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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041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5 17:45
조회
8,704
추천
160
글자
14쪽

프로 게이머

DUMMY


3급 던전 채집꾼 자격시험은 2주 뒤에 치러진다.

필기와 실기를 하루에 다 보며, 오전 한 시간 동안 필기시험을 본 후, 잠깐의 휴식 뒤에 바로 실기 시험이 진행된다.

2급과 1급은 각각 3급, 2급 자격을 딴 후에 경력이 쌓여야만 응시할 수 있어 지금으로는 3급 시험이 최선이었다.


다행인 건 3급이 가장 기초 관문이라 이론이 매우 어렵지 않다는 것이었다.

거의 운전면허 필기시험 수준으로 5지선다형 문제를 달달 외우면 어지간하면 떨어질 일이 없었다.

문제는 실기 시험인데 실제 채집과 관련한 까다로운 문제가 나와 보통 3급에 도전하는 채집꾼들이 던전을 반년 정도 돌아보고 응시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

무려 초목혜안과 손재주 스킬의 소유자!

아무리 생각해도 실기 시험에서 탈락할 자신이 없었다!


“좋아! 결정했어!”


이채현은 점심 시각인 걸 확인하고 아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 아빠! 나 이번에 나온 게임기 사게 대출 좀 해줘!

- 일수 10%?

- 사채도 그것보다 싸겠다!

- 사채는 집귀신한테 대출 안 해줌


할 말이 없었다.


- ㅇㅋ 100만 원만


띠링!


100만 원이 바로 입금되었다.


- 일수 10%다?

- 바로 갚을 거야!


뭐, 이자가 얼마나 붙는다고.

자격증 따서 던전 들어가면 바로 500만 원이 똬악! 떨어지는 거였다.


“가자!”


인터넷 쇼핑몰의 제트기 배송 따위는 고려할 바가 안 되었다.

1분, 1초가 아쉬운 상황에 무슨 제트기 배송?


이채현은 집 근처 대형마트에 찾아가 엑스스테이션6와 함께 각종 게임 타이틀을 149만 원어치 구매했다.

이게 바로 플렉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즐기지 못한 게임들을 마음껏 즐겼다!

우와! 요새 게임 그래픽이 엄청나게 좋아졌네?

현실인지 게임인지 구별이 안 되네! 구별이 안 돼!

흑흑! 이 재밌는 게임을 이제야 해본다니!


이채현은 게임 속 세상에 완전히 몰입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이채아는 동생이 고삐 풀린 게임 중독자로 돌아간 모습에 며칠 동안은 그냥 봐주기로 했다.

그래도 집에만 처박혀 있던 애가 모처럼 던전까지 가서 무려 500만 원이나 벌어왔는데, 그 정도 자유는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책임 없는 자유가 지속 되면 방종이 되는 법이었다.

이채아는 시험 날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 되자 동생의 목줄을 채우기로 했다.


“야, 이채현. 시험공부 안 해?”


투다다다다! 퍼벙! 펑!


“으악! 저기서 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데! 나 다했어! 좋아, 다시 간다!”


흐음······ 게임기를 욕조에 담가버리면 좀 얌전해지려나?


“다 했어? 3급 던전 채집꾼 시험 합격할 자신 있는 거지?”

“으앗! 아앗! 어어! 눈 감고도 아니, 눈은 못 감는구나! 아무튼, 붙을 자신 있어!”

“진짜로?”

“진짜라니까! 으앗! 으아앗!”


게임에 몰두하기는 했으나 평소처럼 자신 없어 하는 기색이 전혀 안 보였다.

감당치 못할 향락에 설마 정 줄을 놔버린 건 아니겠지?


[You Die]


“에이! 또 죽었네! ······응? 아직 안 갔어?”

“이채현.”


이채아가 목소리를 음산하게 낮췄다.

이채현은 그제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건 아나콘다를 앞에 둔 개구리처럼 눈치를 매우 잘 봐야 하는 순간이었다.


“어, 어? ···왜?”

“시험공부. 했어, 안 했어?”

“그······야 충분······ 하니까?”

“내놔.”


이채아가 손을 척 내밀었다.

이채현은 반사적으로 게임기 앞을 사수했다.


“이, 이거 내 거야!”

“뭐래? 제대로 공부했는지 문제 내본다고. 문제집 내놔 봐.”

“······.”


이채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안 했지?”

“하, 할 거라니까!”

“응, 게임기는 시험 끝나고 줄게.”

“아, 안돼!”


이채현이 온몸을 날려 게임기를 수호했다.

이채아는 무력으로 찍어 누를까 하다가 그래도 스스로 그만두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귀찮지만 동생의 게임 의욕을 꺾어주기로 했다.


“게임도 제대로 할 줄 모르면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이채아의 발언은 이채현의 27년 게임 인생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게임패드를 잡았던 골수 게이머라고!


“내가? 게임을? 못한다고?”

