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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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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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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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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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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고장인가?

DUMMY


이채현이 마력 식물 식별 시험장에서 어떤 기행(?)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응시생들이 2분 만에 대기실로 들어온 그를 깔보며 한마디씩 했다.


“하, 저 친구. 이번 시험 그냥 포기했나 본데?”

“하긴, 예전 같으면 어찌어찌 알아보기라도 할 텐데, 이번 시험은 찍는 것 말고 할 게 없었을걸?”

“시험 난도를 잘 높이긴 했네. 뭣도 모르는 사람이 채집꾼 자격증을 따는 건 막을 수 있으니까.”


너도나도 채집꾼을 하면 경쟁이 치열해질 테고, 그만큼 벌이도 시원찮아 질 거였다.

물론 던전 채집꾼이라는 게 무작정 수익이 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중이떠중이들이 달라붙어 이 바닥 물을 흐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건 그렇고 이번 시험은 누가 1등을 했으려나?”

“필기시험 1등 한 김민준 저 사람 아닐까?”

“그러게, 괜찮은 사람 있으면 우리 팀에 영입해보라고 그러던데.”


필기시험은 일반인도 쉽게 통과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기 시험은 진짜 채집꾼을 판별할 단계였기에 지금 나오는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간이 지나 모든 응시생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잠시 후 시험 결과를 들고 온 시험 감독관이 찾아왔다.

5 시험장을 담당한 오빈석이었다.


“오, 결과 나왔나 보다!”

“제발 커트라인인 70점만 넘기를!”

“과연 누가 1등일까?”


오빈석이 입을 열려 하자 약속한 것처럼 주변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자, 마력 식물 식별 시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먼저 1등.”


누구냐?

필기시험 1등 김민준?

아니면 근소한 차이로 2등 한 사람?


“이채현 응시생. 100점입니다.”


대기실에 모인 응시생들이 저마다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며 수군댔다.


“응? 저 사람이 1등이라고?”

“필기시험 간신히 통과하지 않았어?”

“뭐야? 1분 만에 들어온 사람이 1등이라고?”


오빈석이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질문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다른 분들이 들을 수 있도록 조용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2등······.”


오빈석의 입을 통해 순위가 계속 흘러나왔지만, 사람들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저 사람이 1등이야?

이거 뭐 잘못된 거 아냐? 편파판정?

10분을 다 채우고 돌아왔으면 실기를 잘하는 편이라고 이해라도 하겠지! 그런데 1분? 2분도 안 돼서 돌아왔잖아?


“50등 변재영 씨, 48점입니다. 채집 실습 때는 분발하셔야겠네요. 이상입니다.”


결과 발표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득달같이 오빈석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1등 정확한 거 맞아요?”

“그러니까요! 어떻게 100점이 나옵니까, 100점이? 2등도 84점밖에 안 되는데!”

“혹시 부정행위 있는 거 아닙니까? 이거 공정위에 제소해도 되죠?”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말입니다.


오빈석은 속으로 씁쓸하게 웃은 뒤 대답했다.


“제가 이채현 응시생을 담당했던 감독관입니다. 제 명예를 걸고 이채현 응시생은 어떠한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걸 밝히는 바입니다.”

“당신 명예는 필요 없고! 대체 무슨 일인지 제대로 알려달라니까요?”

“그렇게 짧은 시간 만에 문제를 다 풀고 나왔다니, 답을 미리 알지 않고서야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러니까요?

저도 그게 그렇게 궁금했다니까요?


“시간이 늦어질 수 있으니 이제 채집 실습 시험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응시생분들도 시험시간이 줄어드는 건 원치 않으시겠죠?”


그제야 사람들의 불만이 멈췄다.

어쨌든 시험은 절대평가였으니 이채현이 딱히 피해를 준 건 아니었고, 다음 시험의 실습 시간이 줄어들어봤자 자신들만 손해기 때문이었다.


응시생들은 시험 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마지막 시험장으로 향했다.

채집 실습.

전 응시생이 한 자리씩 맡아 땅에 심어진 마력 식물을 채취하는 것이었다.

다른 응시생들을 구경할 수 있게 자리는 원형으로 배치되었다.


“아, 이런! 트리포일이잖아!”

“어쩐지! 이게 나올 것 같더라니!”

“에휴, 망했네, 망했어!”


기존의 채집 실습은 브이캐럿 같은 단순한 것을 5개 정도 채집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균치를 보고 결정했지만, 이번 시험은 그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트리포일이 등장했다.


