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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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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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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35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8 17:30
조회
8,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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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글자
13쪽

두 번째 던전 채집 신청

DUMMY


“우리 아들, 시험 합격했다고? 설마 이번 시험에 떨어진 사람이 없었어?”

“아냐! 절반 이상이나 탈락했다고!”

“그래? 많이 떨어졌네?”

“그거 평소보다 많이 떨어진 거래. 원래는 합격률이 70~80% 정도 된다는데, 이번에 변별력을 키운다고 시험을 어렵게 냈다더라. 그래서 합격자가 오십 명 중에 열댓 명 됐나?”

“어이구, 왜 그렇게 많이들 탈락했대?”

“나도 잘 모르겠어. 마법 식물 식별까지는 괜찮았는데, 채집 실습에서 다들 죽 쒔더라. 시간이 모자랐다나?”


이채현의 채집을 넋 놓고 구경하던 응시생 무리가 가뜩이나 어려워진 시험에 시간까지 촉박해지는 바람에 너도나도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대기 장소에 돌아가 홀로 40분을 보낸 이채현으로선 알지 못하는 비화였다.


“그럼 우리 아들은 몇 등으로 합격했는데?”

“나? 당연히 1등이지, 1등!”

“정말? 우와, 우리 아들이 채집꾼에 그렇게 소질이 있는 줄 몰랐네?”

“그냥 뭐,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거지.”

“쿠쿠쿡! 우리 아들 짱!”


송다인이 엄지를 치켜세우자 이채현 역시 한쪽 어깨를 으쓱이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사실 채집꾼은 노련한 눈썰미와 침착한 성격이 동반되어야 하기에 20~30대의 혈기왕성한 젊은 사람이 하기엔 부담스러운 직업이었다.

그러나 항상 집구석에만 박혀 있던 아들이었다.

그런 그가 던전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스스로 자격증까지 따겠다고 나섰으니, 송다인의 마음은 절로 흐뭇해질 뿐이었다.


“오늘은 우리 아들 합격 기념으로 엄마가 오징어 볶음 해줄까?”

“응, 좋지! 아! 너무 맵게는 하지 말고! 매운 건 누나만 좋아해!”

“그래, 알았어.”


저녁이 되자 주말 약속으로 밖에 나갔던 이채아, 이선우가 차례로 돌아왔다.


“오, 오징어 볶음 냄새네? 음? 그런데 고춧가루가 덜 들어간 것 같다?”


개 코가 따로 없었다.

대체 저 누나는 못 하는 게 뭘까?


“내가 덜 맵게 해달라고 했지! 에베베베.”

“지금 청양고추를 썰어서 투하하면 된단 얘기지?”

“잘못했습니다, 누님!”


따악!


“우씨, 왜 때려!”

“애초에 까불지를 말든가. 너 시험은 잘 봤어?”

“응, 1등.”

“응, 개솔.”

“응, 확인 고고.”

“헐, 진짜?”


필기시험은 망쳤지만 그래도 실기를 잘 봐서 종합 1등은 1등이었다.

그러니 전혀 거리낄 게 없다, 이 말씀!


이채아가 손을 내밀자 당연하다는 듯이 자격증이 튀어 나왔다.


“얘가 진짜 자격증을 땄네?”


그렇게 놀아대던 동생이었다.

게임기를 뺏었지만 그가 제대로 공부하지 않을 거라는 건 두 눈을 감고도 훤히 들여다보였다.

어차피 3급 시험은 종종 있으니 이번에 탈락하고 충격 좀 받으면 다음에 제대로 공부해서 붙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대뜸 합격해버렸네?

얘, 내 동생 맞아?


“이번 시험에 탈락한 사람이 없었어?”


모전녀전이었다.


“응, 50명 응시생 중에 13명 합격. 거기서 내가 1등.”

“말도 안 돼. 어디 한번 보자!”


이채아는 인터넷으로 검색해 이번 시험의 결과를 확인했고, 이채현은 그 옆에서 실실거리며 웃었다.