“아냐? 너 그래서 프로 게이머도 못 됐잖아?”

“그, 그건 걔들이 넘사벽인 거고! 난 일반인 중에서 잘하는 편이거든?”

“그래? 그럼 나랑 한번 붙어볼래?”

“누나랑? 하, 누나가 게임을 할 줄은 알고?”

“뭐, 대충?”


대체 뭘 믿고 저런 자신감을 보이는 건지!

아무래도 오늘은 위대한 이채현 님의 실력을 톡톡히 보여줘야 할 것 같군!


“격투 게임?”

“콜.”


그렇게 누나와 남동생 간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격투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빠른 반응속도, 정확한 타이밍, 콤보 연계 능력, 상대방 패턴 읽기, 냉철한 상황 판단력 등 고도의 전문 기술이 필요했다.

예로부터 모든 전투와 전쟁은 남자가 주도했던 만큼 이건 시작부터 이채아에게 가혹한 전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인데!


“자, 그럼 승부를 내지!”


첫판이 시작되었다.


퍽! 퍽! 아도겐! 아도겐! 아도겐!


“하핫! 꼼짝 못 하겠지?”


이채현의 매서운 공세 앞에 이채아가 일견 밀리는 것처럼 보였다.


“받아랏! 아둇! 아둇! 아됴됴됴둇!”


이채현이 앉은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오두방정을 떨었다.

하지만 너무 열을 내서였을까.


탓! 뻐엉!


이채현의 캐릭터가 공격에 맞고 공중에 떠오르고 말았다.

바로 자세를 잡고 반격에 나서려 했으나, 이채아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콤보 공격을 이어갔다.


퍽! 퍼벅! 퍼버버버벅!


“으앗! 그거 대체 무슨 콤보야! 피가 절반이나 깎였잖아!”

“에이, 마지막에 삐끗했네.”


뭐? 그런 가공할 콤보 공격이 더 이어지는 거였다고?


뻐엉!


“앗! 또 맞았잖아!”


방심한 찰나에 이채현의 캐릭터가 다시 공중에 떠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콤보 공격.


퍽! 퍼벅! 퍼버버버벅! 퍽퍽! 꽈앙!

으어으어으어-!

K.O!


이채현이 조종하는 캐릭터가 땅바닥에 누워버렸다.


“······뭐야, 누나. 이거 왜 이렇게 잘하는데?”

“뭐야, 너. 이거 왜 이렇게 못하는데?”


크윽!

뭔가 멋지게 반박을 해주고 싶은데,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하! 고작 한 판 이긴 거 가지고 기고만장하는 거 아냐?”

“고작 한 판 진 거 가지고 멘탈 갈린 거 아냐?”

“아니거든!”

“응, 이겨보든가.”


대전은 3판 2선승.

어차피 남은 2판을 내리 이긴다면 이기는 거였다.


“다시 간다!”


퍽! 퍼벅! 퍼버버벅!

털썩!

퍽! 파바바바박! 퍽퍽! 꽈앙!

으어으어으어-!

K.O!


······뭐가 일어난 거지?

왜 갑자기 내 캐릭터가 바닥에 누워 있고 게임이 끝나 있는데?


이채현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전혀 믿지를 못했다.


“오랜만이라 콤보가 잘 안 먹히네? 한 방에 보낼 수 있었는데.”


이채아는 준비 운동이 덜 풀렸다는 듯이 게임패드를 잡은 손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였다.


타다닷! 파밧! 트르륵!


······저 현란한 손놀림은 뭔데?


“안 해?”

“어? 어? 아, 해, 해야지! 흐, 흥! 첫 게임은 봐주려다가 너무 방심한 것 같군!”

“응, 고마워.”


이채아가 아무 관심 없다는 듯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뿌득!

······두고 보자!


이채현은 이번엔 백발의 노신사 캐릭터를 골랐다.

코인을 통해 따로 구매해야 하는 캐릭터로 기술이 하나같이 위력적이라 사기 캐릭터로도 유명했다.

누나를 상대로 조금 치사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었다!


탓! 뻥! 퍽퍽! 푸바바박! 퍼벅! 퍽!

털썩!

콰앙! 퍼버버버버벅! 꽈앙! 꽈앙!

으어으어으어-!

K.O!


뻐엉! 퍽퍽퍽퍽! 퍼버벅! 퍼버버버버벅! 꽈과과광! 푸봐봐봐봐박! 쿠우우웅!

으어으어으어-!

K.O!

Perfect!


······뭡니까, 이게?

분명 사기 캐릭터가······ 맞을 텐데?

어째서 이번에는······ 퍼펙트로 져버린 거지?


“흐음, 손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누나 밥만 먹고 이 게임만 했어?”

“아니? 옛날에 고등학교에서 남자애들이랑 몇 번 해본 게 전부인데?”

“그때 다 이겼어?”

“진 적은 없지.”

“몇 연승까지 해봤는데?”