“아시다시피, 트리포일은 숙련된 채집꾼이라도 물이 없으면 몇 시간 이상 작업해야 하는 마법 식물입니다. 그러니 주어진 한 시간 동안 얼마나 온전한 상태로 채집했느냐로 점수를 결정합니다.”

“이거 100점은 있긴 합니까?”

“마력 판별기로 기존 대비 90% 이상의 마력이 잔재할 경우 100점으로 간주합니다. 이후 1%에 1.5점씩 차감됩니다.”


보통 중품이 마력 잔재율 50% 내외였다.

그러니 조금 더 신경을 잘 쓴다면 아슬아슬하게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70%만 넘으면 되는 건가?”

“될 것도 같고, 힘들 것도 같고.”

“도전 기회가 딱 한 번이니 무척 신중해야겠네!”


예전과 다르게 단 하나의 마력 식물과 씨름해야 했다.

시험 설명을 다 들은 응시생들이 슬슬 전의를 불태워 갔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1시간입니다. 시작!”


파바바밧!


다들 번개 같은 속도로 자리에 앉은 뒤 트리포일 주변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인가?’


그에 반해 이채현은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준비된 도구 중의 하나인 호미를 잡은 후 가벼운 손놀림으로 땅을 팠다.


흥~ 흥~


오랜만에 채집하니 던전에서 처음 경험했던 그 즐거움이 다시 떠오르려 했다.


그래, 이 맛에 채집하는 거지!

이 향긋한 땅 냄새와 약초에서 풍겨 나오는 알싸한 냄새!

한 올, 한 올 장인이 조각해놓은 듯한 영롱한 자태의 뿌리!

이파리는 섬섬옥수 세 손가락이 곱게 뻗은 것처럼 얼마나 예뻐?


이채현은 이 소중한 시간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채집 작업에 임했다.


그러나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듯이, 이채현이 누릴 수 있는 채집 시간은 어느새 끝이 찾아왔다.


“아, 벌써 다 끝났네.”


시간을 보니 이제 막 10분이 흘러간 참이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진짜 채집은 이제 던전에 들어가서 하면 될 일이리라.


그런데 주변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모두가 채집 작업을 멈춘 채 크게 뜬 눈으로 이채현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다른 응시생들은 시험이 시작함과 동시에 이채현 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었다.


‘마력 식물 식별 시험 1등이라고? 그래, 채집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여기서 실력이 뽀록나겠지? 결과가 중품도 안 되면 바로 공정위에 제소해주마!’

‘날 제치고 1등이라고? 그것도 100점으로? 하! 과연 채집 능력도 그만큼 좋을까?’


이미 응시생들에게 미운털이 잔뜩 박혀 있었기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팍, 팍, 팍.


처음 호미질은 그다지 특별한 게 없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그렇다고 생초보 일반인의 손놀림도 아니었다.


쑥!


‘······흠, 깔끔하게 잘 뽑았네. 운이 좋았나?’

‘잔뿌리가 아슬아슬하게 다 살아 있네? 재주도 좋아?’

‘제법······ 괜찮은데? 사실 어디 유명한 채집꾼 팀 소속이었나?’


그다음은 잔뿌리에 붙은 흙덩이를 털어낼 때였다.

이채현이 뾰족한 호미로 바꿔 들고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파바바바박 찍어댔다.

그 모습을 본 응시생들이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에잉! 그러면 그렇지! 저러면 잔뿌리가 더 떨어져 나가는 거 모르나?’

‘초보네, 생초보! 더 볼 필요도 없겠어.’

‘저렇게 잘 뽑아 놓고, 뿌리 작업은 왜 저 모양이지? 저 뒤로는 못 배웠나?’


그러나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후두두두둑!


뿌리에 붙어 있던 흙덩이들이 소나기처럼 와르르 떨어져 내리더니 그 안에 있던 미세한 잔뿌리들이 하늘하늘 춤을 추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걸 본 응시생들이 크게 기함했다.


“뭣!”

“저게 무슨!”

“대체 어떻게!”

“우악!”


분명 흙덩이들과 함께 잔뿌리들 모두 끊어지며 우수수 떨어질 줄 알았건만.

어떻게 저 실 같은 잔뿌리들이 고스란히 붙어 있을 수가 있지?

저게 인간적으로 가능한 일이야?


그 뒤로 이채현이 비단결을 쓰다듬듯 부드러운 손가락 놀림으로 남아 있는 흙먼지를 정리했다.

