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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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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040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4 17:45
조회
8,895
추천
170
글자
14쪽

대체 누굴까?

DUMMY


딸랑!


야심한 밤 시각, 어지간한 상점들은 문을 닫은 시각에 최고 약재상 안으로 꼬장꼬장해 보이는 노인 한 명이 들어왔다.


한국 최고의 연금술사 권태율.


그가 만든 포션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길드에서 구매하지 못해 안달일 정도로 품질이 뛰어났고, 일류 연금술사라고 칭해지는 이들의 절반 이상이 그의 문하생일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었다.


헌터들은 매번 몬스터와 사투를 벌여야 하기에 몸의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었다.

그러나 다른 클래스 대비 힐러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괜히 왕족 힐러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힐러가 있다 한들 마나가 무한한 게 아니라서 모든 상처를 즉각 치료하지도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힐링 포션, 마나 포션, 체력 포션 같은 회복제들이 요긴하게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던전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중량은 한정되어 있었기에 하나를 들고 가더라도 포션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을 찾아야 했다.


그렇기에 왕족 힐러와 마찬가지로 연금술사 장인들 역시 헌터 업계에선 상당한 대우를 받는 편이었다.

그런 연금술사 중에서 최고봉에 자리한 자가 찾아온 것이었으니 최고 약재상의 주인인 차태만은 그야말로 황금 고블린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어서 오시죠! 어서 오시죠! 헤헷!”


차태만의 비굴한 웃음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권태율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이름값을 알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애타게 찾는 이유를 알았다.

그래서 약재상 거리도 필요한 게 있으면 이렇게 늦은 밤에 몰래 찾아오는 편이었다.


“상품 좀 보지.”


권태율이 찾는 건 4레벨 사막 던전에서 나오는 ‘사막의 불꽃’이란 꽃을 이 약재상이 매입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희귀한 약초지만, 그렇다고 물건이 시중에 아예 안 도는 건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요즘 연구하는 포션에 쓰려면 최상품을 활용해야 하는데, 시중에 있는 건 기껏해야 중품에서 상품이 될까 말까 한 것들이었다.


“네, 네!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습니다! 사막의 불꽃은 보관하려면 뜨거운 열이 필요하기에 이렇게 히트박스(HeatBox) 안에 잘 모셔두고 있었죠!”


차태만이 통통한 상자 하나를 꺼낸 뒤 잠금쇠를 풀어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 갇혀 있던 뜨거운 공기가 훅 밀려 나오며 모래 위에 심어진 붉은 꽃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꽃의 상태를 유심히 확인한 권태율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거 온도 몇 도야?”

“네? 아, 네, 네, 사막의 불꽃이라 당연히 40도에서 50도 사이에 맞췄습니다만?”

“에잉! 그건 일반론이고! 꽃잎의 색깔 보고 온도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거 몰라? 이놈 지금 색깔이 시들시들하잖아! 1도 아니, 1.2도는 더 올렸어야지!”


차태만은 생전 처음 듣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대충 40~50도 사이에 보관하면 끝이거늘, 꽃이 아예 말라죽은 것도 아니고 그게 무슨 큰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이 보기엔 처음 매입했던 그대로인 것 같구만.


“쯧! 그래도 간신히 상품은 되는 것 같으니 천만 원은 쳐주지.”

“네엑?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이걸 얼마에 매입했는데요!”


자그마치 천만 원에 매입했다. 천만 원!

히트박스 가격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인 거래였다.


“지금 내 눈이 약초값 하나 제대로 못 알아보는 병신이라는 거야?”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욕심부릴 생각하지 말아! 팔 거야, 말 거야?”


차태만은 속이 쓰라렸다.

권태율에게 질 좋은 약초를 주면서 크게 뜯어낼 생각이었는데, 시작부터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니!

하지만 이 영감탱이에게 잘못 걸렸다간 이 바닥에서 발도 못 붙일 수 있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막의 불꽃을 내줘야 했다.


“드, 드리겠습니다······.”

“흥! 그래도 양심은 있네!”


다행이었다.

만약 그가 역정을 내었다면 이날로 가게를 접어야 했을지도 모르니까.


“어, 어르신! 제가 어르신 오신다고 좋은 약초들을 좀 모아놨는데······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봐 봐.”


후우, 그래도 관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사막의 불꽃은 손해를 봤더라도 다른 약초들로 크게 이득을 보면 그만이었다.

이 영감도 양심이 있으면 알아서 후하게 올려 쳐주겠지.


하지만 차태만은 이 꼬장꼬장한 영감이 생각 이상으로 깐깐하다는 걸 간과했다.


“이파리 끝이 이게 뭐야! 1mm나 갈라져 있잖아!”


“지금 여기 실 같은 잔뿌리 하나가 떨어져 나간 거 안 보여? 2mm는 떨어졌겠네!”