“57연승까지 했던가? 그 뒤론 시시해서 그냥 두고 나왔어.”


······이게 말로만 듣던 ‘너무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라는 건가?


이채현은 다른 전장을 선택하기로 했다.

불리한 전장에서 적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건 하책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장을 선택해 승리를 거두는 것이 진정한 병법이라 할 수 있었다.


“아이! 오늘 손이 잘 안 풀리네! 왠지 대전 게임이 안 되는 날이었나 봐! 누나, 우리 총 게임으로 바꿔서 할까?”

“그러든지.”


이채아는 대전 게임에서 완벽한 압승을 거두고도 마치 당연한 일이었다는 듯이 무덤덤한 표정 그대로였다.


크윽······!

이 치욕을 조만간 갚아주마!


대전 게임에 이은 총 게임.

FPS 게임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선 정확하고 빠른 조준 능력, 반응 속도, 피탄 최소화, 맵 이해도, 적절한 무기의 선택과 교체 등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었다.

이채현은 평소 컴퓨터로도 종종 FPS를 즐겼고, 랭킹도 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상당한 실력을 자신했다.


그래, 내가 FPS 게임에서도 지면 깔끔하게 인정.

그런데 내가 질 자신이 없으니 어쩌지?


듀얼 모니터를 서로 등지게 돌린 뒤 게임이 시작되었다.


타앙!

Head Shot!


······왜 죽어?

아니, 총알이 어디서 날아왔는데?

이거 버그 아냐?


“리플! 리플레이 봐!”


이채현은 공정한 심판을 요구했다.


“보든지.”


이채아는 여전히 관심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리하여 리플레이를 돌려본 결과.


아니! 어떻게 저 먼 거리에서 저격총으로 헤드샷을 할 수 있는데?

저건 프로 게이머도 못 하는 거라고!


······아!

그래, 우연이구나?


합당한 결론을 내린 이채현은 바로 다음 판 고! 고! 를 외쳤다.


타앙!

Head Shot!


이채현은 잠시 꿈을 꾸는 건가 싶었다.


이 내가······ FPS 랭커인 내가······ 두 번이나 아무것도 못 하고 헤드샷을 당했다고?


“저격총 사기네, 사기!”

“네가 못하는 거겠지.”

“아냐! 이 게임 저격총이 문제 있어! 저격총 빼고 해.”

“어휴, 그래라.”


다시 이어진 게임.


타다당!

Head Shot!


“소총 사기네, 사기! 소총 빼고 해!”

“넌?”

“난 저격총 쓸게!”

“뭐, 그래라.”


콰아앙!

Head Shot!


“샷건 사기네, 사기! 누난 검 들고 싸워! 난 총 들고 싸울게!”

“그러고 싶니?”

“어!”

“으음, 될까 모르겠네.”


푹! 푹! 푹!

Head Shot!


이··· 이게······ 무슨······?


“에이, 게임이 너무 재미없네. 너 뭐 잘하는 거 없어? 지루해서 잠 오겠다, 야.”


바사삭!


이채현의 멘탈이 보기 좋게 부서지는 소리였다.


“게임 더 안 해?”


이채현은 ‘Lose’라고 표시된 화면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 진짜 총게임이 제일 잘하는 게임이야?”

“······.”

“이거 심각하게 허접인데.”

“······.”

“어떻게 칼 든 사람한테 총 든 사람이 질 수 있지?”

“······.”

“나 재미없어서 도저히 너랑 게임 못하겠다. 더 할 게임 없지?”

“······.”

“그럼 게임기 압수할 테니 자격증 따면 말해라?”


뚜두둑!


이채아가 게임기에 연결된 코드를 다 뽑고 본체만 챙겨 들었다.


“시험공부 잘해. 파이팅. ······후아암!”


이채아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크게 내뱉으며 방문을 닫고 나갔다.


······부들부들!

내가 정말······ 이렇게 허접이었다고?

어떻게 단 한 판도 못 이겼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이채현은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너튜브를 시청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공부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며칠 안 봤다고 새로 올라온 영상이 제법 되었다.


음······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하는구나······


그러나 밀렸던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는 완벽한 치유가 되질 않았다.

그렇기에 새로 올라온 웹툰을 이어 보는 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음······ 크힛!

큼, 큼.

마음의 상처가 차츰 봉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상을 크게 입은 상태에서 완전히 회복하지도 않은 몸으로 공부를 한다는 건 주화입마에 걸리기 딱 좋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남은 시간은 다시 웹소설을 보며 심신을 다스릴 수밖에.


음······ 푸푸풋!

크흠, 큼!

크게 벌어졌던 상처가 거의 아물어져 갔다.


그래, 이쯤이면······ 공부를 시작해도 될 것 같구나.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송다인이 물었다.


“아들, 오늘 채집꾼인가 뭔가 시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네?

시험이라니요?

오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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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던전 채집꾼을 하라니! +8 24.05.20 11,290 19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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