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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연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만능 채집꾼으로 각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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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현연
작품등록일 :
2024.05.20 17:39
최근연재일 :
2024.06.25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0,045
추천수 :
5,376
글자수 :
255,674

작성
24.05.26 17:35
조회
8,124
추천
154
글자
13쪽

시험은 당일치기!

DUMMY


‘공부! 공부! 공부! 공부!’


이채현은 필기시험 자리에 앉아 미친 듯이 문제집을 살폈다.

시험이 쉽고, 공부할 시간도 많아서 대충 훑어본 다음 시험 보러 와서는 가볍게 검토만 할 생각이었는데.


왜······ 전부 처음 보는 문제들 같지?

게다가 문제들은 뭐가 이렇게 헷갈리는 거야!


이채현은 왜놈들과 23번 싸워 23번 이긴 이순신 장군이 새로운 24번째 전투를 앞둔 것처럼 비장한 각오로 참고서를 뚫어지라 훑어봤다.

그 기세가 사뭇 대단해 근처에 있던 수험생들이 그를 보며 기가 질릴 정도였다.


‘고작 3급 시험인데 필기시험 공부를 뭘 저렇게 열심히 하지? 70점만 맞으면 통과인데.’

‘100점 맞으려고 칼을 갈았나?’

‘필기시험부터 엄청난 기세네! 이번 시험에서 1등을 먹으려는 건가?’

‘내가 너무 여유를 부리고 있나? 다시 좀 훑어볼까?’


이채현 주변에 있던 응시생들을 서로 슬쩍 눈치를 보며 참고서를 훌훌 훑었다.


딩동댕-


얼마 뒤 시험이 시작되었다.

이채현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었고, 남들은 다 풀고 자리에 엎어져 있을 때조차 두 번, 세 번 검토를 반복했다.


‘이야,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네!’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있었나? 뭐, 헷갈리는 게 한두 개 있기는 했는데.’

‘되게 열심이네! 필기는 그냥 통과만 하면 끝이지, 점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텐데?’


딩동댕-


길고도 짧았던 시험이 종료되었다.

합격자 발표가 나올 때까지 안면이 있는 채집꾼끼리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이번 시험 쉬웠지?”

“응? 어어, 80점은 나올 것 같은데?”

“그거밖에 안 돼?”

“나야 이제 문제를 처음 본 거니까. 선배들 말로는 반년 정도 수습 채집꾼을 하면 필기시험은 딱히 공부 안 해도 된다던데?”

“하긴, 필기시험은 채집꾼에 관심도 없는 일반인을 떨어뜨리려고 보는 거니까.”

“그렇지, 뭐.”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이채현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떨어지면 어쩌지!

만능 채집꾼이 3급 필기시험에서 탈락이라니!


잠시 후, 합격자 발표가 나왔다.

던전 채집꾼 시험에는 한 가지 전통이 있는데 바로 1등 순으로 점수를 직접 말해주는 것이었다.

시험 감독관이 종이에 출력된 이름을 읊었다.


“1등 김민준 씨.”


한 남성이 손을 들었다.


“100점입니다.”

“감사합니다.”

“2등 엄태현 씨. 98점입니다.”


시험 감독관이 차례차례 응시자들의 이름을 불렀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채현의 주위에 있던 응시자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어? 저 사람이 1등 아니었어?’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벌써 20등을 부르는데도 이름이 안 나오네?’

‘27등인 나보다 점수가 낮다고?’


이채현은 주위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불안함에 손톱을 뜯으며 시험 감독관 입에서 하루빨리 자기 이름이 불리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47등 고은결 씨. 72점입니다.”


벌써 72점!

커트라인까지 2점이었고, 남은 사람은 3명이었다.


“48등 전하은 씨. 70점입니다.”


두둥!

커트라인이 등장했다.

이채현의 심장이 배 밖으로 뛰쳐나올 것처럼 팔딱팔딱 뛰었다.


“49등···”


이채현! 이채현!


“변재영 씨.”


크윽!

그, 그래도 70점!


“70점입니다.”


그렇지!

난 당신을 믿고 있었다고!


“아, 이제 마지막이네요. 50등 이채현 씨.”


이채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감독관이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뭔데? 뭔데!


“70점입니다. 전 응시생 모두 필기시험을 통과하셨네요. 그럼 이제 15분간 휴식 후 실기 시험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아우아우아!


이채현은 의자 위에서 녹아내리듯 전신을 축 늘렸다.

그래도 막바지에 봤던 문제 중에서 무려 2개나 같은 게 나왔다.