“대체 보관을 어떻게 한 거야! 꽃잎 가운데가 색이 미세하게 변해 있잖아!”


어지간한 연금술사는 죄다 상품, 최상품으로 취급할 물건들을 이파리 끝이 아주 약간, 정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갈라졌다고 퇴짜를 놓질 않나, 별 구별도 안 되는 꽃의 색깔 가지고 트집을 잡지 않나.

이제 보면 일부러 꼬투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 볼 것도 없겠네! 이만 가지!”

“아이고 잠시만요! 잠시만! 마지막으로 이거, 이거 하나만 더 봐주세요!”


차태만은 몇 시간 전에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 이채현에게 산 약초 꾸러미를 탁자 위에 올렸다.

권태율이 생산자 표시에 적혀 있는 정보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음? 트리포일? 브이캐럿? 이런 시답잖은 걸 나한테 보여주겠다고? 게다가 이채현? 이놈 탐색꾼 몇 급인지도 안 적혀 있잖아?”

“아이고, 자격증은 없어도 꾼이에요, 꾼! 저는 처음에 보고 무슨 은거기인인 줄 알았다니까요? 눈빛에서 흉흉하게 드러나는 기세 던전에서 한 30년은 살다 나온 사람 같았는데······”


차태만이 있는 말, 없는 말을 지어내며 서둘러 꾸러미를 풀었다.

그러자 알싸한 약초 냄새가 풍기며 권태율의 코를 자극했다.


허? 이것 봐라?


약초는 얼마나 깔끔하게 채집했느냐에 따라 그 향이 달랐다.

그리고 지금 맡아본 냄새로는 최소 상품, 어지간한 건 최상품일 게 분명했다.


1레벨 평원 던전에서 나오는 것들이라 채집꾼들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채집해서 상등품 이상은 잘 안 돌았다.

물론 물량이 워낙에 많이 나와 채집꾼들도 질보단 양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었다.

게다가 상품과 중품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니 구태여 자기 수입을 깎아가며 시간을 버리려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저레벨 던전의 약초는 필요하면 상등품 이상으로 의뢰하면 의뢰했지,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정신 나간 약재상에 이런 귀한 약초들을 보게 되니 순간 호기심이 동했다.


“어느 채집꾼 팀이야?”


1레벨 던전에서 단 한 사람이 이런 수확물을 거두기는 불가능했다.

필시 채집꾼 팀이 있고, 그 안에서 도제로 활동하는 수습생이 다섯 사람 것을 모아서 가져왔으리라.


“어······ 그게 저도 잘······.”


허이고!

그래, 기대도 안 했다!


그건 그렇고 확실히 이상했다.

자신이 이 약재상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이런 선물을 준비했다면, 분명 팀 이름이라도 남겨뒀어야 정상인데?


“그래서. 여기 이채현이란 애는 누구야?”

“그게······ 젊은 남자였습니다. 한 20대 후반 정도 되는······.”


아까는 은거기인이라며!

던전에서 30년은 살았다며!


그러나 그런 식으로 꼬투리를 잡아봤자 이야기가 좋게 흘러갈 리 없다는 걸 잘 알았기에 짧게 흘기고는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겼다.


“그래? 그래서 걔가 이거 팔면서 뭐 한 말 없어?”

“네? 한 말이라니요······ 아! 있긴 있었습니다! 여기 이 트리포일이 트리포일 맞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차태만이 다른 트리포일보다 살짝 더 맵시 있게 생긴 트리포일을 보여줬다.

순간 권태율의 눈이 부릅떠졌다.


아니, 이게 왜 여기 있어?

그것도 이렇게 완벽한 상태로?


눈앞에 있는 약초는 트리포일과 거의 흡사했지만 트리포일이 아니라 트리크라운이었다.

1레벨 평원 던전에서 극히 희귀하게 발견되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3급 던전 채집꾼 정도의 손재주로는 온전한 채집이 힘들었다.


최소 2급 던전 채집꾼이 각을 잡고 작업해야 할 물건이었다.

게다가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채집 난도가 상당히 높은 축에 속했다.

무엇보다 이 트리크라운은 온전하게 채집하지 않는다면 즉, 일반 트리포일처럼 잔뿌리를 죄다 쳐내버리면 그 효능이 일반 트리포일처럼 변해 버린다.

그러니 트리크라운을 아는 사람이 없고, 알아도 불필요한 지식일 뿐이었다.


그런데 자격증도 없는 놈이 트리크라운을 상품 아니, 최상품인 상태로 캐왔다고?

1레벨 던전을 미쳤다고 2급, 1급 채집꾼들이 팀을 이뤄 들어갔을 리도 없고, 알면 알수록 미스터리가 더 쌓여만 갔다.


삼족오 길드가 맡은 1레벨 평원 던전.

아무래도 자세한 정보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 전에 이건 반드시 사가야 했다.