“흐흐흐흐흐! 이제 내 실력을 좀 알아보시겠나?”

“와······ 진짜네?”


정보보호를 위해 이*현으로 나와 있었지만, 이*현이 한 명밖에 없으니 동생 놈의 이름이 분명했다.

필기시험 70.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긴 건 이해했다.

실기 시험 100.

두 개의 실기 시험을 모두 100점으로 통과했다고?

2등이 90점도 아니고 80점 언저리인데?


“너 누구야? 누군데 이채현 흉내 내는데?”

“하! 날 몰라도 너무 모르네! 내가 시험공부 완벽하게 끝냈다고 했잖아?”

“게임은 허접인 자식이.”

“큭······!”


기억이 온전한 걸 보면 동생 놈이 맞는 것 같은데?

진짜 이럴 수도 있나?

내 동생이 알고 보니 천재 채집꾼?


“그래, 아무튼 축하해.”

“···엉, 땡큐. 그럼 이제 나 던전 좀 알아봐 줘.”

“내가 왜?”

“······내 누나니까?”

“니가 알아서 하지? 무슨 애도 아니고 대학생 때 수강 신청하는 것보다 쉬운 걸 해달래?”


이채아라면 던전 정보가 빠삭할 테니까 알아서 알짜배기로 골라줄 줄 알았는데.

더불어 채집꾼 참가비도 겸사겸사 해결하고.


“나 돈 없단 말이야.”


띠링-

계좌에 100만 원이 입금되었다.


“이번에 투자해서 번 수익금이니까 그걸로 신청해.”

“뭐? 수익금? 아직 2주밖에 안 됐는데?”

“오래간만에 괜찮은 투자 상품이 나와서 짧게 치고 빠졌어.”


500만 원을 누나한테 강제로 뜯겼더니, 2주 만에 수익금 100만 원이 떡하니 손에 들어왔다.


뭐지, 이 누나?

나는 대체 어떤 누나랑 같이 사는 거야?


이채현은 추측을 포기했다.

왠지 알면 알수록 금단의 비밀을 보게 될 것 같은 공포심이 피어올랐다.


“아, 참. 나 명함 하나 받았어.”


이채현은 시험장 앞에서 받은 명함을 보여줬다.


“루나 레머디의 권태율 회장? 이걸 누구한테 받았는데?”

“몰라. 처음 보는 여자애였어.”


무언가 생각난 이채아가 그녀의 정체를 물었다.


“그래? 그 여자애 나만큼 예뻤어?”


이채현은 이채아를 지그시 노려봤다.

하늘은······ 하늘은 어째서 이채아에게 모든 것을 내려주었느냔 말인가!


이채현이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누나보다 훨씬 예뻤던 것 같은데?”


그러자 이채아의 눈이 반달로 휘었다.


“오올! 너 한눈에 반했구나? 그렇지? 누나가 다리 좀 놔줄까?”


괜히 강하게 나갔다.


“아냐, 그런 거! 나 관심 전혀 없거든?”

“자식, 부끄러워하기는! 걔 이름이 아마 권유리라고 권태율 회장님 손녀인데······”

“에베베베! 에베베베! 하나도 안 들림! 에베베베!”


이채아는 이채현을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 이딴 자식이 좋아하긴 누굴 좋아하며, 또 어떤 여자가 이런 유치한 놈을 좋아하겠는가.

아무리 사차원으로 유명한 권유리라지만, 그녀에게 동생을 소개해주려면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했다.


“그래, 내가 죄를 안 짓고 사는 게 낫지.”

“응? 그건 무슨 말인데?”

“됐고, 명함은 내가 가져가서 한 번 알아볼게.”

“어어.”


이채현은 별생각 없이 명함을 넘겼다.


채집꾼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최고의 연금술사가 된 권태율은 모든 채집꾼의 우상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 갓 채집꾼을 시작한 동생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건 썩 좋은 그림이 아니었다.