만약 공부를 제대로 안 했다면 50명 응시생 중 유일하게 탈락하고 말았으리라.


역시, 예습의 효과는 뛰어나군!

시험 보기 전에 처음 보면 예습이지, 그럼 뭐겠는가?


이채현이 간신히 필기시험을 통과한 모습을 보고 주변 응시생들이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킥킥킥! 공부 좀 열심히 한다 했더니 벼락치기였어?’

‘저래서 실기 시험은 제대로 치르겠나? 그냥 경험 삼아 응시했나 보지?’

‘딱 봐도 실기에서 떨어질 것 같네. 별로 관심 둘 것도 없겠어.’


3급 던전 채집꾼 자격시험은 미래의 채집꾼들에게 일종의 교류의 장이었다.

팀별로 활동하는 채집꾼이 많다 보니 시험장에서 서로의 안목을 확인하고 팀을 결성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

그래서 다른 응시생들을 관심 있게 살피는 편이었는데, 이채현은 아무리 봐도 나가리였다.


“그럼 모두 실기 시험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다!”


50명의 응시생이 우르르 일어나 움직였다.


실기 시험은 총 2개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마법 식물 식별, 채집 실습이 그것이었다.


먼저 진행된 것은 마법 식물 식별이었다.


자격증 없이 들어갈 수 있는 1레벨 던전의 마법 식물이 주요 대상이었다.

다양한 약초가 비슷한 생김새의 일반 잡초와 섞여 있는 상태로 실제 던전에서 가지고 나온 흙에 심겨 있었다.

응시자들은 대기실에서 머물다가 열 명씩 호명 받은 대로 각각 열 개의 시험장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법 식물을 구별하고 다시 별도의 대기실로 이동하는 형식이었다.


“1번 김민준 씨. 3번 시험장으로 이동해주세요.”


말이 1번이었지, 필기시험 등수가 실기 시험 번호 순서였다.


제일 먼저 시험을 치르고 나온 김민준은 4번 시험장에 들어갔던 2등 엄태현이 대기실로 들어오자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시험은 잘 보셨나요?”

“예, 안녕하세요. 이번 시험, 생각보다 어렵던데요?”

“그렇죠? 변별력을 키우기 위해 이번 시험부터 어렵게 낸다더니 확실히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혹시 마지막 문제인 5미터 떨어진 약초는 어떤 거 고르셨나요?”

“아, 그거 좀 어렵더라고요. 전 A번 골랐어요.”

“아, 그런가요? 전 B번 골랐었는데.”


이후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다들 답을 가려내는데 열을 올렸다.


“어? 1번 C라고?”

“그렇다니까? 다른 사람도 다 C라고 하잖아.”

“아이고, 처음부터 틀렸네!”

“그 가장 어려운 5미터는 뭐 찍었어? A?”

“난 A 찍긴 했는데.”

“그래? 난 B 찍었는데.”

“아니, 솔직히 말해서 5미터나 떨어진 약초를 눈으로만 보고 알아내는 게 말이나 되나? 이거 2급 시험문제 아냐?”

“문제가 아주 악의적이라니까? 3급 채집꾼이 그런 걸 어떻게 맞춰?”


다들 시험 난도의 어려움에 혀를 내둘러댔다.

그래서인지 시험시간인 10분 이내에 모든 과제를 완수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응시자는 주어진 시간을 초과했고, 10분 안에 시험을 마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40분이 지나 마지막 5조 시험이 시작되었다.

대기실에 있던 응시생들은 이제 10분 뒤에 남은 응시자들이 우르르 대기실로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1~2분이나 지났을까 싶은 순간.

응시생 한 명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필기시험 50등.

50명 응시생 중에서 꼴찌를 기록한 이채현이었다.


*


시간을 거슬러 2분 전.


5번 실기 시험장 안으로 들어온 응시생을 보고 시험 감독관을 맡은 오빈석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필기시험을 70점 턱걸이로 겨우 통과한 이채현이었기 때문이었다.


한참 헤매겠군.

이번엔 난도가 특히 어려워져서 웬만한 응시생도 마지막 문제까지 가지를 못했다.

그러니 이론을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은 사람이 봐봤자 약초든, 잡초든 거기서 거기로 보일 거였다.


마법 식물 식별 시험은 총 10문제.

10개의 구역으로 나뉜 곳을 시험 감독관과 응시생이 같이 돌면서 하나씩 푸는 거였다.

이채현과 함께 스타트 지점에 선 오빈석은 스톱워치를 누르며 시작을 알렸다.


