐색하는 것만으론 퀘스트를 기한 내에 완수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달리기는 고등학교 체력장 이후로 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

아마 이채아가 그런 동생의 모습을 봤다면 ‘혹시 간밤에 외계인한테 납치당해서 뇌가 개조된 거 아냐?’라고 합리적인 의심을 했을 만한 대사건이었다.


빛의 속도로 질주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저녁이 찾아올 때까지 퀘스트를 완수하지 못했다.


[마법 식물 채집 퀘스트]

- 마법 식물을 10개 채집하세요.

- 수량 : 7/10

- 기한 : 1:45:12

- 보상 : 새로운 스킬


이미 날이 어두워져 아무것도 안 보이는 한밤중이 되었다.


“아, 여기서 포기하긴 아쉬운데······!”


그동안 10개의 마법 식물을 구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 3개는 실수해서 실제로 카운트가 된 건 7개뿐이었다.

퀘스트 실패의 패널티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멈추기엔 너무 아까운 상황이었다.

이채현은 마력등 바깥으로 보이는 깜깜한 어둠을 응시했다.

평소라면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며 무서워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저 어둠 속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살짝 흥분될 정도였다.

고? 스톱?


“그래! 계속 가자!”


상남자는 자고로 어둠 따위를 무서워하지 않는 법!


처음에는 익숙지 않은 발걸음에 괜히 말을 내뱉었나 싶었으나.


“오! 하나 찾았다!”


이내 마력 식물 하나를 발견하자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채현은 어둠 속에서 주변 10미터만 밝히는 마력등을 들고 열심히 마력 식물을 찾았다.

시야가 어두워도 초목혜안 덕분에 마력 식물을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다 찾았다!”


남은 시간을 10여 분 남겼을 때 3개의 마력 식물을 온전하게 채집하게 되었다.


[퀘스트 완수 보상으로 새로운 스킬 ‘손재주’를 획득했습니다.]


이채현은 바로 스킬을 확인했다.


[손재주]

- 1레벨 : 손을 사용하는 동작이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실수도 줄어듭니다.


오호!

손재주가 좋아지는 스킬이라니!


가뜩이나 10개 중에서 3개를 해 먹어서 곤란했었는데, 이 스킬이 있다면 훨씬 빨리, 훨씬 정교하게 채집 작업을 할 수 있을 거였다.

이거 테스트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평소였다면 열심히 키보드 배틀을 하고 있거나, 침대에 누워 다채로운 영상을 보면서 소설 아이디어를 구상했으리라.

물론 생각나는 아이디어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아무튼.

이쯤 되면 쉴 법도 한데, 그리고 각성한 몸도 이제 쉬자며 부들부들 떨려오는데.

······왜 이렇게 채집이 계속하고 싶지?


“어휴, 안 되겠다.”


벌컥! 벌컥!


부스트 드링크로 부들거리는 몸을 좀 추스르고 다시 채집활동 개시!

고레벨 헌터들은 잠 안 자고 2~3일 정도는 거뜬히 버틴다는데 하룻밤쯤이야!

나도 게임에 푹 빠졌을 때는 잠 안 자고 3일도 버텼다고!


이채현은 마력등으로 어두컴컴한 주위를 밝히며 마법 식물 탐색에 나섰다.

어둠 속을 걸어 나가는 그의 발걸음은 이미 한 명의 노련한 채집꾼이 된 것 같이 자신만만하기만 했다.


시간이 흘러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아왔다.

이채현은 피곤할 때마다 잠깐 쉬며 부스트 드링크를 들이켜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했다.

그의 배낭은 밤사이 채집으로 상당히 차올랐고, 그로 인해 이제는 걷는 것조차 제법 힘에 부쳐왔다.

몸은 힘들어 죽겠는데 정신을 홀딱 빼앗은 게임에 몰입한 것처럼 자신의 두 눈은 여지없이 마법 식물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니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으아아, 이게 진짜 마지막!”


이채현은 방금 채취한 마력 식물을 배낭에 넣고 땅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평소 몸 쓰는 일을 그렇게 싫어했건만, 빵빵해진 배낭을 보노라니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바로 입덕이라는 걸까?


“······하나만 더 채취할까?”


그런 마음이 들 때였다.


별안간 하늘에 반짝거리는 빛무리가 펼쳐졌다.

던전 공략대가 보스를 잡아서 던전이 닫힌다는 증조였다.


“오······ 예쁘다.”


던전 공략대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저 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 같은 빛무리를 보는 것이라는데, 확실히 지난 3일간의 노력을 기쁘게 축하해주는 듯한 하늘의 축하 공연 같았다.


빛무리가 점점 더 밝아지면서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빛이 사라지고 눈을 떴을 때는 던전에서 탈출해 게이트가 있던 자리로 돌아온 상태였다.


“27, 28, 29, 30. 전 인원 무사히 복귀했군요! 모두 3일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던전 공략대원들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채집꾼들도 바닥에 널브러진 이채현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어디 얼마나 채집하셨나?”

“음? 배낭이 상당히 불룩한데? 배낭 안을 채우려고 돌이라도 넣어온 건가?”

“크흘흘, 자네 소싯적 얘긴 왜 해?”


채집꾼들은 이제 처음 채집 일을 해본 이채현에게 그리 큰 기대를 품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채현의 상태를 확인했다.

던전 밖으로 나와서도 누워 있는 모습이 설마 곰탱이처럼 내내 누워만 있었겠나 싶었지만, 이채아에게 들은 말이 있었기에 설마가 진짜인가 싶기도 했다.


“안을 좀 확인해봐도 되겠어요?”


이채현에게 가르침을 하사했던 채집꾼이 물었다.


“네, 한번 봐주세요.”

“그러지요.”


채집꾼이 빙그레 웃고 이채현의 배낭을 확인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놀라며 기함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두 번째 던전 채집 신청 +6 24.05.28 8,076 151 13쪽
9 고장인가? +2 24.05.27 8,048 157 13쪽
8 시험은 당일치기! +3 24.05.26 8,124 154 13쪽
7 프로 게이머 +15 24.05.25 8,705 160 14쪽
6 대체 누굴까? +1 24.05.24 8,896 170 14쪽
5 500만 원의 사나이? +7 24.05.23 9,186 180 14쪽
4 좋은 거래 +2 24.05.22 9,232 180 14쪽
» 만능 채집꾼 등장! +1 24.05.21 9,499 218 14쪽
2 뜬금없이 각성? +10 24.05.20 9,759 196 14쪽
1 던전 채집꾼을 하라니! +8 24.05.20 11,290 19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