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032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3 17:45
조회
9,185
추천
180
글자
14쪽

500만 원의 사나이?

DUMMY


내가 누구?

500만 원의 사나이!

3일 일해서 500만 원이니 하루에 166만 원을 번 꼴이었다.

그러면 한 달로 계산하면?

무려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툭 튀어나온다.

헉! 월 5천만 원! 연수익 6억!


놀랄 노자였으나 사실 이게 말처럼 술술 풀리는 건 아니었다.

1레벨 던전이 3일짜리라고는 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한 달 내내 던전을 출입할 수도 없고, 던전이 그렇게 넘쳐나지도 않는다.

나오는 족족 신청해서 돌아야 한 달에 5개 정도나 돌 수 있을까?

보통은 한 달에 세 개 정도 도는 편이었다.

게다가 이건 인기가 적은 던전이었으니 채집꾼 자리가 남았지, 인기가 많은 던전은 금방 마감되는 데다 참가비 또한 상당히 비쌌다.

그리고 항상 이 정도 수량을 건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연수익 6억 원은 일종의 꿈의 숫자였다.


그래도 모처럼 큰돈을 자기 힘으로 벌었다는 사실에 이채현은 집에 전화해 저녁을 쏘기로 했다.


“엄마! 오늘 저녁은 삼겹살 먹자!”

[그래, 다친 곳 없이 잘 다녀왔고?]

“응! 나 돈 많이 벌었으니까 밥값은 내가 낼게!”

[살다 살다 우리 아들한테 밥을 얻어먹는 날이 다 있네?]

“우리 단골 가게 알지? 오늘은 특별히 제주산 흑돼지 굽자!”

[그거 많이 비쌀 텐데 괜찮겠어? 얼마 못 벌었는데 무리하는 거 아냐?]

“아냐, 나 500만 원이나 벌었어!”

[뭐? 그렇게 많이? 너 뭐 훔쳤어?]


······엄마도 자기 아들을 안 믿고 있었던 건가?


“엄마, 내가 그랬겠어?”

[우히히, 농담이지, 농담! 우리 아들 이번에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우쭈쭈, 엄마는 다 믿고 있었지!]


······금새 기분이 풀렸다.


“아, 참, 누나한텐 나 얼마 벌었다고 얘기하면 안 돼!”

[그래, 그래. 그럼 오늘 저녁은 우리 아들 덕분에 무려 제주산 흑돼지를 배부르게 먹겠구나?]

“응, 마음껏 시켜!”


그렇게 이채현 가족이 단골 고깃집에 차례차례 모여들었다.

엄마인 송다인과 주최자인 이채현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이채아가 세 번째로 찾아왔다.


“너 이번에 돈 좀 만졌다며?”


이채아가 생쥐를 노려보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이채현을 지그시 바라봤다.

이채현이 슬쩍 송다인을 바라보자 그녀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 나 던전에서 누워만 있어서 별로 못 벌었는데?”

“내가 약재상 거리에 연락 싹 돌려서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채아가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보겠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최고 약재상에서 거래하면서 출입한 던전, 이름 같은 간단한 인적사항을 전달했었다.

던전에서 나온 부산물들은 전부 생산자 추적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음······”


외통수였다.


“얼마 벌었냐?”


중학생 때 놀이터를 지나치다 마주친 담배 피우던 고딩 누님들의 포스가 느껴졌다.

이채현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진실을 밝혔다.


“오······백.”

“허억! 진짜? 채집꾼 분들한테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3, 4백이라길래 네 성격에 3백 받으면 다행일 거로 생각했더니, 뭐? 500?”


이채현은 이왕 이렇게 된 거 한껏 거드름을 피우기로 했다.


“뭐, 내가 할 땐 하는 남자라서 말이야. 적당히 500 받고 퉁 쳤지.”


이채아가 빙글 웃으며 손을 뻗었다.


“어유, 이 녀석!”

“앗!”


폭력이 찾아올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채아가 이채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마구마구 헝클어뜨리는 거였다.