“시작해주세요.”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이채현은 초목혜안을 통해 시작도 하기 전에 답을 미리 찾아놨다는 사실을.


이채현이 희미한 빛무리가 고스란히 보이는 마력 식물의 푯말을 쭈르륵 읊었다.


“1번 A, 2번 C, 3번 D, 4번 E, 5번 D, 6번 D, 7번 C, 8번 A, 9번 B, 10번 D. 다 했습니다.”

“······네?”


뭐지 방금?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9초가 지나고 있었다.

······10초도 안 지났는데요?


아.

오빈석은 그제야 무슨 일인지 깨달았다.

그냥 시험 포기하고 아무거나 부른 거였군?

참, 돈과 시간이 아깝지도 않나.

아무리 떨어질 것 같아도 그렇지, 경험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알아볼 생각은 안 하고!

쯧쯧.

오빈석은 속으로 혀를 차며 살짝 냉소적으로 말했다.


“아, 너무 빨라서 잘 못 들었습니다만, 다시 얘기해 주시겠어요?”

“네. 1번 A, 2번 C, 3번 D, 4번 E, 5번 D, 6번 D, 7번 C, 8번 A, 9번 B, 10번 D입니다.”


정답을 기록한 오빈석의 손이 부들거렸다.


어째서······ 전부 정답이지?

이게 말이 돼?

게다가 마지막 10번 문제는 해당 구역까지 찾아가야 5미터 거리지, 여기서는 거의 8미터 거리였다.

그 정도면 2급 채집꾼도 쉽게 판별하지 못할 거리였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

오빈석은 다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문제 유출.

그렇다면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따져봐야 했다.


응시생 중의 누군가와 협력한다?

시험 감독관이 대기실, 시험장, 복도 등 모든 곳에서 감시하고 있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CCTV를 돌리면 바로 알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뻔한 방법을 택하진 않았을 거였다.


그렇다면 시험 제출자가 문제를 유출했나?

시험 감독관들은 응시생과 똑같이 이번에 문제를 처음 보기에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면 시험 제출자가 의심스러운데, 이건 10명이 각각 5개의 문제를 제출하고, 총 50개 문제에서 최종 감독관이 10개를 선정하는 것이라 10명의 출제자를 모두 매수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약 그런 거래 시도가 있었다면 누군가에게서 따로 연락을 받았을 테고.

그러니 이것도 가능성이 없는 얘기였다.


그럼 모든 시험을 총괄적으로 주관하는 최종 감독관?

그분은 채집꾼 협회 내에서 공명정대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인데?

게다가 고작 3급 실기 시험문제를 유출하기엔 그분의 이름값이 너무 높았다.


······그럼 대체 뭐지?


“다 끝났으면 가도 될까요?”


부정행위 당사자인 이채현은 절대 걸릴 일이 없다는 것처럼 무척이나 평온한 모습이었다.


후우······!

이대로 오점 없는 시험 감독관이란 자신의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었다.


“이채현 응시생님. 잠시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11 시험장에 같이 좀 가주시겠습니까?”

“네? 뭘요?”


이채현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뻔뻔하게 대답했다.


“시험 과정에 뭔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서요. 예비로 마련된 마력 식물 식별 시험장이 따로 있는데, 동행하여 잠깐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0개의 시험장과 완전히 다른 문제로 구성된 시험장이 있었다.

상대가 만약 문제의 답을 외우기만 한 것이라면 이제 크게 당황할 차례였다.


“네, 알겠습니다.”

“······네?”


너무 의외의 반응이라 생각이 잠깐 끊겼다.


“네?”

“아, 아뇨, 아닙니다. 그, 그럼 가시죠.”


대체 무슨 속셈이지?

설마······ 이것까지 유출된 건가!


정말 고단수로군!

하지만.

이건 생각하지 못했겠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오빈석은 11 시험장 앞에 이채현을 세워둔 후 홀로 시험장에 들어가 각 문제의 번호와 답을 빠르게 바꿔치기했다.


후후후, 완벽하군!


“네,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이 스타트 장소에서 문제를 풀어주시겠습니까?”

“네. 1번 C, 2번 E, 3번 D, 4번 A, 5번 E, 6번 C, 7번 C, 8번 D, 9번 A, 10번 E입니다.”


오빈석은 스톱워치를 누르지도 못하고 반사적으로 답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자신이 바꿔치기한 답과 대조해보니.


탁.


오빈석이 쥐고 있던 펜이 바닥에 떨어졌다.


······모두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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