다른 연금술사가 보고는 자신보다 먼저 침을 발라두면 곤란했으니까.

뭐, 이걸 알아볼 연금술사가 몇이나 있을까 싶겠냐만.


“그래서 이 보따리는 얼마에 팔 건데?”


괜찮은 상품을 보자 권태율의 마음이 살짝 풀어졌다.

그래서 마지막 구명줄을 내려준 거였다.

원래는 트리크라운 하나만으로도 후하게 쳐서 500을 받아도 될 정도였다.

그러나 차태만은 그 값어치를 모를 테고, 채집꾼에게도 그렇게 값을 치르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양심적으로 500만 원 밑으로 부른다면 그동안 저지른 죄를 용서해 주는 생각으로 500을 얹어 천만 원에 사가고, 만약 그보다 많이 부르면······


한편, 권태율의 태도가 살짝 부드럽게 변한 걸 귀신처럼 포착한 차태만은 이것이 마지막 기회임을 직감했다.

저 유별난 트리포일 가지고도 뭐라고 하는 걸 보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사막의 불꽃에서 손해 본 것까지 만회할 생각으로 대차게 불렀다.


“2천만 원 받겠습니다!”

“뭐 이 미친 새끼야!”


저놈은 모르겠지만, 상태가 변한 다른 약초를 다 합쳐도 많이 쳐야 700을 받을까인데, 2천을 불러?


그러나 차태만도 생각이 있었다.


“그 트리포일 아니, 트리포일 같이 생긴 거, 꽤 희귀한 약초 아닌가요? 셈은 정확히 치르셔야죠, 어르신.”


드디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권태율은 이 욕심 많은 상인을 향해 속으로 혀를 찼다.

기어코 스스로 독배를 드는구만!


“다른 약초들 잘 봐. 보랏빛 점 있지?”

“네? 그게 무슨······?”

“보라고!”

“아, 네, 네!”


차태만은 트리포일과 브이캐럿을 살폈다.

그러자 권태율을 말처럼 잎이나 뿌리에 좁쌀 같은 보랏빛 점들이 뜨문뜨문 생긴 게 보였다.


“아아니! 이, 이게 왜 이렇지?”

“그거 다 그 약초 때문이거든? 그거 보관 잘해야 한다? 안 그러면 그 보따리 말고 다른 곳에 있는 약초도 다 버릴 걸?”

“그······ 어,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 건지······?”

“그걸 내가 왜 알려줘! 그리고 그거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면 그놈도 못 쓰게 될 걸?”

“저······ 그······”


권태율이 매정하게 대답했다.


“500.”

“아이고, 어르신! 저 그러면 완전 손해입니다! 저보고 나가서 굶어 죽으라고요?”

“400.”


차태만의 동공이 정신없이 흔들려 댔다.

이미 가격이 내려간 시점에서 이것 또한 사막의 불꽃처럼 손해인 거래였다.

하지만 권태율의 말대로 이 약초를 계속 보관하고 있다간 돈도 못 받고 죄다 똥이 될지 몰랐다.


“어, 어르신! 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에선 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

“300.”

“아닙니다! 400만 원 받고 팔겠···!”

“이백오······”

“300! 300에 팔겠습니다!”


그렇게 이채현에게 500을 받고 매입했던 약초들을 무려 200이나 손해를 보고 팔게 되었다.


권태율은 약초들을 챙긴 후 최후통보를 내리듯이 말했다.


“자네. 조만간 다른 업종 알아보는 게 좋을 게야.”

“······네?”


딸랑!


권태율은 최고 약재상을 나온 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단에 올라탔다.


“집으로 모실까요?”


기사의 질문에 권태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작업실로 가.”

“좋은 상품이 들어왔나 보군요?”

“어, 당장 정리해야 해.”

“바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과속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권태율은 이채현을 어떻게 알아볼지 생각했다.

가장 쉬운 건 삼족오 길드에 물어보는 것.

하지만 그러면 자신 쪽이 애가 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모름지기 사람을 알아보는 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중요했다.

그렇기에 요새 놀고 있다는 4레벨 헌터 손녀에게 이 일을 맡겨볼까 싶었다.


[네, 할아버지.]


수화기 너머로 고저 없는 손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권유리를 보노라면 가슴이 아파 왔지만, 애가 그렇게 생겨 먹은 걸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사람 한 명 좀 알아봐라.”

[저 몸값 비싸요.]


그런 하찮은 일에 굳이 자신 같은 고인력을 쓰겠냐는 의미였다.


“이 할애비가 그 정도 돈도 없을까 봐? 바쁜 일 없으면 맡아!”

[네.]


통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말이지 딱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 아이였다.


그건 그렇고 아직 30도 안 된 젊은 녀석이 자격증도 없이 트리크라운을 캤다?


이채현에 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호기심이 점점 동했다.

권태율은 손녀가 가져올 보고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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