“자식! 너 진짜 안에서 열심히 했구나? 다른 채집꾼 분들은 1~2백밖에 못 벌었다던데 너 혼자 뭘 어떻게 한 거야?”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그동안 매번 구박만 하던 누나가 순수하게 기뻐하며 자신을 인정해 주니······

진정한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


훗.


이채현은 코밑을 쓱 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길을 가는데 마법 식물들이 그냥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고. 게다가 내가 손재주가 좀 있잖아? 몇 번 하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금방금방 채집하니까 그렇게 되던데?”


일단 각성 얘기는 쏙 빼기로 했다.

자신이 헌터가 되었다고 하면 저 마녀가 기회다 싶어 자신을 여기저기에 팔아넘길지도 몰랐으니까.


“이야, 너 어렸을 때부터 깨작거리는 거 좋아하더니 제법 적성에 맞았구나? 안 그래, 엄마?”


내가······ 그랬나?

자신도 몰랐던 과거의 재능을 깨닫는 기분이었다.


“그러엄! 우리 아들은 시작을 안 해서 그렇지 일단 마음 잡으면 뭐든지 잘하지!”

“아니, 그건 좀 오버고. 하여튼 엄마 눈엔 얘가 아직도 애라니까.”


거, 뭘 모르시네.

내가 엄마 말대로 안 해서 그렇지 뭐든 하면 최고봉에 오를 수 있다니까?


무엇보다 해야 할 말은 잊지 않고 반드시 내뱉는 상남자이기도 했다.


“누나.”


이채현이 손바닥을 펼치며 이채아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이채아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 뭐지?


“여기 있다.”


뭔가 있는 것 같았던 것 치고 이채아의 품에서 돈 봉투가 저항 없이 빠져나왔다.

바로 봉투 안을 확인하니 빳빳한 5만 원권 20장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위조지폐?


“자.”


이번엔 이채아가 이채현에게 손을 활짝 펴서 내밀었다.


“뭔데?”


이채아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던전 알선비. 내놔.”


······총을 안 든 강도가 나타났다.

이채현은 일단 협상을 위해 액수를 물었다.


“······얼마?”

“300.”


······미치셨나요?

누가 던전 알선비로 300을 받는데?


한 마디로 이번 던전 공략에서 용돈 포함 600을 벌었으니 반띵을 하라는 얘기였다.

어렸을 때부터 금전적으로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누나였으니 이번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붙이며 기어코 돈을 뜯어 갈 게 분명했다.


그래······ 마음이 태평양 같은 내가 참는다!

까짓거 이렇게 좋은 날에 굳이 시끄럽게 왈가왈부할 일이 있겠는가?


이채현은 300만 원을 바로 계좌 이체했다.


띠링!


“자, 줬다. 됐지?”


이채아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더니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손바닥을 척 내밀었다.


“······뭔데 또?”

“채집꾼 장비값.”

“그거 누나 길드에서 빌려준 거 아냐?”

“응, 다 새거야.”


하!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호구로 아나!


이채현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이채아의 얼굴을 슬쩍 쳐다본 뒤에 상남자처럼 물었다.


“······얼만데?”

“200.”


······쿨럭, 쿨럭!

이건 정말 말이 안 됐다!


“엄마! 누나가 내가 번 돈 다 뜯어가! 이게 말이 돼?”

“응? 엄마는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는데?”


엄마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럴 때 아빠라도 있었으면······ 마찬가지였겠지!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3일 동안 피땀눈물을 흘려가며 번 돈인데 그걸 이딴 식으로 갈취하는 누나가 세상에 어딨는데?”


이채아가 검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빙긋 웃었다.


“여기?”


······악마다, 악마야!


“아니, 뭔 장비값이 그렇게 비싸다고? 내가 한 번 검색해봐?”

“응. 검색해서 채집꾼 세트 최저가가 200보다 높으면 그 금액으로 내놔라?”


······외통수다!


이채현은 생각했다.

200을 고스란히 주느냐, 최저가를 검색해서 그 금액을 주느냐.