포기가 무척 빠른 동생이 언제 또 지루하다며 싫증 낼지 모르는 일이었다.

또한, 처음부터 그렇게 대단한 사람과 만났다가 애 버릇이 나빠질 수도 있으니 이건 누나로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에휴, 다 큰 사내새끼를 언제까지 돌봐줘야 하는지!


“근데 너 권태율 연금술사 몰라?”

“응, 누군데?”


이채아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헌터물 소설 쓴다는 놈이 권태율도 몰라?”

“내가 헌터물을 쓰지, 연금술사물을 쓰는 건 아니잖아?”


······이놈이 진짜 소설을 써보기는 했던 걸까?


“아빤 알지? 권태율 연금술사.”


묵묵히 오징어 볶음의 오징어를 쏙쏙 빼먹고 있던 이선우가 뜨끔하며 대답했다.


“어? 어? 알지. 너네 삼족오 길드하고도 종종 거래하는 사람 아냐? 어지간한 길드에선 그 사람 포션을 만져보지도 못하지 않나?”


이채아가 고개를 돌려 송다인에게 물었다.


“엄만 알아?”

“우리나라 최고의 연금술사라고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해외에서도 유명하다며?”


이채아가 마지막으로 이채현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놈만 모르네?”


이채현은 억울했다.


아니, 헌터물이 몬스터랑 열심히 싸우면 그만이지 연금술사를 왜 넣는데!


*


단란한 저녁 식사 후.

방으로 돌아온 이채현은 던전에 채집꾼으로 참가하는 방법을 대충 알아봤다.


“음, 쉽군.”


등록된 아이디로 채집꾼 빈자리를 신청한 뒤에 금액을 결제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어디를 가야 하지?”


어떤 환경의 던전에서 어떤 채집물을 얻을 수 있는지 아는 게 없었다.

저번에 살펴본 가이드는 정말 수습 채집꾼이나 볼법한 간단한 내용이 전부였다.

그래서 같은 1레벨 던전이라도 출현 몬스터와 환경이 다르면 어떤 채집물이 나오는지 전혀 알지를 못했다.


“이럴 때 해결법은 간단하지!”


바로 제일 인기 많은 순으로 정렬해서 검색하는 것!

그런데 인기 필터가 없네?

그럼 참가비 높은 순이 바로 인기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인기가 많을수록 채집꾼 참가비가 비싸다고 그랬으니까.


1레벨 던전에서 참가비 순으로 정렬을 하자 제일 위쪽에 6명 모집에 5명이 차고 딱 한 자리가 남은 던전이 보였다.


“어? 한 자리 비어 있네? 왜 아무도 신청을 안 했지?”


생긴 지 얼마 안 된 건가?


“누가 예약하기 전에 빨리 신청해야겠다!”


이채현은 바로 자리를 예약하고 참가비 80만 원 계좌 이체까지 끝냈다.

1레벨 던전 채집꾼 참가비가 보통 50만 원이니, 80만 원이면 진짜 인기 채집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싸, 개꿀!”


역시 세상은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이 승리하는 법이었다.

3급 던전 채집꾼 자격증을 따자마자 1레벨 던전에서 제일 인기 좋은 채집 자리를 바로 거머쥐다니!


시일도 바로 내일모레라서 그동안 해당 던전의 채집 정보를 조사할 시간도 충분했다.


일이 술술 풀리는구나, 술술!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이채아가 들어왔다.


“야, 참고로 참가비 80만 원인 거 건드리지 마라. 그거 사람들이 일부러 안 하는 거니까.”


이채현의 두 눈이 500원짜리 동전처럼 변했다.


“너······ 설마 했냐?”

“······하면 안 됨?”


······뭔데?

대체, 뭔데?


이채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거기 먼저 맡은 채집꾼들이 5명으로 이루어진 팀이야. 와일드 울프라는 이름인데 3급 채집꾼들 사이에서 악질로 유명해.”


채집꾼 팀 이름이 뭔 놈의 울프래?

