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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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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047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2 17:45
조회
9,232
추천
180
글자
14쪽

좋은 거래

DUMMY


“응? 왜 그래?”

“뭔데?”


채집꾼들이 이채현의 배낭에 옹기종기 모인 후 저마다 한마디씩 토해냈다.


“세상에 이 많은 걸 혼자서 캐냈다고?”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가 있지? 이번이 처음 아니었어?”

“게다가 이 약초들 상태를 봐! 하나 같이 모두 상등품이야, 상등품!”

“트리포일의 잔뿌리가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 있지? 이건 자네도 못 하는 거 아냐?”

“어허! 내가 안 해서 그렇지 각 잡고 하면 하거든?”

“그야 세 시간 내내 붙잡고 있으면야 하겠지! 그런데 이렇게 많이 캐려면 아무리 길어도 30분 내로는 작업을 끝내야 할 텐데?”

“거 참, 이게 무슨 조화인지!”


3일 동안 10kg이나 채집해오면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채현의 배낭은 자신의 몸무게와 엇비슷할 정도로 꽉꽉 채운 데다 그 상태 또한 죄다 상등품이었다.

채집 일에 나름 잔뼈가 굵은 자신들이라도 이런 품질로 이만한 양을 채우기란 불가능했다.

가는 길마다 약초들이 나와줘서 탐색 시간을 모두 채집 작업에 빼돌릴 수 있다면 모를까.


“이봐요, 정말 이걸 혼자서 채집해온 겁니까?”


한 채집꾼의 질문에 이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허어! 완전 꾼이네, 꾼! 정말 채집 일이 처음이라고요?”

“한 달 만에 집 밖에 나왔다니까요.”

“대체 어떤 산신령님이 점지했기에 이런 수확을 얻었을까? 대단하구만, 대단해!”


이채현은 일어난 김에 배낭 한쪽에 빼놓은 약초 하나를 꺼내서 보여줬다.


“혹시 이것도 트리포일인가요?”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풀을 보여주자 채집꾼들이 저마다 입을 모아 대답했다.


“음, 트리포일이네요.”

“트리포일인데?”

“트리포일이구만.”


이채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도 트리포일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채집할 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일반 트리포일과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자세히 보시면 잎이 약간 더 뾰족한 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뿌리도 조금 더 촘촘하잖아요?”

“글쎄요, 그저 보기에는 조금 곱상한 트리포일 같기만 한데요.”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봐도 트리포일인데? 자네 혹시 뭐 알아?”

“아니, 내가 봐도 트리포일처럼 보여.”


채집꾼 무리 중에 가장 지식이 많은 자도 모르긴 매한가지였다.


뭐, 베테랑 채집꾼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이채현은 자신의 착각이라 생각하며 가볍게 넘어갔다.


공략대를 정비한 조승민이 떠나기 전에 잠깐 찾아와 인사했다.


“오, 수확한 양이 무척 많은데요? 이쪽으로 소질이 있으셨나 보네요?”


앞선 채집꾼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그는 이채현이 그냥 이런저런 잡초까지 한꺼번에 왕창 집어넣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이채아 인사팀장님의 동생이라는데, 자신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듣기 좋은 말을 해준 것이었다.


“네, 그런가 보더라고요.”


이채현의 대답을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인 조승민은 빙글 웃으며 조언했다.


“이제 다른 채집꾼 분들과 함께 약초를 팔러 가셔야겠네요. 초심자는 미리 시세를 알아둬야 덤터기를 씌지 않는다고 하니 잘 알아보고 좋은 소득이 있으시길 바랄게요.”


그러자 주변에 있던 채집꾼 한 명이 말했다.


“심 팀장님, 우리 중에서 배낭을 가장 꽉 채워온 사람이에요. 아마 덤터기를 써도 팀장님보다 많이 벌 걸요?”


조승민은 상대가 이채현을 띄워주기 위해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인기 없는 1레벨 던전이라지만, 이번에 몬스터를 잡고 가지고 나온 마석과 몇몇 몬스터 부산물을 고려하면 자기 몫으로 떨어질 보수가 못해도 300만 원은 될 거였다.

채집꾼들의 1레벨 던전 수입이 60~100만 원 정도고, 가끔 대박이 터지면 300만 원도 번다지만 자신들이 공략한 던전은 그런 대박이 나오는 곳도 아니었다.

그러니 허풍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하하하, 그렇군요. 2레벨 헌터보다 많이 버는 채집꾼이라니, 이거 저도 헌터 그만두고 채집일이나 배워봐야겠는데요?”

“허허, 안 믿으시는구만. 아무튼, 이번 던전도 고생 많았습니다.”

“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저희는 복귀 신고를 위해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네, 조심히들 가세요.”