솔직히 200은 좀 과하다 싶었지만, 자신처럼 던전 한 번에 500을 벌면 그게 또 큰돈일까도 싶었다.

대체······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고기 먹어야 하니까 슬슬 결정하지?”


저 악마는 이번에도 무슨 반론을 제기하던지 무작정 돈을 뜯어 갈 게 분명했다!

······크윽!


띠링!


200만 원을 입금했다.

이게 맞는 거야?


“뭘 죽을상을 하고 그래? 내가 무슨 돈이 아쉬워서 이깟 푼돈을 탐내겠냐?”


이채현의 입술이 오리처럼 튀어나왔다.


“그럼 뭔데?”


이채아가 피식 웃었다.


“네가 갑자기 큰돈이 생겼다고 허투루 쓸까 봐 누나가 맡아두려는 거다. 봐서 괜찮은 투자처가 있으면 투자도 해주고. 그래서, 불만이냐?”

“······뭐, 그렇다면 진작에 그렇게 얘기하지······”


이채아가 회사에서 능력도 좋고, 아는 사람도 많아서 투자 능력 또한 출중했다.

그러니 500만 원이 그렇게 큰돈은 아닐지라도 그녀에게 맡겨두고 있으면 차츰차츰 불어나기는 할 거였다.


“내가 투자해주겠다고 하면 너 그딴 거 필요 없다고 떼쓰면서 이번에 새로 출시한 게임기나 지를 거 아냐! 안 그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집에서 게임 좀 할 수 있지······.

남들 다 사는 신상 게임기 좀 구매할 수 있지······.


때마침 마지막 주자인 가장 이선우가 등장했다.


“채현아, 고생 많았다? 그래, 얼마나 벌었길래 네가 제주산 흑돼지를 쏜다고 그러냐?”


이채아가 냉큼 대답을 가로챘다.


“아빠, 얘 돈 많아! 이번에 500 벌었대!”

“뭐? 그렇게 많이?”

“게다가 나한테 용돈으로 100만 원도 받았어! 저기 저 돈 봉투가 내가 준 거야!”

“뭐? 가만, 그러면 3일에 600만 원을 벌었다고? 하루에 200? 이야, 아빠도 빨리 명예퇴직이나 하고 채현이 따라 채집꾼이나 할까?”

“괜찮지! 운동도 되고. 그런데 취미로 해야지 본격적으로 하면 힘들걸? 생각보다 손재주도 필요해서 손해 보고 포기하는 사람도 많대.”

“그래? 손재주가 필요하다면 아빤 좀 힘들겠네.”

“응, 그러니 할 거면 취미로만 해.”


이선우가 다시 이채현을 보며 말했다.


“그럼 오늘 아빠가 부담 없이 먹어도 되겠네? 간만에 삼겹살이 땅겼는데 타이밍 좋네!”


이선우는 몸무게 90의 덩치 좋은 남자였다.

먹는 걸 좋아해서 운동선수 못지않게 식사량이 많았다.


“아, 아니······”


이채현의 대답을 이채아가 다시 냉큼 가로챘다.


“채현이가 제주산 흑돼지 쏜댔어! 마음껏 먹어, 마음껏!”


아니, 쏘는 사람은 나인데 생색은 왜 누나가······?


“그래? 그럼 어디 상다리 부러지도록 먹어봐야겠구나! 여기요! 제주산 흑돼지 근고기(600g) 2 아니, 4개 부탁드릴게요! 채현아, 괜찮지?”

“아, 아니······”

“부담스럽게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더 시켜, 더!”

“우리 아들 덕분에 온 가족이 정말 호강하네? 잘 먹을게, 아들?”


기분이 뭔가 뭔가 했지만······ 뭔가 뭔가 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고 이 답답함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이채아가 싱글거리며 물었다.


“왜? 부담스러워서 그래? 누나가 대신 내줄까?”


이에 자존심이 긁힌 이채현이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내가 먹자고 했거든? 다 주문해! 오늘 내가 확실하게 쏠 테니까!”

“오케이! 아빠 술 한잔 콜?”