이름만 들어도 뭔가 모르게 사나운 느낌이었다.


“그······래?”

“일단 같이 던전에 들어간 채집꾼을 따돌리는 건 기본이고, 근처에 다가오기만 해도 윽박지르면서 쫓아낸대. 먼저 지나가려고 해도 자기들이 선점했으니까 무조건 자기들 뒤로만 따라오게 한다더라.”

“그게 무슨 억지야! 그거 신고하면 안 돼?”

“채집꾼은 민간 쪽이라 목소리 큰 사람이 이겨. 다섯 명이 한목소리로 우겨대는데 혼자서 그걸 상대할 수 있겠어?”


이채현은 그제야 참가비 80만 원의 가장 비싼 던전이 왜 딱 하나만 빈자리로 남아 있었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나 취소할래!”

“환불 안 됨.”

“······우리 멋진 누님이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결해라.”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포기할까?


그래!

까짓거 남자답게 80만 원 포기하면 그만이지!


“참고로 난 돈 더 안 줄 거다.”

“아니······! 10, 10만 원만이라도!”


그러면 30만 원짜리 던전 들어가서 500만 원을 긁고 나오는데!


“아빠한테도 돈 빌린 거 알고 있거든? 그거 어서 갚아야 할걸?”


이럴 수가!

하늘은 정녕 내 편이 아니란 말인가?


이채아는 홀로 절망하는 이채현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사실 동생을 그런 시정잡배들이 들어가는 던전에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참가비 또한 얼마든지 대줄 수 있었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건 이채현을 보다 강하게 키울 기회였다.

채집꾼은 물론 헌터, 심지어 일꾼들조차 제법 입이 험한 게 이 바닥이었다.

삼족오 길드야 규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라 신사 길드로 정평이 났지만, 보통의 길드는 삼족오 매너의 반도 못 따라왔다.

그러니 이채현이 앞으로 채집꾼을 계속하겠다면, 예방주사를 먼저 맞는다 생각하고 한번 밀어 넣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뭐, 죽이기야 하겠어?”

“그, 그렇지?”

“말했잖아, 채집꾼이 사망할 확률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적다고.”

“응, 응. 그렇지, 그렇지!”

“적당히 분위기 보다가 남는 거 대충 줍고 나오면 되겠지.”

“응, 응! 아예 3일 내내 출발 지점에 머물러 있을까?”


어휴.


“그건 너 알아서 하고.”

“그래, 그러면 되겠네!”


이채현은 언제나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다른 채집꾼들은 헌터도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은 무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한 헌터님이 아니신가?


5대1의 결투는······ 무리겠지만, 그래도 한 명의 사나이로서 꿀릴 게 없었다.

나도 이제 삼겹살 2인분 먹는 남자라고!


이채아는 다시 희망을 품기 시작하는 이채현을 향해 마지막 충고의 한마디를 날렸다.


“하나 더 알려주자면, 와일드 울프의 팀장이 헌터라더라. 1레벨이긴 한데 전사 계열이라 한 덩치 하나 봐.”


역시.

80만 원을 포기하는 게 맞나?




작가의말

내일부터 오후 6시로 연재 시각이 변경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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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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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던전 채집 신청 +6 24.05.28 8,076 151 13쪽
9 고장인가? +2 24.05.27 8,048 157 13쪽
8 시험은 당일치기! +3 24.05.26 8,124 154 13쪽
7 프로 게이머 +15 24.05.25 8,704 160 14쪽
6 대체 누굴까? +1 24.05.24 8,895 170 14쪽
5 500만 원의 사나이? +7 24.05.23 9,186 180 14쪽
4 좋은 거래 +2 24.05.22 9,232 180 14쪽
3 만능 채집꾼 등장! +1 24.05.21 9,498 218 14쪽
2 뜬금없이 각성? +10 24.05.20 9,759 196 14쪽
1 던전 채집꾼을 하라니! +8 24.05.20 11,290 19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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