조승민은 마지막으로 이채현에게 눈인사한 뒤에 삼족오 길드를 인솔해 길을 나섰다.


“자, 우리도 가자고!”

“그래, 약초 파는 것까지는 알려줘야지.”


채집꾼들은 이채현과 함께 이동하며 약재상에 약초를 팔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각 약초의 요즘 시세는 어떻게 되는지 친절히 알려주었다.

이채현은 처음과 다르게 적극적인 자세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한 사항도 질문했고, 그런 점이 기껍게 느껴졌던 채집꾼들은 더욱 성심을 다해 정보를 공유했다.


“그럼 좋은 거래가 있길 바라요.”

“기회 되면 다음에 또 봅시다.”


서울에 있는 약재상 거리에 도착하자 채집꾼들이 작별을 고했다.

자신의 인연이 닿는 약재상을 찾는 것 또한 채집꾼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채현은 이번엔 자신도 같이 데려다주길 바랐지만, 그들의 뜻이 그러하니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채현과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채집꾼이 소리쳤다.


“아 맞다! 저 사람 던전 채집꾼 자격증 없지 않나?”

“응? 그랬지, 아마?”

“혹시 덤터기 쓰는 거 아냐?”

“에이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자격증 없다고 허투루 여길까. 약초들 상태만 봐도 바로 견적이 나오는구만.”

“······그렇겠지? 하긴, 그 최고 약재상만 안 가면 될 테니까.”

“어, 그러고 보니 거긴 피하라고 얘기를 안 해줬네? 초보 채집꾼이 들어왔다 하면 골수까지 빼먹는 작자인데.”

“설마 그 낡아빠진 곳을 가겠어? 일부러 찾아가려고 하지 않는 이상 눈길조차 안 줄 텐데?”

“맞지, 맞아.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채집꾼들은 이채현에 관한 걱정을 덜고 다시 갈 길을 나섰다.


한편, 채집꾼들과 헤어진 이채현은 적당히 걷다가 대충 사람이 없고, 허름해 보이는 약재상을 선택해 불쑥 들어갔다.


<최고 약재상>


자리도 적당히 구석지고, 손님이 오늘 하루 내내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한산하며, 적당히 기름진 얼굴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년 사장님까지.

보통 소설을 보면 이런 곳에서 은거기인이 등장했다.

그러니 이곳 주인도 자신의 약초들을 보면 무척 놀라면서 최고가에 쳐주지 않을까?

왠지 최고 약재상이란 이름부터가 뭔가 있어 보였다.


“어이고, 어서 오시죠! 배낭이 그득그득한 걸 보니 이번 공략 때 크게 한탕했나 봅니다?”

“네, 좀 봐 주세죠.”

“네네, 약초 하나 허투루 하는 것 없이 아주 잘 봐 드리겠습니다!”


최고 약재상을 운영하는 차태만은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척 보기에도 초심자처럼 보이는 채집꾼이 배낭 한가득 채집물을 가져 왔으니 범의 아가리로 토끼가 들어온 꼴이었다.


“트리포일에 브이캐럿에······ 1레벨 평원 지역에 다녀오셨군요?”

“네.”

“흐음, 이거··· 상태가 괜찮네요.”


상태가 괜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아주 좋았다.

게다가 양도 어마어마해서 대량으로 싸게 사들일 기회였다.

그러나 가격 후려치기를 하려면 슬슬 양념을 쳐야 했기에 곤란한 낯빛을 띠며 말했다.


“하아, 아쉽네요. 요새 트리포일에 브이캐럿이 무더기로 쏟아지지만 않았으면, 상당히 좋은 값을 쳐 드릴 수 있었을 텐데요.”

“그런가요?”

“네에, 그러니까요! 하지만 약초는 신선도가 중요하니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파시는 게 낫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일이 지난다고 트리포일, 브이캐럿의 값이 비싸진다는 보장도 없고······”


차태만은 이채현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마지막 확인 절차를 거쳤다.


“일단 채집꾼 자격증 좀 확인할게요. 3급이시죠?”

“네? 자격증이요?”


설마 했더니 자격증도 안 딴 초짜였다고?

그런데 초짜가 어떻게 이런 품질 좋은 약초들을 이렇게 많이 가져왔지?


뭔가 의문은 들었으나 그 궁금증을 해결하자고 이런 좋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었다.


“아이고, 자격증도 없으셨구나! 원래 채집꾼 자격증이 없으면 정가의 80%밖에 받지 못하거든요?”

“그래요?”


이채현의 안색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차태만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네, 상태가 상당 아니, 제법 좋은 것들인데 시세도 그렇고, 자격증 문제도 그렇고······”


차태만은 그렇게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잠시 준 뒤에 말을 이었다.


“혹시 여기가 처음 알아보시는 건가요?”