“술? 좋지! 소주?”

“에이, 이런 날 무슨 소주야! 복분자주 가야지!”

“오, 좋지! 여기요! 복분자주 세 병이요!”


병당 2만 원짜리 비싼 술을 시작부터 세 병이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이채현은···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자, 짠! 짠! 우리 채현이의 성공을 위하여!”

“좋지! 위하여!”

“우리 아들, 짠!”

“위하여! 오늘은 내가 다 쏘는 거야아!”


술이 돌기 시작하자 머릿속이 몽롱해지며 그동안 느껴왔던 답답함이 사르르 내려갔다.

그래······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흘러가는 게 인생이지!


“아앗! 아빠! 한입오점은 반칙이지!”

“너야말로 사내자식이 한입일점이 뭐냐? 남자답게 좀 팍팍 먹어봐라!”

“그거 성차별 발언이야!”

“말할 시간에 어서 먹기나 하지? 이모! 여기 불판 좀 갈아주세요!”

“자, 엄마가 우리 아들 위해서 하나 싸줄게. 아~”

“아휴, 엄마! 엄마가 그러니까 재현이가 27살 먹은 아저씨가 되고도 아직도 애처럼 굴지!”

“아암! 역시 날 챙겨주는 건 엄마밖에 없어!”

“그렇지, 우리 아들! 엄마는 항상 아들 편이야!”

“허이고, 허이고, 나이 처먹고 징그럽게 저게 무슨 짓인지!”

“부럽지? 부럽지?”

“어휴, 너 좋다고 할 여자가 지구상에 있을까 모르겠다.”

“응, 이제 30대인 누나 앞날이나 걱정하지?”

“응, 오늘도 한 명 차고 옴.”

“······쳇.”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채현은 슬슬 용건을 꺼냈다.


“누나.”

“왜?”

“나 채집꾼 자리 좀 알아봐 주라.”


이채아는 동생의 부탁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저 집에만 처박혀 있는 동생을 밖으로 끄집어낼 생각으로 일을 시켰던 것인데 정말로 채집꾼에 흥미가 동한 거였다고?


솔직히 말해서 다른 좋은 일도 있는데 왜 하필 채집꾼인가 싶었다.

그저 실제 헌터들 좀 만나보고, 얘기 좀 나누다가 자극도 받아서 글 쓰는 데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해서 내보낸 거였는데, 난데없이 채집꾼을 하겠다니.


그래도 일단 방구석에 갇혀 사는 것보단 나았으니 적극적으로 힘써주기로 했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아쉽지만 당장은 안 되는데?”

“응? 왜?”

“너 자격증 없잖아. 채집꾼 자격증 없으면 1레벨 던전 중에서도 극히 일부밖에 못 들어가. 그런데 지금 자격증 없는 채집꾼이 들어갈 만한 던전이 하나도 없거든?”


이채현은 그제야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그래? 그럼 그 자격증 시험은 언제 있는데?”


이채아가 바로 일정을 확인했다.


“3급 시험이 이번 달에 하나 있는데? 내일까지가 접수 마감이란다.”


이날 바로, 이채현의 다음 목표가 결정되었다.






삑-


“498,000원 나왔습니다.”


500만 원의 사나이가 한순간에 50만 원의 사나이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두 번째 던전 채집 신청 +6 24.05.28 8,075 151 13쪽
9 고장인가? +2 24.05.27 8,048 157 13쪽
8 시험은 당일치기! +3 24.05.26 8,124 154 13쪽
7 프로 게이머 +15 24.05.25 8,704 160 14쪽
6 대체 누굴까? +1 24.05.24 8,895 170 14쪽
» 500만 원의 사나이? +7 24.05.23 9,186 180 14쪽
4 좋은 거래 +2 24.05.22 9,232 180 14쪽
3 만능 채집꾼 등장! +1 24.05.21 9,498 218 14쪽
2 뜬금없이 각성? +10 24.05.20 9,758 196 14쪽
1 던전 채집꾼을 하라니! +8 24.05.20 11,290 19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