응시생들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숨 쉬는 법도 잊은 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끝이 찾아왔다.


“이채현 응시생 님. 다 하셨으면 가운데로 나오셔서 마력 측정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이채현이 깔끔하게 정리한 트리포일을 가지고 나가 마력 측정기에 넣었다.

잠시 후 측정 결과가 화면에 표시되었다.


99%.


3급 채집꾼이 작정하고 작업해도 97~98%가 나올까 말까였다.

그것도 3시간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그런데 이채현은 단 10분 만에 99%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합리적 의심 하나를 떠올렸다.


기계가······ 고장 났나?



*


“자격증 발급 비용은 만 원입니다. 카드로 하실 건가요?”

“아, 현금으로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여기 자격증이요.”


이채현은 교부받은 자격증을 확인했다.


[3급 던전 채집꾼 이채현]


드디어··· 드디어······!


고작 3급밖에 안 될 뿐인데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가슴이 웅장해졌다.

하긴, 3급만 해도 2레벨 던전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1레벨 던전에서 500만 원을 벌었는데, 2레벨 던전에선 얼마를 벌 수 있겠는가?


얼른 집에 돌아가서 온 가족에게 자랑해야지!

엣헴! 내가 누구? 바로 만능 채집꾼!

만능 채집꾼은 3급 시험 따위 공부 한 자도 안 하고 합격할 수 있다, 이 말이지?


이채현의 머릿속에 필기시험을 간신히 합격한 기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직, 실기 시험을 1등, 최우수 성적으로 합격했다는 사실만 가득 찼다.


“저, 이채현 씨, 잠깐 얘기 좀 가능할까요?”


프로 집귀신답게 다른 곳으로 눈도 안 돌리고 귀가하려던 이채현을 누군가가 붙잡았다.

같이 시험을 본 응시생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자만 이채현에게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와, 채집 시험 2등이 85%였는데 99%는 정말 어떻게 하신 거예요? 그건 그렇고 혹시 소속된 팀이 있으신가요?”

“채집 기술이 정말 예술이시던데요? 괜찮다면 저랑 같이 팀을 꾸릴 생각 없으신가요?”

“전 볼 때부터 엄청난 손재주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그린핸즈 팀이라고 들어는 보셨죠? 저희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이채현은 금세 위축되었다.

이런 개인적 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은 상당히 껄끄러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떠받드는 칭찬이 쏟아지자 이 또한 가슴 한편이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부담스러우면서 기쁘기도 한, 참 아이러니한 감정이 요동쳤다.

그래도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이 자리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고민되던 참이었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한 여성이 인파를 좌우로 물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이게 무······ 어?”

“아니 뭔데 그······ 어?”

“순서를 지켜요, 순······ 어?”


주변의 남성들이 여성의 얼굴을 보더니만 죄다 뇌가 빠진 얼굴을 했다.


이채현의 앞에 선 여성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길고 윤기 나는 생머리는 봄바람에 살랑였고, 단아하면서도 섬세한 이목구비는 마치 명인이 만든 도자기를 연상케 했다.

특히 그녀의 눈동자에는 약간의 앙칼진 기운이 서려 있어, 고양이를 닮은 매력을 풍겼다.


비록 녹색 츄리닝 차림에 쌀쌀한 봄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2선 슬리퍼를 신은 모습이 다소 언밸런스해 보였지만, 그녀의 빼어난 미모 앞에서는 그런 차림새조차 천사의 옷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였다.


권유리.

권태율의 부탁을 받은 그녀가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루나 레머디 회장 권태율.


“저희 할아버지가 이채현 씨를 애타게 찾아요.”


이채현은 얼떨결에 명함을 받았다.

그러자 권유리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바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빠져나갔다.


······뭐였지?


반응은 주변에서 튀어 나왔다.


“뭐? 권태율 연금술사?”

“뭐야, 루나 레머디의 관계자였잖아? 어쩐지!”

“저··· 권태율 연금술사님과는 어떤 관계이신가요? 혹시··· 제자?”

“그분이 문하생은 받아도 제자는 지금껏 안 받지 않았나?”

“그러니까 제자가 아니냐는 거지! 안 그러면 그런 실력을 보일 리가 없잖아?”

“듣고 보니 그럴지도?”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저도 갈게요!”


이채현은 권유리가 뚫어 놓은 길을 따라 후다닥 도망치듯이 무리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누가 알아볼세라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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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던전 채집꾼을 하라니! +8 24.05.20 11,290 19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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