“네.”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가 자격증은 고려 안 하고, 시세대로 100%를 쳐 드리지요!”

“그럼··· 다 얼마인가요?”

“원래는 160~170밖에 안 되는 금액인데 제가 선심 써서 200만 원에 맞춰드리겠습니다! 이거 다른 곳에서는 절대 제시받지 못할 금액이에요?”


여기서 아쉬운 소리를 하면 10, 20만 원 정도를 더 얹어주면 그만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채현의 반응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다른 데 갈게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꺼내놨던 약초들을 챙기는 모습이 차태만은 너무 욕심을 부렸나 싶었다.


“아니아니, 갑자기 왜 그러시는데요?”


이채현이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같은 채집꾼 일행분들이 400만 원은 받을 거라고 했는데요?”


하아, 아무 말 없길래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이미 언질을 받았구만?


사실 보통 때 같았으면 그냥 가라고 내보냈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래선 곤란했다.

한국 최고의 연금술사인 권태율이 자신이 보유한 약초 하나를 보기 위해 찾아올 예정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도로 상태가 뛰어난 약초들이라면 권태율에게 좋은 값으로 끼워파는 것이 가능할 거였다.

그 양반이 깐깐하기는 해도 상품이 좋으면 좋을수록 값을 후하게 올려쳐 준다는 걸 이 바닥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어떻게든 상대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좋았다.


“아이고, 그건 그쪽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지, 사장님 같은 분들은 어딜 가든 제값 받기 힘들다니까요? 에이! 내가 잘못한 게 있으니 손해 보는 셈 칩시다. 300! 300만 원 드리죠!”


이 정도면 이채현이 어딜 가든 무난하게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기에 뒤도 안 보고 떠나려고 했다.


덥석!


차태만이 이채현의 가방을 가까스로 붙잡고는 뻔뻔하게 웃어 보였다.


“아니, 한국 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300! 300만 원은 어딜 가서든 받을 수 있는 금액이고, 솔직히 400만 원은 어디 가서든 못 받을 금액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400만 원을 드리겠다, 이 말씀입니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이 값을 쳐 줄 곳은 이 거리에서 여기 빼고 없을 거라니까요?”


마진이 거의 안 남는 금액이었으나 권태율과 좋은 관계를 트기 위환 뇌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암, 그 양반이 어떤 양반인데?


이채현은 금액이 400까지 올라가자 솔직히 혹했다.

다른 곳에 가서 또 이런 실랑이를 하기가 귀찮을뿐더러, 기분은 상했을지언정 돈이 잘못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대로는 상남자로서 자존심이 있기에 한 번 더 배짱 좋게 튕기기로 했다.

상대가 안 잡으면······ 다시 들어오지 뭐.


“갈게요.”


배낭에 힘을 주며 빼내려 하자, 차태만 역시 힘을 주며 버텼다.

역시, 아직 여지가 있다는 얘기였다.


“에헤이! 젊은 사장님이 정말 성격이 급하시네! 그래요, 그래! 내가 50 더 얹어줄게요! 저 이거 완전히 손해 보는 거라고요!”


손해라면 안 사면 그만일 텐데 왜 아득바득 사려고 난리인 걸까?

이채현은 그제야 배낭을 잡았던 손에 힘을 푼 뒤에 궁금증을 풀기 위해 채집꾼들에게 보여줬던 트리포일을 꺼내 보였다.


“이거 어떤 것 같나요?”

“네? 트리포일요?”

“다른 트리포일하고 비교하면 잎이 좀 얇고, 뿌리도 더 많은데요?”

“네? 뭐,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봤자 트리포일이 트리포일이죠.”


정말 자신이 착각한 건가?

분명 일반 트리포일과 다른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이제 끝을 낼 차례였다.

돈에는 죄가 없다고 최고가 400에서 무려 50이 올라간 450만 원이 제시되었다.

이 정도면 그냥 쿨 거래를 해도 그만이었으나 처음에 무시당한 마음의 상처 값은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다.


“그냥 다른 곳 갈게요.”


차태만은 속으로 상대를 향해 온갖 육두문자를 날렸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은데, 한국 최고의 연금술사가 온다니 뭐 하나라도 더 보여주는 것이 돈독한 관계를 맺는 데 유리했다.

특히 이채현이 가져온 약초들은 상태가 매우 좋은 데다 마지막에 보여준 트리포일도 상당히 모양새가 훌륭해 권태율에게 보여주면 꽤 흡족해할 것 같았다.


어쩌지?


······에라이!


“500만 원!”

“감사합니다!”


그렇게 웃었던 자는 울게 되고, 실망했던 자는 크게 흡족해하는 좋은 거래가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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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던전 채집꾼을 하라니! +8 24.05.20 11,290 19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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